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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7
    멕시코 이야기 2
    hongsili
  2. 2006/07/27
    멕시코 이야기 0
    hongsili
  3. 2006/07/17
    남은 브라질 이야기(3)
    hongsili
  4. 2006/07/16
    그래도 뻬떼(PT)?
    hongsili
  5. 2006/07/16
    Petrobras 견학(3)
    hongsili
  6. 2006/07/16
    살아간다는 것은....
    hongsili
  7. 2006/07/14
    Mexico 이야기 1(7)
    hongsili
  8. 2006/07/13
    노동자를 아프게 만드는 노동자당 ㅡ.ㅡ(4)
    hongsili
  9. 2006/07/12
    상 파울루 입성(6)
    hongsili
  10. 2006/07/12
    길 위에서...(5)
    hongsili

출장길에 만난 기인

지난 번 출장 갔을 때 여러 명의 기인들을 만났다. 그 중 Heleno 샘의 친구이자, 첫날 보건소 견학 당시 통역을 맡아주었던 세르주 샘.. 만나기 전, 엘레노 샘이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소개했었다.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전쟁 당시, 브라질 노동자당 (PT)에서 파견한 6명의 의료지원팀 중 한 명 이었단다. 헉, 산디니스타...? 우리는 귀를 의심했다. 백만년전 먼나라 일처럼 여겨졌지만 생각해보면 약 30년 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데, 어쨌든 내 평생 산디니스타 전투에 참여했던 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 때는 아직 의대를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전투현장에서 의사도 하고 총질도 하고 뭐 그랬단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지원인력이 많이 왔는데 당시 브라질도 군부 독재에 허덕이던 시절에다 PT 가 그만한 역량이 없어서 '겨우' 6명밖에 의료팀을 못 보냈다네... 세르주 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조용조용, 빵긋빵긋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전국민의료보장 (SUS) 운동에도 엄청 열심히 활동하시고 몇 년 전에는 또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 2년간 학생들을 데리고 원주민 건강문제에 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셨단다. 예방접종 한 번 하려면, 보트 타고 강을 따라 몇 시간 ㅜ.ㅜ 요즘은 PT 활동보다 다른 사회단체 활동에 좀더 주안점을 두고 계시단다. 이날 세르주 샘은 약속 시간에 약간 늦었는데, 아직 한 살도 안 된 (늦둥이) 아들 돌보느라 그랬단다. 어이쿠, 밀림에서 총질하던 혁명가 아자씨라고는 믿겨지지가 않아... 사진 맨 왼쪽의 순둥이 같이 생긴 인상좋은 아저씨가 세르주 가운데 언니는 우리가 방문한 보건지소의 소장. 망해가던 이 보건소를 완전 개혁하고 비공식 노동자 안전보건 교육 프로그램까지 시행하고 있는 모범 경영자였다. 열혈 PT 당원이자 오래된 공중보건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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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의 로망 (?)

다녀온지는 2주가 넘었건만, 이제서야 사진을 열어보았다.

 

강릉에 강의차 갈 일이 있길래 동행을 수소문한 결과, 오래전부터 7번국도 일주가 로망(?)이었다는 송 모씨가 자원하셨고 역시 나름 로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장 모씨와 바다소녀가 결합, 주말을 이용한 2박 3일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로망'을 가진 젊은 그들 ㅎㅎㅎ

 

대전에서 출발, 영덕의 강구항을 기점으로 하여 주구장창 해안도로를 내질렀다.

 

 

 

 



영덕 강구항에서는 꿈에 볼까 두려운 온갖 초대형 '게' 간판들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는데, 그래도 나름 영덕이니 대게를 먹어보겠다는 치기를 발휘하여 '북한산' 대게를 먹었다. 영덕산은 겨울에만 판다고 하는데(그것도 금값에), 굳이 영덕까지 와서 북한산 게를 사먹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속이 꽉찬 게 다리 실컷 발라먹고 나니 그런 의문쯤이야 휘리릭 ~~ 맛나더라... (물론 진도 앞바다 출신 바다소녀는 뭐 이런걸 비싼 돈주고 먹나 하는 반응 ㅎㅎㅎ)

 

식당 앞에서 한 장... 나의 먼지색 덤블비와 함께...


 

조금만 올라가면 울진, 풍력발전단지 앞 등대 전망대 모습..

이무기한테 휘감긴 제국빌딩을 연상시키는, '대게 다리' 컨셉...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에서 행여 정신이라도 놓을라치면, 저 높이 솟아오른 대게 다리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더 올라가서 삼척, 구비구비 산길 돌아 동해....

