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방 지붕밑에는 두더지 3마리가 산다.
워낙 과묵해서 아직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나는 어제 그들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과묵할 뿐만 아니라 예의도 바른 두더지들인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그들이 "어제 먹은 과자와 차는 정말 고마웠어요"라고 쓰인 메모와 함께
갓구워 따끈따끈한 파이를 창틀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평소 내가 일어나는 시간을 알고 있어서,
그 시간에 맞게 파이를 구운 후에
한마리가 창문에서 내가 깨는 것을 기다리고,
한마리는 지붕에서 다른 한마리를 내려다보며 신호가 오길 기다리고,
다른 마지막 한마리가 파이가 타지 않고 따뜻하게 있을 정도로 오븐의 온도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럴수가! 그 파이는 바퀴벌레 파이였다.
내가 음식을 좀 가려먹기는 하지만, 바퀴벌레 파이를 먹지 않는다고 혼이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와 같은 종의 동물들은 바퀴벌레는 잘 먹지 않는다.

나는 그 파이를 어떻게 해야할지...정말 난감해 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내 방에 바퀴벌레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바퀴벌레 파이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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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8:37 2001/06/07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