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대와 펜촉

from 우울 2009/12/14 20:39

네오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펜대과 펜촉을 사러 나갔다.

교보문고에 갔는데, Made in Italy 의 Francesco Rubinato 브랜드 제품을 만오천원에 팔고 있었다.

유리장 안에 진열되어 있어서, 매장 언니가 열쇠로 열고 물건을 보여주었다.

대략 삼천원 예상하고 갔는데, 헉, 너무 비싸다.

안사고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 한겨레 잠입기사에서 그런 대형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었고,

내가 펜을 이래저래 보는 동안 언니에게서 미묘한 불안과 짜증과 친절함과 피곤을 느껴버렸고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원래 계획에 없던 밀랍인장 도구까지 사버렸다. 언니한테 잘보이려고.

왜 잘보이려고 한거지?

 

밖에 나와서 작은 문구점에 가니, 펜촉까지 이천오백원. 그것도 샀다.

막 쓰기에는 그게 편할 것 같아서.

 

비싼 펜대는 잉크가 펜대에 묻지 않는 것 같다.

펜촉의 필기감도 아주 부드럽다.

 

부드러운 느낌을 원한게 아니어서, 싼 펜대와 펜촉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돈을 버는 건 어려운 일이고, 카드가 있어서 그냥 그어버린 거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그건 그렇고 밀랍은 태울때 냄새가 좀...

한번에 많이 녹여야 하는데 라이터 들고 있기 힘들어서 잘 안되었다.

 

'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이라는 책을 갖고 싶어서 제 값 주고 배송료까지 내고

어렵게(자주 가는 인터넷 서점에는 절판된 걸로 나와서 검색 좀 했음) 구입했는데

대략 일주일만에 배송이 되어서 기뻤으나

살짝 망가진 책이 왔다.

 

그래도 기뻤다. 쳇.

 

관련 사진.

 

 

아, 그리고 펜대, 펜촉을 살 때 같이 들어있던 잉크를 엎었는데,

(당황하지 마. 괜찮아. 생각을 해보자..하고 소리내어 혼자 말했다.)

오래된 인공눈물이 있어서, 그 통을 비워 스포이드로 사용해서 잉크를 빨아들였더니,

거짓말처럼 잘 빨아들여져서 깜짝 놀랐다.

인공눈물통에 잉크가 아주 조금 남겨졌지만, 거의 처음처럼 전부 빨아들여 담을 수 있었다.

책상에도 전혀 흔적이 남지 않았다.

기뻤다.

 

기쁜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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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4 20:39 2009/12/14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