정말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산들을 보았더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나면 정말 바다가 불쑥불쑥 요술처럼 나타나더라...

 

실로 오랫만에 추암에 들러 요상한 관광단지가 되어버린 정경도 감상하고, 동해시내로 들어갔는데...

예전에 파견 가서 두 달 동안 산 적이 있어 친근하기는 한데, 어달리 주변이 나름 간판들을 정비해서 도대체 단골로 가던 식당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더라는.. ㅡ.ㅡ

여기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 망상 해수욕장에서 커피 한 잔...

밤에 나들이 삼아 여러 번 갔던 곳이다. 다음 주 해수욕장 개장 준비하느라 고즈넉한 가운데 열심히 모래를 다듬고 있었다. 꿈에도 잊지못한 망상철도건널목 자살(?)사건도 떠올랐다. ㅡ.ㅡ 오싹...

 

그 다음은 정동진으로...

나야 두 달 살면서 환자이송하러, 그냥 바람쐬러 여러 번 들렀던 곳이지만 (그리고 고현정 소나무며 어이없는 까페, 모텔들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송양께서 가본적이 없다 하길래 인심쓴거다.

사진은 안 찍었는데, 정동진 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실증하는 아주 괴이한 구조물이 존재한다. 여러 번 봐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ㅡ.ㅡ

 

그래도 기찻길은 여전히 정겹구나아...


 

이윽고 강릉 선교장에 들렀다.

이런 양반집 고택에 들를 때마다, '민주주의'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내가 백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밥상 이고 빨래감 들고 종종거리며  저 문턱을 쉴새 없이 넘나들었을텐데...  하지만, 내가 이렇게 관광객이 될 수있었던 진정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대한 힘' 덕분이다. ㅜ.ㅜ

 

우쨌든.... 정말 살고 싶은 (머슴 말고 주인으로) 집이다.......

젠장 부러워... 이런 데 앉아서 책 읽으면 머리에 정말 쏙쏙 들어올거 같잖아...

 

 

 


 

정원의 연꽃까지....

 


점심은 초당 두부로 진짜진짜 맛나게 먹고 (막걸리까지 먹고 배터져 죽을뻔했음 ㅡ.ㅡ)

먼저 상경해야 하는 장 모씨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우리는 또 밟아서 화진포로....

 

중간에 송지호에서 한 장...

이리도 고즈넉할 데가!!!


화진포에서 (김일성별장이라고 잘못 알려져있는) 북한 휴양소와 이에 맞선(?) 이승만, 이기붕 휴양소 구경하고 주변 탐색... 이승만 기념관 짓고 있던데, 밑에 작은 전시관에 보면 이승만 이기붕이 잘못한 일은 하나도 안 써 있다. 사람들 안 보면 낙서라도 해주고 싶었다. ㅡ.ㅡ (KIN! 하고 말이다)

 

다시 달려내려오다가 양양에 들러 역시 또 엄청 맛있는 막국수 먹고,

강릉 숙소에서 푹~ 쉬고 (강의준비 점검도 하고 ㅡ.ㅡ)

담날 아침에 두 시간 강의...(학생들은 재밌었을까???)

끝나고 초청해주신 P 샘한테 감자옹심이 칼국수랑 송편 얻어먹고

재개장한 참소리 박물관 재방문. 

예전에 송정리 아파트 상가건물에 있을 때보다 시설도 엄청 좋아지고 주변 경관도 좋은데... 나름 아쉬웠던 것은.... 예전에는 관장 아자씨가 직접 소개를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도우미들이.... 

음악이라고는 잘 모르지만, 당시 침침한 음악 감상실에서 LD 로 쓰리테너 공연 실황을 들려주며 감격스러워하던 관장 아자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립다고나 할까? 우리를 안내한 도우미 총각은 너무 건조했다. ㅜ.ㅜ

 

우쨌든,

송은 로망을 해결한 채 서울로, 나와 바다소녀는 대전으로...

 

과연 동해안 7번 국도는

누구라도 로망을 가질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

 

친구들, 다음 로망은 또 어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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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나들이

무기력과 지지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호연지기 충전을 위해 짧은 나들이.

 

어제, 무궁화호 타고 느긋하게 백양사에 다녀오리라 급 결정을 내렸다. 

광주에 살고 있는 땡칠이 형이랑 절에서 맛나  산채비빔밥 얻어먹어야지 했는데,

고맙게도 형이 백양사 역으로 마중과 배웅을 해주는 덕에 무진장 편하게 댕겨왔다.

 

대전에는 새벽녘에 살짝 비가 뿌린 듯 해고, 하루 종일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다.

