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는 아무나 하나

from 불만 2006/07/08 12:12

마음에 칼을 품고 글을 쓴다.

 

활동가가 된다는 건 사실 정말 행복한 일이다.

삶과 세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자신이 택하는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활동가의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지만 가장 자기중심적인,

가장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강경한,

그런 삶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사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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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노동자이던 아빠는 실직하고나서

월남전에서 다친 오른손때문에 육체노동도 못한다.

주유소에서 주유기를 왼손으로 다루다가 왼손까지 망가졌다.

택시운전을 하려고 나갔다가 하루종일 일을 한뒤

장애인은 안써준다고 돈도 못받고 쫓겨나고

아파트 수위같은 건 꿈도 못꾼다.

작은 봉다리도 무거워서 아무것도 안들고 다니는 아빠가

한달에 10만원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역시 답이 없다.

보증금 300에서 월세가 매달 30씩 깎이는 방에 혼자 사는 아빠가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 나는 잘 모른다.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하도 많이 받아

이자랑 원금떼면 실제 나오는 돈은 거의 없을텐데.

국민연금은 연금을 못내서 못받는다.

 

돈때문에, 아빠가 활동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못받는 거보다는 적은 활동비라도 받으면

내가 훨씬 덜 힘들테니까.

 

좀 더 진지하게는,

 

당시 25살에 고등학교 중퇴였던 동생의 경우

긴장하거나 불안할때 보이는 틱증세가 심해서

사회생활이 안되고 교육도 제대로 못받아서 사고의 수준이 초등학교 수준이고...

 

그래서 동생을 활동가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활동을 하면서 누렸던 문화적, 정서적 풍부함과

삶의 기쁨들을 동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남들과 함께 사는 기쁨이 어떤 건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들은 세상에 활동가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사니까.

 

그들을 어떻게 하면 활동가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체계적인 활동교육이나, 새롭고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운동사회에

그들을 편입시킬 수 있을까?

 

내가 동생에게 활동가의 삶을 경험해보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때 처음 머리에 떠오른 것은

'동생이 단체에 짐이 되고 귀찮은 존재가 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활동할 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들의 공간.

문화적이고 지적이고 자기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아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사람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나는 이 공간에 들어오려다 튕겨나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전업활동의 여건이 되지 않아 자원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자신이 한 노동에 대해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것도 많이 보았다.

 

닫힌 공간,

삶의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꿈조차 꾸기 힘든 공간.

아직까지는 그런 곳이 활동가들의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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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8 12:12 2006/07/08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