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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25
    목두기비디오 - 디지털삼인삼색
    하이에나새끼
  2. 2005/07/22
    술 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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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07/03
    신조인간 캐산 - 너무 많았던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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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6/29
    [납량특집-2] 가장 무서운 vs 가장 같잖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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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특집] 기억에 남는 영화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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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과 날줄같은 '가해' 와 '피해' 의 관계 -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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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진출1년, 민주노동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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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03/03
    [애니메이션] 메모리즈 - 비극적인 기억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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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4/12/31
    2004 년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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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두기비디오 - 디지털삼인삼색

집회나 토론회등 특별한 일이 없는이상, 일요일은 보통 집에서 짐승 몸통의 회전력 테스트 및 지면과의 밀착도 테스트 ( 연구자료는 지구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ㅅ-; )를 해보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요번주만은 과감하게 집구석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 님 ( http://www.mediamob.co.kr/flyingpink/ ) 이 말씀해주신 '목두기비디오' 를 보기 위해서요 ^^;;

 

 


목두기비디오는 예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이트 ( http://www.mokdugi.com/ ) 를 발견한 이후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기억속에서 잊혀져 버렸던 작품입니다. 재미있을거 같기는 했는데, 유료결재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단계에서 확신이 안섰던거죠. 좌우지당간, 지금 목두기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는곳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안의 '하이퍼텍 나다' 극장입니다. 내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것 같던데 보실분들 빨리 가보세요 ^^


목두기비디오의 줄거리는 위에서 말씀드린 #@%~/&^ 님 의 블로그에도 나와 있고 ( 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11305 ), 목두기비디오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정보가 나오니까 굳이 더 타이핑 하지는 않겠습니다.


정말이지,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알고싶다' 를 보는듯한 느낌이 납니다. 영화제작단계부터 그런 컨셉으로 잡은거 같아요. 페이크다큐 ( 다큐물의 형식을 빌려온 극영화, 가짜다큐 ) 라는 개념인 이상,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TV 다큐멘터리들의 형식을 차용한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비교되곤 하는 '블레어윗치' 의 경우는 같은 다큐멘터리라도 'VJ 특공대' 형식의 것을 차용했는데, 목두기가 만약 그러한 형식을 따랐다면 개인 미디어제작이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낮설게 느껴졌겠죠.


형식은 그렇다치고, 내용은 엉뚱하게도 '아미티빌호러' 를 연상하게 하더군요. 부엌에서 어머니를 죽이고, 다락으로 도망친 어린 여동생을 끝까지 쫓아가서 죽였다고 알려지는 사건내용은 관객에게 장남이 어떤 광기에 휩싸여서 살인을 저지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 부분이 저에게는 아미티빌을 연상하게 만들었지요. 어릴때 TV 에서 해준 아미티빌 덕분인지 하우스호러물에 다소 약한편인데, 그런면에서 다소 아쉬웠던것은 폐가를 찾아가는 장면 입니다. 좀 더 으스스하게 진행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다소 일찍 도착한 관계로 '하이퍼텍 나다' 극장 로비를 서성이다 보니 재밌는것이 눈에 띄이던데, 네티즌이 선정한 정치, 문화계 명사들의 이름을 그 조그만 상영관의 좌석마다 지정해 두었더군요.  '나' 열의 31 번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붙어있는 식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이름도 있는걸보니 최근에도 선정작업이 있었나봐요. 저는 은근히 박노자,정성일,(고)정은임,박찬욱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 자리가 걸리길 빌었는데 윤도현씨 이름이 박힌 자리가 걸렸습니다. 좀 아쉽긴 했지만, 박근혜 자리가 걸리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ㅋㅋ


극장로비에서 주워든 아트플러스 상영작 가이드를 보니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렸던 서울아트시네마 ( 필름포럼 ) 에서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이었던 '디지털 삼인삼색 2005' 를 하더군요. 마침 목두기비디오가 끝나고 종로로 향하면 안성마춤인 상영시간이 있길래, 곧장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필름포럼 1 관 에서는 일본산 걸작 호러물로 꼽히는 구로사와 기요시 의 '회로' 를 상영 중이던데, 디지털을 보느냐 이걸 보느냐를 두고 잠시동안 갈등 했습니다만 결국 세 단편중 하나를 연출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이름이 저의 호기심을 좀더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


'디지털 삼인삼색' 은 2000 년 처음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매년마다 제작하는 작품으로, 세 명의 아시아 감독들을 선정(?)해서 각각 약 30∼40분 분량의 작품을 주제나 스타일 제약없이 디지털 촬영장비를 이용해 제작하여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하는 작품입니다.
올해는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세계의 욕망',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혼몽', 한국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요렇게 새 편이 담겨 있습니다. ( 그러고보니 '쓰리' 시리즈를 비롯해서, 최근 이 3 개국의 합작 프로젝트가 꽤 되네요 -,- )

 

 

위라세타쿤의 '세계의 욕망' 은 태국의 정글에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사랑에 대한 노래와 춤도 나오고, 상당히 낭만적인 느낌을 만들어가지만 현실세계는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죠. 그런데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이 작품... 주제는 좋은거 같은데 꽤나 지루했습니다. 심지어 졸기까지 했다는... --;

 


츠카모토 신야의 '혼몽' 은 신체를 압박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죠. 좁은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누운채 기어서 이동을 시도해 보지만, 벽은 점점 더 조여오고 사방에서 흉기가 튀어나와 그를 괴롭힙니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영화는 유명한 '철남 : 테츠오' 를 비롯해서 잡지 등을 통해서 설명을 보기는 했어도 한번도 볼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아쉬워 하고 있었지요. 일관되게 도시속의 인간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감독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꽉 짜인 틀안에서 숨막히는 생활을 강요당하는 인간에게 탈출구는 자살뿐인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들더군요 ^^;

 

 

송일곤의 '마법사들' 은 '마법사' 라는 밴드를 결성했던 친구둘이 산장에서 옛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둘의 추억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중간에 화두를 찾아 환속을 결심하는 스님, 그리고 다른 밴드의 멤버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확장되어가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영화도 아니고, 스토리의 진행을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의존하는등 마치 연극을 보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실험적인 형식을 차용하면서 잃어버린 꿈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는 예전에 인상깊게봤던 단편 '소풍' 을 제외하면 본것이 없는데, '거미숲' 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이퍼텍 나다 와 필름포럼 등을 옮겨다니면서, 서울이나 대구나 비주류 영화들이 찬밥 신세에 놓이는 수준은 비슷한거 같다는 생각에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우울해 지더군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리얼 판타스틱으로 시끌시끌하던 필름포럼 극장이 다시 찬 바람 날리는것도 그렇고... 뭐 그래도 시네마떼끄가 아니라 일반 극장에서 이런 영화들을 만날수 있다는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대구에도 '동성아트홀' 이라고 새로운 공간이 생겼던데, 이번 휴가철에는 거기나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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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주정

1. 어제밤이었다. 자정을 넘겨 거의 막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지하철 입구를 나서는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들이대는 신분증은 경찰의 그것. 순간적으로 움찔했는데 하는말이 근처에서 4 인조 강도사건이 났다면서 죄송하지만 인상착의가 그중 한명과 너무 비슷하니 불심검문을 좀 하겠단다. 기분이야 너무나도 찝찝하지만 신분증제시도 정확했고, 불응하고 저항할 정황이 아니었다. 내가 좀 더 경험이 쌓인다면 그럴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왜 그놈의 강도 아저씨는 하필이면 짐승이랑 얼굴이 닮았을까... 그래가지곤 여자친구 하나도 사귀기 힘들겠다. 큭.