햇볕마저 쨍 했으면 더워 죽을 뻔 했지..

 

서대전역에서 토스트랑 과일주스 한 잔,

커피 한 잔 들고 텅빈 무궁화호 기차에 올라 이승열 2집을 들으면서 소설책 읽으면서 바깥 풍광 바라보면서......

진정, 얼마만의 평화던가!!!

 

그동안 서울 오가느라 KTX 만 줄곧 탈 때는 몰랐는데,

무궁화호 창문이 KTX 보다 훨씬 크더라.

창문 한가득 초록색 풍광이 오호.....

하늘이 비치는 물논에서 모내기하는 분들도 꽤나 많았다.

 

백양사는 초봄에, 갑자기 폭설이 내린 날 우연히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 고즈넉한 분위기와 호수가 맘에 무척 들었더랬다. 물론 가을 단풍철에는 내장산 단풍객들 덕분에 진입로 들어가는 거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온통 푸르른 나뭇잎들이 갖가지 종류의 단풍이라 하니, 가을이 필시 절경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래도 오늘처럼 인적 드문 경내라면 나로서는 오케이!

 

차편이 너무 뜨문뜨문 있다는게 단점이긴 한데,

그래도 대전에서 기차타고 시외버스 타고 한나절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다. 

부안 내소사, 강진 무위사와 함께 3대 선호 사찰로 찍어주마!

 

조용함과 푸르름...

 

 




보리수 아래에서 사진 한 장....

 

 

경내 찻집에서 오미자 차 한 잔...

 

 

호수에 비친 경내 풍경...


 

집에 돌아와서,

 

며칠 동안 벌여 놓았던 퍼즐 마무리했다.

고흐, 밤의 테라스...

내일 액자 조립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액자로 만들어놓은 퍼즐은 모두 고흐 것이다. 사이프러스와 밀밭, 붓꽃이 있는 풍경... 스누피 시리즈는 연정, 송담이한테 뺏겼고, 브뤼겔 거는 후배 J 한테 사기(ㅡ.ㅡ) 당했다. 그 아기자기한 풍경은 지금 ** 의료원 요양병동에 걸려있을 거야.. ㅜ.ㅜ


 

밀린 빨래랑 설겆이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도 내놓고...

 

얼릉 자고 싶은데, 저 빨래 다 돌아가려면 좀 기둘려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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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호연지기 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잠깐 나들이를 다녀왔다.

다음 주에는 이걸 까먹으면서 살 예정이다. 

 



어제 늦은 오후 대전 출발 - 진주 진양호 도착

탁 트인 전망에 일단 호연지기 일갑자 상승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중 하나라는 천수식당에서 '진주' 비빔밥 시식

경상도 음식이 짜고 맵기만 하다는 편견은 버리기로 했으나,

이게 과연 '가장 맛있는' 음식일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ㅡ.ㅡ

 

남해안 호우 주의보 때문에 걱정을 (아주 조금) 하기는 했으나 다행이 큰 비바람은 없었고, 특유의 새파란 바다를 볼 수는 없었으나 대신 진양호에서, 남해바다에서 환상적인 물안개를 원없이 감상하고 호연지기 이갑자 상승

하지만 그 풍광을 담아내기에는 사진기가 영.... (재주없는 목공이 원래 연장 탓 하는 법이다.)

 

숙소 베란다에서 내다본 진양호 풍경... 원래 사진보다 백배 멋진디...


 


 통영에서 아침으로 충무김밥 먹고

풍화일주도로 거쳐 달아공원에 올랐으나 운무가 짙어 먼 바다는 구경을 못하고,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일몰이 그리도 환상적이라 하던데... 

 

간식으로 사발면 간단히 먹고 통영국제음악제 Sun Rings 관람.

실컷 싸돌아다니다 깜깜한 극장 안에 들어가 조용한 실내악 듣고 있으려니 초반 20분은 완전 의식불명 상태 ㅜ.ㅜ

다행이 얼릉 정신차린 후 '보고 듣노라니'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연.... (다소 난해하기도 했음 ㅡ.ㅡ) 어쨌든 이걸로 호연지기 1갑자 정도 상승....

 

TIMF 매표구 앞 조형물...


 

음악회 끝나고, 또 유명하다는 도다리 탕수어랑 짜장면 먹고 대전으로 귀향.

 

원래는 굴이나 장어도 먹어야 하는데 워낙 일정이 짧다보니... ㅡ.ㅡ

굴 축제도 이즈음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풍랑 예보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내년 국제음악제에도 꼭 들러줘야겠다는 생각.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지난번에 갔던게 2003년, 벌써 4년 전이더라....

