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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중단이 여전히 핵심 요구다

다함께 49 호

점령 중단이 여전히 핵심 요구다 -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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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중단이 여전히 핵심 요구다

 

“오늘 이라크 국민은 세계에 자기 의사를 표현했고 세계는 중동의 중심에서 나오는 자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이라크 총선이 끝난 직후 부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총선 직후 TV와 신문들은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는 이라크인들 ― 미리 고른 투표소를 촬영한 ― 의 모습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총선은 “민주주의”나 “자유” 따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른바 “자유 투표”는 전면적인 계엄령 하에서 진행됐다. 많은 지역에서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됐는데, 위반 시에는 사살해도 무방했다. 공항, 항만, 도로가 폐쇄됐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이라크독립선관위’(이름과는 달리 미국이 만들었다)는 신변 위협 때문에 아예 이라크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30만 명에 이르는 점령군과 이라크 군경이 사실상 선거를 관리했다. 모술에서는 미군이 직접 투표함을 운반했다.

바그다드에 사는 아민 하자르는 이렇게 말했다. “(투표에 참가하지 않으면) 식량배급이 중단될까 봐 투표에 참가한다. 식량배급이 중단된다면 나와 우리 가족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선거 당일 무장 저항이 크게 줄었다는 주류 언론들의 보도와는 달리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이날 약 2백60건의 공격이 있었다. 이것은 점령이 시작된 이후 하루 공격으로는 최대 건수다. 선거 이후에도 저항세력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새로 “선출된” 이라크 정부의 무기력이 드러날수록 점령군과 새 정부 모두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새로운 선거에도 불구하고 미군 점령당국이 이미 만들어 놓은 임시행정법이 실질적인 통치 법령 구실을 할 것이다. 

치안 장관, 공공 감찰부 장관, 통신·언론 장관 등 주요 핵심 요직들은 미국에 의해 임명되고 교체될 것이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이는 해임될 수 없다.

법관이나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사법위원회 역시 점령 당국에 의해 선발·심사·교육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국의 후원을 받아온 망명객들이 이들을 지배할 것이다.

선거 따위는 아랑곳없이 미국은 14개의 영구 주둔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까지 ― 또는 쫓겨날 때까지 ―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미국은 선거를 원하지 않았다. 이라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지도자들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선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아파 지도자들은 선거가 전쟁 이후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은 선거 일정에 동의하는 것과 동시에, 선거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국제 반전 운동의 일부는 미국이 처음에 선거 시행을 거부했던 것이 이라크인들의 ― 적어도 오랫 동안 억압받아 온 시아파 대중의 ― 진정한 열망이 선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오판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적인 형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선거는 궁지에 몰린 미국이 수니파의 봉기로부터 다수 시아파를 분리시킴으로써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줬을 뿐이다.  


 

발표된 이라크 총선 결과에 따르면, 새로 구성되는 제헌의회에서 ‘통일이라크연맹(UIA)’ ―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가 후원하는 시아파 정당과 정치인들의 연합 ― 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친미 끄나불인 알라위는 고작 13퍼센트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예상대로 수니파 거주 지역에서의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20만 명이 거주하는 사마라에서 겨우 1천4백 명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선거 전에 통일이라크연맹의 지도적 인물들은 선거가 미국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는 과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그들은 점령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통일이라크연맹의 지도자들은 선거 기간 중에 강령에서 미군 철수 일정 제시 요구를 제외했다. 알 다와 당 ― 통일이라크연맹에 소속돼 있는 ― 의 지도자인 이브라힘 자파리는 “미국이 너무 빨리 철수하게 되면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거에서 통일이라크연맹을 지지한 시아파 대중은 미군 점령의 지속을 위해 투표한 것이 아니다.

시아파들은 수니파만큼이나 미군을 싫어한다. 선거 직전(23일)에 조그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니파의 82퍼센트, 시아파의 69퍼센트가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 또는 정부 구성 후 철수를 지지했다.

놀랍게도, 53퍼센트의 이라크인들이 무장 공격이 정당한 저항 형태라고 대답했다.


 

만일 통일이라크연맹이 새 정부의 얼굴 노릇을 하게 된다면(아마도 그러겠지만), 시아파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다. 미군 철수를 원하는 다수의 시아파 대중과 타협을 원하는 온건한 지도자들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급진 시아파 지도자인 알 사드르는 이번 1월 30일 선거 때 보이코트를 선언했고, 더는 점령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대변인 알 자르카니는 “이라크인들은 철군 일정, 안전, 일자리 그리고 공공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한다.

“만약 새로 선출된 정부가 이라크인들을 위한 최상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면 우리는 정부를 따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가장 강력한 반정부 세력이 될 것이다.”

미 제국주의의 역사가 흔히 그래 왔듯이 이번 선거는 불법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사기극에 불과하다. 이라크인들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오직 점령군 철수와 함께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이라크 점령 중단은 3월 20일에 국제 반전 운동이 여전히 외쳐야 하는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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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매는 미국의 처지를 드러내다 / 북한의 핵 보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함께 49 호

쩔쩔매는 미국의 처지를 드러내다 / 북한의 핵 보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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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매는 미국의 처지를 드러내다

 

김하영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책벌레)의 저자




 

북한 외무성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가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발표 자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북한이 2002년부터 여러 차례 핵무기 보유를 암시해 온 터라, 나처럼 그 전부터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주장해 온 사람이 아니라도 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이 소식에 면역돼 있었다.

나는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특히 주목하고 있지 않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하나 제시하고 싶다. 사실, 이 점이 북한 핵무기 보유 발언의 파장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고소한 대목이다.

그것은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얼마나 무참히 체면을 잃고 있고, 얼마나 처참히 위신 실추를 맛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초강대국 이미지에 비춰보면 적어도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불호령을 내리고,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심지어 군사 위협도 할 법했다. 부시 재선 직후 시민·민중운동 진영을 휩쓴 과장된 한반도 위기설에 비춰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백악관은 “오래 전부터 들어온 레토릭(수사)”일 뿐이라며 “위기는 없다”고 오히려 사태를 축소하려 들었다.

