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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2005년

새해들어서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잠시 잠깐 한국에 다녀갔다 왔더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예전의 생활패턴으로 돌아가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그림은 6500 광년 떨어진 독수리성운(eagle nebula 주1)을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위쪽의 밝고 뾰족뾰족한 부분이 별이 탄생하는 곳입니다. 막 탄생하고 있는 별들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망원경에 도달하는데 6500여년이 걸린 셈이니, 성운에서 뛰쳐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 중 일부는 이미 성운을 아주 조금 벗어나 밝은 빛을 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다지 오래동안 외국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낯익은 길거리 이곳저곳과 만나는 사람들 한명 한명이 너무나 반갑고 아름다워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할 수 없죠. 직장이 여기에 있으니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했지만, 빨리 미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할 즈음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다가 새해가 시작되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오기전에 여자친구에게 올해는 운전면허를 반드시 따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올해가 끝날 때 즈음에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한가지 생겼습니다. 담배도 끊겠다구 했는데, 올때 면세점에서 싼 가격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보루를 사와버렸습니다. ^_^;; 별다를 것 없는 새로운 일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에는 작은 시작과 계기가 있게 마련인지라 약간의 설레임도 있습니다.

 

예전에 자주 갔던 서점에 밤 11시쯤 찾아가서, 다섯권의 책을 사왔습니다. 정문태의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정수일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김동춘의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안재성의 [경성 트로이카]. 읽고 싶은 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살 수 가 없어, 그냥 눈에 띄는 데로 예전에 꼭 봐야지 하고 머리속에 넣어두었던 것과 일치하는게 있으면 그냥 집어 왔습니다.

 

안재성의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 [경성 트로이카]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와중에 모두 읽어버려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마치, 너무 몰입해서 보던 영화가 끝나는 것이 두려운 느낌...  예전에 미국올때 들고 온 몇 안되는 책들 중에 서중석의 [한국현대민족운동연구-해방 후 민족국가건설운동과 통일전선]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소설의 소재는 엄연한 현실이지만, 너무나 영화적이라, 조금 더 냉정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20세기 초반은 영화적 시대였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은 마음속에서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중석의 책을 다시 꼼꼼히 한 번 읽어보고 [경성 트로이카]를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1900년의 앞뒤 50여년의 한반도의 역사에서 밝혀야 될 것도 배워야 될 것도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문태의 책은 한국에서 이미 다 읽어버려, 여자친구에게 주고 온다는 걸 깜빡하고 들고 와버렸습니다. 인도네시아, 아프카니스탄, 팔레스타인, 예멘, 버마 전장의 생과사의 갈림길에 있는 모든 사람들...

 

새해 기분을 내려고 별이 탄생하는 성운의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쉽게 말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우주적 공간과 시간에서도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올해도 나의 작은 여러 시작 중 하나이겠지요. 이 작은 글을 읽는 분들의 작은 시작이기도 하구요.

 

뱀꼬리) 새로운 일년이 시작되어도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이(저작권법, 이란침공가능성, 민주노동당문제등등) 일어나고 있네요. 역시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고 있네요. 해가 바뀌거나 말거나.

 