2. 그동안 판타스틱 영화제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개나라당 출신 부천시장 아저씨 덕분에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라는 이름으로 서울 도심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그동안 띵가띵가 하다가 오늘 저녁에야 술렁술렁 가봤는데, 역시 매진이었다. 마르크스는 바쿠닌에게 무식한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을 날렸지만, 게으른것은 다른 누구는 물론이고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하지?


3. 더운 날씨의 탓으로 돌려버릴수 있을까? 요즘 난 흥분하는법도 잃어버렸고 의욕도 작년만 같지 못한거 같다. 원래 좋지못했던 기억력은 점점 더 쇠퇴중. 책 잡는것도 갈수록 게을러져만 간다. 종합해보니 갈수록 발톱이 무뎌져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무뎌진 발톱에 다시 날을 세울수 있을까? 아무리 이것저것 원인을 따져보고 '날카로워 져야 한다' 고 중얼거려도 되지 않는다.


당연하지. 날을 세우는것은 바위에 부딛쳐야 하는것이니까. 골방에 틀어박혀 지식과 관념으로 날밤은 세울수 있을지언정 발톱의 날은 어쩔수 있겠나?


4. 조종사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100%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지할수 없는 요구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 투쟁 자체가 이기적인 투쟁이고 시민을 볼모로 잡는 투쟁이며, 따라서 지지할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기는 따지고보면 이라크 저항세력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었나? 지난 집회때 누군가(들) 은 이라크 저항세력이라는 집단들이 여성에 대해서 폭압적이기 때문에 지지하기 껄그럽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했지 않았던가?


뜬금없이, 이 분들은 하얀 눈 위에 흙탕물이 튀었다고 '이것은 검은눈이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분들의 영혼이야 표백제에 29 박 30 일을 담갔다 꺼낸것처럼 순결하겠지. 세상을 어떻게 바꿀것인지, 운동을 어떻게 키워나간것인지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면 귀찮다고 눈속에 파묻어 버릴까?


5. 얼마전부터, 정확히 박노자씨 강연회가 끝난뒤부터 머리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는, 주최측의 누군가가 발언하는것이 일반 참가자들의 발언기회를 가로막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사실 그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다른 의견' 이 나왔을때 주최측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반론을 내는것은 발언자에 대한 일종의 '패거리식 밟기' 라는 것이다. 물론 '밟기' 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좌우지당간 그렇다면 '주최측 사람들' 은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것은 자연적인 모습일까? 그것은 다른 방향에서의 억압은 아닐까? '너무 많이' 라는것의 기준은 도대체 뭘까?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짐승은 토론회에 참가한적은 있어도 '특정인들은 침묵하기' 대회에 참석한적은 없는데 말이다. 신기하다.


6. 예전에는 위통이 격렬하게 일어 나다가도 한 이주일정도 꾸준히 약을 먹어주면 낫곤 했는데, 요즘은 한달이상을 먹어도 그대로다. 이러다간 술값, 담배값 다음으로 많은 지출항목에 약값이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쳇, 위장이 아픈것보다, 약을 달고 사느라 건강이 악화되는것보다 오천원짜리 지폐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다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또 한잔에 한개피다. 우리 엄마가 보면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을 꼬라지인데, 멀리 떨어져 눈에 안보이니 이것도 효도다.


7. 작년에는 무덤덤하니 감성지수가 평균이하니 뭐니 하면서도 가끔씩 생각났었는데, 이제는 내 자신이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생각이 안난다. 물론 상대방은 절대로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내게 일어난 유일하게 좋은 현상이다.


8. 잊지말자. 이창동이 초록물고기로 데뷔한것은 38살 때였다. 난 아직 서른둘이다. 그나저나 그러고보니 그 아저씨 왜 영화 안찍는지 모르겠다. 설마 시궁창에서 장관자리 달았던게 상처로 남는건가, 부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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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인간 캐산 - 너무 많았던 메시지들

still #1

 

어릴적에 열광했던 TV 애니메이션 중에 '캐산' 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원제는 '신조인간 캐산' 인데, 우리나라에는 '정의소년 캐산' (-_-;) 이라고 알려졌을겁니다. 어머니의 영혼이 담겨있는 백조로봇에, 필요할때는 무려 비행기로 변신까지 하는 로봇 강아지가 상당히 인상적 이었지요. 액션장면도 총이나 미사일 보다는 격투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서, 심지어 적 로봇들도 늘어나는 '격투용 팔' 을 가지고 있었던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작년 부산영화제때 실사화된 '신조인간 캐산' 이 선보여서 애니매이션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는데, 드디어 7월 1 일자로 개봉작의 목록에도 올랐네요. 감독을 맡았던 '키리야 카즈아키' 는 원래 뮤직비디오가 전문이었고 영화는 이 작품이 데뷔작 이래지요. 뮤직비디오, 혹은 CF 감독출신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는 화려한 영상미를 꼽을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의 그 화려한 영상미는 CF 감독 출신이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능력이라고 할수 있겠죠.


좌우지당간 영화로 나온 '신조인간 캐산' 은 애니메이션 으로 접하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배경설정과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굳이 말하자면 인류가 기계제국에게 아직 패배하기 전의 이야기라고 하면 되겠지만, 세계관 자체가 다르니 그런식의 구분은 무의미 할거 같네요. 영화속에서의 세계는 '유럽연합' 과 '아시아 공영권' 과의 50 년에 걸친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고, 환경오염에 세균무기의 사용은 '공해병' 이라고 불리는 신종 불치병을 낳게 됩니다. 전쟁은 아시아 공영권의 승리로 끝나지만, 공영권 안에서도 내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아즈마 박사는 인간의 모든 부위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신조세포' 를 개발하게 되고, 부인이 공해병에 걸려 거의 죽어갈때쯤 내전에 참가했던 아들이 시체로 돌아오게 되죠.


