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to flyingtrees

from 2001/06/07 16:51
눈이 아픈 날이었어.
하루종일 눈에 뭐가 들어간 듯, 갑갑한 것이 몹시 피곤해지는 하루였다니까.
오늘은, 부끄나방이 방에 들어오지 않아야 할텐데.

밤새, 부끄나방이 방안에 온통 부끄가루를 뿌리고 다니니 말야.
내 생각엔 아무래도 부끄가루에 눈을 아프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 같아.
맘같아선 두꺼운 책으로 "퍽"소리나게 내리쳐서 잡아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혹시 내가 말했었나?
지난번에 부끄나방을 'LG 냉장고 사용설명서'로 뭉갰다가
한바터면 B 세계에서 못빠져나올 뻔 했쟎아.

어쨌든 부끄나방이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야.
들어왔다하면 맘내킬때까지는 절대 나가지 않으니 원.

그럼, 부끄나방 조심하고, 좋은 꿈 꾸어라...

2001년 2월 19일 AM00:10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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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내가 부끄나방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았었군.

뭐 대단한 일은 아니었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부끄나방을 죽이면, 부끄나방은 B 세계로 열리는 문이 되거든.
생각보다 부끄나방은 뚱뚱해서 상당히 큰 문이 되더라고.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그날도 좀 더운 날이었어. 창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아무래도 후루를 못하겠는거야.
걱정이 되긴했지만 후루를 하고 싶은 마음에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었지.
결국, 내 잘못이긴했어. 그 상태로 잠이 들어선 안되는거였는데.
부끄나방이 들어와버린거야.
온통 부끄가루로 방안이 가득해졌어.
가루가 너무 밝기도 하고 알록달록 정신이 없기도 해서
잠이 깨어버린 나는 너무 화가나,
부끄나방을 'LG 냉장고 사용설명서'로 한번에 내리친 것이지.

그런데 'LG냉장고 사용설명서'에 묻은 부끄나방이
붉은 색의 액체를 잔뜩 토해내더니
(상당히 뚱뚱해서는, 엄청난 양의 액체를 쏟았다니까)
납작해져서 죽어버렸어.

문제는 그 붉은 액체였는데, 'LG 냉장고 사용설명서"를 비롯해
액체가 묻은 곳마다 B세계로 열리는 통로가 생긴거야.

특히 부끄나방의 바람빠진 듯한 시체가 놓인 곳에는
엄청 큰 통로가 생겨버렸어.
흡입력도 대단하더라구.

B세계 안에는 부끄나방들만 사는 모양이야.
부끄가루가 허리까지 차서 걷는 것도 힘들었어.
어떻게 돌아왔냐구?
다행히 손에 'LG 냉장고 사용설명서'를 든 채로
B 세계에 들어온 터라
부끄나방 한마리를 한대 "퍽"하고 쳤더니
돌아오는 통로가 생기더라고.

걸레로 열심히 닦아내긴 했지만
아직도 통로가 좀 남아서 우리 집엔 부끄나방이
자주 왔다갔다 하곤해.

뭐 좀 귀챦기는 해도 내 잘못이니 참아야지 어쩌겠어.

글이 좀 길어졌구나.
자주 좀 보자꾸나.
다음 번에 함께 후루라도 하자.

20001년 2월 19일 AM 00:33
개토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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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6:51 2001/06/07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