주1)독수리성운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65,000,000,000,000,000km) 떨어져 있는 암흑성운중 하나입니다. 사진의 실제 세로 길이는 대략 10광년(100,000,000,000,000km)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왼쪽 사진은 세가지 사진을 합성한 것인데, 붉은 색은 주로 성운에 있는 황(Sulfur)을 나타내는 색깔이고, 녹색은 수소, 푸른색은 산소의 색깔입니다. 즉 황에서 나오는 것만 찍고, 수소에서 나오는 것, 산소에서 나오는 것을 찍은 후 각각의 성분에 RGB의 색깔을 입혀주고 합성하면 왼쪽과 같은 칼라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 왼쪽 사진의 윗부분을 확대한 후 허블 사이트에 있는 설명그림을 편집해서 붙여 놓았습니다. 성운은 우주에서 분자들이 뭉쳐져 있는 일종의 구름같은 것인데, 주변의 아주 밝은 별의 강한 자외선이 분자구름을 때리면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부분이 남게 되고 나머지는 흩어져버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분자 구름들이 걷히면 아래 그림처럼 별들의 씨앗들이 생긴다고 믿어지고 있답니다. 빛들이 분자들을 흩어지게 만들면서 씨앗을 만들고 씨앗들이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단단해지면서 별들이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머리속에서 그 시간의 길이를 상상하기는 너무나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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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곳은 이제 곧 Holiday Season이라고 불리는 긴 연휴에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새해 첫날까지 죽 놀죠.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고, 그냥 그 사이에 전부 휴가를 주는 형식으로 노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도 강제로 휴가를 줍니다. 미국식 '정치적 옳바름'과 긴 연휴의 영향때문인지, 사람들이 인사를 할때, 'Merry Christmas'란 말은 거의 쓰지 않고, 'Happy Holidays'란 말을 씁니다. 어쨌든, 길게 노니까 좋긴 좋네요.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없어서 텅 빈 느낌이 듭니다. 대학과 큰 연구소가 있는 조그만 도시라서 그런지, 더더욱, 사람들이 모두 다 빠져 나간 느낌이 드네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도 마냥 그 자리에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 그런지, 매년 매년 연말의 기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상하고도 슬픈 소식이 올해가 끝나는 12월까지 끊임없이 들려서, 마냥 즐겁게 연말의 기분에 빠져들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도 또 한해가 지나가니, 제 자신의 짦은 개인사에서도, 삐걱거리는 한국의 역사에서도, 수난받고 있는 지구의 연대기에서도, 그리고 우주의 일생(^_^;;)에서도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10만년 정도 후에 인류가(그때까지 있다면) 관찰 할 수 있을 새로운 별이 은하 저편에서 탄생했을 것이고, 이미 지구가 가지고 있는 석유 매장량의 절 반 이상을 올해 다 써버렸을 것 같고,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제가 진보블로그에 찔금찔금 외국 생활에 대한 글을 썼던 일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갈때 사려고 적어둔 책 목록을 죽 훑어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참 많이 들었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왼쪽 사진은 예전 세쿼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어려서 죽은 나무'입니다. 2000년 이상을 거뜬히 버틴 거인나무들 속에서 이미 말라 그 생명을 읽어버린 나무의 모습입니다. 근데 자세히 보면 뭔가 큰 자연재해가 있었던지, 그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쓰러져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많이 자란 나무들은 너무 커서 그 자연재해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쓰러져서 죽어 있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라서 온전한 나무 사진 하나를 올려 보려고 했는데.. 이 나무의 모습이 웬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_^;; 언젠가 이 나무들도 다시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갈 겁니다. 일년씩 지나서 결국 언젠가 10만년이 지나겠죠.

 

내년이라고 올해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하루하루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결심의 목록을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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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이 글은 진보네님의 [블로그 스킨 바꾸세요] 에 관련된 글입니다.

 

진보넷블로그 담당자분들의 수고에 힘입어 이제 마음대로 스킨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스킨을 바꾸는 일이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주말을 맞아서 바꿔 보았습니다. 이번에 바꾼 것은 그렇게 독창적인 것은 아니고, 예전에 웹서핑을 하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urlgrey greenish orange style의 웹페이지 디자인 형식과 비슷하게 만들어봤습니다. 예전에는 css도 참고할 수 있도록 보여주곤 했었는데, 지금보니 그냥 작은 그림으로만 볼 수 있게 되어 있군요. 여하튼 한 번 바꿔 보니 기분 좋네요. 참고한 웹페이지의 대략적인 모양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거의 비슷하죠... 다음번에는 나름의 웹페이지를 한 번 디자인해봐야겠네요... 시간이 나면 말이죠.. 진보넷 블로그 담당자분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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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쁨

이라고 제목을 써놓으니, 쓰려고 하는 내용과 잘맞지 않는 것 같네요.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맥주가 전해준 행복감'이라고 쓰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신문에 나는 여러가지 소식을 보면 이렇게 저렇게 술먹게 만드는 일들이 많네요. 이럴 때, 친구들 하고 같이 오뎅국물에 소주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런게 없죠.