예전에 '아바론' 을 볼때도 그랬지만, 우선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한 CG 그래픽 입니다. CG 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화려하게 보이는 독특한 영상미는 나름대로 좋은 인상을 주더군요.


캐산의 가장 큰 문제는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군부에 의해서 주도되는 과학기술은 일부 특권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목적하에 개발이 진행됩니다. 거기에 신조인간들의 탄생에서 보여지는 번개를 형상화한 구조물(?) 은 '프랑켄슈타인' 마져 연상하게 하며, 기껏 태어난 신조인간들을 '불량품' 이라 부르며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 부분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고 절규하는 생존한 신조인간들의 절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외에도 반 제국주의, 전쟁반대에 대한 메시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아시아 공영권 이라는 이름에서나, 일본도를 휘두르는 군부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7관구' 의 인간들을 연행해서 신조인간을 위한 연구에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는 설정은 만주에서 진행된 737 부대의 만행을 연상하게 합니다. 거기에 주인공은 처음에 '국가를 위한 일에 빠질수 없다' 며 자청해서 군대로 가지만, 곧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죠.

 

still #3


그러나 너무 많은 메시지를 2 시간 20 분 짜리 한 작품에 녹여내려고 하는 바람에 영화 초반에 던져진 이와 같은 메시지들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희미해져 버립니다. 다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만은 영화 끝까지 유지되지만, 그것조차 명확한 해답을 보여주지 못한채 일반적인 휴머니즘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리죠. 분명 '모든 인류를 말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조인간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지만 캐산은 다만 그들 신조인간들에게만 맞서 싸울뿐, 애시당초에 그런 갈등구조를 만들어낸 지배계급에 대해서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무기력하게 사라져갈 뿐이죠.


'신조인간 캐산' 은 일본 우익에서 다시금 발호하고 있는 신 군국주의,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침략전쟁에 대한 문제등에 더해서 옳바른 방향으로 통제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발달이나 인간 정체성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하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문제의식들에 대해서 무엇 하나 시원한 결말을 내놓지 못하면서 범작이 되고 만것 같습니다. 비록 시원스럽게 '추천합니다' 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쉣 무비' 의 반열에 올리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죠. 올 여름에 한번쯤 봐줄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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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2] 가장 무서운 vs 가장 같잖은

기억에 남는 공포영화 어쩌고 하면서 떠들다보니, 이것도 탄력 받는군요. 받은김에 달려보자는 의미에서, 이제까지 봐왔던 호러물중 제일 무서웠던것과 가장 같잖았던 영화를 한편씩 디벼보고 자는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런데 막상 '제일 무서운' 걸 뽑으려고 하니 갈등이 때리더군요. 앞서 이야기했던 '공포의 묘지' 나 '매드니스' 도 후보작이고,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존 카펜터 감독의 또 하나의 역작, 역시 으시시한 분위기라는...), '이블데드 1' (1 편은 고어틱한 화면도 화면이지만, 스토리 플롯도 좋았습니다), '아미티빌의 저주' (어릴때 이거보는 바람에 하우스 호러물에 약한거 같다는 ;;) 등등 명작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뭐니뭐니 해도 이것만큼 무섭게 본게 없는거 같습니다. >.<


소름 - 2001 년작. 윤종찬. 한국.

 


택시기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거의 입주민들이 떠나버린, 철거직전의 낡고 싼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자와 마주치게 되고, 남편에게 심한 폭력을 당하며 힘든 삶을 유지하는 그녀에게 같은 밑바닥 인생으로서의 연민을 느끼며 점점 빠져들게 되죠. 한편 그 아파트에는 30 년전 바람난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갓난아기를 버려둔채 도망갔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떠도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가 현재 주인공이 살고 있는 장소와 같을것이라는 심증이 강해집니다.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은 '목걸이','비계덩어리'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말년에는 '산장' 이나 '물위', '광인' 같은 단편환상소설 (괴기소설과 비슷하게 취급되지만 그것과는 구분되는 쟝르로,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들을 많이 집필한바 있습니다. 결국에는 정신질환에 걸리고 말았는데, 정신질환에 걸렸었기 때문에 저와같은 작품들을 썼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그건 확실하지 않죠 ^^;


좌우지당간 그가 집필한 작품중 '공포' 라는 제목의 단편중에 공포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신사가 야간기차를 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숲속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노파가 보입니다.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인간은 강도와 같은 눈앞의 위협에 대해서도 공포심을 느끼지만 미지의 것, 이해할수 없는것에 공포심을 느낀다며 그 노파역시 야심한 시간에 혼자 무언가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지요. 개인적으로 우리가 초자연적인 것에대해 느끼는 공포심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정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still #7


'소름' 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는 그와 같은 종류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소름에는 직접적인 유령이나 괴물, 참혹한 시체나 살인귀에 대한 모습은 보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싸구려의 낡은 아파트는 그 자체로 이미 불안감을 안겨주는 대상이며, 무엇인지 알수 없는 종류의 불안한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연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이 과거의 끔찍한 살인이 일어났던 바로 그 집인지, 주인공과 그 사건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것인지, 영화는 무엇하나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 영화에 몰입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이해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정체를 알수 없는 공포, 발끝부터 스물스물 올라오는 '소름' 을 느끼게 되는거죠. 이 영화에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마지막에 주인공을 불러세운것이 과연 누구인지 하는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토리 전개 자체로 이미 충분히 무서우니까요.


이런 종류의 호러영화는 매우 드문 것입니다.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결말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것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며 심지어는 '무슨 영화가 이러냐' 하는 불만도 내뱉지만, 모파상의 말을 빌자면 이것은 '눈앞의 위협이 주는 공포' 가 아니라, 무엇인지 알수 없는것. 뚜렷하게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것에 대한 공포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아무튼 '소름' 이야말로 이제껏 봤던 모든 공포영화를 통틀어 가장 무서웠던 영화임에 틀림 없습니다. 최소한 저에게는요 ^^;

 


가장 무서운것을 선정하는것과 달리 가장 같잖은것을 뽑는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더군요. 아무리 호러에 약한 분이라 하더라도 부담없이 보고 즐길수 있는 '껍데기만 호러' 인 작품을 최근에 보고 말았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 요놈.


하우스 오브 데드 - 2003 년작, 미국/독일/캐나다 합작. 우웨 볼 감독.