미국 제국주의의 힘을 막강하게 그리려는 언론들 덕분에 미국의 군색한 처지는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지 않으려는 의도되고 계산된 고도의 무시 전략’인 양 포장됐다. 하지만 이 얄팍한 솜씨를 한꺼풀만 들춰내면 우리는 궁지에 몰린 고양이 톰처럼 쩔쩔매는 미국 지배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핵무기가 없다고 이라크가 말했을 때 거짓말 말라며 융단 폭격을 퍼부었던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지금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미국의 핵확산금지 정책에 정면 대들고 있는데도 도리어 “북한이 핵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때 그때 달라요” 하는 코미디 대사처럼 이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응징’ 정책은 누구의 눈에도 원칙도 대의도 없어 보인다. 이것은 최근 북한과 이란 핵 문제의 대조에서 다시 한번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무장관 라이스는 “이란 핵 문제가 북한 핵보유 선언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지 않았다”며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하는 이란에 대해서는 위협을 퍼붓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호전적’으로 선언한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미국은 자신의 체면을 사정없이 구겨놓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북한에 폭격이라도 쏟아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점령과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질서의 재편을 위한 개입만으로도 힘이 부친 터라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확대할 수 없는 처지다. 정확히 말해, 부시 정부 1기 4년 내내, 특히 이라크 침공 이래 이런 상황이었다.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 위협, 날로 증대하는 전쟁 위협이 낳은 결과라는 데 대체로 입을 모은다.

하지만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현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 등 무력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북한이 매우 잘 알고 있”(리둔추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기 때문이었다.

북한 외무성 성명이 발표된 다음 날인 2월 11일 <노동신문> 논평에서도 이런 인식이 얼핏 엿보인다. “미국이 큰소리를 치면서 으르렁대지만 공화국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한치의 땅도 다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중동에 발이 묶인 미국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핵 보유 선언을 함으로써 시간끌기만 하는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에 압박을 가하고 북미간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든 그것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두 국가간 세력 관계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전후 과정이 보여 준 것처럼 전 세계에 대한 미국 제국주의의 지배력은 주로 이라크와 중동에서 결판날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의 핵무장을 지지할 수는 없다. 북한은 지금 아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미국의 위협이 북한의 핵무장을 부추겨 왔음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전략전술핵 보유국이고, 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핵무기 사용을 위협해 왔다.

브루스 커밍스는 지난해 12월 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동북아시아 공군력과 핵전략이 북한의 국가안보전략 수립에서 핵심적 요소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 <뉴욕 타임스>는 “미국 과학자들이 차세대 핵무기 디자인 개발에 착수해 탄두를 개발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중소 규모 나라들이 스스로 핵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려도 놀랄 게 없다”고 미국의 위선을 꼬집은 바 있다.

참여연대처럼 북한과 미국을 똑같은 강도로 비난(양비론)하는 것은 핵무기 1만 개나 1개나 똑같이 위험하다는 식의 추상적 접근이다.

한편, 통일운동 단체들은 대체로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당연한 대응”(통일연대)이라며 북한에 대한 무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를 통해 제국주의로부터 평화와 체제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소련은 핵무기를 수천 기나 가지고 있었지만 무기 경쟁이 오히려 소련 붕괴를 재촉했고 수많은 민중을 궁핍 속에 밀어넣었다.

더구나 핵무기는 다른 나라의 평범한 노동자·민중을 위협한다. 서로 다른 나라의 노동자·민중을 겨냥하고 있는 핵탄두가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통해서만 제국주의를 패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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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세계사회포럼의 중요한 성과 - 국제 반전 운동이 3·19­/20 행동을 결의하다

다함께  WSF특집 호

5차 세계사회포럼의 중요한 성과 - 국제 반전 운동이 3·19­/20 행동을 결의하다 -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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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세계사회포럼의 중요한 성과 - 국제 반전 운동이 3·19­/20 행동을 결의하다

 

세계사회포럼의 우파 지도자들   예컨대 브라질의 치코 휘태커나 프랑스의 베르나르 까쌍은 세계사회포럼이 운동이어서는 안 되고 ‘수평적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는 이라크 전쟁 쟁점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세계사회포럼은 반전 운동 토론과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역사적인 2003년 2·15 시위와 이라크 침략 1년에 항의한 2004년 3·20 시위 조직 등 중요한 행동들이 거기서 호소돼 왔다. 이번 포럼에서도 많은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중요한 국제 행동이 결의됐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각종 반전 토론회에서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둘러싸고 논점이 형성됐다.

첫번째는 반전 운동 일각에서 광범하게 존재하는 비관주의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리 운동이 전쟁을 막지도 못했고 점령을 종식시키지도 못했다며 운동의 앞날에 대한 패배감을 표시했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크리스 나인햄은 “우리는 지금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으로 미국 제국주의와 점령군은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 공화당 안에서조차 철군 주장이 나오고 있고, 영국에서는 3인의 전직 장관들이 영국군이 12개월 내에 철수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운동 안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는 환멸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운동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성취했다. 우리는 대서양 동맹을 분열시켰고, 기성 정치체제를 뒤흔들었다. 또, 스페인 등이 왜 군대를 철군했겠는가? 역시 반전운동 때문이었다.” 하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였다. 이 문제에는 두 가지 극단적 입장이 존재했다. 하나는 반전운동이 이라크의 비폭력 저항만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운동의 동원 구호에 ‘이라크 무장 저항 지지’를 넣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바르게도 많은 참가자들은 반전 운동이 이 문제 때문에 분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인햄은 “나는 개인적으로 무장 저항을 지지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운동의 구호로 넣는 것에는 반대한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적이거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평화주의를 지지한다. ‘무장 저항지지’ 구호는 이런 사람들이 운동에 참가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채택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최대한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는 2.15 같은 대규모 시위와 정부청사나 점령 참가 기업 점거 등 직접행동 중 어느 것에 우위를 두어야 하는지였다. 소수 활동가들은 지금이 직접행동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은 ‘남반구초점’ 활동가 허버트 도체의 지적이었다.

그는 “두 가지 행동이 서로 경쟁 관계일 필요는 없다. 많은 나라들에서는 두 가지 행동이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현실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없었다면 소수의 직접행동이 그냥 무시당했을 것이다. 따라서 둘은 모순적이지 않지만 어느 행동이 더 중요한지는 명백하다.” 