 

그래도, 후배를 불러서 주말에 맥주 한잔 했습니다. 몇일 전에, 맥주의 왕국,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에게 맥주추천을 부탁했었드랬죠(아일랜드 맥주 기네스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랬더니, 그 친구가 추천한 맥주는,

 

St. Peter's Cream Stout.(성 베드로 크림 흑맥주)

 

위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예전에 수퍼에서 팔던 "진로관광소주"병을 약간 부드럽게 처리한 모양입니다. ^_^.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의 설레임, It's CREAM ! stout !. 그랬더니, 그 친구가 향이 너무 진해서 초콜렛 ! 향기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구요. 아~~ 기대가 충만한 금요일을 보내고 주말에 맥주를 사러 갔었습니다. 이 맥주는 영국산이고, 병은 1770년부터 같은 모양을 쓰고 있고 맥주는 700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병에 적혀 있었습니다. 맛은, 말 그대로, 엄청나게 진하고 두터운 검은 맥주의 향기와 목넘김이 짙고 쓴 초콜렛처럼 입안 전체를 휘감는 아름다운 맛이었습니다. ^_^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이, 연구원이라는 직업도 시계추처럼 하루하루를 보내죠. 특히나 컴컴해지면 모두모두 각자의 집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는 이곳의 생활이 더해지면, 혼자서 사는 사람들은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생활이 계속 반복된답니다.

 

그 와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맥주맛을 보게 되니, 나름대로 맥주값이 싼 나라에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어쩨, 쓰고 보니 약간 슬퍼지네요.

 

대문에 걸어둔 사진은 주말에 집근처 골목을 모두 막고 벌어진 동네 축제+장터 사진입니다. 젊은 악사의 흥겨운 바이올린 연주소리처럼, 들썩들썩거리는 장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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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제 이곳은 우기. 동쪽 내륙으로 들어가면 둥글둥글한 언덕(꽤 커서 언덕이라고 부르기는 뭣하고...나지막한 산이라고 해야할까..)들이 있는데 보통 나무 하나 없고 잔디같은 잡초(잔디가 잡초인가?)만 덮혀 있습니다. 보통 여름에 보면 바싹 말라서 누렇게 보이죠. 마치 황금들판(!) 같이 생겼답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비가 자주 와서 파릇파릇해집니다. 마치 천연 골프장 같이 보여요.. 여하튼 이렇게 또 계절이 지나가고, 눈도 없이 비가 주룩주룩 오는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저녁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먼저 집에 와서 저녁 해먹으며 TV를 틀어봐도... 별 재미 있는 것도 없고.. 미식축구와 핀트가 않맞는 코미디 프로... 헐리우드 연예소식... 안테나 올리면 나오는 공중파가 5개 정도 잡히는데, 채널을 잘 맞추면 공중파가 하나 더 잡히죠...중국방송!

 

이곳의 중국인 이주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 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이 산답니다. 세계 어딜가도 중국인은 많지만, 이곳은 더더욱 많은데, 혹자는 과거 미국의 철도공사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120-130여년전 대륙을 잊는 철도 대공사의 거의 모든 부분을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했답니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라는 영화를 보면 배경으로 잡히는 철도공사 장면에 엄청난 중국인들이 보이죠...) 여하튼, 그래서 중국 공중파가 잡힙니다.

 

틀어보니, 헛.. 이병헌, 송혜교, 허준호등등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올인'이었습니다. 근데, 재미있게도, mandarin(보통 중국말)으로 더빙된 데다 밑에는 cantonese(홍콩, 마카오에서 쓰는 말) 자막이 나오는 겁니다. 헛! 가만히 보니, 내가 만약 그 배우들을 몰랐고 건성건성으로 봤다면 이건 영락없이 중국드라마라고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재미있고도 요상한 기분이네요. 연구실의 싱가포르 친구가 자기 나라에서도 온통 한국드라마 본다고, 난리라고 하던데, 여기서도 '중화'드라마 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학교앞 문방구에서 코팅해서 팔던, 왕조연, 유덕화 책받침이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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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위 사진은 레이버 투데이에서 무단으로 가져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레이버 투데이의 기사에서

 

"전비연은 타워크레인 점거로 공사 진행이 중단돼 피해를 입은 현장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를 힘겹게 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라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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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지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추수감사절 연휴다. 가족들과 모여서 칠면조 먹고(일년에 단 한 번 먹는 듯 하다), 이곳저곳 여행다니고, 엄청난 세일행사를 벌이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이곳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것 같다. 추수감사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이미 관심 밖인 듯 하다.

