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다...

from 우울 2007/01/26 13:22

navi님의 [타인에게 말걸기.] 에 관련된 글.

어려운 이야기지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글이 있어 말하기로 했다.

 

우선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

 

이해를 돕기 위한 예제.

7살때 수술을 네번 받고 병원에 1년여간 입원해서 생활한 결과

내 몸에는 깊은 상처가 생겨서,

나는 그 상처와 지금껏 내 몸을 공유해 왔다.

상처는 내 몸을 아주 간단하게 지배해버릴 수 있어서,

나는 상처가 그러지 못하도록 시시각각 노력하는데 습관이 들었다.

 

상처가 원래부터 나였던 건 아니지만, 상처가 생긴 후부터는 상처도 '나'다.

나는 상처를 미워하고, 돌봐주고, 덧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한편으로 상처받지 않은 내 소중한 부분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살아간다.

 

요가도 하고, 병원에 가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의사친구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고...상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나쁜 책이 있었다면,

그것은 '세가지 소원'이라는 책이다.

나는 상처를 없애는 소원에 대해 백만번도 더 생각했었다.

그 몽상은 시간만 잡아먹는 가장 나쁜 몽상이다.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상처는 그 존재를 쉽게 단념하지 않는다.

 

어쩌면, 상처야말로 내가 가장 소중히 돌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말걸기에 대한 이야기.

나에게 있어 타인에게 말을 걸고, 또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공감일 때도 있지만, '인정과 존중'인 경우가 많다.

 

공감은 쉽지 않다.

같은 경험도 누구에게나 다른 것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상처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 특히,

그의 공감보다 더, 인정과 존중을 원한다.

 

큰 상처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약자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상처에 짓밟히고 나면,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정말 힘든 경험이었을꺼야. 그것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니, 넌 정말 대단해. "

"나는 그런 너를 너무 사랑해."

 

어쩌면,

 

"와, 너 그 상처가 있어서 더 멋진 것 같아. 넌 그 상처들을 그렇게 돌봐왔구나.."까지..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상처받고 살아. 상처란 상대적인 것이고, 나도 그정도는 상처입었어.

너 스스로 그 상처를 이겨내야 되는 거야."라고

차갑게 생각하게 되거나

 

"저런 불쌍해라..."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하게 된달까...

 

역시 어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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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6 13:22 2007/01/26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