 

반전 전략 회의에서는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음을 보여 주는 안건이 결정됐다. 국제 반전 운동은 점령에 참가하기를 거부하는 사병들을 방어하기로 결정했다.

수니파와 시아파와 세속적 정치단체들도 포괄하고 있는 광범한 점령 반대 연합체의 지도자 자와드 할리시 촌장은 이 회의에 참가해 이라크 총선의 실상을 폭로했다. 그는 1920년대에 영국 점령군에 맞선 저항을 이끈 이라크인 영웅의 아들이기도 하다.

“조지 부시는 투표일 전에 이미 선거 결과를 예정해 놓았다. 이번 총선은 이라크 민중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조지 부시를 위한 선거였다.”

이전 세계사회포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제적 행동이 결의됐다. 반전 전략 회의에 참가한 각국 반전 활동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 2년을 맞이하는 3·19­20 국제공동반전행동을 결의했다. 이 결정은 마지막 날 있었던 사회운동총회에서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회의장에서 발표된 것을 보면 3월 19­20일 시위가 조직되고 있는 나라는 이라크를 포함한 29개국이었다.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베네수엘라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도 행동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반전 시위는 국제 반전 운동에 중요한 자신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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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말하는 세계사회포럼의 성과와 과제

다함께 WSF특집 호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말하는 세계사회포럼의 성과와 과제 - 알렉스 캘리니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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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말하는 세계사회포럼의 성과와 과제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이 극복해야 하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영국의 혁명적 맑스주의 단체인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반자본주의 선언≫(책갈피)의 저자이다.

 


 

Q 이번 5차 세계사회포럼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입니까? 4차 뭄바이 세계사회포럼과 비교해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점에서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단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15만 명 정도가 등록했습니다. 개막 행진에는 2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운동의 역동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사상과 행동을 열망하는 브라질 젊은이들의 열정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반전 총회와 사회운동 총회에서는 3월 19∼20일을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로 삼자는 제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작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 비해 후퇴했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자신의 정치 의제를 위해 세계사회포럼을 이용하려는 룰라 정부의 강력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 헌장은 정치 정당의 참가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룰라는 포럼 첫 날 세계 빈곤에 관한 대규모 세미나에 참가했고, 이것은 사실상 노동자당(PT)의 집회였습니다.

이것은 단지 브라질만의 맥락은 아닙니다. 먼저 브라질 맥락에서 보면 브라질 노동자 운동과 여타 운동은 룰라 정부의 소위 신자유주의 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분열해 있습니다.

둘째, 세계적 규모에서 보면 블레어 영국 총리, 슈뢰더 독일 총리, 룰라 대통령 등 제3의 길 정치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잃은 정치적 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들이 세계 빈곤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듯이 보이고 싶어합니다.

블레어는 이라크 전쟁으로 불신받고 있고, 이제 그것을 만회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올해 7월 스코틀랜드 G8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이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반자본주의 운동의 의제를 도용하는 것을 계속 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이를 용인한 세계사회포럼 조직자들은 혹독하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물론 그들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매우 심각한 후퇴였습니다.

두번째 부정적인 측면은 포럼이 대단히 파편화된 방식으로 조직된 것입니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대규모 개막식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초점을 맞춘 아룬다티 로이와 영국의 제레미 코빈[노동당 반전 의원] 같은 사람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올해에는 개막 행진이 있었지만 공통의 기념식이나 행사가 없었습니다.

룰라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를 위한 대규모 집회는 세계사회포럼 내 좌파와 우파 간 분열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단결을 위한 진정한 시도는 없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이 주제별 영역에 따라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바람에, 일례로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문화나 환경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운동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여러 논쟁들이 있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부분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이유 때문에, 그리고 부분적으로 세계사회포럼 자체의 성격 때문에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총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항의 세계화’가 조직했던 흥미로운 토론 중 하나는 나와 존 홀러웨이의 논쟁이었는데, 수백 명의 브라질 젊은이와 아르헨티나인 들이 혁명적 맑스주의자와 자율주의자 사이의 논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논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논쟁에서 혁명적 맑스주의자가 상당히 잘 해냈다고 해서 우쭐해서는 안 됩니다. 홀러웨이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와 함께, 룰라와 차베스의 연설을 제외하면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토론회에서 연설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젊고 매우 열정적인 1천∼2천 명의 사람들이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PT 같은 개량주의 정당의 우경화와 많은 극좌파의 종파주의를 볼 때, 매우 모호하지만 동시에 외관상 민주적인 자율주의 정치가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Q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자율주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 자율주의가 라틴아메리카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나는 이미 앞에서 대부분의 이유를 지적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사회포럼에서 사상과 행동을 바라는 많은 브라질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심지어 브라질에서 가장 훌륭한 급진좌파 단체조차 이들과 성공적으로 관계 맺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당 깃발을 흔드는 전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브라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조직은 ‘사회주의와 자유의 당’[P-SoL]인데, P-SoL 사람들조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일어나는 논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왜 많은 젊은이들이 홀러웨이와 네그리 같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과거의 전통과 단절되는 새로운 정치적 언어를 제공하고,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Q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 있음에도 반전운동 내부에는 비관주의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모순된 상황인데, 왜 그렇습니까?


 

현재 반전 운동이 위기에 빠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바그다드 함락 이후 많은 나라들에서 반전 연합체들이 운동을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운동의 탄력을 상실했습니다.

둘째, 점령에 맞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를 침략해서는 안 되었지만 일단 침략한 이상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미국이 철수하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하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에는 답이 있습니다. 이라크 사회에 그런 혼란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미국·영국·한국 군대 등 외국 군대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여전히 어려운 주장입니다.

셋째, 부시의 재선, 아니 전에 정당하게 당선되지 않았으니까, 부시의 초선 때문에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사기저하됐습니다. 반전 운동의 주요 지도부인 평화정의연합(UfPJ)은 민주당의 존 케리를 지지했습니다. 케리는 부시 못지 않은 찬전 후보였기 때문에 이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고, 따라서 그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런 결정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습니다. 첫째, 그들은 몇 달 동안 실질적인 반전 운동을 조직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부시가 이겼을 때 그들은 실망하고 당황했습니다.