 

2003년 통영국제음악제에 갔을 때, 본 공연이 열렸던 시민문화회관 야경


 

내년에는 꼭 달아공원의 일몰을 보리라.

(흠, 갑자이 일출/일몰 매니아 송양이 생각나는군!)

 

총 4갑자의 호연지기를 얻었으니 월~금까지 평균 0.8갑자씩 소비하면 된다!!!

 

* 진주 (레드망고) -고성(공룡나라 휴게소) - 통영 (갤러리커피).. 이 세군데에서 연속 세 차례 경악스러운 커피 맛에 정말 상처입었다. 무슨 엄청난 사양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커피를 원했을 뿐이라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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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라비아?!

자꾸만 떠오르는 이야기...

아바나에서 머물던 중 언니(?) 같은 Y 샘이 아침에 진지하게 물어본다.

Y샘: "스페인말로 아싸라비아가 무슨 뜻이야? 아유~ 나는 여태 그게 스페인말인줄 몰랐어"

홍실이: "???"

Y샘: "어제 저녁에 테레비 보니까 사람들이 아싸라비아 하더라구. 내가 틀림 없이 들었어"

홍실이: "설마? 금시초문인디? 이따가 펠리뻬 아자씨한테 물어보삼"

도대체 뭘 듣고 저런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가이드를 해주신 펠리뻬 아자씨를 만나자마자 내가 얼릉 찔렀다.

홍실이: "빨랑 물어봐요"

Y 샘: "펠리뻬 아자씨, 앗싸라비아가 무슨 뜻이예요?"

펠리뻬 아자씨:

"...???... 아~!!! 푸하하하... "

홍실이: "아자씨, 뭐예요. 뭐, 그런 말이 있긴 있어요?"



 

 

펠리뻬 아자씨: "아스따 라 비스따 !(hasta la vista: 다시 볼 때까지)"

 

일동 우하하하하하

 

Y 샘: "거봐 발음이 똑같잖아..." ???

 

그 때부터 우리는 헤어질 때마다 아싸라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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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잠깐

다녀왔음.. Y 샘의 부탁으로 강의차...

오랜만에 간데다, 혼자 간 건 처음이었음..

0. 출발 전에 길을 묻는라 전화를 했는디...

Y샘 "지하철 타고, 토성동(?)에서 내려요"

홍실 " 뭐라구? 호성? 토성? 목성 금성 할 때 그 토성? 동네 이름도 참..."

Y샘 "아니, 흙 토에 성곽 할 때 성.. 풍납토성 그런거 있잖아"

홍실 "아, 그런 것도 있구나.... ㅡ.ㅡ"

0. 지하철 타러 갔는데..

역사에 역무원이 없더라...

온통 승차권 자판기에, 자동 지폐교환기 (그 옆에 세트로 복권자판기)...

만원짜리 밖에 없어서 이리저리 헤매다 승객 안내 어쩌구 해서 가보니까

노인들이 신분증 내고 우대권 받아가는 (역시) 자동 발급기만 덩그마니...

나중에 Y 샘한테 들으니까 지하철이 적자라고 인건비를 확 줄여서 사람이 없다나?

아침 저녁 자원봉사자에 공익요원까지 동원하여 승객 안내하는 대전지하철은 거기 비하면 천국인감??? (근데, 또 Y 샘이 예측하길, 대전도 좀 있으면 부산처럼 될거란다 ㅡ.ㅡ)

0. 자갈치...

지하철 탔는데 역 이름에 "자갈치"가 있어서.. 순간 엉뚱한 상상이...

자갈치가 생선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갈치 시장"역도 아니고 그냥 "자갈치" 역이라니 너무 웃기잖아.... "고등어"역, "갈치"역... 푸하하하...

그래서, 그 이야기를 Y 샘한테 했더니만

설마 그럴리가 있냐며... 나를 완전 바보 취급했다.

그러면서 "혹시 자갈이 많아서 자갈치 아닐까?" 하길래 나도 그 양반을 완전 바보 취급해주었는데..

이/럴/수/가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자갈치는 우리나라 동해 등에 분포하는 농어목 등가시칫과의 바닷물고기이기도 하지만 자갈치시장은 남포동에서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치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둘 다, 바보가 아니었다!!!

0. KTX 안에서..

대전 상행 열차에서 황당한 사건 목격..

내 앞앞 좌석에서 벌어진 사건...

부산역 지나고 얼마 있다가 갑자기 격앙된 경상도 아저씨 (A) 목소리...

