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from 우울 2005/04/30 16:08
난 화장실에 앉아있어요
지금 당신은 뭘하고 계실까?

화장실에서만 인터넷이 된다.
90년대 모뎀보다 더 느리고,
불안정한 면에 있어서는 뭐 비교할 대상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을 해보겠다고
화장실까지 노트북을 들고 들어와 본 나도 참 우습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료도 냈는데 어떻게든 사용함이 옳지 않겠나...^^

곧 5월 1일이 된다.
어제는 어학원에서 독일어 선생이 독일의 메이데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검은 옷을 입은 '좌파' 노동자들과 경찰들의 충돌로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해줬다.
충고와는 관계없이 'Links-좌파', '노동자의 날' 등의 단어가 나오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사람들이 참 크다.
여자들도 남자들도.
나같은건 정말 작기도 참 작다.

힘도 참 세다.
1리터짜리 물병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사람도 크고 가방도 크고 물병도 크고 데리고 다니는 개도 크고
번쩍 번쩍
한국사람들이랑은 물건을 드는 세기에 있어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뭐랄까...
이곳은... 물의 농도가 진해서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아주 거대한 강이랄까
그런 느낌이다.

햇볕이 찬란한데도
회색안개 속에서
표면에 진한 녹색의 이끼가 두껍게 덮인,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강가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같은 유럽이라지만 각 나라 사람들이 참 다르다.
뭐랄까 세상에는 정말 전형이라는 것이 있구나 싶다.

베를린에서는 색깔을 느낄 수가 없다.
사람들의 옷색깔이 너무 낯설다.
대부분이 참...선명하지 않다.
빛바랜 도시.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려서
한국에서 처럼 무언가가 마구 떠내려가 버리는 일은 없다.

들은 이야기로
한국에서 오는 노동자대표들은
해마다 다른데
해마다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지난 자료들을 미리 읽고 새로운 것을 준비해 오지 않는가 묻는다.

연방정부대표가 TV에 나와서
자신이 한 결정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한다.
지난 주였나 나는 사실 깜짝 놀랐다.
Fehler gemacht - 대략 상황에 맞게 우리말로 하자면 '잘못 결정했었다'
좀 더 많은 정보를 검토했었어야 했다
고 이야기 하는데 너무 낯설어서 너무 낯설어서 너무 낯설었다.
정치가라면 적당히 쇼맨쉽을 발휘할만도 한데
참으로 담백하기도 하였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기도 하지만 참 다르기도 하다.
이곳에도 작은 한국이 있다.
한국인들이 모인 곳은 참 한국스럽다.
참 그렇다....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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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30 16:08 2005/04/30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