 


얼마전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조차 기억나지 않는 작품이라서, 아니 대체 그런게 있기나 한가 싶은 작품이라서, 줄거리는 엠파스에 게시된 그것을 퍼와서 대충 자릅니다. >.<


버려진 외딴 섬에서 젊은이들의 파티가 벌어지는데, 배를 놓치고 뒤늦게 커크 선장의 배를 대여해 섬으로 향한 사이먼, 그렉, 알리시아, 신시아, 카르마는 섬에 도착한 뒤 파티장에 도착하지만 엉망이된 파티장과 친구들의 모습이 아무도 보이지 않자 이상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근처를 헤메다가 폐허가 된 낡은 집을 발견하곤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엔 파티장에서 살아남은 루디와 휴, 리버티가 숨어있었고, 휴는 알리시아 일행에게 자신이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그 영상은 좀비들이 나타나 파티장을 습격해 일순간에 모두를 살해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한때 오락실만 갔다하면 무조건 찾았던 게임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하우스 오브 데드' 였죠. 세가 (SEGA) 사의 명작 건 슈팅 게임인데, 총을 들고 다양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바이오 해저드' 의 건 슈팅판 이라 할만한 스토리성을 가진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건 무기가 권총에서 샷건으로 바뀐 3 탄 이로군요. 개인적으론 속사가 가능한 권총이 더 맘에 듭니다만 ^^;


영화 '레지던트 이블' 이 '바이오 해저드' 의 영화판이듯이, 이 영화는 그 게임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게임에 충실했다는 거죠. 어느 정도냐 하면 오프닝 크레딧부터 아무 거리낌없이 게임의 화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그것도 모자라 영화 중간중간에 게임 플레이 화면을 집어넣으면서 컷을 나누는 형태입니다. 이쯤되면 감독의 대담성(?) 에 혀를 내두를수 밖에요 -,-;;


그것도 모자라서, 좀비들과 인간의 대규모 액션신에는 '매트릭스'의 유명한 총알 피하기 장면을 마구잡이로 가져다 붙입니다. 게다가 스토리라인은 그야말로 엉망, 마지막 보스와의 대결도 코미디... 무엇하나 이쁘게 봐줄만한 구석이 없죠. 분장이나 특수효과도 싸구려티가 그대로 나는 바람에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덕분에 호러팬들에게 무지하게 욕 들어먹은 영화가 바로 이놈이죠.


still #1

 

그런데 너무 엉망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가만보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임을 영화화 한다는 기획 자체가 이미 철저하게 상업적인 자세인거고, 기왕 그렇다면 철저하게 망가져 보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차피 게임기반 영화들은 스토리는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처럼 어중간한 완성도를 추구하느니 철저하게 못만든 영화가 되어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을거란 말이죠. 사람들이 그토록 욕해 마지않는 총격전 와중의 캐릭터들에 대한 360 도 회전샷을 보자 그런 생각이 더 짙어졌습니다. 그건 전형적인 게임화면에서의 등장 인물의 프로필을 보여주는 연출 방법이거든요. 혹평을 예상하면서 굳이 그와 같은 연출을 집어넣은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좌우지당간 비교체험 극과 극 식으로 허접하게 디벼보고나니 할 말은 다 한거 같아서 후련합니다. 두 영화 다 구하기 어렵지 않은 작품이니 한번쯤 구해보시면 좋을거 같네요. 둘다 공포물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별 부담없이 보실수 있을겁니다. '소름' 이 무섭기는 하지만 형식이야 호러 보다는 일반 드라마에 가까운 것이고, '하우스 오브 데드' 는 그져 싸구려 액션물을 보는 느낌이 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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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기억에 남는 영화들 2

제목이 전설의 고향 삘이 납니다. 음냐 -,-;; 

아 정말, 왜 이렇게 더운지 원. 30 년만의 무더위 아니라더니 순 구라인거 같습니다 흑 ㅠ,ㅠ

 

여름은 짐승에게는 죽음의 계절입니다. 차라리 겨울이 낳지요. 추운건 그냥 그냥 넘어갈수 있겠는데 더워지면 체력저하에 의욕저하까지 겹치면서 작동불능 상태에 빠져버립니다. 삐쩍말라 뼈 밖에 안남은놈이 땀은 왜 그리 많이 흘리는지...

이놈은 아무래도 남극산 하이에나인거 같습니다. 남극에 하이에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남극 대륙 어딘가에 있는 광기의 산맥 넘어 크툴루 신화에 본거지를 잘 찾아보면 있을거라고 ... ㅡㅅㅡ;;

 

대신에 여름이 반가운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호러영화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는것! 사실 저야 봄 여름 가능 겨울 안 가리고 호러물들을 즐겨 보지만 보통은 '오싹해진다' 는 이유로 호러영화들을 피서법의 일환으로 많이 상영해 주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짐승도 납량특집 모드로 돌입하여

그간 봐왔던 호러영화들중 생각나는것들을 대충 추려보려고 해요.  좀 많이 오래된 것들일텐데, 비디오 대여점을 잘 뒤져보시면 구하시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을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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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견 ( 원제 : white dog ) : 1981 년작. 미국. 사뮤엘 풀러 감독.

 

 

 

 

 

 

 

 

 

 

 

 

( 국내판 비디오 표지는 이것과 다릅니다 --; )

 

원제가 white dog 인데 한글제목은 '백구' 가 아니고 (-,-) 마견이군요. 하여튼 영화수입자들의 제목바꾸기는 마치 에로영화 제작사들이 제목을 정하는 그것과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좀 덜하지만요. 좌우지당간에, 영화는 white dog 이란 제목부터 상당한 시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느 백인 여성이 자동차에 치인 하얀 개를 구해주면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놈의 개가 자꾸 사람들을, 정확하게는 흑인들만  공격해서 물어죽이는 거죠. 사실 이 개는 백인 인종우월주의자들이 흑인만을 공격하도록 훈련시킨 살인무기 였습니다. 나중에 조련사가 피나는 노력끝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죠.


'스크림' 에서 까발려진 호러영화의 법칙이 말해주듯이, 호러영화는 대개 청소년의 성에 대한 관점 이라거나 기타 여러가지 면에서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급진적이거나 사회비판적인 작품도 꽤 발견이 되는데, 마견도 그중 하나죠. 개의 원래 주인이 알고보니 더 없이 온화하고 이성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중산층 백인 남성 이라는 설정이나, 개가 흑인을 물어죽이는 장소 중 하나로 교회를 선택하고 희생자의 비명소리에 맞춰 십자가를 클로즈업 하는 장면등은 이 작품이 단순한 호러영화가 아님을 웅변하고 있죠. 크게 무섭거나 잔인하지는 않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추천받을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공포의 묘지 ( 원제 : pet sematary ) : 1989 년작. 미국. 메리 램버트 감독.

