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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길 - 첫 도전

 

산 혹은 숲길, 그도 아니라면 절집, 고궁 안마당 오래된 나무들...

그 녹음과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는 바람소리, 그리고 약간의 수고로움은 마음의 짐을 벗는데 큰 힘이 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지난 토요일에 후배 나후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 한 구간을 돌고왔다.

 

전체 80km 가 개통인데, 그 중 하나... 네 개 구간을 올해 안에 쉬엄쉬엄 돌아보리라 마음 먹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동강-수철 구간...

원래 안내에는 동강마을에서 수철마을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지만,

산청에 위치한 수철마을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듯 싶어서, 일단 함양으로 이동한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산청으로 이동하여, 택시를 타고 수철마을로 갔다. 산청에서 수철마을 오가는 버스가 2시간에 하나씩 있는지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는디, 한 15분 거리인데다 미터 요금으로 간다는 동네 아자씨 말씀에 얼릉 탔다가 기본 요금이 3300인거 보고 식겁하기는 했다 ㅡ.ㅡ

 

아침으로 준비해간 김밥이랑 빵, 우유 등을 먹고 의연하게 출발했다.

폭우가 쏟아질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볕은 따가웠다. 모자도 준비안해가서 두건을 뒤집어쓰고 다녀야했다. ㅡ.ㅡ

 

첫 기점인 고동재까지 3.5km.....  정말... 욕나왔다. 호연지기고 뭐고... 역시 안내에 따라 동강마을에서 시작해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후회막급했다.  이 끝도 없는 오르막길... 

거의 한 시간을 파김치가 되어 고동재에 오르고 나니 '쌍재 1.8km'라는 표지판....

울고 싶었다 ㅜ.ㅜ

 

다행히 ... 쌍재에 이르는 길은 그닥 가파르지 않았다. 

막, 고개를 넘을 무렵 마주친 두 총각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묘한 단서를 보았다.

저 고통스러운 표정은 무엇???

 

결국, 구간을 다 걷고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첫 4km 정도만 빼놓으면 나머지 길은 거의 완만한 내리막 숲길.... 즉,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동강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거의 7km 완만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뒤늦게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칭찬했다.

더구나 동강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마지막 무렵에 포근하고 정감넘치는 개울과, 수세식 화장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개울에 앉아 발 담그고 피로를 풀고, 추모관에 가서 땀에 젖은 옷가지랑 양말도 갈아신고... 또 추모관 정자에서 한숨 돌리다 내부 전시물도 둘러볼 수 있고....  더구나30분에 한 대씩 함양 시내로 버스가 다닌다.

혹시, 이 구간을 가실 분은 꼭 수철에서 동강으로 이동하시길....

 

 

다른 구간들에 비해 이 구간은 '산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오르막 구간도 꽤 있는데다 한적한 '마을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온통 초록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은 말할나위 없이 좋았다. 개울물은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그리고, 한적한 마을길 버스 타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동강마을에서 함양터미널로 나오는 길 너무 좋다.

조금씩 흩뿌리는 빗방울과 함께 창밖에 흐르는 풍경들, 나의 번뇌도 함께 흘러가길 바랬다.

 

다른 구간들도 차근차근 둘러보자...

 

 

 

참... 추모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궁금해졌다.  

인간은 왜 그리 인간에게 잔인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

 

 

역시 좋은 카메라 때깔이....

 

사진 찍어대느라 늦어지기도 했겠지만, 예전에 지리산 같이 갔을 때도 보면 나이도 젊은 양반이 체력이 어찌나 저질인지, 나보다 산길을 더 못간다. 그래서 내 뒤통수 사진이 엄청 많다 ㅎㅎ 

 

 

보무도 당당한 아래의 사진을 보노라면, 지리산 둘레길 따위가 아니라 어디 안나푸르나 종주라도 해야할 것 같다 ㅎㅎㅎ

 

 

 

기이한 미감을 자랑하는 추모관의 기념 조형물.... 저 부드러운 산세와 절대 안 어울리는 저 뾰족 조형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부조로 장식된 조각들은 완전 근육질의  그리스 석상 분위기... ㅡ.ㅡ

 

 

흘러가는 차창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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