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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홈페이지 만들어 놓고..뿌듯해서 제대로 보질 않고 있었다.
종남언니가
"여기 피플이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피플 맞니?"
"예.."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풋..그러면 이상한데..peple가 아니라 people겠지"
이럴 수가 한나절 넘게 'o'가 빠진 피플이 설치고 있었단 말인가.
있어 보이기 위해서 영어를 메뉴에 넣은 내가 잘못이지..후후..
포토샵을 얼른 열어서 고치고 나서 혹시나 불안한 나머지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다시 확인했다.
"people 뜻; 인민"
헉..인민이라는 대문짝 만한 글자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당당하게 인민이라는 말을 보여줘도 되는가. 사람, 인민, 민중이라는 뜻임을 알고는 있지만 레드 컴플렉스 투성이인 남한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는 '동무'만큼이나 금기시 되는데 말이다.
이야..정말 놀랐다..그리고 '인민'이라는 말이 낯설어서..한참 인민?인민? 이렇게 평범하게 그냥 써도 괜찮을까..
다시 인민? 인~민, 인민! 좋네..
2001/12/5(수)
8일을 하자센터에서 보내고 났더니..페닉 상태가 되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한자리에 고정되어서 멍하니 있다가 사람들 오면 안내하고..또 멍하니 앉아있고..반복되니까..그것도 계속 할일은 못되는 것 같다. 후후..뒷풀이 때에는 심하게 망가져서..생에 처음으로 길바닥에서 잠드는 등...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꼴이 되기도 했지만..열심히 준비했고..열심히 진행했다..그렇죠? 여러분? 생각하나! 이번 행사를 하면서 새롭게 보인 사람이 있어서..그 사람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누구냐면..바로바로 도단이 김현숙님. 언니는 구 노문교협 당시 창조와 보급을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내가 처음 노문센터에 들어왔을 때 편집부로 들어왔던 터라, 같이 고민도 해주었고, 잠시 만들었던 월간 노동문화의 편집위원으로 기꺼이 활동도 했다. 즉, 노동문화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각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따끈따끈 신문에 내는 만평에 대한 평도 하기도 했고, 다른 잡지에 연재하는 작품들도 같이 보면서 느낌을 듣기 위해 눈을 반짝이던 언니.. 그런데 만화전을 준비하면서 좀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봤다. 특히 수시로 틀어주었던 슬라이드로 만든 대우우중과 공...두 작품을 8일동안 1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공은 현숙언니의 그 따뜻한 세계관, 인간에 대한 애정,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제대로 보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내내, 자꾸 가슴 저 밑은 곳에서 눌러놓은 감정이 쿡쿡 올라와 확 터트리고 내려갔다. 또봐도 그렇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내내 마감과 싸우면서도 내색하지 않고..다른 사람을 걱정하던 현숙언니.. 행복하소서! 생각 둘! 어떤 장르의 어떤 작품이던 현실을 드러냄에 있어서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만화도 피가 터지고 사이코가 등장하고, 영화도 공포영화나 검푸른 조명이 잔뜩 깔린 영화만, 소설도 좀더 감각적인 삶을..지금도 틀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행복함을 묘사하고, 희망을 그려내는 것이 강요이고, 위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단지 노동문화운동의 활동가로 있기 때문이 아니라 두사람의 작품이 내 생각이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진영이형...쉽지 않는 농부를 살아내기를 말그래도 버틴 그분은 오히려 그속에서 노동의 사상이야말로 후세에게 전해줄 가장 위대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설명을 하자면 한도 없이 풀어낼 수 있는 이 짧은 문장의 말은 처음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사로잡는다. 노동이라는 화두가 케케묵어서 인상을 찌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내가 하는 이 노동이 어느 누구에게 독점되지 않는 자유와 그만큼의 평등함으로, 정당한 댓가로 돌아오게 될 날을 위해서 보이는,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고 있는데...그것이 내 삶인걸.. 또 한사람은 현숙언니..노동이라는 거대한 화두..