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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2/07/09

옛날에 to soaa

from 2001/06/07 16:48
나는 오늘, 조금 센티멘탈해. 그야말로, 센티멘탈한거지.
하루종일 하늘이 잿빛 벽같았어.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외롭다고 생각했어.
"후후-. 그런데, 졸립다."
놀이터엔 주로 노랑, 주황, 흰색이 섞인 등을 켜두지.
그리고 나무가 있어.
나무색깔 벤취가 있고, 모래와, 밝은 빨강, 초록색 놀이 기구들도 있어.
나도 있어. 나무색깔 벤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
회색 돌을 쥐고 무심하게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거야.
공기는, 조금 차고 투명해.
키 큰 분홍색 지우개가 다가와서 내곁의 벤취에 조용히 앉았어.
지우개는 고무로 만들어져서 무척 조용한 편이야.
점잖게 보이긴 했지만 그다지 깔끔한 차림새는 아니었지.
어쨌든 그가 내게 뭐라고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난 잘 듣질 못해서, 되물어야 했어.
"뭐라고 한거야?" 하지만 어차피 그는 너무 조용한 편이라서 말이지,
한번 더 말해주었을 때도 난, 아주 주의깊게 들었는데도,
" ...... 하는 거니?" 밖엔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그 때, 내 가슴이 조금 지워졌어.
지우개는 조용히 일어나서 놀이터에서 나가버렸어.
그래서 가슴에 작은 구멍이 생긴거야.
이쪽에서 보면 조금 일그러진 타원형의 저쪽을 볼 수 있는 작은 구멍.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흔한 일은 아니니까
매일 있는 일도 아니니까, 조금은 센티멘탈해져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난 조금, 작은 구멍만큼 작아진 것도 같거든.
이젠 정말 졸려서 자야겠어.

1999.8.23.월 AM 01:37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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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6:48 2001/06/07 16:48

to soaa

from 2001/06/07 16:13
안녕? 더운 한낮이야.
내 방 건너편에 예전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고 있는데,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돌무너지는 소리, 무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소리...
그런 소리들이 한낮이라는 시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런 낮이면 뜨거운 양철지붕위를 살푼살푼 뛰어다니는 게 무척 재밌어.
어제도 내방 양철지붕위에서 그렇게 놀고 있었지.
스모그로 부우연 공중에 부우연 태양이 헐떡헐떡, 지붕은 따끈따끈...
가끔씩 지친 바람이 어디론가 끌려가듯 뒤돌아보며 지나가고...
그러나 나를 봐. 나는 아직 털이 촉촉하고 눈도 맑아.
뭐 그런 날이었다니까.
요즈음에 자주 있는 그런 흔한 날이었어.

갑자기 두더지 세마리가 지붕을 뚫고 나오기 전까지는 말야.
"이봐.","이봐","이봐" (동시에 세개의 다른 목소리로)
나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다가 지붕에서 떨어질 뻔 했어.
"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
마침 지나가던 바람도 놀라서 차가워질 정도였다구.
"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지붕에서 뛰지 말아줘."
6개의 까맣고 조그만 눈동자들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그들의 입은 거의 움직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물우물거리고...
"대답해주길 바래.","대답해주길 바래.","대답해주길 바래."
그들이 너무 진지하고 조용한 태도라서 태양까지도 잠시 숨을 멈추고
바람은 서늘해지고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았어.

"저....여기는 내가 사는 방인데..."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았지.
"우리는 이 방의 지붕아래 살아.", "맞아.","아무렴."
난 너무 난처해서, 일단 그들을 내방으로 초대했어.

"지붕에서 뛰어서 미안해요."
"아니 뭘...","아니 뭘...","아니 뭘..."
우리는 딸기차를 마시고 도토리과자도 먹고 그렇게 있다가 헤어졌어.

신기하지? 내 방 지붕안에...과묵한 두더지 3마리가 살고 있었어.
그들은 굉장히 조용한 타입의 두더지들 같았거든.
내가 매일 지붕위에서 뛰어다녀도 한참을 참다가는 겨우 어제야 이야기 한건지,
혹은 어제 이사와서 오자마자 이야기한건지...물어봤어야 하는데, 잊었네...

그건 그렇구...언제 한번 시간내어 후루라도 하자꾸나...

2001년 6월 7일 PM04:10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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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6:13 2001/06/07 16:13

좋은 기억...

from 우울 2001/06/07 15:00
과거에 대해 아주 쉽게 잊어버리는 타입의 개토는,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그다지 많지 않다.
혹자는 편리한 기억구조를 가졌다고 질타하기도 하였다.
때때로 나의 기억은, 실제 일어난 일과는 아주 다르게 남아있기도 해서
특히 나에게 불리한 기억의 경우, 재구성과정에서 젼혀 다른 사실로 창작되는 일마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에 대해서 아까 이야기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쟁이!" ^^;;

어쨌거나, 이런 와중에...
어젯밤, 개토의 방에서 담배연기와 함께 뭉실 떠오른 기억의 한장면...
형광등 불아래서 침대위에 옆으로 누워 깨알같은 글씨들에 행복해하며
밤이 새도록 책을 읽던 개토의 모습.

