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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관련 노동안전보건단체 선언(6월 18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권 사수, 정리해고 반대투쟁 지지,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노동안전보건단체 선언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정리해고 반대 옥쇄 파업투쟁이 오늘로 28일째 접어들었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노동자들은 긴장감 속에 부실한 식사를 하며 공장 ․ 식당 ․ 사무실 바닥에 잠을 자고 공장을 지킨다. 그리고 5월 27일, 6월 11일 두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한 노동자는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또 다른 노동자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쌍용자동차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들의 사망은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노동자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보름 사이에 2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이들이 구조조정 피해자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쌍용자동차도 정부도 노동부도 해고가 곧 살인이 된 현실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측은 오히려 16일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 노동자를 동원하여 노동자 끼리 갈등하도록 만드는 비열한 행동을 벌였다. 우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전문가들은 쌍용자동차 사측의 이러한 행동과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으려는 정부와 관계 부처의 행동에 분노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해고는 살인’이라는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쌍용자동차, 정부, 관계 부처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밝힌다.
 

 


첫 째. 쌍용자동차는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정리해고와 분사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현재 부도나 다름없는 경영 파탄의 책임은 상하이 투기자본과 경영진, 그리고 자본 투기의 길을 열어 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사측과 정부는 자동차를 생산해온 것 외에는 아무 죄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다 떠안으라고 강요한다. 지금 쌍용자동차와 정부가 할 일은 노동자에게 위기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인 ‘먹튀’ 상하이차의 지분을 소각하고 공적자금을 투입, 공기업화해 생산과 노동자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앞뒤 안 가리는 사람 자르기 구조조정이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1990년대 초반, 정리해고라는 인력 자르기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를 극복한 독일의 폴크스바겐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 회생방법을 찾았던 폴크스바겐이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대수 2위라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쌍용자동차는 판단해야 한다.

둘 째. 정부는 더 이상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세계 경제위기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에서도 거대 자동차 회사 GM과 크라이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때 문제해결에 가장 적극으로 나선 것은 바로 오바마 정부였다. GM은 현재 정부와 노동조합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크라이슬러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스웨덴 정부도 사브에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고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80년대 경영위기를 국유화로 이겨냈다. 정부는 쌍용자동차 문제를 ‘노사 문제’라며 수수방관할 입장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20만 협력업체 노동자의 생존권과 평택의 지역경제까지 걸렸다. 일자리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권이 이제는 막무가내로 ‘사람 자르는’ 정리해고에 침묵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무엇보다 쌍용자동차를 다시 해외 자본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상하이 자본에게 당한 것을 똑같이 되풀이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 째. 노동부는 쌍용자동차를 포함, 모든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른 치료 보장, 원인 해결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이미 두 명의 노동자가 구조조정 스트레스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희생이 일어날지 모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하였을 때 이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구조조정 스트레스, 경제적 압박,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와 갈등을 조장하는 사측 행동으로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두 명의 노동자 사망이 그것을 입증했다. 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협력업체 20만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 노동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우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앞으로 또 어떤 희생이 있을 지 우려와 걱정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지금 진행되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노동부가 계속 방관한다면 역사 앞에서 그 책임을 져야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쌍용자동차는 노동자와 노동자를 갈등으로 밀어 넣는 관제데모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핸드폰 문자 회유와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그들은 같이 밥을 먹고, 공을 차고 웃음과 슬픔을 나눴던 동료요 친구요 선후배였다. 가족들도 인사가 오가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회사는 어떤 일을 저질렀는가? 파업 중인 노동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동료들이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로 나뉜 상황이 두렵다고 했다. 쌍용자동차는 안에 있는 노동자나 밖에 있는 노동자 모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정리해고 반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하며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관철되어 죽음이라는 희생이 더 이상 없도록, 무엇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현장에 복귀하여 일할 때까지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밝혀둔다. 쌍용자동차 회사 측과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현재 상황과 문제를 푸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 사수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9년 6월 18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권 사수․정리해고 반대 투쟁 지지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전문가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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