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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밥상에서의 정치토론

2003년 11월 06일

 

뒷산에서 걷어온 아욱을 어머니와 함께 손질해서 점심에는 기가 막힌 아욱된장국을 맛볼 수 있었다. 오전 일 끝내고 들어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이렇게 세 가족이 전부다) 점심을 먹다가 TV를 켜보았는데 마침 리베라호텔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밥상을 마주한 세 사람의 대화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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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요새는 길거리 나서는 게 유행이구만

 

나: 다 나올 만 하니까 거런거 아니유

 

어머니: 노무현이가 대통령 되니까 더 살판났구만

 

나: 노무현이가 더 심허니께 그런거제

 

아버지: 아니여, 대통령이 물러 터져서 그려

 

어머니: 대통령이 확 휘어잡을 줄 알아야지
              어디서 운동권 출신 뽑아가지고는

 

나: 엥?

 

어머니: 야, 테레비 나와갖고 자기 데모할 때 부르던 노래도

              아직 몇 개 생각난다고 그러더라 야
              하여간 입다물고 있음 50점은 받을텐데 그놈의 주둥이는 ...

 

나: 아니 운동권은 무슨 운동권이야
      노무현이가 이회창이랑 다를 게 뭐가데

 

아버지: 어디서 저런 사람을 대통령 뽑아가지구

 

어머니: 잘못 뽑았슈, 잘못 뽑았어

 

나: 듣자듣자허니께 사람 사는 시상이 뭐 군대유?
      나라를 이끌고 뭐 허고 자시게
      대통령이야 누가 해먹든 서민들한티는 다 거기서 거기지

 

아버지: 그려.

 

나: 엄니는 김영삼이 그래 좋다고 환장허던 사람이
      그려 김영삼이 대통령되니까 뭐 좋든감?

 

어머니: 에잉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도 다 똑같혀

 

나: 근디 아욱국 시원허고 맛있네. 자알 먹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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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갈 길은 왜 이리 멀단 말이냐!! 며칠 전 뉴스에서 비정규직노동자대회 소식이 나오는데, 아주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번 주말에 서울가면 전국노동자대회 갈 것 같은데, 얼굴 잘 가리고 다녀야겠구나 싶었다.

 

점심먹다 뉴스보는데 0.6초쯤 '데모'하는 내 얼굴이 나올 경우

 

아버지: 다친 데는 읎냐?
 

어머니: 어이구 우리 아들 테레비에도 나오네그려

 

뭐 이런 대화패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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