나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긍정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전 세계 반전 활동가들이 어떻게 반전 운동에 더 많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를 두고 서로 토론을 벌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PT가 주도하려는 노력이 여러모로 엿보였습니다. 그러나 모순이게도, 세계사회포럼은 정당 배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운동과 정당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정당을 배제하는 포르투 알레그레 헌장이 항상 위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PT는 이번뿐 아니라 과거에도 세계사회포럼에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정당 배제 원칙 아래  엄청난 위선이 저질러졌습니다. 나는 잘 알려진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고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적극 참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나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는 가령 프랑스 공산당이나 이탈리아 리폰다찌오네 코무니스타[재건공산당] 같은 급진좌파 또는 중도좌파 조직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이중잣대이며 신자유주의와 전쟁 반대를 말과 행동을 통해 입증한 급진좌파 정당들이 운동에서 정당한 자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룰라와 PT가 한 구실은 포르투 알레그레 헌장을 기만적으로 위반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급진좌파 정당이 아니라 ‘사회 자유주의적’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정당이 헌장을 위반했습니다.

따라서 단지 모순과 터무니없는 위선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이미 지적했듯이 사회자유주의 정당, 제3의 길 정당 들이 운동을 통제하려 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진국의 주요 NGO들을 통해 이 과정을 촉진하려 합니다. 이들 NGO들은 서구 정부에 온건한 압력을 가해 신자유주의를 포기하도록 만든다는 대단히 유토피아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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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부시·룰라 비난 10만명 가두시위

제 5회 세계사회포럼(WSF)이 개막된 26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두시위가 벌어져 브라질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포럼 개최지인 브라질 남부 리오 그란데도 술 주 포르토 알레그리 시에서 이날 오후 10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시가행진이 벌어졌다.
   
시위자들은 "배신자, 서글픈 현실이여, 전직 노동자가 엘리트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룰라 대통령을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브라질 사회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룰라 대통령이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네덜란드인 위니 어베르비크(39)는 "중요한 것은 룰라 대통령에게 타락한 정치인들과 야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자들은 또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준 부시 행정부의 호전적인 정책과 전세계를 향해 손길을 뻗치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난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독재자 히틀러에 상응하는 속임수의  극치"라고 풍자하며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이 세계평화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위가 끝난 뒤 포럼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마련한 행사에 참가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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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세계사회포럼 브라질서 개막...10만여 활동가 모여

세계사회포럼 브라질서 개막...10만여 활동가 모여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18681
[현지리포트①] 엄청난 인파 속 한국단체 활동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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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임은경 기자   브라질=임은경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세력들의 축제, 제 5차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 26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 포르투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에 모인 전세계 10만여 활동가들 ⓒ민중의소리

  
  이날 오후 5시부터 포르투알레그레 시내에서 열린 개막행진에는 브라질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활동가 십만여 명이 몰려 인산인해의 장관을 이루었으며, 한국에서는 민주노총, WTO반대국민행동, 아래로부터세계화, 다함께, 민주노동당 등 단체 회원 15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참가단의 모습. 한국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다함께 등 150여명이 참가했다 ⓒ민중의소리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지구 반대편 남반구의 브라질은 여름이 한창이다. 대부분 등이 시원스럽게 드러난 차림을 한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은 이날 각자 단체별로 모여 시내 중앙시장 앞 광장에서 행진을 시작, 행사가 열리는 호숫가까지 장장 두시간에 걸쳐 성대한 퍼레이드를 펼쳤다.
  
  전세계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사회포럼이라고는 하지만 열리는 장소가 브라질인 까닭에 참가자들은 브라질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체들도 참가자 숫자가 월등히 많은 CUT(브라질 노총), PT(브라질 노동자당, 현 집권당) 등 브라질 단체가 눈에 띠었다. CUT와 PT는 거의 전원이 선명한 붉은 깃발을 들고 나타나 더욱 눈길을 끌었으며, PT 당원들은 룰라 대통령의 사진을 피켓에 담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면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였다. 각 단체들은 저마다 영어, 포르투갈어(브라질 공용어) 등으로 만들어온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자신들의 주장이나 직접 주최하는 세미나 일정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길 좌우로 늘어선 건물에서도 이들의 성대한 행진에 화답하듯, 잘게 자른 종이를 뿌리거나 커다란 수건을 펄럭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시는 테러리스트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참가자들도 신자유주의반대 싸움이 치열한 한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대열에 합류했다.
  
  WTO·신자유주의반대국민행동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싸움, 농민들의 쌀개방반대투쟁, 파병반대 투쟁과 전범민중법정 소식 등을 담은 영문으로 된 8면짜리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준비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눈에 띠는 활동을 벌인 것은 '아래로부터세계화'와 함께 이번 사회포럼에 참가한 한국 단체 '다함께'였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계 18개국에 회원을 갖고 있는 다함께는 이번에 브라질에 각국의 회원들이 결집, 다같이 행진에 참가해 단결력을 과시했다. 다함께 회원들은 '부시는 테러리스트다', '자본주의 반대', '팔레스타인에 승리를!'과 같은 구호를 포르투갈어 등으로 함께 외치면서 행진을 벌였고, 미리 준비한 '이라크전 반대'와 같은 피켓을 주변에 나누어주며 각국의 활동가들의 참여를 독려, 화기애애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행진을 보여주었다.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다함께 회원들 ⓒ민중의소리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자는 것을 이번 행진의 기조로 잡았다"며 외국에서 온 다함께 회원들은 물론, 다함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행진의 취지에 공감해 중간에 많이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거대한 행진은 저녁 8시경에 마지막 대열이 호숫가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대부분이 젊은이들인 이들 활동가들은 행진후 곳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북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했다.
  
  이번 5차 세계사회포럼은 포르투알레그레 한켠에 자리한 거대한 호숫가 주변에 11개의 대형 천막이 세워진 자리에서 11개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6일의 가장 큰 행사는 이번 개막 행진이었으며, 27일부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한국참가단은 '반전·반세계화 아시아 민중·사회운동 회의'(28일)와 'FTA·신자유주의 지역통합 대응 아시아 활동가 라운드 테이블'(29일), '한일 FTA 반대, 이라크 침략전쟁 반대, 한일 양국정부의 철군촉구 한일민중 결의대회'(30일) 등에 참가할 예정이다.
  