 

연휴기간중 이틀정도를 이용해서, 근처(자동차로 4시간거리)에 있는 Yosemite라고 불리는 유명한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아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역사가 짧다보니(아마도 유럽과 비교해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훨씬 더 열정적으로 사람들이 유명한 자연관광지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미국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지만, 여하튼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고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공원 혹은 그 근처에서 차를 몰다가 쓰레기 버리면 벌금이 1000달러).

 

거의 대부분의 미국국립공원은 원래 미국인디언의 거주지였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모든 지명이 인디언말이다. 요세미티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어떤 경우는 경외감이 생길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신의 고향터전에서 쫓겨나 풀 한포기 자라기 힘든 중서부 사막지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가서 미국 정부의 무력화정책에 농락당한 현재의 인디언의 모습들이 경외감과 함께 알수 없는 슬픔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위 사진은 요세미티 공원 남쪽 귀퉁이에 있는 유명한 세콰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나무의 모습이다. 앞 표지판이 사람 가슴정도의 높이니까, 뒤의 나무들의 크기를 대략 가늠할 수 있을 법하다. 높이는 약 70-90미터 정도 되고 나이는 평균 약 2500년 정도 되는 세콰이어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약 500여 그루 모여 있는 곳이다. 2000년 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머리 속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마천루처럼 높이 솟은 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면, 왕가위의 영화처럼 주위의 모든 것이 휙휙 스쳐지나가면서 커다란 나무만이 조용히 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십만가지의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고, 2000년의 시간을 상상해보려는 노력을 말로 쓰니 참으로 초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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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God!

미국대선이 끝났다. 미국이란 나라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전부 한 정당 혹은 그들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의 지배에 들어갔다. 마치 노태우 시대에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전부 같은 고등학교 출신들이 장악한 것과 비슷하다. 노태우 시대에 공유하는 가치라곤 '우리가 남이가'밖에 없는 놈들과 비슷하게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는 나라의 모든 권력이 중세적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에게 들어가 버렸다.

 

중요한 것은 'Moral Value'다. 예전에, 주한미군은 이제 한국에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미국 사람들은 미국군대가 외국에 왜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술마시다 한 미국인 교수에게 이야기 했더니..그가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착한(innocent)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종의 동문서답일 수도 있는데..글쎄, 어쩌면 그가 한 말이 맞을 수도 있다. "innocent"하다...

 

'착한' 사람들... 상시적으로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연방정부에 내는 엄청난 세금은 전부 미사일이나 무기 제조에 쓰이고, 의료보험이 없어서 엠블란스에 실려가면서도 엄청난 엠블란스 사용비를 걱정해야 되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부자들의 세금만 감면하고 의료보험개선에 절대 반대하고(사실, 미국에 의료보험이란게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 아주 잠깐만 여기에 살아봐도, 부자가 아닌 한 미국식 의료보험이란게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미국식 의료 보험을 주장하는 한국의 의료인단체들을 보면, 이제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 수만개의 일자리를 없에버리고, 소상인 보호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에 반대하고, 도덕적인 해이에 빠진 기업가를 보호하는 공화당에 찬성을 한다. 왜?

 

이유는 "Moral Value"다. 신을 믿는가? 낙태를 반대하는가? 동성애를 거부하는가? 창조론을 인정하는가?들이 중요한 문제다. 문제는 정책이 아니다. 문제는 군대를 보내 전쟁을 하거나, 주변의 이웃이 저 멀고 먼 타국 땅에 가서 자본의 이득을 위한 전쟁에 희생양이 되어서 죽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지도자가 얼마나 자신과 도덕적, 신앙적 생각을 공유하는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강하게 그것을 실천하는가? 문제는 내 이웃이 세계지도상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에 가서 우리의 신념을 위해 싸우다 죽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새로운 중세다. 교황청은 대법원이, 기사단은 백악관이 되었다.

 

두번째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낙태에 대한 질문을 두 후보가 받았다. 부시는 단호하게 'NO!' 별다른 이야기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NO'다, 그러면서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캐리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다... 하지만 캐리도 전국에 방송되는 TV토론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서 낙태에 찬성한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어쩌구 저쩌구... 결국 그는 구걸하다 망한것이다.