듣자하니, 건너편 좌석에 남녀 한 쌍이 앉아 있는데, 남자 (B) 가 다리를 앞 좌석에 올려 놓았던 거다 (동반석) 이 때 A 아저씨가 발 내리라고, 공공장소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근데 B 청년 입장에서 보기엔, 아니 빈 자리에 발 좀 올려놓은게 무슨 잘못이며, 더구나 열차에서 그리 소리소리 지르며 반말을 지껄일 이유가 뭔가.

중간에 젊은 여자가 말리려고 하니 (아마 여친?) 이 A 아자씨가 입닥치라고 하면서 더욱 기세 등등....

여기까지는, 일찍이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 경부선 아자씨들의 패악이라고 생각하며, B가 불쌍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B가 벌떡 일어나더니 "이런 XXX, 이리 나와.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그러더니 둘이 나갔다

그리고 의외로 금방 들어왔는데, 다시 또 싸우기 시작...

젊은 B " 술 을 곱게 처먹지 어디다 대고 주정이야.. 나이만 처먹으면 다야? XXX"

나이먹은 A " 뭐라고 이 XXX 야, 내가 맥주 한 잔 밖에 안 먹었다. XXX, XXX, XXX"

진짜 여러가지 하는구나 싶었는데

웬 다른 아자씨 승객이 끼어들어 말리며 술 마신 A (본인은 절대 안 취했다고 주장하는)을 말리며, 다른 객실로 데려갔다.. 참 품성도 좋으시더만.... B는 여전히 분을 못 삭이더군.. 하긴 나 같아도 그랬겠다..

이 둘은 모두 경상도 싸나이들로, 엄청 사투리 써가며 고성방가를 했는데.. A야 그렇다고 치고, B도 정말 대단하더라... 다소 존경스러웠음....

사실, 내려갈 때도, 뒤에 앉은 경상도 아자씨가 계속 큰소리로 전화통화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경부선...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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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가는 길

지난 한 달간 정신 없는 와중에,

자원방래하신 지인들을 동반하여 두 번이나 갑사에 다녀왔더랬다.

 

미국 가기 전의 2년 반 대전생활까지 친다면, 벌써 다섯 번 다녀온 셈이다.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절집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에 여러 번 가도 질리지 않는 듯... 

 

고즈넉한 분위기와 초록 우거진 숲길, 개울 앞 찻집은

서울 생활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거의 항상 호평을 받는다. 

다른 곳 방문을 제안해도 다들 "웬지 갑사~" 하며 그 곳을 원하는 건,

아마도 감수성 민감하던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갑사로 가는 길" 때문일 듯...

교과서 글이라면 다들 학을 떼는 듯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 읽은 것들이 은근히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갑사~동학사로는 두 번 넘어봤지만, (그 글에서처럼 눈 쌓인 길도)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길"은 넘어본 적이 없는데,

갑사에서 시작해 동학사 이르기 직전 나타나는 남매탑은 그야말로 밍숭맹숭이다.

더구나 한창 배가  고플 시점.... 대개는 돌로 만들어진 탑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심정이다. 얼릉 내려가서 산채비빔밥 먹어야지 결의를 다지고... 애틋은 개뿔 ~ ㅎㅎㅎ

 

그런 거 보면 작가들의  감수성은 나같은 사람이랑 질적으로 다른게 틀림없어...

 

어쨌든,

아우라의 힘은 강력하고, 추억은 아름다운 법이다. 

줄거리는 까먹어도 사춘기에 간접 경험된 "갑사로 가는 길"의 애틋함과 고즈넉한 정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나보다... 그리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지만 추억에 남아있는 그 곳에 가고들 싶어한다.

 

누가 또 대전을 찾아 "갑사로 가는 길"을 원한다면...

내 기꺼이 충실한 관광 가이드의 자세를 발휘해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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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Habana - dos

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체게바라의 혁명 정신을 (서구) 자본주의가 훼손하고 있다고 하지만,

꾸바의 수도 아바나에서조차,

바로 그 서구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장 열심히 판매하고 있는 주력 상품이 체게바라 인 것은 정말,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가게 진열장마다 도배가 된 체의 티셔츠, 미술관,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마다 전면을 차지한 그의 포스터들....

 

혁명광장의 건물 벽을 장식한 체의 초상화 - 그 유명한 꼬르다의 사진을 이용했고, Hasta la Victoria Siempre 가 함께 적혀 있다.

 

 

서점에는 체의 코너가 따로 있을 지경... 이 곳에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나란히 "우고 차베스" 코너가 있어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해주더라.




꾸바의 상황은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어려워보였다.

