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생활 속의 공포 정치

어제 출근하려고 TV를 끄다가 마주친 '5명 사망' 속보는, 너무나 그로테스크해서 차마 믿기지가 않았다. 책에서나 읽었던 불도저 시장 김현욱 시절의 이주민 폭동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어쩌다 이런 일이!'보다 '드디어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제 저녁에 할머니 제사라 서울 부모님 댁에 갔었다. 아침에, 엄마가 말씀하셨다. 내년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이제는 이사를 가야겠다고. 부모님이 사시는 곳도, 서울 강북의 여느 지역들처럼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나 비슷비슷하게 형편이 어려운지라, 재개발 반대의 목소리가 엄청 큰 곳이다. 재개발 되었을 때 원 주민이 돌아와 정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상식이다. 바로 앞동네 생뚱맞게 들어선 래미안 아파트는 생생한 증거... (심지어 원주민들 차량 못 다니게 아파트 진입 골목에 바리케이드 설치하고, 원주민 아이들을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못 놀게 하는 따위는 막장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유치한 작태!) 그래서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굳이 정든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아 부모님은 꿈쩍도 안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어제 뉴스가 너무도 무서우셨단다. 우리 동네라고 저런 일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거다. 이런게 바로 생활 속의 공포 정치다. 밥먹으면서 뉴스에서 눈을 못 떼는 나한테 엄마가 묻는다. "저게 드라마보다 뭐 좀 낫다고 그렇게 열심히 보는거냐?" 촛불 정국 때 광고불매 운동했던 시민들에게 징역이 구형되었다는 보도였다. 그러게요... 막장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막장일세... 대답 않고 열심히 밥만 먹었다... 자본주의가 세련화될수록 통치 기제도 세련되고 정당성과 합법성을 무기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가파식 공포 정치의 힘은 여전히 강력한 것 같다. 평범한 많은 이들의 일상에, 아주 날것의 힘, 정치의 힘을 보여주니 말이다. * 어제 돌아가신 이들, 결국 우리 할머니와 같은 제삿날을 갖게 되신 이들의 명복을 빈다. 그 분들의 자리가 우리 동네 이웃들, 우리 부모님의 자리일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평화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