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to soaa

from 2001/06/07 16:48
나는 오늘, 조금 센티멘탈해. 그야말로, 센티멘탈한거지.
하루종일 하늘이 잿빛 벽같았어.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외롭다고 생각했어.
"후후-. 그런데, 졸립다."
놀이터엔 주로 노랑, 주황, 흰색이 섞인 등을 켜두지.
그리고 나무가 있어.
나무색깔 벤취가 있고, 모래와, 밝은 빨강, 초록색 놀이 기구들도 있어.
나도 있어. 나무색깔 벤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
회색 돌을 쥐고 무심하게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거야.
공기는, 조금 차고 투명해.
키 큰 분홍색 지우개가 다가와서 내곁의 벤취에 조용히 앉았어.
지우개는 고무로 만들어져서 무척 조용한 편이야.
점잖게 보이긴 했지만 그다지 깔끔한 차림새는 아니었지.
어쨌든 그가 내게 뭐라고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난 잘 듣질 못해서, 되물어야 했어.
"뭐라고 한거야?" 하지만 어차피 그는 너무 조용한 편이라서 말이지,
한번 더 말해주었을 때도 난, 아주 주의깊게 들었는데도,
" ...... 하는 거니?" 밖엔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그 때, 내 가슴이 조금 지워졌어.
지우개는 조용히 일어나서 놀이터에서 나가버렸어.
그래서 가슴에 작은 구멍이 생긴거야.
이쪽에서 보면 조금 일그러진 타원형의 저쪽을 볼 수 있는 작은 구멍.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흔한 일은 아니니까
매일 있는 일도 아니니까, 조금은 센티멘탈해져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난 조금, 작은 구멍만큼 작아진 것도 같거든.
이젠 정말 졸려서 자야겠어.

1999.8.23.월 AM 01:37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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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6:48 2001/06/07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