 


다른분들은 호러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섭다' 고 생각이 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호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액션이나 코미디를 보면서 느끼는 그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정말 소름이 돋을만큼 무서운 작품도 몇몇 있는데, '공포의 묘지' 도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 pet sematary 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트럭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도로변의 한적한 집에 어느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되죠. 주위에는 이상한 전설이 내려오는 조그만 묘지가 있는데, 전해오는 인디언의 전설에 따르면 이 묘지에 죽은것을 묻고 간절히 소원하면 다시 살아나온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딸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 묘지에 묻게되는데, 다음날 정말로 고양이가 살아서 돌아옵니다. 그러나 돌아온 고양이는 매우 공격적으로 변해있었죠.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어린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하고, 주인공은 다시 그 묘지로 향합니다...


죽은자가 살아 돌아오는것이 반드시 축복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제이콥스 의 단편괴기소설 '원숭이의 손' 이 그런 이야기를 거의 처음으로 문학으로 정리한 이래 pet sematary 를 비롯한 비슷한 이야기들이 꽤 나왔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성감독이 만든 이유에서인지,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며 시각적인 충격보다 분위기로 압도하며 굉장히 으시시한 분위기로 압도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과 함께, '무서운영화' 를 찾으신다면 원츄할 작품입니다.

 

3. 바탈리언 ( 원제 : The Return of the Living Dead  ) : 1985 년작. 미국. 댄 오버넌 감독.

 


 

 

 

 

 

 

 

 

 

 

 

 

 

유명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 를 비롯한 수많은 좀비영화들중 유독 이 영화를 기억에 남아하는 이유는 일단 그 파괴적인 결말 때문입니다. 결말을 미리 말해드릴수는 없지만, 모 유명 호러게임의 엔딩장면이 이 영화에서 차용한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죠.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좀비들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느리게 흐느적거리며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 다를바없는 스피드와 거기에 지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약품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주인공은 지하에 '재미있는 것' 이 있다는 고참의 말에 따라 지하로 내려갑니다. 거기서 주인공이 본 것은 박제로 되어 있는 인간과 동물들의 시체 조각들이었죠. 흥미있게 그것들을 둘러보고 있던중, 그만 실수로 한쪽에 보관되어 있던 괴상한 화학물질을 유출시키게 되고 그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은 시체들은 되살아나게 됩니다. 점차 화학물질은 그 동네 전체로 퍼져가고, 되살아난 시체들은 살아있는 인간을 공격합니다.


좀비가 발생하는 원인이 부두교의 주술이 아니라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인간을 병기로 사용하려고 계획했던 약품' 때문이라고 설정했던것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흡혈귀 들과 유사한 부분도 있었죠. 어쨌든 강하고 빠르며 영리한 좀비들의 공격에 하나씩 희생되는 모습들은 꽤나 끔찍합니다. 마지막의 그 찝찝한 결말까지도 말이죠

 

4. 매드니스 ( 원제 : In The Mouth Of Madness ) : 1995 년작. 미국. 존 카펜터 감독.

 


비극적 결말이라면 앞서 소개한 바탈리언도 그렇습니다만, 매드니스는 거기에 다소 난해한 스토리 전개가 겹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입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호러작가가 신작의 원고만을 남기고 실종됩니다. 충판사측은 주인공인 탐정을 고용해서 사라진 작가를 찾도록 하는데, 작가가 남긴 마지막 원고를 읽던 탐정은 작가가 기거하고 있던 마을을 비롯하여 점차 원고속의 내용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현실과 꿈, 현실과 원고속의 내용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내용은 주인공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그럴 여지를 주지 않으며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결국 다시 돌아온 주인공이 마주치게 되는 '현실' 은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현실이 아니게 되버리죠. 한때 유행하던 세기말, 또는 종말론 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주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을 떠나서 단순하게 '영화' 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존 카펜터 감독의 여러 영화들중 단연 최고에 올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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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과 날줄같은 '가해' 와 '피해' 의 관계 - 11:14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영화본것이 작년 늦가을무렵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라니, 극장표 구입 하는것이 연인이랑 시간때우기만을 목적으로 극장에 들어가는 커플부대원들 보다 훨씬 모자라는 횟수와 빈도를 자랑하고 있는 나쁜 짐승이다. 누구말대로 이제 더 이상 어디가서 영화광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ㅠ.ㅠ


대한민국 영화광 클럽에서 제명될 위기를 피해보고자 하는 몸부림이 필요했다. 지성이면 여드름... 이 아니라 감천인지 뭔지 몰라도 때마침 간만에 찾아온 이틀 연휴가 내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경건한 현충일을 맞이하여 극장가를 찾았당.


에헤, 우째 이런일이. 최근 개봉작중 눈에 띄는 작품이 없던지라 처음 집을 나설때는 '혈의누' 나 보면 되겠지... 했건만, 막상 간판에 걸려있는 '11:14' 포스터를 보는순간 언젠가 봤던 '출발 비디오여행' 에서 소개된 영화의 내용이 생각나면서 심각한 갈등상태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현충일이니 애국심을 발휘하여 혈의누 를 볼것이냐, 아니면 출비에서 해준 뽕빨날리는 트레일러를 믿고 11:14 를 보느냐, 결국 결정은 10여 차례의 공중제비 끝에 이순신 장군이 해주셨다. ㅡㅅㅡ


'미들톤' 은 미국 어느곳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작은 마을이다. 그 평범한 마을의 평범할수 있었던 밤은 11:14 분 에 일어난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며 여러명의 사람들을 사건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된다. 11:14 분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동시적으로 진행되던 사건들은 그 밤이 지나가기도 전에 모든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일반적인 예상이나,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11:14 는 스릴러 영화는 아니다. 여러가지 상황증거와 복선을 제공하면서 플롯을 진행하다가 마지막의 '충격적' 인 반전을 노리는 스릴러 영화의 공식에서 11:14 는 상당부분 벗어나 있다. 굳이 이것과 비슷한 유형의 영화를 꼽는다면 98 년에 개봉한 미카엘하네케 감독의 '퍼니게임' 을 들수 있겠는데, 퍼니게임 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도전을 선포한것과 달리 11:14 는 관객과 머리싸움 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냥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짰으니 보고 즐겨라. 하는 수준의 영화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냐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러닝타임이 짧기도 하지만 (80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이니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만점을 줄수 있겠다. 말 그대로 시나리오를 쭉 따라가다보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도록 만드는 영화로, '그레그 마크스' 라는 낮선 감독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다.