  
나는 왜 세계사회포럼에 왔나

  
  데이비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들/Socialist Workers)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세상을 바꾸려면 노동자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노동자들이 의회에 진출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권리를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운동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래리안 티톤 (브라질, 브라질 교사연합/CPERS)
  
  전 세계에서 온 활동가들과 함께 해서 너무 기쁘다. 우리의 힘을 모아 제국주의에 대항해 나가야한다. 제국주의는 환경을 파괴하고 개발도상국을 침탈해 굶주리게 만든다. 제국주의는 브라질에 대한 경제적 침략을 중단해야 하며, 대신 제국주의 정부들은 이번 쓰나미의 피해국들에 구호금을 지원했으면 한다.
  
  조지 멜로 (브라질 종교연대)
  
  우리는 일반 신자들, 성직자들간의 관계를 포함한 종교간의 연대를 추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단체이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반전과 평화의 주제가 많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애니 알갈라론도(프랑스, 카톨릭연합/SECOURS CATHOLIQUE)
  
  세계사회포럼을 통해 개별 시민사회는 세계와 연관을 맺고 연대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모인 다른 나라의 단체들과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이곳까지 왔다. 함께 모여 이 혼란스런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 전쟁의 논리에 저항할 수 있는 생각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비어 누지카 (프랑스, 노동조합자문단체/CEDAL)
  
  우리는 개개인의 인권이 올바로 보호되는 세상을 꿈꾼다. 인권이 보호된다는 것은 온 세계에 경제와 사회정의가 제대로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면서 손을 덥썩 잡고 명함을 달라고 하더니 기사를 쓰면 자기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말로 기사를 쓴다고 했더니 몹시 실망하면서도 민중의소리 웹사이트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제 외지라프 (브라질, 개인)
  
  (대머리에 까만 수염이 덥수룩하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발 아래 옷이 끌리는 길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혼자 걷고 있었다.)
  나는 동성애자다. 특히 여성의 역할을 하는 남자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혼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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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개악안 저지하라 /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 / 투쟁이 중심이어야 한다

다함께 48 호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하라 /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 / 투쟁이 중심이어야 한다    

http://www.alltogether.or.kr/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하라 - 전지윤

노무현의 악랄한 궤변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고용의 유연성을 풀어 주지 않으면 …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2004년 12월 27일 <경향신문> 인터뷰)
“비정규직 문제는 …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이 절실합니다.”(신년 기자회견)
노무현은 나아가 “이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개개인의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능력자인 양 모욕했다.

 


이런 해괴한 논리를 바탕으로 노무현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의결했고, 노무현은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서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하고 비정규직 확대 법안의 통과를 재촉했다.
‘기간제로 3년이 지나도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하라는 게 아니’며 ‘계약 기간 이전에 퇴사하면 손해배상’(노동부 차관 정병석)까지 해야 하는 법이 곧 죽어도 ‘보호’법이란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가보안법 폐지 사기극’을 벌이며 민중운동 진영을 자기 편으로 묶어 둔 뒤 파병 연장안, 공무원 악법 등을 통과시킨 노무현은 이번에도 같은 술책을 부릴 듯하다.
2월 임시국회 때 다시 ‘국가보안법 폐지 사기극’을 펼치며 민중운동 진영을 혼란과 분열에 빠뜨리고, 그 틈에 비정규직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는 두 번 속지 말아야 한다. 이미 “우리당 견인을 통한 개혁법안 처리는 환상임이 분명”해졌고 “노무현 정권의 개혁은 정치적·도덕적으로 파산”했다(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비정규직 확대를 막기 위해서도, 진정한 민주개혁을 위해서도 노무현에 맞서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 중앙위가 비정규 법안에 맞서 ‘2월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앙위는 동시에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도 의결했다. 이런 ‘두 길 보기’는 우려스럽다.

 

한편, 열우당에서는 “포지티브 리스트(몇몇 업종을 지목해 파견제를 허용하는 방식)의 폭을 현실화하고 넓혀 내용은 네거티브 리스트(몇몇 업종만 제외하고 파견제를 전면 허용하는 방식)와 똑같은 효과를 내야 한다”(열우당 의원 김형주)는 기만책이 떠오르고 있다.
혹시라도 일부의 우려처럼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에 들어가 이런 기만책을 받아들이고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얻어 내는 타협을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얼마 전 “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 무섭다”고 한 김춘봉 씨의 “죽음은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과정과 그 결과를 너무나 참혹하게 보여 주고 있다.”(<노동과 세계>)
이런 미래를 멈추기 위해서도,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는 역겨운 비난을 박살내기 위해서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에 모든 것을 걸고 앞장서야 한다.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 - 전지윤

노동운동이 위기라는 주장이 차고 넘친다. 민주노총이 단위노조 대표자 6백여 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64퍼센트가 ‘민주노총이 위기’라고 답했다. 

 

문제는 위기의 원인과 대안이다. <조선일보>는 “한국 노동운동의 조로(早老) 현상은, 소수의 특권적 노동자들이 극한적 파업 수단을 무기로 생산성을 뛰어넘는 고임금과 고용보장 요구를 계속해 … 빚어진 특수 현상”이라고 말한다(2004년 12월 16일치 사설). 따라서 노동운동이 이제 파업과 투쟁을 접고 양보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파업과 투쟁을 회피하고 양보와 타협에 길들어 온 게 위기의 원인이다. IMF 이후 주요 대기업 노조 지도자들은 전투적 파업에 나서기보다 양보와 타협을 거듭해 왔다.
예컨대, 현대차 노조는 1998년 파업 때 식당 여성 노동자들의 해고를 받아들이며 파업을 끝냈고, 2000년부터 사내하청 형태의 비정규직 확대에 투쟁으로 맞서지 않았다. 심지어 2001년 효성·태광 파업 때는 연대 파업 전선에서 이탈해 버렸다.
이런 양보와 타협은 일부 현장노동자들의 냉소와 사기저하를 낳았고, 비정규직 확대를 가져와 노동자들을 분열시켰다. ‘죽음의 공장’이 된 현대중공업은 이런 양보와 타협의 극단적 결과이다.
지배자들은 위기의 원인을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셈이다.