 

도로 곳곳에는 부시와 미국을 비판하는 프로퍼갠더 간판들이 늘어서있었지만,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는 "Hotel California" 니 "Take my breath away" 같은 철지난 미국 팝송들이 줄기차게 흘러나왔고, 조금더 비싼 식당에는 영화에서 본 딱 그대로 "Buena Vista Social Club" 분위기의 생음악이 연주되었다.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속물성, 물신성을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산업인 관광을 "사회주의 혁명" 국가 경제의 주력 분야로 삼았다는 데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듯 싶었다. (쓰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ㅜ.ㅜ)

 

빈곤은 따뜻한 마음으로, 혁명정신으로 함께 견딘다고 하지만,

도대체 그 거대한 불평등은 누구와 함께 견뎌야 할까?

 

정말 눈이 부신 하늘과 바다와,

콜로니얼 스타일의 오래된 건물들과,

전설적인 명차들,

따뜻한 사람들과 골목마다 울려퍼지는 음악....

그리고 체 게바라의 아우라....

관광객으로서 "참 이국적이구나", 감동하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전혀 낭만적으로 느껴지지가 않더라.

 

한 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그 풍광과 사람들을 잊지 못해 또다시 찾는다고들 하지만... 나도 다시 찾고픈 것은 것은 진심이지만...

그 어려운 상황들을 다시 대면할 걸 생각하면 괴롭다.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는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건지조차 사실 잘 모르겠다.

(고민이 정리가 안 되서 글을 계속 못 쓰고 있음...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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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관광지의 요란한 체 도배질을 벗어나, 뜻밖의 곳에서 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니...

아바나 시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이 곳 Sierra del Rosario에는 Buena Vista coffee plantation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전망대와 함께... 

Haiti 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농장주들이 노예들을 데리고 이 곳으로 이동하여 자연을 완전 파괴시키며 커피 농장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노예제가 폐지된 후 방치되다가 혁명 이후 생태 복원 프로그램에 의해 지금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곳이다. 

그 굉장한 풍광에 말을 못 이루고 있는데,

Capote 할배가 옆에 와서 살짝 알려주신다. 

체가 사랑하던 곳이라고....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에도 이 곳을 찾았었다고...

 

그가 서서 바라보던 전경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짠했는데,

그건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더랬다.

일단(!) 꾸바에서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떠나는 체의 심정과

미국의 코 앞에서, 안팎으로 혁명을 방어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오늘날의 꾸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지켜봐야 하는 내 심정은 무엇을 공유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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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Habana - uno

꾸바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레빈스 교수한테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2월인데,

어영부영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막상 떠나려고 보니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가 잘 안 풀려서 가기 전 몇 주 동안 은근 맘 고생을 했다. ㅡ.ㅡ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미국시민이나 현재 거주자는 꾸바를 방문할 수 없다.

거기에 가족이 있는 사람, 연구 프로젝트나 학술 대회 참가를 위한 학자, 혹은 언론인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특별 허가를 받아서 갈 수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비행기 티켓도 구매 불가...

 

허나...

일년이면 10만명의 미국인이 이리로 관광을 떠난다고 하니....

세상사 눈가리고 아웅이란 소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어쨌든 설명하자면 복잡한 경로를 거쳐 여차저차 하여....

여행길에 오르긴 했는데...

떠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다녀와서 혼돈스러운 머리 속을 수습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0. 

 

밤 열 한 시가 넘어 혼자 아바나 공항에 내려 몇 가지에 놀랐는데,

 

우선 공항 직원들의 완전 불친절함.... ㅡ.ㅡ

심지어 환전소 직원은 200 CUC (거의 $200)이나 덜 주고도, 나중에 내가 확인해서 돈 더 달라고 하니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돈만 싸악 준다.

입국 심사대 직원은 거의 1세대 사이보그 스탈.. 완전 무표정... ㅜ.ㅜ

 

그리고, 짐 검사... ??? 

나 원 참... 비행기 내리고 나서 다시 검색대에 가방 올려놓기는 생전 첨이야...

 

어쨌든.. 설레임과 나름 흥분(?)으로 혁명광장과 말레콘을 지나 숙소로 이동하는데...

저 멀리 반쯤 불꺼진 네온사인....

"Hasta la Victoria Siempre".....

12시도 한참 넘은 시간에, 술병 하나씩 들고 두 셋씩 무리를 지어 해변을 걷고 있는 널널한 분위기를 보니 저절로 맘이 놓이는거라.....  바로 이거야!!!! 

 

Casa 라고 불리는 민박집도 예상 밖으로 깔끔한데다,

심지어 아침 밥상에는 항상 과일 한 접시 (망고, 멜론, 파인애플 등등)와 직접 갈아 만든 걸쭉한 망고주스.....