이야기를 이루는 사건들은 얼핏보면 무질서하게 나열된듯 하지만, 영화관을 나서면서 드는 생각은 등장인물들이 가해자이면서 또 피해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하나의 대 원칙위에 씨줄과 날줄로 교묘하게 짜여진 구도라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속이려는 남자, 반항심에 휩싸여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주며 폭주하는 젊은이들, 남자친구를 속이고 돈을 뜯어내려는 여자, 그 여자와 성적인 관계만을 추구하는 또 다른 남자친구 등은 '누군가' 에게는 가해자의 위치에 서지만 또 다른 '누군가' 혹은 자신이 가해를 끼친 그 대상에 의해서 다시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극단적인 묘사와 사건들이 짧은 시간속에 지나치게 축약되어서 쉽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이상,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가해자로,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자의 위치로 살아갈수 밖에 없다. 때때로 그러한 위치는 영화에서와 같이 완전히 역전 되기도 한다.


그러나 11:14 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대해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크라잉게임' 이나 '지구를지켜라' 등과는 다르다. 11:14 는 인간이 어떠한 이유로해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지 라는 설명을, 단순히 우연 ( 혹은 운명 ) 으로만 치부해 버리며 가볍게 비껴가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범작이 되고 만다. 상업영화의 틀거리 안에 속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찰할수 있는 주제였음을 감안할때 아쉽지 않을수 없다.


아무튼 11:14 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관객의 허를 찌르는 구성으로 무장한 재기발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두뇌싸움을 거는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김 빠지게 하며 그야말로 '우롱' 당하는 기분을 느껴보는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세월이 흐른뒤에도 찾아서 볼만한 영화로 손꼽힐만한 작품이다. 

 

( 이거는 퍼니게임 속의 한 장면 - "나랑 게임해볼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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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진출1년, 민주노동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마포사회포럼은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다함께'가 주최합니다.
포럼에서는 사회 연대와 공익을 위한 캠페인과 주장을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포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서로의 경험과 주장을 함께 나누는 토론 광장입니다.
 
제27회 마포사회포럼
국회 진출 1년, 민주노동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일시 : 2005년 5월 11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장소 : 
책사랑방 ( 지하철 신촌역 6번 출구앞 40m 직진 티파니호프 건물 5층)
문의 : 016-378-1872
참고 :
http://blog.empas.com/wp2020 
* 책사랑방은 1인당 이용료가 3천원입니다. 참가비를 준비해 주세요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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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라이더 류우키

 

 

가면라이더 류우키 op

Alive a Life

 

 

근 한달동안 회사일의 압박 + 귀차니즘의 재발로 인해 게시판도 잘 안쳐다보고 살았습니다. 뭐 지금도 이런 저런 압박들은 조금식 있습니다만. -,-;


아무튼간에 그 와중에도 여가선용(!)을 위해 사용한 오락물이 아주 없었던건 아닙니다. 게임이나 만화등을 찝쩍대며 지냈는데 얼마전부터는 그중에서 특히 일본의 특촬물 (특수촬영물 이란 뜻으로, 후레쉬맨,파워레인져 같은 어린이용 SF드라마 쯤 을 생각하시면 대강 맞는 이미지 입니다 ^^;) 중에서도 '가면라이더 류우키' 에 빠져 있다지요. -,-;;


가면라이더 류우키는 2002년 부터 2003 년 까지 일본 TV 아사히계 에서 방영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케이블 방송의 애니메이션 전문 프로그램인 투니버스에서 작년부터 '가면라이더 드래건' 이란 이름으로 방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류우키' 란 명칭이 너무 '일본스러워서' 드래건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명칭이 강제로 '창씨개명' 되어버리면 해당 작품에 대한 신뢰도 - 일부 장면을 수입과정에서 짜르지 않았을까 등등 - 가 대략 300% 다운되어 버리기 때문에, 안 보게 된다지요. ^^a


좌우지당간에, 가면라이더는 고지라, 울트라맨, 전대물(후레쉬맨 종류) 등과 더불어 오랫동안 일본특촬계를 대표하는 작품 시리즈로 71 년의 '가면라이더'를 시작으로 최근의 '가면라이더 히비키' 까지 다양한 종류의 시리즈물이 제작되어 왔던 작품입니다. 당연히 수 많은 시리즈물이 제작되고 사라졌는데, 지금 버닝 하고 있는 '가면라이더 류우키' 는 기존의 시리즈 들과 비교할때 여러모로 다른 컨셉으로 제작되어 방영당시 일본에서도 격렬한 찬반논란을 몰고 왔던 문제작이라 하더군요.


여기서 잠깐 가면라이더 류우키의 소개를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 ( 백금기사의 기묘한 연구소 - http://lgaim.egloos.com/ - 에서 훔쳐왔습니다. )

 

『가면라이더 류우키[假面ライダ-龍騎]』
TV 아사히계 / 토에이 / 2002.2~2003.1 / 컬러 TV 시리즈 / 전 50화 / 출연 : 스가 타카마사, 마츠다 사토시, 스기야마 아야노, 료헤이, 하기노 타카시, 키쿠치 켄자부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청년, 키도 신지는, 'ORE 저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발생한 수수께끼의 행방불명사건에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는 우연히 이상한 카드 덱을 줍게된다. 그리고 그 카드 덱의 힘으로 거울의 세계 '밀러 월드'의 전사 '가면라이더'가 된 신지는, 드래곤 몬스터, 드라그렛더와 계약하여 '가면라이더 류우키'가 되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하는데...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박쥐 몬스터, 다크 윙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가면라이더 나이트= 아키야마 렌'이었다. 그는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연인 에리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카드 덱의 창조자 '칸자키 시로'가 정한 13인의 '가면라이더 = 카드 소유자'끼리의 목숨을 건 배틀로얄에 뛰어든 청년이었고, 신지와 렌은 때로는 서로 협력하며, 또 때로는 서로 대립하면서도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끝까지 싸워나간다.

 

류우키에서 각 라이더들을 싸우도록 만드는 이, 칸자키 시로는 13인이나 되는 라이더들에게 서로 싸우고 죽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에 남는 라이더에게 무슨 소원이든 이룰수 있는 힘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이죠.

 

류우키는 확실히 기존 가면라이더 의 컨셉을 깨버린 작품입니다. 우선적으로 가면라이더 라고 하면, 마치 '가이버' 처럼 거대한 악의 세력에게 붙잡혀서 개조인간이 되어 버린 주인공이 악의 조직으로부터 탈출하여 그들에게 맞서 싸우며 그 와중에 개조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물론 시리즈 중에는 조금씩 다른 설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 라는 것은 공통된 컨셉입니다.


