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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o soaa 2001/06/07
  2. 2000/09/21 2000/09/21

to soaa

from 2001/06/07 16:13
안녕? 더운 한낮이야.
내 방 건너편에 예전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고 있는데,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돌무너지는 소리, 무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소리...
그런 소리들이 한낮이라는 시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런 낮이면 뜨거운 양철지붕위를 살푼살푼 뛰어다니는 게 무척 재밌어.
어제도 내방 양철지붕위에서 그렇게 놀고 있었지.
스모그로 부우연 공중에 부우연 태양이 헐떡헐떡, 지붕은 따끈따끈...
가끔씩 지친 바람이 어디론가 끌려가듯 뒤돌아보며 지나가고...
그러나 나를 봐. 나는 아직 털이 촉촉하고 눈도 맑아.
뭐 그런 날이었다니까.
요즈음에 자주 있는 그런 흔한 날이었어.

갑자기 두더지 세마리가 지붕을 뚫고 나오기 전까지는 말야.
"이봐.","이봐","이봐" (동시에 세개의 다른 목소리로)
나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다가 지붕에서 떨어질 뻔 했어.
"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
마침 지나가던 바람도 놀라서 차가워질 정도였다구.
"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
6개의 까맣고 조그만 눈동자들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그들의 입은 거의 움직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물우물거리고...
"대답해주길 바래.","대답해주길 바래.","대답해주길 바래."
그들이 너무 진지하고 조용한 태도라서 태양까지도 잠시 숨을 멈추고
바람은 서늘해지고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았어.

"저....여기는 내가 사는 방인데..."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았지.
"우리는 이 방의 지붕아래 살아.", "맞아.","아무렴."
난 너무 난처해서, 일단 그들을 내방으로 초대했어.

"지붕에서 뛰어서 미안해요."
"아니 뭘...","아니 뭘...","아니 뭘..."
우리는 딸기차를 마시고 도토리과자도 먹고 그렇게 있다가 헤어졌어.

신기하지? 내 방 지붕안에...과묵한 두더지 3마리가 살고 있었어.
그들은 굉장히 조용한 타입의 두더지들 같았거든.
내가 매일 지붕위에서 뛰어다녀도 한참을 참다가는 겨우 어제야 이야기 한건지,
혹은 어제 이사와서 오자마자 이야기한건지...물어봤어야 하는데, 잊었네...

그건 그렇구...언제 한번 시간내어 후루라도 하자꾸나...

2001년 6월 7일 PM04:10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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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6:13 2001/06/07 16:13

2000/09/21

from 유럽여행엽서 2000/09/21 00:00

한국에서 5일에 떠났으니 벌써 보름이 지났네.

처음엔 신기하던 많은 것들이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렸어.

높은 천정의 고딕식 성당안에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 사람들의 미소, 뭐 그런 것들.

여기 오니까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각각의 미술가들이 추구한 것, 건물들의 나이, 나무이름, 등등.

마티스의 그림을 연대순으로 비교해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형태에 관한 것인데,

선과 면이 형태를 위해 존재하다가 형태는 사라지고, 선과 면만 남았다가는 결국

선과 면이 하나가 되어 그것이 형태가 되는 거야.

조각의 경우에는 반대인데, 선과 면이 형태를 위해 존재하다가 선과 면이 사라지고 형태만 남는데,

그안에 뭉그러진 선과 면이 살아있어.

뭘 하고 싶었던걸까? 마티스는.

세상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 재미있어.

한면에 바다와 하늘을 담는데...면을 둘로 나누는게 아니라 여러개로 나누어.

바다와 하늘을 대표하는 푸른색도 둘로 나눠서 번갈아 배치하고,

바다풀과 새들이 흰색으로 여기저기에 놓여있어.

표현하는게 힘들군. 마티스 미술관이 마음에 들었어.

남자건 여자건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고, 문신한 사람도 많고,

앞니가 없는 사람도 많아.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윙크하고 키스를 던지고...쩝.

 

2000.9.21.목. 맑음.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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