 

한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노동운동이 노동조합원의 이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 대폭적인 양보를 포함한 연대임금 정책과 사회개혁 요구를 임단투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매일노동뉴스>)
그러나 ‘조합원들의 실리만 일부 지켜내는 양보와 타협’이라는 문제에서 ‘조합원들의 실리도 양보하는 타협’을 대안으로 이끌어 내서는 안 된다. 대안은 ‘전체 노동자의 이익과 사회변혁을 위한 파업과 투쟁’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위기에 맞서 ‘사회공공성 쟁취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등 4대 과제를 내걸고 ‘2006년 5월 준비된 전조합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투쟁을 미리 계획하는 건 좋지만, 독일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지적했듯이 파업을 “호주머니 속에 접어 넣어 두었다가 마음먹으면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주머니칼처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될 수 없다.

 

2006년 ‘세상을 바꾸는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강력한 파업과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을 높여 나가야 한다.

 

 

투쟁이 중심이어야 한다 - 전지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로 들어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노동부 장관 김대환과 노사정위 위원장 김금수는 “민주노총은 조건 없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라”며, 민주노총이 불참하면 ‘사회적 대타협을 포기하겠다’고  을러댔다.

 


1월 6일에는 좌와 우를 모두 포괄하는 1백65명의 ‘사회원로’들이 ‘기업의 고용창출 노력’과 ‘노조의 임금 인상 자제’ 등의 내용으로 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2005 희망제안”을 발표했다. 
1월 14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사회적 교섭’을 제안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개한다고 의결해 대의원대회에 상정했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노사정위가 “[우리의] 요구를 사회 쟁점화하는 단위”라며 “[노사정위 참여] 때문에 민주노총이 지지부진하고 투쟁에 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자율과 연대’ 그룹의 최병천 씨는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89퍼센트의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통로”로서 노사정위 참여를 주장한다.
그러나 노사정위의 성격과 지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에서 노사정위는 경제위기 때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해 경제를 살리자’는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해 왔다. 지배자들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발을 노사정위에 묶어 두고 현장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1998년 1기 노사정위에 참여한 결과는 ‘우리 요구의 사회 쟁점화’가 아니라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의 통과였다. 2기 노사정위도 은행·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의 도구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나 노·정 협상에서 잘못 합의한 근로자파견제나 노동시간 단축은 89퍼센트의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만 끼쳤다.
노사정위 참여가 투쟁을 가로막지 않을 거라지만 협상에 중심을 두고 연연하면 투쟁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바로 지난해 하반기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면서 투쟁이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고, 노무현은 LG정유·궤도파업 직권중재로 뒤통수를 쳤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노사정위에 계속 참여해 온 한국노총의 조합원 여론조사에서도 64퍼센트가 ‘노사정위가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혁 부도’를 선언한 ‘뉴(New) 노무현’이 합리적 중재자 역할을 할 리도 없다. 더구나 지금 노사정위에서 민주노총을 기다리고 있는 건 비정규직 확대 방안과 ‘해고는 쉽게, 파업은 어렵게’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등이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은 불가피하게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은 투쟁이 뒷받침될 때만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협상에 중심을 둬서는 안 된다. 게다가 지금 같은 불황기에 협상에 의존하는 건 재앙이 될 것이다.

 

만약 ‘사회적 교섭’ 참여를 결정하더라도, 그것에 중심을 두거나 그것 때문에 투쟁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또 노사정위의 본질이 공개되면 언제든지 나와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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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5차 중앙위원회 - 논쟁의 진정한 성격은 무엇인가?

다함께 48 호

민주노동당 5차 중앙위원회 - 논쟁의 진정한 성격은 무엇인가?

- 박종호(민주노동당 중앙위원)

http://www.alltogether.or.kr/

 

논쟁의 진정한 성격은 무엇인가?

1월 12일에 민주노동당 5차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중앙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 평가, 시군구 지역조직 개편안,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 설치안, 인터넷 기관지 편집위 구성안 등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 투쟁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초안은 “투쟁을 통해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은 실질적으로 저지시켰으며, 국가보안법은 완전 폐지는 이루지 못하였으나 전국적 쟁점으로 만들었고, 민주노동당이 유일 진보세력임을 과시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태연 중앙위원(서울 은평)은 “우리 당의 보안법 완전 폐지 방침은 최고위원회 등에서 계속 훼손됐다. 지도부는 열우당의 형법보완론에 거듭 타협했다”고 비판했다.
이진숙 중앙위원(충남 아산)과 김준수 중앙위원(서울 성북)도 “우리 당이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열우당 2중대라는 비판을 두려워 말고 한나라당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지 열우당 2중대가 돼도 좋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고 해명했다.
그러나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투쟁 전술은, 여러 개혁 과제들을 하나로 묶어 열우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럴 때에만 국가보안법 폐지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국가보안법 올인’ 투쟁은 열우당과의 ‘개혁 공조’에 발목에 잡히는 바람에 열우당의 행보에 일희일비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는 고사하고 파병 연장안 같은 중요한 쟁점들이 거의 저항받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하반기 사업 평가를 둘러싼 이견은 당 내에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를 설치하는 문제에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이 제안은 지난해 하반기에 당 지도부가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문제 의식이 담겨 있다. “‘비정규직 당원 모임’이 지도부에 투쟁 의지와 계획을 거듭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이진숙 중앙위원)
격론이 매듭을 짓지 못하자 문성진 중앙위원(인천)이 “중앙위 산하에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 구성을 결정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회의로 넘기자”는 수정안을 냈다.
그러나 이용식 최고위원은 “비정규직 투쟁본부 구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노동위와 별개로 구성하는 데에는 이견도 있으니 위상과 구성, 사업 등은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운동본부를 노동위 산하에 둬 당 지도부의 통제력을 확보하려 했던 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당과 민주노총이 각각 정치와 경제를 분업하고자 하는 구상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당이 굳이 나설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정치와 경제의 분업은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의 상호 결합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이 결합되지 않으면 운동의 더한층 심화를 도모할 수 없다.
결국 이용식 최고위원의 수정안이 문성진 중앙위원의 수정안을 가까스로 누르고 통과됐다.