반면에 류우키에는 지구정복을 노리는 거대한 악의 세력 같은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의의 히어로' 따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류우키에 등장하는 13 인의 라이더들은 각자의 목적 - 죽어가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서 라든가, 시한부생명인 자기 자신을 위해서 라던가 등 - 을 가지고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 싸웁니다. 주인공은 미러월드의 몬스터들에게서 인간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히어로물의 목적을 가지고 라이더가 되어 싸우지만, 라이더 자신의 목적이라는 '현실' 과 몬스터 로부터 인간을 지켜야 한다던가 라이더 끼리 죽고 죽이는 싸움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사이에서 고민할수 밖에 없는 류우키의 세계관에서 주인공의 '일편단심 순수함' 은 오히려 '별 고민없이 우연히' 라이더가 되어 버린, 한단계 수준낮은 것으로 그려질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면라이더 류우키에서 유일한 전통적 히어로 상으로 그려지는 키도 신지 - 가면라이더 류우키 )


이렇게 하드한 설정이 바로 류우키는 가면라이더 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어린이용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게 되는 주요 원인입니다. 여담이지만, 어떤 분은 '류우키는 설정은 어린이용, 스토리는 청년용, 캐릭터는 성인여성용 (미남배우들이 많이 나옴다 ㅋㅋ)' 이라고 까지 하시더군요. 동시에, 열혈 히어로 물을 좋아하는 전통 라이더 팬들에게서 굉장한 반감을 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요.


기존 가면라이더들의 고민이 개조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즉 '나는 인간인가?' 라는 것이었다고 하면, 류우키에서 라이더의 고민은 '자신만을 위해 싸운다는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키도 신지' 와 함께 또 하나의 주연의 역활을 하는 '아키야마 렌' 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그는 죽어가는 연인을 살리기위해 '가면라이더 나이트' 가 되어 라이더들 끼리의 배틀로얄에 참가하면서도 자신이 싸워야하는 상대인 가면라이더 류우키 (키도 신지) 와 인간적인 관계를 쌓아갑니다. 시시각각 죽어가는 연인을 보며 스스로 '망설일 자격따위는 없다' 고 말하지만, 정작 상대 라이더의 목숨을 끊는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데 있어 주저할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역활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나이트 이외에도 자신의 쾌락만을 사랑한다던 '가면라이더 졸더' 역시 그 최후를 보면 같은 고민을 해왔다는것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죽어가는 연인과 자신의 양심사이에서 고뇌하는 아키야마 렌 - 가면라이더 나이트 )


다른 한편으로, 왜 하필이면 가면라이더의 활동 무대가 '미러' 즉, 거울 속인가 하는것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거울은 현실을 투영하는 장치라는 것을 고려해볼때, 그 안에서 서로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며 죽고 죽이는 모습들은 다른 의미로 현실의 모습이기도 하죠. 그것은 비록 작품속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정글의 법칙에 따라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인간이 희생되는 현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볼수 있겠죠. 그러고보니 가장 '자본주의에 충실한 인간' 이라고 할 수 있는 '졸더' 의 디자인이 기존의 모든 가면라이더 들과 다르게 기계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는 것 역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은것 같습니다. ^^

 

(자본주의 질서에 충실한,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변호사. 키타오카 슈이치 - 가면라이더 졸더 )


어쨌든, 제게 있어서는 가면라이더 류우키는 뜻하지 않게 발견한 작품으로 아마 한동안 버닝모드로 돌입할거 같습니다. 사실은 원래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터라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일부러 회피하며 지내왔는데 이 놈 덕분에 다른 시리즈들까지 찾아헤메고 있는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기간동안 늪에서 빠져나가기 힘들듯 하네요. 그런의미에서 보더라도, 가면라이더 시리즈 중에서도 류우키는 분명 걸작이라고 말해줄만한 녀석인거 같습니다.


p.s : 오프닝곡도 넘 멋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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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메모리즈 - 비극적인 기억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남긴 몇가지 화제거리중에 하나는, '제페니메이션' ( 이하 - 아니메 ) 이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어둠의경로' 라고 하면 자막이 존재하는 동영상 파일이 아니라 자막없는 원어 그대로의 해적판 비디오물을 가르키는 시기로, 그러면서도 일본문화, 특히 일본만화에 대한 소개가 상당부분 진척되어 많은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에 대다수의 매니아들이 뜻도 모르는 일본어 대사를 들으며 그 해적판 비디오들을 애지중지 소장하던 때였다고 기억합니다. 짐승도 예외는 아니었구요 ^^;


그러던 시기였기 때문에, 국제영화제에서 아니메가 정식으로 상영된다는것은 충분히 센세이션 한것이 될 수 밖에 없었죠. 게다가 상영작들은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갖춘 따끈따끈한 화제작들, 바로 공각기동대와 이 메모리즈 였었으니, 국제영화제 참가자들 사이에 아니메가 예매 1 순위가 되었던것도 당연하다고 할까요.


그랬던것에 비하면 공각기동대가 꾸준히 재평가되며 지금까지 화제거리로 이어온것에 비해 메모리즈는 다소 그늘에 가린 느낌입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공각기동대는 스토리 자체가 난해하고, 담고 있는 메시지는 그보다 더 심오해서 많은 화두거리를 남기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메모리즈 역시, 스토리는 단순 명쾌할지 몰라도 메시지 측면에서는 결코 공각기동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메모리즈는 '노인 Z' 로 유명한 오토모 카즈히로 감독의 원작 스토리들을 바탕으로 오토모 자신을 포함한 세명의 감독이 각각의 스토리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연결해둔 작품입니다. 보통 이럴경우 하나의 공통적인 대주제가 이들 작품들을 엮어내는데 메모리즈는 딱히 엮어낼만한 대주제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SF 호러에, 블랙코미디에, 환타지까지 쟝르도 다 제각각이죠. 최근에 메모리즈를 다시 보면서 이들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대주제를 굳이 선정한다면, '비극'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첫번째 에피소드, Magnetic Rose (그녀의 추억) 은 오토모의 원작에 모리모토 코지가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우주의 폐기물들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들은 낡은 구형 우주선에서 나오는 sos 신호를 따라 들어가게 되지만 그들이 발견하는것은 한 오페라 가수의 원혼, 아니 강력한 집착이지요. 애인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분노가 전자장치를 통해 살아남아 우주선 자체를 통제합니다. 호러영화의 소재중 하나가 '유령의 집' 이라면, 그녀의 추억은 그 우주판 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음산하고 기괴한 작품이죠.