 

민박집 테라스와 창문에서 내다본 골목 풍경

 


 

아침에 레빈스 교수의 친구인 Capote 교수와 Leda 교수가 직접 숙소로 찾아와서 인사... 어찌나 사람들이 좋던지.... 이 할배 할매들이 나보구 무지 어려보인다며(아직도 이런 소리를...ㅜ.ㅜ) 대뜸 몇 살이냐고 해서 잠시 당황했음...  뭐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니라며 어쩌구저쩌구 대답하니까.. "아이구, 우리 막내딸보다도 어리네" 하면서 우습다는 분위기... 어쨌든 레빈스 교수 소개로 왔다는 것 자체가 여기에서 엄청난 의미라는 걸 깨닫고 또 역시 좀 당황...

 

같이 나가서 다음 날 이용할 차량 알아보구,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고 헤어짐... 날씨 더워서 죽는 줄 알았음...

더워 죽겠다고 유난을 떠는 것도 뭐해서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묵묵히 참고 걸어다녔는데, 이 양반들도 더워 죽겠다고 난리치는 걸 보니 좀 안심이 되더라는...  ㅡ.ㅡ

정말 타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Habana vieja (구 하바나 도심) 슬슬 걸어서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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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그리고 브라질

일주일 동안 겨우 도시 한 두 군데, 몇 사람을 만나본 거 가지고 그 사회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생생한 "직관"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

 



0.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

 

뭐 어느 사회라고 슬렁슬렁 놀면서 먹고 살겠냐만,

상파울루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멕시코 시티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desperate 라는 단어 그 자체였다.

온 길을 채운 노점상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차들의 행렬,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 끊이지 않고 출현하는 상인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따르따스 한 접시 먹고 바쁘게 일터로 학교로 오가는 초라한 행색의 거대한 물결...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이 쩍.......

"필사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할 수가....

그렇게 해도 살기가 힘들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미국으로.... ㅡ.ㅡ

 

 

0. 주변부 자본주의, 물신성과 세련되지 못함

 

상 파울루에서 기가 막혔던 것 중 하나가,

이전 독재 시절에 건설되었다는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복개천....

독재 정권들은 참 비슷한 일도 많이 하는구나 싶었더랬다. 한국은 최근에 복원 공사를 했다고 이야기하니까 얼마나 부러워들 하던지... (시간이 없어 청계천 복원의 자세한 내막은 이야기를 못했지...ㅎㅎ)

 

그 뿐이랴... 길거리를 걷는데, 술집에 앉아 있는데 쭉죽빵빵 처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뭘 나눠 주는게 여기 저기 눈에 띈다. 도대체 뭔가 했더니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광고 전단.... 나중에 보니까 모델 하우스들도 어찌나 많은지... 요즘에 럭셔리 아파트가 붐이라 여기저기 난리란다..... 왜 한국에서는 동네 빵집 하나 열어도 젊은 처자들이 와서 전단 나눠주고 춤추고 난리 법썩을 떨잖나... (요즘도?) 그거랑 너무너무 비슷한 분위기....

 

멕시코 시티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갔는데 (아침에 커피를 깜빡하고 하루 종일 하품을 해댔더니 M이 너 약먹을 시간 지났구나..하더군 ㅎㅎ) 뚜껑이 냉커피용이야. 빨대 꽂아 마시게 되어 있는.... 도대체 그 뜨거운 커피를 어찌 마시라구.... 도회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 한구석씩 꼭 어설픈....  

 

멕시코 시티 도심 공원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상들이 구석 구석 놓여 있는데, 볼 때마다 아주 뜽금 없다고 생각됨... 어떤 동네는 길 이름이 모두 유명한 문화예술인인데, 괴테나 세익스피어까지는 참아주겠지만.. 도대체 헤로도투스.. 이런 이름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안다고.... ㅡ.ㅡ

 

그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름 가꿔보려고 하는데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급하다 급해 자본주의 문화.... 근데 이게 우리한테 완전 낯설고 새로운게 아니라는 점이 재밌는 거지. 조금 앞서거니 하면서 우리가 그랬으니까...

 

 

0. 거대한 불평등... ㅜ.ㅜ

 

사실 불평등 하면 또 라틴 아메리카의 명성이 자자하니....