 

글쎄, 어차피 제국주의적인 미국이라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똑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로 그들의 정책이란 것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공화당이 점유하고 있는 가치는 다른 정책이나 '정치'로 대체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앙은 복속되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의 한가지를 선택해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BS(미국 공영방송)의 우려섞인 분석대로 '민주당은 영원히 소수정당이 될 수도 있다(Democrats could be the permanant minority)'

 

연구실의 할머니 비서가 춥고 어두운 시대에도 작은 불빛은 살아남고 결국은 밝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길래, 당신이 옮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녀의 대학 졸업식때 찾아온 케네디 대통령을 기억하는 60년대 부터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살아왔다. 내가 당신은 그 어두운 레이건의 80년대도 견뎠으니, 이건 별 것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니 씁쓸하게 웃는다.

 

동성애에 대한 거부, 낙태에 대한 반대, 테러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이란 그들의 생각에 사회주의나 북한을 집어넣으면 어찌 그리 똑같은가? 테러를 당한 뉴욕이나 테러의 주요한 대상이 되는 모든 대도시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허허들판에 갖고 있는 제일 큰 건물이란곤 Wal-mart밖에 없는 동네에서 자기들이 다니는 교회가 테러의 대상이 될까봐 벌벌떠는 모습이, 행여 북한이 쳐들어와 자신들과 싸울지도 모른다고 과대망상하는 영남의 보수주의자들과 어찌 그리 닮았는가?

 

이제 부시의 남은 4년동안, 그는 미국 대법원의 종신대법관 모두를 완벽한 보수주의자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두고 볼 일이다. 그들이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오늘도, TV에서 공화당 인사가 나와서 자신들의 가치의 승리의 예로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든다. 이런 역겨운 일들을 4년동안 혹은 더 이상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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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정리

흠...한국입장에서 보면 누가 되어도 비슷할 것 같기는 하지만(음...아무래도 북한 정책에 대해서는 케리의 것이 그래도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낫긴한데..--;;)...그래도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4년간 또 이 녀석의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하다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놈의 결정하나에 죽어나가야 하는지....

 

어제 ABC방송을 보는데, 제닝스란 유명한 앵커가 선거방송을 진행하면서,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보스턴등등의 인구 밀집지역(또 민주당지지 지역)의 출구조사에서는 후보를 판단한 근거에 대한 질문에 압도적인 다수가 '이라크 전쟁'을 꼽았던 반면, 지도에 뻘겋게 표시된 거의 모든 중,중동,중서부 지방에서는 후보판단의 근거가 'Moral Value'라고 대답했단다. 근데, 이거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제닝스란 앵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이게 뭘까하는 표정이고...흠...

 

여하튼 법률에 대한 결과를 대강 정리하면 버클리시에 제안된 세금 인상안은 대부분 부결되었고, 캘리포니아 주에 제안되었던 stem cell research에 대한 proposition71은 통과(이제 이건 부시의 연방정부와 엄청난 갈등을 일으키리라 예상되네요), three strike out제도를 개선하자는 법률은 통과 실패(터미네이터 주지사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DNA sampling 확대법률은 통과(이것도..)...여하튼, 전반적으로, 이곳의 진보진영이 노력하던 의료보험확대와 three strike out 제도 완화보완, DNA sampling 확대 반대 등등이 모두  캘리포니아남부와 내륙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서, 결실을 거두지 못하게 되었네요. 참, 저소득 정신병 환자의 사회적 지원에 대한 세금 확충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은 일년소득이 백만불이 넘는 사람에게만 과세하는 것이라서..찬성이 많았네요. ^_^ . 특이한 것은 stem cell research는 민주당 지지파들은 찬성, 공화당은 적극 반대 였는데, 캘리포니아 남쪽이 헐리우드 스타들의 설득(죽은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나 마이클 J 폭스 같은 배우들..)에 찬성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있네요.

 

어제 뉴스를 보니 한가지 재미있는 법률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안되었던데, 법률의 내용이란 것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도록 연방정부에 요청하는 법'이랍니다...이건 70%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 여하튼 꿀꿀한 선거 결과입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지난 번에 올려 놓았던 대문 사진을 정리해 놓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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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와 법3

이곳 시간으로 이제 몇시간만 더 있으면 이런 저런 말 많던 선거가 시작된다. 지난 번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는 대통령선거보다는 여러가지 법률에 대한 선거가 더 큰 이슈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에서 투표로 재정을 결정하는 법률은 proposition 1A, 59, 60, 60A,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로 총 16개로 유권자는 Yes or No로 답하면 된다.

