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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으로 느끼는 시간과 빼앗긴 시간

2003년 12월 17일

 

 

 

 

미카엘 엔데. 1974, <모모>

 

너무나도 잘 알려진 한 권의 동화책.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모모>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책 소개 등을 통해 ‘시간’에 대한 ‘철학적’의미를 탐구해 보려 바쁜 머리를 잠시 쥐어 짜 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또 무얼까? 그러나 이것은 저 철학의 근본 문제에까지 우리들을 데려다 준다.

 

미카엘 엔데는 ‘존재’, ‘시간’과 같은 ‘밥 안 되는’ 철학적 문제에 관념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관념론은 또 무어란 말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삶과 뭔가 동떨어져 있는 듯한 그것이 바로 관념론 철학이다. 그럼에도 저 높으신 분들은 철학의 중요성과 절대성을 역설한다. 정작 우리들은, 우리들 바로 곁에 있는 철학의 제 문제와 근본 문제에 다가서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 우리는 바로 우리들 곁에 있는 철학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 속에 녹여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카엘 엔데의 ‘철학’은 더욱 빛난다.

 

모모가 던져주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모모>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친절하게도 이렇게 답안까지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곧 삶이다.” 시간이 곧 삶인데 어쩌란 말이냐. 미카엘 엔데와 그의 꼬마 친구 모모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골치 아픈 저 높은 사람들의 철학이 아닌 진정한 우리들의 철학을 할 것을 요구한다. “심장으로 느끼는 시간”과 “빼앗긴 시간”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모모와 친구들이 ‘회색인간’들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사는 삶’을 생각해 보자.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친구가 뭐가 필요합니까?”라는 개그맨의 철 지난 대사에 모두들 씁쓸한 웃음을 던지고 있지는 않은가. 자, “ㅇㅇ기업의 경영 철학”, “사주팔자 ㅇㅇ철학관”과 같은 문구들이 보여주는 알 수 없는 철학의 모습, 이것이 바로 추락해버린 저 높으신 분들의 철학의 모습이다. 하루쯤 모모의 친구가 되어 ‘삶이 녹아드는 철학’, ‘철학하는 삶’의 즐거움을 느껴 본다면 우울함과 실망감으로 진절머리나는 삶이 아닌, 즐겁고 가슴 뛰는 삶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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