보통 이런 경우는 주인공들이 기지로 유령을 퇴치하고 탈출하는것이 정석입니다만, 여기에서는 우주선의 폭발과 함께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한 오페라 가수의 편집증적인 관념이 살아있는 인간을 죽음으로 이끌어 버리는 암울한 스토리죠 ^^; 작품 중반부터 끝까지 어떤 오페라곡이 계속 나오는데,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짐승으로서는 무슨 곡인지 알수가 없다는... -,-


'그녀의 추억' 이 너무 암울해서 기분이 쳐질까봐 그랬는지 모르지만, 두번째 에피소드인 채취병기 는 꽤 경쾌한 이야깁니다. 역시 오토모 원작에 오카무라 텐사이 감독이구요. 여기에서는 한 제약회사의 평범한 연구원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정부가 개발한 비밀병기 - 악취를 이용한 화학무기 ^^ - 를 복용하게 되고 그로인해 일본 열도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스토립니다. 정치가, 군인 등의 권력집단들에 대한 통쾌한 풍자극이면서 동시에 '장사가 되는것' 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대는 언론의 속성을 폭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라면, 주인공인 타나까 노부오가 악취를 끊임없이 생산하며 오토바이를 몰고 터널을 지나자마자 그를 죽이기위해 상공에 새까맣게 떠있는 공격 헬기들의 군집이죠. 아니메에서 이만큼 군대와 자본에 의지하는 권력의 속성을 통렬하게 묘사한 장면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작품도 마지막엔 잡았다고 생각한 노부오가, 권력의 중심부에서 악취를 터트림으로서 비극 (아니, 희극인가요? ^^) 로 끝나죠. 일본열도는 살인적인 악취의 구름속에...


'채취병기' 를 보고 실컷 웃으셨겠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것은 또 암울한 스토리로, 대포의 거리 는 오토모 자신이 직접 감독한 작품입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일상이 보이지도 않는 적과의 싸움에 맞춰져 있습니다. 거리의 집집마다 지붕에는 크고 작은 대포들이 배치되어 있고, 아이들은 대포를 쏘는 포병이 되기 위해 학교를 다니며, 아빠는 포를 쏘러 나가야하며 엄마들은 대포와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포병들은 대포 발사를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되어 그 외의 다른 일은 생각할수조차 없습니다.


아마 이만큼 우울한 스토리도 없을겁니다. 이곳에서는 사회운동 단체들 조차도 사람들이 대포의 부속품이 되는 그 자체가 아니라 '좀더 몸에 좋은' 화약을 쓸 권리가 있다며 리플렛을 돌리고 있으니까요. 저녁에 TV 를 키면 언론들은 실제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적' 에 대한 전과를 떠들어대며 다음날도 또 포를 쏘러 나가라고 부추깁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과정을 통해서 지배계급들이 사람들의 의식을 억압하고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을것임은 쉽게 추론할수 있는 것이지요. 


각각의 에피소드에 맞는 이미지를 구하려고 했는데, 오래전 작품이라 그런지 쉽지가 않군요. DVD 도 발매가 되어 있고, '어둠의경로' 를 통해서도 보실수 있겠지만 아무튼 가능한 한번쯤들 보시면 좋은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 가 주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라면, '메모리즈' 는 인간 사회에 대한 의문이라고 할수 있겠죠. 비록 비관주의가 바탕에 짙게 깔려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회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는 모든 아니메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니 뭐 굳이 이녀석만을 탓할일도 아닌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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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년 정리하기

방 정리도 안하는놈 ( 극소수의 분들은 알고 있다. 하이에나새끼가 사는 지하동굴이 어떤 곳인지. 과연 하이에나들이 그렇게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까? -_- ) 이 2004 년을 정리하는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찜찜함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다함께' 가입임다. 엄밀히 말하자면 2003년 12월 초순쯤에 가입했지만 그때는 어리버리 하게 넘겨서리 별로 평가할것도 없심다. 온라인에서 데굴데굴 놀다가 좋은 인연이 닿아서 가입하게 되었는데 사실 가입서 쓸때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시건방 떨었던거 생각하면 사자굴에 기어 들어가고싶은 심정임다. -_-;;


덕분에 아직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좌파 민족주의' 부터 '노동자의 힘' 경향까지 이것저것 뒤죽박죽으로 되어있던 머리속이 어느정도는 틀을 잡아 가는거 같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것인지가 보다 분명해 졌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갇혀있던 때의 제한적인 행동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 할수 있었슴당. 예전에는 뉴스를 보며 분노만 했을뿐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어 게시판에 분노의 말들만 한가득 써놓곤 했었는데, 이제는 진정 세상을 바꿀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해 졌심당.


그치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함당. 능력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해주신분들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준거 같아서 역시 사자굴에 기어 드가고 싶슴당. 뿐만 아니라 여전히 어리버리 하고, 겁도 많슴당. 지난번 공무원노조 파업출정식 할때 안내를 하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름다. 항상 그래왔듯이 신년에는 잘 해야지, 좀더 나아져야지 하는 생각은 있지만 그것이 또 공염불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도 됩니당. 내년 이맘때쯤에 또 비슷한 이야기를 토닥거리고 있다면 암담할 뿐이겠지요.


민주노동당 입당도 빼놓으면 섭섭해 할겁니당. 다소 부족한 부분들도 있고 가끔씩 깜짝쇼를 벌여서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원임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당. 역시 제대로 role-play 를 못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 ;;


그 다음은 역시 직장을 옮긴것. 안 좋은 일로 나와서 한달가량 놀다가 다른곳에 입사가 되었는데 실질임금이 좀 오른것이나 임금체불이 없다는것, 일하기 편하다는 점등은 좋은데 근무시간이 늘어났다는것은 별로 환영할만 하지 못하다는. 특히 토요 격주 휴무가 사라져 버린건 타격이 좀 있슴다.


다음은, 글쎄, 아, 뒹굴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정도랄까나. 작년까지 많아야 5~6 군데를 돌아다녔었는데 지금은 대충 세어봐도 15 군데는 넘는거 같슴다. 사실 그냥 즐겨찾기 목록만 늘어난건 아닌거 같슴다. 짐승은 이제 더 이상 '온라인' 자체만으로 희망적인 무언가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슴다. 온라인을 대하는 근본적인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나... 암튼 늘어난 목록 덕분에 광고 한번 할때 시간은 더 걸림다. -ㅅ-;


그 다음... 없심다. -_- 없던 앤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도 아니고, 매달 갚아야할 빚은 더 많아져 버렸고, 집으로 부터의 압박도 마찬가지고, 등등.


글고보니 단촐-_- 하기도 하고 더 정확하게 말해서 무미건조한 축생임다. 요즘은 알콜성 치매증세가 심해져서 내가 이걸 왜 두들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심다. 일이나 할걸. -_-


암튼 추운 날씨에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2005 년 멋지게들 시작하시길. 희망하는 모든 일들이 다 잘되시길 바래봅니당.


그럼... 철푸덕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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