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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 북

from 2007/08/27 00:48

[필로우북]을 보고 세이 쇼나곤에 대해서 찾아보니 한국에도 번역된 책이 있었다.

찾는 와중에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여성작가의 [겐지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1000년도 더 전에 살던, 동양여성작가의 글이라니.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여기에서 펌.

세이쇼나곤 / 마쿠라노소시(베갯머리서책)

세이쇼나곤(淸少納言) 서기 964년경, 유명한 가인(歌人)을 여럿 배출한 중인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993년 천황의 비인 중궁을 보필하는 뇨보(女房:고위 궁녀)가 되어, 풍부한 감성과 수준 높은 학식, 발랄한 문재를 발휘하며 중궁을 둘러싼 궁궐 귀족 사회의 문예와 풍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1000년 중궁 데이시가 사망한 후 궁에서 물러나, 1001년 《마쿠라노소시(枕草子:침초자)》 초고를 완성했다. 만년에는 비구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해는 분명하지 않다.

 

  『겐지 이야기』와 함께 일본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마쿠라노소시』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헤이안시대의 고위 궁녀가 천황비인 중궁을 보필하면서 체험한 일과 개인적인 감상을 써내려간 글로, 일본 수필의 효시로 알려진 작품. 저자는 중궁과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풍류를 즐길 정도로 학식과 감각이 뛰어났으며, 그녀의 말과 글은 당대의 정형화한 미의식을 깨고 새로운 미적 감성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풍습,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관찰과 허를 찌르는 재기가 '천 년 전의 것' 같지 않게 흥미롭다. 몸이 아프면 귀신 때문이라고 믿고 스님을 불러 기도하게 한다든지, 결혼해도 함께 살지 않고 남자가 여자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등의 모습들은 우리에겐 분명 낯선 모습이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한다.

제목의 '마쿠라(枕:베개)'는 몸 가까이 은밀히 지니는 것을 의미하고, '소시(草子)'는 묶은 책을 뜻한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베갯머리 서책' 정도 되는데, 친근한 제목처럼 문체도 쉽고 명료해, 고전을 읽을 때의 난해함이나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기발한 착상과 개성적인 서술은 지금 읽어도 신선하고 기지에 넘치며, 대부분의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면서도 밝은 내용들이다.

 

25단 밉살스러움-얄미운 것

급한 일이 있을 때 찾아와서 수다떠는 사람. 좀 편한 사람이면 그나마 나중에 얘기하자고 돌려보낼수도 있으련만 상대가 지체 높으신 분이라도 되면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말을 못 거낸다. 벼루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간 것도 모르고 먹을 갈았을 때나 벼루속에 돌이 들어가 끽끽 소리가 나는 것도 밉살스럽기 그지없다.

급한 병자가 생겨 수도승을 부르려는데 마침 자리에 없어 하인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겨우 불러와 한숨 돌리고 기도를 올리게 했더니, 요새 장사가 잘되서 자주 불려 다녔는지 앉자마자 다라니경 읽는 소리가 반쯤 조는 소리인 것도 정말 밉살스럽다.

대단한 것도 하나 없는 사람이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득의양양하게 남에게 설교하려고 드는 것도 얄밉다.

화롯불이나 화덕 앞에서 손바닥을 몇 번이고 뒤집고 마주 비비면서 불쬐는 사람도 꼴불견이다. 젊은 사람은 차마 그렇게 몰염치한 행동을 못 하는데 나이 들고 볼썽사나운 사람이 곡 그렇게 화롯전에 다리까지 올려놓고 마주 비벼댄다. 그런 파렴치한 노인네가 남의 집에 찾아와서는 앉기 전에 먼저 부채로 여기저기 먼지를 털고는, 한 번에 차분하게 앉지 않고 이리저리 자세를 바구가며 앉는다. 게다가 가리기누 자락을 말아 올리고 앉을 때도 있다. 이런 천박한 행동은 극히 비천한 것들만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왠만큼 신분 있는 시키부다이부라는 사람도 그러는 것이었다.