 

한편,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가 제출한 지역조직 개편안은 현행 지구당 체계를 시·군·구 행정단위로 재편하자는 것이었다.
주민의 생활권이 시·군·구 행정단위에 더 가깝게 형성돼 있으므로, 지방권력 장악이라는 목표에 비춰 지역조직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당법상 지구당이 폐지 조건 등도 근거가 됐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여러 지역위원회(지구당)가 하나로 통합돼 지역조직의 숫자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 지방에서는 여러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은 지역위원회를 다시 잘게 나누면 조직력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사실, 두 안 모두 선거 제도(전자는 중대 선거구제, 후자는 현행 소선구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다른 한편에는, 세력간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민주노동당의 지역 조직은 운동에 바탕을 두고 성장을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지역의 구체적인 조건과 간부 역량과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유연하게 편재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 성장하고 있고 당이 급속하게 팽창하는 상황에서 당 조직을 더 크게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게 봤을 때 “일률적으로 행정구 등을 기준 삼지 말고 도시와 지방, 당원 숫자 등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재편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최재기 중앙위원(경남 창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지역 조직 개편안 최종 결정은 2월 27일 당대회로 넘겨졌다.

 

인터넷 기관지 편집위 구성안 토론은 첨예한 긴장감이 흘렀다. 정성희 기관지위원장은 인터넷 기관지와 <진보정치>의 편집위 분리안(1안)을, <진보정치> 이광호 편집장은 편집위 통합안(2안)을 내놓았다.
정성희 위원장은 인터넷 기관지와 주간 종이신문은 매체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인터넷  게시판에 기사를 올리면 종이신문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거를 들었다.
이광호 편집장은 주간신문과 인터넷 기관지는 하나의 매체로 봐야 하며, 역량을 분산하지 말고 집중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집위의 분리냐 통합이냐는 진정한 논점이 아니었다. 진정한 쟁점은 당 기관지의 정치적 성격과 구실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정성희 위원장은 <이론과 실천> 최영민 편집장을 해임하면서 기관지가 “좌편향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정 위원장이 그 후임으로 내세웠던 김장민 씨는 스탈린주의를 확고하게 옹호한다. “최악의 사회주의 체제라도 최선의 자본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 최악의 사회주의라고 폄하되는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미연방공화국보다 도덕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우월하다.”
그러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김장민 씨의 편집장 인준은 이번 중앙위에 안건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인터넷 기관지 편집위 구성은 이 논쟁의 연장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안건은 재석 중앙위원 216명 중 138명의 찬성으로 반려돼 다음 중앙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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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반전 활동가들이 준비하고 있다 / 카이로반전회의

다함께 48 호

국제 반전 활동가들이 준비하고 있다 / 카이로반전회의 

http://www.alltogether.or.kr/

 

국제 반전 활동가들이 준비하고 있다 - 다함께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크리스 나인햄은 인도 반전회의가 국제 운동의 일보 전진이었다고 말한다.

 

 


2004년의 끝 무렵(12월 17∼19일) 4백 명이 넘는 전 세계 활동가들이 인도 하이드라바드에서 열린 반전회의에 참가했다.
반전회의의 목표는 인도 반전 네트워크 출범, 국제 운동의 다음 단계를 둘러싼 토론, 그리고 3월 19∼20일 행동 건설 등이었다.
회의 개최 아이디어는 2004년 1월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WSF)에서 나온 것이었다.
여러 공산당의 당원들과 평화 활동가들,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 카슈미르 투사들, 노동조합원들, 대학생들이 회의에 참가했다.
회의는 그 지역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모든 신문들에 기사가 실렸다. 이라크인들, 미국인들, 유럽인들과 인도의 운동이 조지 부시에 맞서 함께 모였다는 것은 중대한 소식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5천 명이 하이드라바드 거리를 행진하며 “부시 타도, 블레어 타도! 팔레스타인 만세, 팔루자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국제적인 반부시 시위를 보고 기뻐했고, 주변에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정리 집회에서는 국제 대표들과 인도 좌파의 지도적 인물들이 연설했다.
정리 집회에서 한 학생 활동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것이 단지 출발이기를 바랍니다. 좌파는 이제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인도 민중은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급진 NGO ‘남반구초점’의 월든 벨로는 세계가 제국주의 때문에 분열됐다고 이야기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위험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우익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나머지 지역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은 잇따라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냉전에서 승리한 대서양동맹은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정치적 반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세력을] 과도하게 확장한 동시에 통제력을 잃고 있습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에서 미국 군대가 쩔쩔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힘의 균형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어떤 미국 관리는 ‘수렁’이라는 말로 이라크를 묘사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국제 운동이 개입해야 할 곳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우리는 이라크 사람들이 주권을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라크에서 미국이 패배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모든 곳의 해방 운동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지배자들의 군사 개입을 저지할 새로운 전술을 가진 저항 운동이 필요합니다. 3월 20일에 대규모 시민불복종과 최대 규모의 국제 대중 시위를 벌입시다.”


 

이라크의 급진 시아파 성직자 알 사드르를 대변하는 하산 자르카니(Sheikh Hassan Zarkani) 촌장이 이라크 저항의 성과에 대해 연설했다. 

 

“무적의 미국 군대는 이라크 민중과 직면한 순간 패배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패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팔루자를 재점령했다고 말하지만, 바로 다음 날 “저항 조직들” 때문에 도시를 개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든 무력으로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니파 무슬림 형제들과 함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항세력이 분열돼 있다는 생각을 극복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라크 저항세력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국제] 반전 운동과 여기 함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미 우리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아주 심사숙고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미국 반전연합체 평화정의연합(UfPJ)의 조셉 거슨(J. Gerson)은 부시의 전쟁이 미국 국내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제 생각에 미국 군대는 이미 군사적으로 패배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군사적 패배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 공화당에는 커다란 분열이 존재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이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공개적으로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매파들에게는 어떤 선택도 군색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후퇴하는 방식은 부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미국은 지금 남북전쟁 이래로 가장 분열돼 있고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전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군인 가족은 말한다’(Military Families Speak Out)와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 군인들’(Iraq Veterans Against the War)의 최근 활동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반부시 전선이 새로 급속히 확장됐습니다.
운동은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 계획을 준비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교회나 노동조합이나 집집마다 다니며 반전을 알리는 전국 행동 기간도 있습니다.