국민 1인당 GDP (PPP)와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브라질 $  8400 (80위)  60.7 (3위)

멕시코 $ 10100 (75위)  53.1 (13위)

남한    $ 20400 (43위)  31.6 (80위)

 

멕시코에서 경험한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라질 또 장난 아니다. 워낙 상파울루 시는 전세계에서 헬기 교통량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워낙 빈부격차가 엄청나다 보니 초부유층들이 안전한 출퇴근 수단으로 헬기를 선호하기 때문....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사설 경호업이라고.... ㅡ.ㅡ

아니나 다를까... 아침 나절이면 따다다다.. 하면서 헬기 소리가 요란한데, 평생 살면서 헬기가 동시에 두 대 이상 하늘에 떠 있는 거는 처음 본 지라 정말 신기했다...  차타고 시내 구경시켜주던 날, 아주 훌륭해 보이는 저택이 있길래 Heleno 에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헬기타고 출퇴근하는 부자들 집이냐 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런 사람들 집은 아예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이 양반들도 그런 집은 어찌 생겼는지 본 적 없단다. ㅡ.ㅡ

극단의 경제적 어려움과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적 수단으로서의 "혁명" 혹은 사적인 수단으로서의 "폭력"이 횡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M은 멕시코의 빈부 격차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걱정거리를 늘어놓았는데, 뭐냐하면... 미국의 경우 워낙 분리가 심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마주칠 일이 아예 없고 (사는 동네가 완전 다르니까)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굳이 나쁜 인상이고 뭐고를 가질 여지가 별로 없는 반면, 멕시코 사회는 아직도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생활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고 (이를테면 차도에 뛰어들어 공연하고 팁을 챙기거나 골목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주차를 봐주는) 그러다보니 빈곤층에 대한 부유층이나 중산층의 반감과 편견이 아주아주 엄청나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 말종이나 짐승 취급하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다는 거지....

미국처럼 아예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편견조차 존재하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것도 말도 안 되고, 여기 사회처럼 빈곤이 마치 사회적 죄악인 양 경멸하는 태도도 황당하고.....

그들의 속물적 태도가 비난받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불평등이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헤친다는 것은 이들 개개인의 인간성을 넘어선 엄연한 사회적 실재.... ㅡ.ㅡ

 

한국 사회는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그 사이 과연 어디쯤 있을까....

 

 

0. 역동 - 문화적 정치적 자산...

 

두 사회 모두 다인종 사회, 풍부한 문화적 자산, 정치적으로 혁명과 반 혁명의 역사를 거쳐왔다. 

멕시코만 해도 독립전쟁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혁명도 많고 정치세력들도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시티에는 쿠바의 독립 영웅인 Jose Marti 석상을 비롯하여 멕시코 영웅 Juarez 관련 조형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한창 혁명 운동이 들끓어올랐던 20세기 초반의 벽화 운동은 도시의 웬만한 대형 건축물들을 하나씩 장식하고 있다. 마침 벌어졌던 부정선거 논란에 사람들이 보여준 직접 행동도 놀랍고, Oaxaca 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파업 투쟁을 비롯하여 10년을 이어오고 있는 치아파스의 Zapatista 투쟁도 경이롭고....  사람들이 정말 화끈해... ㅡ.ㅡ

 

브라질에 가기 전에 나름 치안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니까 Eduardo 가 "너가 상파울루에서 돌아다녀도 아무도 너를 외국인으로 안 보니까 걱정 마" 해서 도대체 그게 뭔 소린가 했는데... 정말 가보니까 인종이 총천연색이더라. 일본인을 비롯하여 아시안 커뮤니티도 엄청 크고... Heleno나 Thais 도 나보구 "너가 입 벌리고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너가 외국인이라 생각도 안 할 뿐더러, 일단 여기 온 이상 너는 브라질인이야" 하면서 똑같이 말하는게 아주 인상적 ㅎㅎㅎ 

물론, 여기도 흑인 혈통에 대한 차별과 북동부 (주로 인디오들이 살았던 빈곤한 지역. 룰라도 그 지방 출신)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단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민족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만 하랴....

 

그리고 PT에 대한 지지나 일상에서의 정치 활동은 매우 인상적!

그래도 그 양반들은 "우리는 주류 의사 사회에서 볼 때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를 보구 일반화시키면 안 돼... " 하면서 낄낄 웃었지만 말야....

50대 아저씨들이 커뮤니티 센터에서 전시중인 쿠바 혁명 사진전에 나를 데려가서 자기네들끼리 숙연해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0.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연대를.... 

 

지구촌에는 "서구 선진국" 만 존재하는 건 아닌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물론 내가 이들을 몰랐던 만큼, 이들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그토록 닮고 또 그토록 독특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잖아...

거대한 규모로 관철되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힘(social force)의 실체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서로가,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인간해방을 위한 "연대"에 함께.....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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