또 술을 마시고 주정하며, 손가락으로 입 안을 쑤시고, 수염도 쓰다듬으며 잔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사람도 보기 싫다. 한 잔 더 하라는 뜻인지 몸을 마구 흔들며 머리를 휘두르고 입술까지 비죽거리며 아이들이 "나라님 댁에 찾아가서" 노래를 부를 때와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런 추태를 어엿한 신분의 사람이 하는 것을 보앗을 때는 정말이지 싫어진다.

뭐든지 남의 탓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신세 한탄을 하며 특히 남의 뒷얘기를 좋아하여 하주 사소한 일까지도 꼬치꼬치 캐서 알려들고, 혹시 얘기라도 안 해주면 원망을 늘어놓고 욕을 하며, 또 남한테 들은 얘기도 원래부터 자기가 알던 것처럼 득의양양하게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도 정말 꼴불견이다.

남 얘기를 들으려고 할 때 우는 아기나 무리지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퍼드덕 퍼드덕 날갯소리를 내며 우는 까마귀도 밉살스럽다.

다른사람 몰래 오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치없이 짖는 개도 얄밉다. 또 남의 눈에 띄면 안되는 곳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나, 몰래 찾아오는데 높은 에보시(성인식을 거친 남자가 주로 평상복을 입을 때 쓰는 관이다)를 쓰고와서, 남의 눈을 피한답시고 허둥지둥 들어오다가 물건에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사람도 얄밉다. 특히 이요(伊代) 지방 발(가는 대나무로 엮은 조잡한 발) 밑을 건드려 부스럭 소리를 내거나, 장식 있는 발의 끝대가 바닥에 탁하고 닿는 소리를 내는 것은 바보스럽기까지 한다. 발을 살짝 들고 들어오면 소리가 안 날 텐데 말이다. 쪽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것도 도대체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조금 들어 올리듯이 열면 그런소리가 나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여닫으니 장지문 열 때도 큰 소리가 난다.

졸음이 쏟아져서 자려고 누웠는데 모기가 가느다랗게 윙소리를 내며 얼굴 언저리를 날아다니는 것도 밉살스럽다. 그 몸만큼이나 작은 날개로 바람까지 보내니 정말이지 어떻게 해주고 싶다.

삐걱거리는 우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도대체 귀머거리인지 화자 치민다. 주인이 타고 있으면 그 차 주인까지 미워진다. 또 얘기할 때 잘난 척 앞질러 가는 사람이나 얘기 중간에 말참견하는 사람은 어른이든 애든 다 보기 싫다. 가끔오는 애들은 귀여워하며 좋아하는 것을 줘서 보냈더니, 그것에 맛을 들여 계속 찾아와서 마치 자기네 집인 것처럼 함부로 드나들며 물건을 어지르는 것도 정말 밉다.

집에서나 중중에서나 될 수 있으면 안 마나고 싶은 사람이 찾아와서 일부러 자는 척하는데, 시녀가 자꾸 와서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마구 흔들어 깨우는 것도 밉살스럽다. 신참 뇨보가 고참을 제쳐두고 마치 다 안다는 듯이 갓 들어온 뇨보를 가르치려들며 간섭하는 것도 얄밉다.

지금 깊은 관계에 있는 남자가 이전 여자에 대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칭찬하는 것도 지난 일이긴 하지만 화나는 일이다. 더구나 칭찬하는 여자와 지금도 관계를 계속할 경우에는 더 화가 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얘기를 듣고도 그다지 화가 안 날 때도 있다.

재채기하고 주문 외는 사람이나, 남자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재채기하는 것도 매우 화가 난다. 이 또한 매우 밉살스러운 주냊다. 옷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옷 속에서 통통 튀어 다닌다. 개 여러 마리가 소리를 맞추어 길게 끌며 우는 것은 얄밉다 못해 불길하기 까지 하다.

문을 안닫고 다니는 사람도 매우 얄밉다.

