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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저께, 대전에서 곧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바다소녀의 경고에 서둘러 심야영화를 보았음. 야간 대학원 강의하고 오밤중에 영화보는 건 쉬운 일이 아녀... ㅜ.ㅜ 코앤 형제... 역시 역시 역시.... 관객들이 (아니면 내가) 그닥 주인공스럽지도 않은 르웰린에게 이입하는 이유는, 그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었고, 그래서 결국 이 모든 사단이 벌어졌기 때문... 간절히 물을 원하던, 사막 한 가운데 총상을 입은 멕시코 마약 딜러... 어찌 보면 아무 상관 없는 그의 모습 때문에 잠을 뒤척이다 결국 그 곳으로 물 한 통 받아들고 돌아갔다는 사실... 그 한 조각, 겨우 한 조각 양심이 저런 파국을 초래하는구나.... FBI 도 울고갈 과학수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냉혹한 킬러 안톤쉬거의 모습보다 무서웠던 것은, 르웰린과 쉬거가 총상을 가리기 위해 셔츠를 사들였던 아이들의 대화... 아이들... 정말 피도 눈물도... 톰으로 분한 토미 리 존스는 세상이 너무나 변했음을, 너무도 삭막하게 변했음을 한탄하고,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지만, 이렇게 변한 사회가 노인에게만 힘든 건 아니다. 적막하고 황량한, 막 나가는 그 텍사스 사막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펼쳐져 있다. 안톤 쉬거의 엽기적 행각은 일가족 몰살이나 어린이 토막살해를 자행하는 한국사회보다 특별히 더 잔인하거나 황당하지 않다.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학생을 보지 못했다는 당국자의 말은 과연 쉬거의 행동보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보고 나오는데 정말 무서워 죽겠더라. 이 세상이... * IMDB 에서 배우 프로필 찾아보고 깜놀! 안톤 쉬거 역의 배우... 너무 멀쩡하게 생긴 거야... 그 단발머리, 그 기묘한 표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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