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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의 미묘한 며칠간

여성운동하면서 고민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가족들과의 관계.

사실 운동한답시고 본격적으로 나섰던 대학시절 이후 부모님을 비롯한

소위 가족, 친척들과는 일정부분 담을 쌓다시피 살아온 나다.

그런 나였기에 결혼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고, 홀로 사는 게 상책이라 믿었는데...

인생은 자기가 바라는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결국 결혼과 출산이라는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이라 믿으며 사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나.

그러면서도 반성폭력운동과 여성억압적 성문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놓지 않는 나.

그 안에서 갈팡질팡

 



 괴로운 나... ^^;;;;

 

이번 시어머니의 서울상경은 이렇게 모호하게 살고 있는 나의 삶에

미묘한 긴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험험...

아기에게 엄마의 품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신 어머니.

그리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존중하면서도

은근 슬쩍 그런 삶을 강요당한단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난 아기에게 아침마다 밥을 먹일 수도 없고(어머니는 아침마다 밥과 국을 떠먹이신다 ㅜㅜ)

저녁에 일하고 들어오면 열심히 놀아줄 수도 없고(어머니는 간식을 챙기고 아기곁을 떠나지 않으신다)

아기 목욕시키면서 빨래를 동시에 하고 있으며(어머니는 아기가 그 사이 감기들까 걱정하신다)

애가 울고 짜증내면 같이 화내고 소리친다(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아기를 안고 달래시는 어머니 ㅠㅠ)

 

괄호 안의 행동들, 사실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그 행동들을 보면서 지치는 나는 무엇인가?

시어머니는 결코 나에게 직접적으로 그런 행동을 너도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신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위축되고, 괴로울까?

 

운동에도 올인하지 못하고, 육아에도 정성쏟지 못하는 내 상황...

음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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