 

48단 듬직한 소

소는 이마가 좁고 하얗고, 배 아래와 발, 꼬리 끝이 하얀 것이 좋다.

 

49단 미인고양이

고양이는 몸 전체가 다 검은색이고 배만 새하얀 것이 좋다.

 

60단 새벽에 헤어지는 법

새벽녁 여자네 집에서 돌아가는 남자는, 너무 복장을 단정히 하고 에보시 끈을 꽉 묵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올 때도 일어나기 싫은 듯이 우물쭈물하다가 여자가 "날이 다 밝았어요. 다른 사람 눈에 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하고 재촉하는 말을 하면 그제서야 겨우 후유 한숨을 내쉬면서 정말 헤어지기 싫다는 듯이 하는 것이 좋다. 그저 우두커니 앉아서 사시누키를 입을 생각도 않다가 입을 여자 귀에다 대고 밤에 한 얘기를 속삭이는 듯하면서 속곳 끈을 묶고 일어나서는, 격자문을 밀어 올려 쪽문 있는 곳까지 여자를 데리고 간 후 낮 동안 못만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다시 한 번 여자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남자가 이런 식으로 해서 나가면 여자 쪽에서는 장녀히 드 뒷모습을 쳐다보며 헤어지는 것을 슬퍼한다.

그런데 보통은 그렇지가 않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갑자기 생각난 듯 벌떡 얼어나 잽싸게 사시누키 허리끈을 묶고, 노시나 포, 가리기누 소맷자락을 걷어 올리는 등 옷매무새를 매만진 다음, 허리띠를 꽉 매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에보시 끈을 꽉 묶어 안에 집어넣고 반듯하게 다시 쓴다. 그리고 어젯밤 베개 위에 놓아둔 부채나 종이를 더듬더듬 찾다가 어두워서 잘 안 보이면 "어디 있느냐  도대체 어디 있느냐니까"하며 손으로 방바닥을 쳐서 겨우 찾아낸 다음 후유 간신히 찾았네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그 부채를 마구 부치며 품에 회지를 집어넣고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라며 돌아가는 것이 보통 남자들의 태도다.

 

136단 구제불능-못 말리는 것

얼굴도 못생겼으면서 성격까지 나쁜것. 옷에 먹이는 풀에 물이 들어간 것. 누구나 다 싫어하는 거라도 빼놓으면 좀 그러니까 쓴다. 장례식에서 피우는 불에 쓰는 부젓가락. 이것도 흔히 볼수 있는 것으로 여러사람에게 특별한 척 보일 만한 것은 못 되지만, 이 책자가 다른 사람 눈에 띄리라고는 생각 못 하고 떠오르는 대로 쓴 것이다.

 

136단 무서운 형상-무서워 보이는 것

상수리 꼭지. 불타서 탄 자리. 가시물풀. 마름. 숱 많은 남자가 머리를 감고 나서 말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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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00:48 2007/08/27 00:48

새벽

from 우울 2007/08/26 03:00

구걸해보았지만, 그닥 벌이가 좋지 않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새벽이다.

두렵지 않은 자유란 건 참 좋다.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보다 더 든든한게 있을까?

늘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조금은 그럴질도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곳이 생겼다.

벌써 8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느낌.

 

하루가 참 길구나.

 

요란한 음악을 공중에 흩뿌리면서 오토바이 두대가 지나간다.

오토바이마다 두사람씩 검은 실루엣이 멋지다.

 

필로우북.

나의 필로우북.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럽고도 단단한 뼈.

혀.

고양이의 혀.

움직이는 손가락.

목덜미.

종이 냄새.

뜨거운 물.

색채.

연필의 움직임.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가는 바람.

가로등불빛.

엽서.

카메라의 찰칵 소리.

얇고 예리한 것에 베었을 때 느끼는 깊숙한 아픔.

깊숙함.

 

네가 스물여덟살이 되면, 이 책은 만들어 진지 1000년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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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03:00 2007/08/2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