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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를 기다리며


 

바보를 기다리며


나는 어디엔가 있을 바보를 그린다.
고즈넉하고 선한 눈망울의 바보를 마음으로 그리면서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바보들이 사라지면서 세상이 한결 팍팍해졌다.
모난 눈매와 각진 표정들의 사람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손톱만한 불이익에도 물러서지 않는 똑똑한 사람들만이
적자생존처럼 이 도시엔 가득하다.
서울은 이래저래 강자들만 살아남게 되는 땅이다.
오늘도 나는 바보를 기다린다.
이익에 어둡고 계산에 약한 그러한 바보들,
아직도 어디엔가 남아 있을 바보, 그 위대한 스승을 나는 기다린다.


                                        - 김병종 <바보를 기다리며> -


얼마 전 <녹색평론>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하시는 김종철 선생님께서 수원에 오셨더랬습니다.
강연도 듣고 뒤풀이도 함께 했죠.
아구찜에 술도 한 잔 하면서
“선생님, 선생님이 이번에 내신 책 <땅의 옹호>는 많이 팔렸어요?”
“그런 책이 많이 팔릴 리가 있나.”
이런 대화도 나누고 말이죠. ^^;


선생님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를 않네요.


지금의 위기는 ‘경제 위기’가 아니라 ‘삶의 위기’라고 분명히 말씀하시는 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값진 재산은 인간관계이며 우정이라고,
위기상황이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이럴 때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먼저 깨달은 우리들이 조금씩조금씩 우리의 공간을 넓혀가 보자고,
농업을 살려내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자고,
어려운 사람 동정할 줄 아는 건강한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은 기술도, 잔꾀도, 전략적 선택도 아니며
참다운 대안은 삶의 근원적 진실...사람끼리 어울리며, 서로 보살피는 삶 가운데서만 자랄 수 있다고,

가난하게 살아도 서로 쌀 퍼주며 돕고 살면 행복한거라고,
이 세상을 구원할 가난은 공빈(共貧)이 아니겠냐고...


이렇게 세상의 논리와는 맞지 않고 뭔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바보 같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이어지는, 바보들의 힘찬 박수소리.


그 바보들 중에는 약자의 아픔을 외면 못해,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참지 못해,
그 마음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상황에 떠밀려(?)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용산참사관련집회에 쫓아다니고, 매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을 돌리는,
평범한 시민들 모습도 보였답니다.


이미,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대...

하지만 이런 바보들 때문에,
우리는 바보처럼 또 희망따위를 품게 되나 봅니다.


그 바보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세상은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일지도 모른다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이기은님은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입니다.

* 위의 그림은 한국화가 김병종 선생님의 작품<생명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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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인권센터 이기은 활동가의 글을 퍼왔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잘난사람들이 너무많아서 자신이 세상의 모든 주인인양 자기만의 삶, 자기만의 무엇을 가지기 위해 주변사람들의 것을 빼앗고 죽이고, 서로 할퀴고 상처주고하는 세상입니다.

정말 바보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먹고살기위해 함께 모이고, 무엇을 해결하기위해 함께 진중히 고민하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그냥 마냥좋아라 허허~ 웃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바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그런 바보가 좋습니다. 그런 바보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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