그러나 뒤짚어 보면 거기에는 모래알 같은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음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공을 보면 아이를 업은 엄마, 좌판의 할머니, 지친 사무직 노동자, 필시 정리해고 당한게 틀림없는 생산직 노동자, 노숙자..복잡한 도시속의 수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 그들의 고단한 삶속의 작은 희망이 공을 키운다. 그리고 그희망은 어느 한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따뜻한 세계관이 펼쳐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아...정말 나는 이 작품이야 말로, 노동만화, 노동하는 삶의 긍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놨는데..2001년 하반기 만화전에 몸바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많났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작가들인데..이 만화전이 정말 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활동의 성과로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여전하다.. 준비하는 기간 짜증도 많이 내고..괴롭혔는데..미안하다..여러 사람들에게..다들 정말 고생했고. <2001년 11월 30일> |
아침에 부시시 눈떠서 약국(아부지의 일터)으로 나갔더니..오랜만에 듣는 이장아저씨의 방송이 들렸다. "아~아~안내방송드리겠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수련장 관계로 소란스럽습니다. (그다음 잘 안들림)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어....혹시...설마.... 어제 밤늦게까지 들리는 엠프소리, 폭축소리에 바닷가에서 누가 장난치는구나 싶었는데..설마.. 얼마전 현대자동차에서 엄청난 규모의 가족수련장을 마련해서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더니... 조카 손을 잡고 아버지께는 아무 말도 않고 슬쩍 근처로 가봤다. 이럴 수가..낮은 언덕 같은 산이라지만 뭉툭 잘라 도로까지 만들었더라. 동네 뒷산에 보기 싫은 공터, 아니 공사장이 생긴 것 같았다. 너무 높아서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입술을 꼭 물고 집으로 왔다. 도대체 자기들이 필요하면 무조건 깍고 담올리고 그러면 되는 건가..해안도로에, 골프장에, 산을 깎고, 나무를 잘라내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눈앞에 보이고 있는 고향마을이다. (2001년 8월 2일) |
설 연휴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제각기 사는 얘기들을 풀어놨다. 교통관리공단에 있는 친구, 하나도 하기 힘든 외국어를 2개국어를 마스터하고 불어까지 도전하고 있는 친구, 의상학과를 나왔지만 치과에 취직한 친구..나처럼 단체활동하고 있는 사람. 제각각 직자얘기로 한참 할 무렵 치과에 다니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왠 치과냐?"의 질문으로 부터 보수가 더 좋다고 하면서 자신이 일하는 파트가 무엇인지 설명하였다. 그 친구는 백화점에서 픽업된 형태라서 다른 간호사들보다 훨씬 보수가 좋다고 한다. 왜? 백화점 경력이, 추천이 그럴까? 3~4층짜리 빌딩이 전부 치과인데 그중에서 고가의 치료를 요하는 층에서 근무한다. 접수부스인데 들어오는 손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찰해서 상품명까지 적는단다. 심지어 반지의 다이아몬드, 진주알 크기까지. 그렇게 해서 손님이 치료에 관련한 상담에 들어가면 의사가 경제력과 신분을 측정해서 상품을 추천해서 더 비싼 것으로 하게끔 만든다. 상중하로 급을 나누면 상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고가의 상품을 추천하고 중일때는 약간 저렴한 것(안그러면 자존심도 상하고 황당해 하기 때문에) 뭐 이런씩으로... 그리고 두번째 온 손님은 무조건 이름을 외워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000님 어서오세요!'로 맞이해야 한다. 악세사리가 바뀌었으면 이쁘네요..어디서 하셨어요..이런씩으로 대화를 끌어내서 그전 손님의 스케쥴, 이후 스케쥴까지 알아내서 기록해야 하고 다음에 또 오면 '000님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요' 등으로 대화를 해서 또 알아내고 기록하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이다. VIP, 리더스클럽홈페이지(서울대, 연고대, 이대 출신들의) 등 모두 비슷하지만 정말 끔찍하다. 사람을 대할때 그들이 갖추고 있는 상품을 통해 가격을 매기는 것. 골라내는 것도 아니라 시작부터 간추려낸 사람들을 또 급수를 매기는 것..사람사는 방법이 아니다. 내친구는 잘해내고 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비싼 돈주고 자기를 데려왔으니 단물을 쏙 빼 먹겠다는 병원측의 의도를 알고 있다고도 한다. 사람에게 가격 매기는 사람기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무섭다. (2001년 2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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