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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사회] 칼 세이건

재미는 있는데 어찌나 길던지... ㅡ.ㅡ  (430쪽)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할배의 주제 의식이라면...

 

첫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둘째, 모든 권위와 주어진 질서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하라.... Ubi dubidium ibi libertas (의심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

셋째,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재앙.. 이걸 축복으로 바꾸는 길은 오로지 회의하는 대중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그리고 대중이 과학 문맹(scientific illiteracy)에서 벗어나는 것

 

몇 가지 이야기들...

 



0. 종교

 

책의 거의 절반을 슈도 사이언스와 유사종교에 대한 비판에 할애하고 있지만, 유사 종교나 정통 종교나 결국은 백짓장 하나 차이라면서 종교 일반 -회의를 허용하지 않는 몰입 - 에 대해 엄청 뭐라 그런다. 물론 영적인 충만감이나 종교의 순기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이성의 마비"에 대해 거의 "치를 떨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ㅎㅎㅎ 

 

이를테면, 부적절한 논증 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예를 들고 있다. 

"그 자비로운 하느님이, 명령을 어기고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사과 하나 먹게 했다고, 어떻게 대대손손 미래 자손들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을까?" ""당신은 자유의지의 그 미묘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요" 도대체 "그 미묘한 뜻"이 뭔데? 납득할 만한 대답은 회피하면서 알듯모를듯한 수사로 핵심을 비껴나가는 논증 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기적이니 신비니 하면서 이루어지는 기도의 효과에 대해서도 완전 못마땅해서 빈정빈정 ....

"기도가 효과가 있다면, 왜 암은 치료 못하고 잘려진 팔다리는 다시 자라나지 못할까? 하느님이라면 금방 막을 수 있는 그 무수한 고통들이 왜 인간 세상에 존재할까? 왜 하느님은 항상 기도를 받아야만 할까? 하느님은 어떤 치료가 행해져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가뭄 극복을 위한 기도회를 보고...

"왜 기도가 필요할까? 하느님이 지금 가뭄 난 거 모르나? 몇 사람이 기도하는 거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비와 정의를 구하는 기도를  하면 하느님이 더 잘 응답하나?"

기도해서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god save the queen"이라고 밥상 머리에서 온 국민이 기도 했는데 왜 영국의 여왕들은 오래 못 살았나? (이건 프란시스 갈톤이 한 이야기란다 ㅎㅎㅎ)

 

누구나(?) 생각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이 신정일치 사회에서 막상 이렇게 대놓고 막 이야기해버리니 할배도 참 난감한 양반이여.... ㅎㅎㅎ (멋지삼)

 

 

0. 위험한 비즈니스: 회의주의

 

의심과 회의적 사고는 과학 학문 분야를 넘어 기존의 주류 질서에 위협이 되는 법. 

이를테면, 회의적, 비판적 사고로 무장한 고등학생들이 처음에는 유에프오 음모설, 텔레비젼의 약 광고,  자기가 3만 5천살이라는 환생인간을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종교 제도와 현존 질서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한다면... 지배계급으로서 이거보다 더 위험한 게 어딨나.

과학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비판적으로 회의적으로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거의 "종교적" 믿음 ㅎㅎ

 

모든 것을 의심하고 기존 질서에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읽다 보면, 도대체 이 할배가 천체물리학자 맞는지 아리까리...

"아무리 좋은 권리도 안 쓰면 무슨 소용인가 - 아무도 정부에 반대하지 않는데 언론의 자유가 뭔 의미가 있으며, 아무도 터프한 질문을 하려고 하지 않는데 출판의 자유는 무슨 의미가 있으며, 시위를 하지 않는다면 집회의 자유는 또 무슨 필요가 있고, 국민의 반도 투표를 안 하면 보통참정권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주기적으로 복구되지 않는다면 신/정 분리 원칙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권리와 자유. 안 쓰면 결국 잃고 만다" 

 

 

0. 과학자의 책임, 그리고 사회민주적 통제

 

과학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이 커질수록 (한 방에 지구를 날려버리고 인류를 멸망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얼마나 많은가 ㅡ.ㅡ) 그에 대한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도 커져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인류의 미래를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

 

수소폭탄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핵 무장 강화와 스타워즈를 비롯하여 미국의 군비경쟁에 "아주" 결정적인 근거들을 제공해왔던 Edward Teller 에 대한 비판은 정말 신랄하기 그지 없다. 지구를 아주 한 방에 쓸어버릴 수도 있는 역사상 유일무이한 인물이라는..ㅡ.ㅡ

근데 이 텔러라는 양반 진짜 굉장하기는 하다. 나이 80이 넘어서까지 엄청 왕성하게 활동을 했고, 사사건건 칼 세이건과 부딪혔다고 한다. 학회에서, 의회에서, 각종 자문회의에서...  지하 벙커에 있는 적국의 수뇌부를 처치하기 위해 지하침투용 핵탄두를 개발하자, 혹시나 지구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소행성들을 사전 폭발시킬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하자, 원자력 발전이 얼마나 비용 효과적인 줄 아느냐.... 심지어 쓰리 마일 섬의 핵 실험 사고로 발생한 유일한 민간인 희생자는 자기 자신뿐이라는 발언까지 했단다. 그 문제로 논쟁 벌이다가 심장 마비가 발생했다나 어쨌다나... ㅜ.ㅜ

 

하여간... 그래서 칼 세이건 할배는,

과학자 사회 내에서의 사회적 의식과 도덕적 책임감을 강화하는 교약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대중들이 편익과 해악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회적 논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상황은 정말 우울하지... 국민의 절반이 진화론을 믿지 않는데다, 그나마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은 9%밖에 안 된단다. 성경을 그대로 해석하여 지구 역사가 6천년이라고 믿는 인간들도 많다던데....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이야기한지 4반 세기가 지났는데 아직도 절반의 미국인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할배가 가르치는 코넬 대학(그 명문!) 학부생들 중에서조차 태양이 "별(star)"임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ㅡ.ㅡ

이래서야 어디 무슨 사회민주적 통제고 뭐고..... 할배 완전 흥분.....

 

(글쎄.. 한국은 어떨까????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아는 정도이니, 훨씬 낫지 않을까?)

 

0. 아는 것이 힘이다.

 

17세기 버지니아 주의 식민지 총독이 했다는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무상 교육과 읽을거리가 없다는 점을 하느님한테 감사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백년 동안 여기에 그것들이 없기를 소망한다. 배움은 불복종, 이단, 분파를 가져왔고, 책은 그것들을 폭로하고 위대한 총독에 저항하도록 만들어왔다. 하느님이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지켜주시길!"

악령이 출몰하는 사회 - 그것이 종교적 도그마이던 자본주의의 물신숭배이던, 정치적인 대중조작이던.... 우리가 어둠 속에 헤매이는 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 이 사회를 유지하는 자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과학적/회의적/비판적 사고라는 촛불을 들고 이 어둠을 헤쳐나가자는 할배의 이야기는 으흠... 나름 감동....

 

 

0. 그 밖에...

 

할배가 레이건을 너무너무너무 싫어하는게 여기저기서 팍팍 드러난다.

스타워즈 계획의 허무맹랑함을 지적한 거부터 시작해서, 국가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점성술사를 찾아가서 의논했다는 폭로, 거기에다 홀로코스트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자기가 생생히 체험한 것처럼 이야기하는게 현실과 영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둥...

 

아우.. 당분간은 좀 가볍고 재미난 책 좀 읽어보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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