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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폭력 VS 비폭력(24)
    오리-1

폭력 VS 비폭력

촛불집회와 이른바 스티로폼 사건(?)을 계기로 (사실 그 전부터 간간히 진보블로거들 사이에서) 폭력과 비폭력에 관한 논의들이 진척되고 있는 거 같다. 참 잘되었다 생각했다. 서로 쓸데없는 인신공격만 오가지 않는다면 모든 토론은 다 좋다.

 

나는 평소에 비폭력이 인간적이고 또한 여성적인 투쟁의 방식이기 때문에 선호하고 좋아라한다. 내 평상시 밥 먹듯이 욕을 즐겨 사용하여 지인들에게 엄청 쿠사리를 먹는 처지지만(-_-;;)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폭력이 사용되는 집회에서 나는 한 번도 내가 그 집회의 주체라는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촛불집회에 첨 참가했을 때 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비폭력을 외치고 별것 아닌 폭력이긴 하지만 깃대로 전경을 때리는 시민 한 명을 뒤로 빼는 광경을 보고 참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었다. 비폭력의 외침은 우리 쪽이 비폭력적 행동을 유지했을 때 저쪽에게 도적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요구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하고 그랬을 때 그들의 폭력적이 훨씬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 부산에서 열렸던 아펙 집회에 경찰폭력감시단으로 참가했던 적이 있었는데 경찰폭력을 감시하려 우리 감시단이 집회 군중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는 순간, 비슷한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쇠파이프를 땅에다 퉁퉁 치면서 우리를 환영(?)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바로 조끼를 벗고 감시단을 나왔다. 내 누구의 폭력을 감시하겠단 말이냐...)

 

내가 생각하기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대상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다 비폭력의 범주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예전에 평화캠프에서 비폭력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반세계화 시위 도중 한 시위대가 세계화의 상징인 맥도날드의 유리창을 부쉈다면 이것을 비폭력행동으로 볼 수 있겠냐는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론 과반수 이상의 참가자들이 생명에게 해를 끼친 것이 아니므로 비폭력 투쟁으로 볼 수 있다고 했고 몇몇 친구들은 아닐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만약 그 투쟁으로 맥도날드 본사가 아니라 그 맥도날드 쥔장(만약 반세계화 시위를 찬성하는 양반이었다면?)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 했던 거 같다.(이게 아니었다면 지송... OTL)

 

어차피 군대, 경찰을 비롯해 모든 폭력적 기제들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100만이 모이고 1000만이 모여도 물리력으로는 절대 싸움이 되지 않는다. 설사 부분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할지언정 그게 결과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난 솔직히 믿지 않는다. 폭력 투쟁은 소수의 사람만이 참여 가능하고 조중동, 2MB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 하지만 비폭력 투쟁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그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정의한 상황에 대해 잘 알려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기에 비폭력 투쟁은 부작용은 별로 없고 장점이 아주 많은 투쟁의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비폭력 투쟁의 무기는 물리력이 아닌 기발함, 발랄함, 상상력, 유머러스, 허를 찌름 등등으로 대표될 수 있겠다(아, 물론 절절하고 절박한 투쟁이 필요하고 꼭 필요한 상황은 았다).

 

그렇게 봤을 때 스티로폼을 놓고 명박산성을 넘어가려 했건 다른 어떤 퍼포먼스를 하려 했건 그건 폭력 시위로 매도되어 지탄받을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을 폭력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것은 그 퍼포먼스가 폭력투쟁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촛불시위 분위기가 무언가를 주도하려는, 특히 운동권, 특히 다함께(?)에 지독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제발 스트로폼 퍼포먼스를 가지고 폭력, 비폭력 투쟁 노선의 문제로 비화해서 논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나도 그 날 그자리에 있었고(물론 뭔 얘기가 오가는지는 들을 수가 없었다. 광장이 워낙 넓고 사람들이 많으니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도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 날의 토론회를 주도했던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전혀 누군가를 선동하려거나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선동하는 것처럼 들렸다는 분들도 있었는데 누구든 앞에서 발언을 하고 토론이 치열하게 오가는 상황 속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누군들 다 손석희같을 쏘나..) 나같이 이 분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음향시설도 좋지 않아서 뭔 얘기가 오가는지 잘 들리지 않았고 촛불집회에서 계속되었던 구운동권들의 찌질한 선동방식에 질려했던 집회 참가자라면 충분히 이에 대해 오해했을 개연성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해는 오해이므로 풀면 된다. 그것때문에 개인의 폰번호까지 공개되어서 곤욕을 치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사족 하나, 그래도 스티로폼 퍼포먼스는 별로 재미없었을 거 같다. 이미 명박산성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시키자는 운동을 추진하자는 말이 나올만큼 전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이상 명박산성은 그 자체로 이명박식의 찌질함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명박산성을 타고 넘자는 자기희생적이고 절절한 투쟁방식은 별다른 상징성을 보여줬을 거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명박산성에 흰 천을 씌워놓고 식코를 보자고 했던 어떤 네티즌의 생각이 더 잼있었다.

 

사족 둘. 이것은 철저히 내 생각이므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명박산성을 타고 넘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절대로 막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 한겨레 신문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사족 셋. 나도 선동하려고 하는 운동권들을 매우 싫어하지만 촛불시위에서는 어떤 면에서 순수한(?) 시민 대 불순한(?) 운동권의 공식이 너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물론 이것도 운동권들의 자업자득이라면 할 말 없지만. 이 기회에 운동권들도 좀 반성을 하고 시민들도 노여움을 좀 거두시면 좋겠다. 사실 저 구도 정말 이상하다. 운동권은 시민 아닌가. 황우석과 디워에 열광했던 사람들과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 변화가능성을 믿기를 절대 거둬서도 안되지만 지나친 열광... 어쩔 때는 좀 불편하기도 하다.

 

사족 넷. 대항폭력에 대해서는 음... 생각이 좀 다르긴 하다. 과거처럼 집회 전에 물리력을 미리 준비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전경이 휘두르는 방패나 물대포를 맞고 눈 돌아가지 않을 사람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안했으면 좋겠다. 대항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걍 꾹 참고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일부러 전경들을 도발하는 것은 더더욱 싫다. 이런 대규모 집회에서,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오해를 사기 쉽상이고 어떤 조중동같은 악마적 언론에서는 이런 꼬투리를 절대 놓칠리 없다.

 

사족 마지막. 광장에서 자그맣게 비폭력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서로가 시위대가 되고 전경이 되고 지나가는 시민이 되어 각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서로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투쟁의 방식을 고민하는 상상을... 주변의 어떤 도발에도 꾹 참을 수 있는 내공을 훈련하고 어떤 대응이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을 분명히 드러내고 뻘쭘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래서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명바기의 명령에 과감히 혹은 표간호사 식으로 간접적으로라도 저항하는 개인이 출현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재미없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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