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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back Mountain] 감상

그저께 저녁, 바람난 토끼님이 오밤중에 갑자기 영화를 보자구 하셔서.....

 

일하는 사무실 같은 건물에 극장이 있다는 건 역시 축복이다.

다만, 좋은 영화들을 별로 안 해준다는게 재앙....

 

브로크백 마운틴은 여러 모로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중 하나고,

그 동안 줄곧 봐야겠다는 마음만 먹고 선뜻 시간을 내지 못했던 작품. 

(골든글로브 상을 싹쓸이 한데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되고,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유타 주 같은 데에서 상영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으며, 부시의 한 강연에서 대학생이 이 영화를 봤냐구 질문하기도 했더랬다)

 

줄거리만 보자면 아주 간단.

60년대, 남루하고도 보수적인 남부 (와이오밍, 텍사스), 브로크백 마운틴 산자락에서 함께 양치기 알바를 하던 두 카우보이 청년이 사랑에 빠지고,

이후 20여 년간 비밀스러운 사랑을 지속해간다는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머물렀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던 게다.

(거기다 음악까지 한 몫 해서) 뭐든지 거기에 가져다 놓으면 아련한 추억이 아니 될 수 없는 형편이었으니, 이건 남/녀, 녀/녀, 남/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나 아닌 외부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성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연애 소설, 드라마, 영화, 심지어 순정만화까지 셋트로 싫어하는 나조차 그들의 애틋한 관계에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었다. "애틋"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랴.... 

미디어 속에서 메트로섹슈얼로 상징되는 최근의 '세련된' 게이 문화에 비추어본다면,

지나칠만큼 완전 구질구질한 남부의 일상,

자기 부정과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형적' 카우보이 청년들의 분열,

이들을 받아들일 수도 내칠 수도 없는 '평범한' 가족들의 상처....

이런 것들은 cool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비루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애틋한 걸 어쩌랴....

 

이안 감독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아무리 원작 대본이 뛰어나다 해도 감독 자체가 가진 미국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남녀]나 [결혼피로연]에서 [아이스스톰], [와호장룡]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관계에 대한 감독의 탐구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헐크]에서 잠시 대실망 모드 ㅡ.ㅡ)

 

허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 놈의 우물우물 남부 사투리를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는 거다.

아마 두 주연배우가 나눈 대사의 10% 정도 밖에 못 알아들었던 거 같다. 그동안 보았던 영화들 중 거의 최악의 수준.

감동이 북받쳐 오르려 하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정말 환장하는 줄 았았다.

 

그래서, 영뚱하게도...

부시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나 표준말도 잘 하는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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