누군가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주저없이 '책'이라고 대답했었다.

아버지가 프로그래머였다는 이유만으로 컴퓨터가 너무 싫었고
절대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던 내가
혼자 살게 된 후부터는 컴퓨터 없이 살 수 없는 내가 되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정치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인간으로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나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인간에 대한 인류애적 사랑외에,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랑에도 둔감한 편이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능성은 내가 원하는
거리감이 있으면서도 친근한 관계를 만들기에 적당하였고
그래서인지, 어느새부터인가 늘 인터넷 안에 들어가 살게 된 것이다.

어제는, 밤새 한권의 책을 읽었다.
특별한 책은 아니었지만...그러다가 책을 사랑하는 나를 기억해낸것이다.
습관적으로 책과 인터넷을 번갈아 왔다는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것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어서...나는 책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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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5:00 2001/06/07 15:00

내 방 고양이 모모

from 우울 2001/06/07 13:52
상처.jpg
내가 사는 작은 방에는 모모라는 고양이도 산다.
모모는 2001년 3월 15일에 태어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뭔지 잘 모르겠다.
혹시...침대위에서 같이 뒹구는 게 아닐까...하고 그냥 추측을 해 보지만...
침대위에 내가 누워있으면, 옆에 와서 야오~옹 야오~옹 하는 것이다.
그럴때 살살 쓰다듬으면서 안아주면, 갑자기....!
부르릉 부르릉 뭔가 시동걸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고양이의 웃음인 것일까?
그러다가 잠이 들어도 한참동안 모모는 부르릉 부르릉 온 몸으로 표현한다.
"아아~ 좋아~"
아아~ 나도 좋아...

모모는 "모험하는 털뭉치"라는 뜻의 이름이다.
모모의 엄마는 전세계 어디 한군데 안가본 곳이 없을만큼 열정적인 모험가이며
모모처럼 검정, 노랑, 흰색의 삼색고양이로 보통은 '모험여왕 마마'로 통한다.
그녀의 오른쪽 눈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흰 털은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아기사자와 싸우다 생긴 상처라고 한다.
모모를 임신했을 때 마마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었다.
고양이 세계의 검은표범으로 유명한 카이로의 부유한 상인과
하룻밤의 깊고 진한 애증을 나눈 뒤,
마마는 태동을 느끼고 서울의 주인집으로 돌아와
무사히 모모를 비롯한 다섯 아가 냥이를 낳았던 것이다.
마마의 주인은 다섯 아가 냥이가 젖을 뗄 때 즈음...마마와 아가들의 장래를 의논해야했다.
마마는 모험여왕이었으므로 언제까지 아가들을 돌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주인은 웹사이트를 통해 마마 아가들의 탄생을 알리고 분양에 나섰다.
그리하여...한마리의 아가냥이가 2001년 5월 13일, 태어난지 두달이 채 안되었을 때
내 방에 오게 된 것이다.
나는 마마의 아가라는 것을 기억해두어야 한다는 생각과
마마처럼 씩씩하고 독립적인 여자냥이로 자랐으면 하는 바램으로
아가냥이에게 모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모모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온방안을 헤집고 다닌다.
좋아하는 장난감은 낚시쥐.
사료는 science diet growth...

아아~ 그것이 모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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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3:52 2001/06/07 13:52

2000/09/21

from 유럽여행엽서 2000/09/21 00:00

한국에서 5일에 떠났으니 벌써 보름이 지났네.

처음엔 신기하던 많은 것들이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렸어.

높은 천정의 고딕식 성당안에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 사람들의 미소, 뭐 그런 것들.

여기 오니까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각각의 미술가들이 추구한 것, 건물들의 나이, 나무이름, 등등.

마티스의 그림을 연대순으로 비교해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형태에 관한 것인데,

선과 면이 형태를 위해 존재하다가 형태는 사라지고, 선과 면만 남았다가는 결국

선과 면이 하나가 되어 그것이 형태가 되는 거야.

조각의 경우에는 반대인데, 선과 면이 형태를 위해 존재하다가 선과 면이 사라지고 형태만 남는데,

그안에 뭉그러진 선과 면이 살아있어.

뭘 하고 싶었던걸까? 마티스는.

세상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 재미있어.

한면에 바다와 하늘을 담는데...면을 둘로 나누는게 아니라 여러개로 나누어.

바다와 하늘을 대표하는 푸른색도 둘로 나눠서 번갈아 배치하고,

바다풀과 새들이 흰색으로 여기저기에 놓여있어.

표현하는게 힘들군. 마티스 미술관이 마음에 들었어.

남자건 여자건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고, 문신한 사람도 많고,

앞니가 없는 사람도 많아.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윙크하고 키스를 던지고...쩝.

 

2000.9.21.목. 맑음.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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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21 00:00 2000/09/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