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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_여행_삿포로

hongsili님의 [홋카이도 여행_하코다테] 에 관련된 글.

 

원래 삿포로는 하루 정도 돌아보고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비에이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J 가 극구 말림... 삿포로에도 볼 게 많다며.... 처음에 이 손님을 방치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달리 친절하지만 나보다 그닥 나을 것도 없는 ㅋㅋ 그런 '숙련된 현지가이드'를 자처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삿포로 이틀 머물면서 한 일은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내내 술마시기.. 

남들 들르는 관광지는 술집을 이동하는 길에 잠시 눈도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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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삿포로 맥주 박물관!

독일에서 몰래 맥주 기술과 효모를 가지고 왔다는 믿거나말거나 '삿포로 맥주 문익점' 스토리를 전해주며, 가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자부심을 내보임...

나는 맥주도 맥주지만, 그 당시에 유리병 제조를 입으로 불어서 했다는 데 더 깜놀... 도쿄까지 운반하기 위한 커다란 32리터짜리 맥주병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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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맥주 광고...  

광고 그림을 보노라면 당대의 미인 기준, 그리고 주 소비계층을 파악할 수 있음. 초기에는 모두 통통한 일본 전통 미인 여성들이던 것이, 점차 서구적 미모의 여성으로, 최근에 와서는 남성으로 대폭 교체됨... 예전에는 술광고에 어린이도 등장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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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에서 제일 웃긴 전시..

"우주에 갔다온 보리의 후손"으로 만든 스페셜 에디션 스페이스 맥주 ㅋㅋㅋㅋㅋ  이게 뭐라고 ..... 첨에는 우주에서 제조해왔나, 아님 비행사들이 이 맥주를 들고 우주에 나갔다왔나 했으나, 읽어보니 우주선에서 패트리디쉬에 탈지면 깔고 실험했던 보리 씨앗들의 소중한 후손이래 ㅋㅋ 근데 이게 또 한정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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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음실에서 전통의 '개척사' 시대 맥주 (약간 거칠고 텁텁한 편), 현재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블랙라벨', 그리고 홋카이도에서만 판매된다는 '클래식'...  와 진짜 환상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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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맥주 시음하고 눈밭을 걸어서 팩토리 지역으로 이동...

거기에서 소위 '징기스칸'으로 일컬어지는 양고기 구이와 또 맥주...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하는 생고기, 소금양념, 간장양념, 미소양념 구이를 골고루 야채와 함께 구워먹었는데, 정말정말...  이건 뭐 식신원정대도 아니고....

맥주도 이것저것 골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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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로 돌아오다가 스쳐지나간 오도리 공원 TV 타워와 시계탑...

우리는 식신원정대지 관광객이 아니라고 ㅋㅋㅋㅋ

사진도 엄청 대충대충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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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도청사 관람.

점심에 홋카이도 대학에서 다시 현지 가이드를 만나기로 하고 오전에는 혼자 숙소 가까이에 위치한 구 도청사를 둘러 봄...  

지역 역사를 볼 수 있는 작은 전시관을 마련해두었는데, 만감이... ㅡ.ㅡ

석탄 채굴에 사용되었던 당대의 보호장비를 보니, 후덜덜한게, 갱도에 들어가는데 헤드랜턴이 가스를 연료로 하고 있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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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독려 찌라시나 국채 같은 걸 유감 따위의 형식적 인사말도 없이 참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됨. 

사할린 지역러시아/중국/한국과 사방에서 영토분쟁 중인데 이 곳은 마침 북쪽이니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 지역을 떡하니 전시관 마련해놓고 우리땅이라는 서명까지 받고 있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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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가이드를 만나러 홋카이도 대학으로 이동...

찾아오라는 곳은 대학캠퍼스 동쪽 지하차도 입구.... ㅡ.ㅡ  뭐 이딴 데서 만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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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대학은 몇 개 안 되는 제국대학 중 하나.

성문종합영어의 Boys, Be Ambitious! 로 유명한 클라크 할배가 처음에 농업학교로 세운 곳... 캠퍼스는 인적이 드물고 더구나 모두 눈으로 덮혀 있어서 한적하고 시골 분위기가 나는데, 붙어있는 연구소 이름표는 다들 후덜덜.. 심층해양, 극저냉동기술, 양자역학....  여기 어느 연구소에선가 외계생물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해도 하나 어색하지 않음... 2010년에는 노벨화학상 수상자도 배출..

그래서 대학박물관은 작지만 자부심 폭발 직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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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나와서 삿포로 라면 먹고, 

근대 미술관 둘러보고

천상의 맛을 가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다시 또 술집으로 이동... ㅡ.ㅡ 

라면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평생 먹어본 소프트 아이스크림 중에 단언컨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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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돌아와 꼬치구이 집에서 간단히 맥주와 다종다양 꼬치들 시식...

정말 하나같이 맛난데다, 옆에 앉은 손님들이 술도 안 마시고 엄청난 양의 꼬치들을 먹어치우는데 깜놀함.. 술 퍼마시는 인간은 우리밖에 없음 ㅋㅋ

술 마시는 내내 정말 평범한 임상의사인 J 마저 노심초사 나라걱정...  이 나라가 우리 대학도 들어가기 이전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장탄식... ㅡ.ㅡ 그러게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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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에 JR 타워 전망대에 올라 야경 구경.... 하고 다시 사케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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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날이 일본 기업들이 종무식하는 날이라, 삿포로 역 근처 번화가는 이른 저녁부터 떼로 몰려다니는 취객들로 가득...  

요즘 한국 기업들은 연말이라고 달력을 나눠주는 일이 별로 없는데, 모두 비슷한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류가방에 둥글게 말은 달력 하나씩 끼고 어깨 동무를 하고 서로를 부축이며 떼로 옮겨다니는 모습이 약간 낯설기도 하고 .... 이들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우리는 들어갈 곳이 없어서 거의 열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자리를 구걸... 겨우 마지막에 간발의 차이로 한 팀을 따돌리고 (ㅡ.ㅡ) 오뎅집에 입성...

즐겁고 뭔가 회한도 있어보이는 양복쟁이 직장인 무리 사이에서 이방인의 자유를 만끽하며 따뜻한 사케...  오뎅도 맛나고 무우가 특히 맛나더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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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에도 몇 달에 한번씩밖에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이인데, 오랜 만에 후배랑 장시간 술 마시면서 옛날 이야기들도 하고 나라 걱정도 하고... ㅡ.ㅡ

선물로, 여행 중에 다 읽은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를 주고 왔음...

그렇게 식도락 여행은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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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날 아침 삿포로에는 역시 눈보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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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혼자 조용히 책도 읽고 고민도 좀 정리해보는 차분한 여행으로 계획했는데,

고민이나 정리는 커녕 매일 저녁 주지육림에 빠져 사느라 아침에 일어나면 눈은 탱탱 부어 있고, 도대체 연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상황...

하긴, 뭐 계획한 대로만 된다면 그게 무슨 여행이겠어.... 잘 짜인 공연이지...

오랜 지인을 만나 맛난 음식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짧은 찰라의 순간들에 이런저런 몽상과 반성에 빠져들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대만족.... 

그리고 성찰용 여행은 나중에 다시 도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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