 

부시 취임 기념일인 1월 20일에 대규모 시민불복종이 있을 것이고 3월 20일은 전국의 대도시들에서 항의 행동과 시위를 벌이는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운동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카이로반전회의 조직위원회’의 맘두 하바쉬(Mamdouh Habashi)는 이집트에서 성공하고 있는 운동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이집트에서 운동을 조직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때문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고 여러 면에서 이집트는 미국 지배 사슬의 약한 고리입니다.
몇 주 전 무바라크 정권에 반대하는 최초의 성공적인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슬람주의자들, 민족주의자들, 맑스주의자들이 처음으로 협력해서 미국의 침략에 반대하는 1, 2차 카이로반전회의를 준비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제3차 카이로반전회의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해 회의가 훨씬 더 크면서도, 가장 중요하게는 광범한 회의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카이로반전회의가 예술가·작가·지식인·노동조합원 들에게 영향을 미쳐 이집트 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아랍 세계의 썩은 물에 돌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카이로반전회의 - 이집트에서 중대한 반전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활동가들 - 다함께


전 세계 반전 활동가들은 반전·반세계화 운동 대표들에게 ‘미국의 침공에 반대하는 국제 운동’(the International Campaign against US aggression)이 소집한 제3차 카이로반전회의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카이로반전회의 참가를 호소하는 활동가들 중에는 영국의 전 국회의원 토니 벤, 현 국회의원 조지 갤러웨이, ‘남반구초점’의 월든 벨로, 카이로반전회의 조직위원회의 맘두 하바시, 남아프리카반전연합의 살림 밸리, 이라크 알 사드르 운동의 하산 자르카니 촌장,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야베르 위쉬바시(Jaber Wishbash), 인도의 대법관이자 인권운동가인 난디타 하스카르(Nandita Haskar), 전 이라크 주재 유엔(UN) 구호담당조정관 한스 폰 스포넥 등이 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국제 반전·반세계화 운동의 대표들은 카이로에서 아랍 세계의 이슬람주의·사회주의·민족주의 운동의 대표들과 함께 만나 왔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 새롭고 결정적인 국면에 들어서는 지금, 전 세계 사회운동들이 아랍 세계의 사회운동과 함께 모여 제국주의의 경제적·군사적 형태에 모두 반대하는 공통의 목적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이집트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원들·인권운동가들·예술가들, 그 밖의 다양한 사람들을 함께 불러모으기 위한 일련의 특별 행사를 조직하고 있다. 그 목적은 이번 회의에서 참여의 폭을 훨씬 더 넓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활동가들은 최대한 빨리 이집트행 비행기를 예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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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은 천안문 항쟁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다함께 48 호

자오쯔양은 천안문 항쟁의 상징이 될 수 없다 - 김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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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은 천안문 항쟁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자오쯔양이 죽은 후 중국 지배자들은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국내 보도가 통제됐고, 해외 위성방송도 그의 죽음을 보도할 때마다 송신이 중단됐다.

 


반면, 많은 인권단체들과 천안문 항쟁 희생자 가족들은 자오쯔양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고 자오쯔양의 죽음과 함께 천안문 항쟁이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989년 천안문 항쟁은 ‘개혁파’ 전 총리 호요방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위로부터 시작됐지만 그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지배와 시장경제 개혁이 가져온 불평등과 모순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학생 들의 분노가 있었다.
공산당 지배자들은 진압 과정에서 수천 명을 학살했고, 많은 참가자들이 오늘날까지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야만적인 탄압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과 인권단체들의 요구는 전적으로 정당하다.
그들이 자오쯔양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이유가 있다. 자오는 천안문 항쟁 때 군대를 동원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후 지배자들 내 희생양이 됐다. 덕분에 일부 언론은 그를 “민주주의의 풍운아”라고 불렀다.

 

하지만 실제의 자오쯔양은 천안문 항쟁의 상징이자 “중국 민주화의 풍운아”가 될 자격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천안문 항쟁을 가져온 중국 사회의 모순을 만들어 낸 장본인 중 한 명이었다.
1980년대 총리와 당서기로서 자오가 주도한 ‘개혁’은 공산당 독재 아래 중국 자본주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세계 시장에 중국을 개방했고, 이 때문에 서방 지배자들로부터 찬사를 얻었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해 주던 사회복지제도가 파괴됐다.
지배자들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1988년 5월 밀어붙인 가격 개혁 때는 하루 아침에 생필품 가격이 20∼50퍼센트씩 올라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크게 떨어졌고, 천안문 항쟁에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의 소위 ‘정치 개혁’도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단 한번도 공산당 독재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의 비서였던 바오통은 “10년 동안 그의 비서를 하면서 하는 단 한번도 그가 공산당의 지도적 위치를 의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공산당에 엄청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고 회고했다.

 

한술 더 떠, 그는 1987년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에 들어섰으며 공산당의 지도 아래 이 단계가 “앞으로 100년간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을 동원하기 위해 약속했던 민주적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았다.
초기에 천안문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그를 타도 대상 중 하나로 생각했다. 1989년 5월 29일 천안문 광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는 야유를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울면서 해산하라는 말 외에 할 말이 없었다.

 

따라서 지금 중국 지배자들이 자오의 죽음에 긴장하는 것은 자오쯔양의 실제 모습이 때문이 아니다. 중국 지배자들은 2004년 하반기에만 사소한 소요가 도시 규모의 봉기로 발전한 사례가 30여 건이나 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빈부격차, 도농격차,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 정부와 농민의 갈등 등으로 점철돼 있다.
한 봉기에 참가했던 노동자는 “우리 사회는 불붙기를 기다리는 폭탄 심지와 같다”고 말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1989년 ‘개혁파’ 지도자의 죽음이 대중적 저항으로 연결됐던 것처럼 자오쯔양 죽음이 투쟁의 심지 역할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 많은 아카데믹들은 그의 죽음이 정치적 저항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지금 상황은 1989년 호요방이 죽었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그 당시에는 1988년에 시작된 경기불황으로 지배자들이 분열돼 있었다. 그래서 학생운동이 이 분열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젊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자오쯔양에 얼마나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자오쯔양의 죽음이 당장 저항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천안문 항쟁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평가를 고무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천안문 항쟁은 대중들이 자오쯔양 같은 ‘개혁파 관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할 때 독재 체제를 뒤흔들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천안문 항쟁은 중국 노동자와 농민이 지배자들에 맞서는 투쟁에 나설 때 새로운 투쟁의 역사와 함께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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