 

굉장히 다양한 이슈가 있다. 먼저 미국내, 혹은 캘리포니아내의 특수한 문제로는 공화당집권으로 삭감된 여러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법률-어린이 병원 건설, 정신병 치료에 대한 공공서비스 확보를 위한 예산을 위한 세금 인상, 응급병원과 서비스를 확충하자는 법등이 제안되었고, 물론, 공화당 지지파는 TV에서 이 법에 대해서 NO하라고 광고 하고 있고, 소방관이 출연해서 이 법률에 대해 YES하라는 광고가 나온다.

 

삼진아웃제도(Three Strike Out)라고 해서, 살인, 강간, 강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한 격리제도에 대해 제안을 두자는 법률 66도 커다란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삼진아웃제도는 미국내에서도 아주 엄격한 편인데, 두번의 strike를 받으면(즉, 두번의 살인강도강간등의 중범죄를 저지르면) 그 다음 번에는 가게에서 CD를 훔쳐도 Three Strike Out!이 된다. 이 경우 법정최저형은 25년!!(예외가 없다나요..) 이렇게 해서 캘리포니아에서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600%의 재소자 증가율을 보였다... 그냥 문제를 일으키면 잡아 가두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거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서는 1개의 대학만 새로 만들어졌지만, 21개의 새로운 교도소가 생겼다. 그래서 이 법률의 제안자들은 세번째 스트라이크도 똑같이 중범죄에 관해서만 적용하자는 것이다. 또 이전 삼진아웃제도중 세번째가 중범죄가 아닌데도 갇혀 있는 사람은 다시 재판을 해서 풀어주는 방향으로 하자는 법률이다. 요 몇일동안 TV를 켜기만해도(조금 과장해서..) 터미네이터 주지사가 나와서 지금까지 유명했던 중범죄자들을 배경사진으로 놓고 이 법률에 대해서 NO하자고 광고 하고 있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거의 평생동안 감옥에 있어야 하는 약 26000명 정도가 감옥에서 풀려 나올 수 있고.. 이들이 저지를 범죄를 생각해보라..고 하면서 절대로 YES하면 않된다고 광고 하고 있다. 오늘 TV를 보니까, 실제 범죄를 당한 사람이 나와서, 절대로 YES하면 않된다고 한다. 무조건 잡아가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닌데... 또 흑/백 재소자 수의 엄청난 차이로 인해 일종의 인종격리정책으로 의심받고 있기도 하다. 아놀드 슈워츠제네거는 백인중범죄자들의 사진 앞에서 광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실제 상황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범죄와 법률에 대한 투표에 더 관심있는 분은 fix3strike.org , keep3strike.org를 방문해 보시길. 

 

일반적인 문제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공정거래법을 완화하는 법률 64와 범죄자 DNA샘플채취를 강화하는(지금도 채취하고 있는데, 지금 법은 매우 위험한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을 모든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법률, Stem Cell Research에 대한 법률이 있다. Stem Cell 연구에 대한 법률의 실제 내용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약 3천5백억원(!)의 stem cell연구기금을 만들어 캘리포니아내에서 stem cell연구를 허용하고 지원하자는 법이다. 이 문제는 주정부가 이런 엄청난 돈을 들여서 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것 이외에도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이슈가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고(너무 피곤해서..) 공화당은 NO, 민주당은 YES로 완전히 패가 갈려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물론, 지나가는 길에 대학에서 나온 교수들이 피켓을 들고 이 법률에 대해 YES하라고 한다. 실제로, '조금 거칠게 말해서' 미국에서 stem cell 연구가 완전하게 금지된 이유는 부시의 종교적 신념때문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고, 공화당 혹은 기독교 신자들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민주당 혹은 자유주의자들은 낙태에 대해 찬성하는 것 처럼, 이 연구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어떻게 되든 이게 내일 모두 투표에서 결정된다. 제안된 법률중에 서로 상충되는 법률도 있는데, 이런 경우 찬성표를 많이 얻은 쪽이 이긴단다. 근데, 중요한 법률이 이렇게 정해지면, 시정부와 주정부의 입법부(상,하원)는 뭘하는 거지? 갑자기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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