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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 아래 시계탑

2003년 11월 11일

 

 

 

 

전소혜. 1986, <내 영혼 대륙에 묻어>를 읽다가 한 구절 옮겨 둔다.

 

가로등이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그들은 소사도(小沙渡)를 지났다. 한길 가운데에 시계탑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었다. 중하는 모자를 벗어들고 오랫동안 그 곳을 쳐다보았다. 진동생도 덩달아 그 곳을 쳐다보았으나 주의를 끌 만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중하를 쳐다보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중하는 꼼짝도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눈언저리에 흐릿하지만 무언가 뜨거운 격정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무엇 때문에 저 시계탑을 넋을 잃고 쳐다보시는 겁니까?" 진동생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고개를 돌려 진군을 바라보면서 중하는 착잡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이 시계탑을 볼 때마다 유화(劉華)를 떠올리곤 한다네. 벌써 7년이나 됐구먼. 그가 적에게 살해되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이끌지 않았는데도 군중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여 장차 혁명이 승리하는 날 이 시계탑을 유화의 기념비로 바꾸자고 결의했었지." 그는 가슴 속에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듯 고개를 쳐들어 다시 한 번 시계탑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유화같은 사람이 우리 중국에는 많이 필요해! 우린 더 많은 유화를 찾아내야 할거야.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중국의 혁명은 틀림없이 이루어지고 말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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