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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칼럼]노래패는 힘들어

 
[사진] 2003년 노문센터 연대의 밤에서 노래하고 있는 서울은행 한울타리 노래패






 

 

 

 

 

 

 

 

 

 

 

 

 

 

 

 

 

 

 

 

 

 

 

 

 

 

몇 주 전 기업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참으로 황당한 전화한통을 받았다.
‘노래패가 3명밖에 모이지 않아서 회계감사가 들어왔다. 8월 달에도 거의 모이지 않던데, 그렇게 저조해서는 더 이상 노래패를 지원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아 그런가요, 그럼 노래패 사람들이랑 얘기해보겠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앞으로 노래패가 더 모이든 안모이든 지원을 하지 않겠다’.
이 이야기의 경과는 이렇다.
기업은행 ‘새울림’노래패는 전 집행부가 만든 노래패다. 물론 나도 그때 강사를 맡게 되었다. 선거를 통해 생각이 다른 집행부로 바뀌면서 제일 우려했던 것은 ‘과연 노래패를 그대로 둘 것 인가’였는데 (이전에 ‘한울림’이라는 노래패도 집행부가 바뀌면서 지원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닌 엄청난 탄압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별로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노래패공연을 집행부 초기라는 이유로 11월로 연기해달라고 하면서 만약 연기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어떠한 지원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후원에 노동조합이라는 이름도 넣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홍보도 되었고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공연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노래패는 공연을 올렸고, 집행부는 좀 머쓱했는지, 부분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여기부터가 시작이었다. 금융노조 대의원대회 때 금노 산하 노래패들이 연합으로 공연을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다른 노조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는데, 유독 기은집행부는 기은노래패는 무대에 세우지 말라고 하면서, 활동까지 못하게 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노래패원이 모이지 않으니 사람들을 모우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대중가요를 가르치라고 했다. 문화패활동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더니, 독자적으로 신입패원을 모집했고, 한명도 사람이 모이지 않자 집행부들 보고 노래패 활동을 하라고 했으나, 이도 여의치 않자 결국은 결별을 선언했다. 자기 사람들로 노래패원들을 채우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자 껄끄러운 노래패를 떼어내고 만 것이다. 이에 새울림 노래패는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기로 결정했다.(하지만 30대 중후반의 기혼자들인데다가 일하는 지점이 평촌, 인천인 사람도 있고, 새로운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퇴근이 보통 9시, 10시인 상황에서 어렵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래패 활동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아주 심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노조 간부들은 문화패가 문선대이기를 바란다. 노래패는 2년, 3년의 자신들의 임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노래패가 활동하는 동안은 얼마든지 지속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독자적인 소모임이다. 그런데 문화패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 활동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 그 진리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

    또 다른 노래패 이야기를 해보자. 현대백화점 노래패는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전원이 모인 적이 거의 없다. 남들처럼 일요일, 공휴일에 쉴 수 없는 백화점 노동자들은 주중에 개인이 시간을 조정하여 이틀을 쉬게 되는데(대체휴일), 퇴사는 하는 사람은 있어도 더 뽑지는 않고, 이틀을 쉬기 때문에 필요인원이 늘 부족하고 그래서 자기가 일하는 날은 죽고 싶을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이는 노래패 뿐 만이 아니고 매장 안에서도 다같이 얼굴 보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직영사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늦게까지 일하면 연장수당도 있고, 일할 때 힘들어서 그렇지 이틀이라도 쉴 수 있지만 백화점 내의 비정규직 사원들이나, 협력업체직원들은 그나마 그것도 없다. 노래패원 중에도 협력업체직원이 있는데 그는 연장수당도, 상여금도 없으며 임금인상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협력업체직원들은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연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백화점이 월1회 밖에 쉬지 않으니 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이 딱 월1회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최소의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둘이 같은 날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 직영사원들이 임단협 사안에 대해서 이런 저런 비판을 하고 있으면 “그래도 너덜은 그래도 행복한 줄 알어~”라고 한다.  

  그럼 임단협을 통해 문화패 활동을 근무시간 중에 쟁취한 사회보험노조(이후 사보노조) 문화패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단협을 통해 문화패 활동을 근무시간 중에 한다는 정말이지 파격적인 단협을 체결한 사보노조 문화패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단일노조 문화패 중에 가장 인원도 많고 활동력도 높다고 알고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늘 앞장서서 문선활동과 연대활동을 하고 있으며, 패별로 년1회식 수련회를 열어서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근무시간 중에 모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도 활동하는데 별 부담이 없고, 연간교육과 강사들의 일상교육을 통해 교육내용도 채워지고 있고, 해서 커다란 문제점이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전체적으로는 숫자가 많지만 지역, 지부로 들어와서 단위패로 들어오면 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고 있고 뽑는다고 해도 적은 인원인데다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으니 문화패활동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화패 막내들의 나이가 제일 양호한 곳이 20대 후반, 보통이 30대 초중반이다. ‘경로당 노래패가 될 때까지 우리는 노래할 꺼다’ 라고 말할 정도로 노래패에 대한 애정과 활동력은 높지만 사람이 채워지지 않으니 자연 분위기는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로 북적 북적거리고 신입패원 맞이하는 설레임도 있어야 패모임이 신이 날 텐데 그게 정체되어 있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

2004년! 다 같지는 않지만 현장의 노래패들은 노조간부들의 잘못된 시각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주5일제로,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로, 노동문화의 침체로, 노동조건의 열악함으로 그야말로 다각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문제들은 사실 노래패만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문제들이다.  

  그럼 강사인 나는...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 그 역동적인 시기에는 힘든 조건 속에서도 하루하루 늘어 가는 것이 노래패요, 문화패였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들을 꼽는 게 더 쉬울 정도로 그 수도 감소했고 활동도 예전 같지가 않다. 게다가 노조가 조합원을 교육하지 않음으로 인해 강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내용들을 담아내야하는데 과연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모임에서 그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어쩔 때는 간부들과 싸우기까지 해야 한다. 조합 활동에서 느끼고, 일하면서 느끼고 그래서 노동가요를 통해 노래로 세상을 느껴야하는데, 노래로 다른 세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하는 요즘 강습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힘든 강습을 갔다 오면 나는 내가 섬 안에 갇힌 슈퍼우먼이 된 듯 한 느낌이 든다. 강사들도 조직적으로 교육이 담보되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최후의 1인이 되어서라도 나는 노래패를 할 테야’라고 말하는 노래패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또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패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노래패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열심히 문선대를 하고 내려와서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만 뿌듯한 표정의 노래패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또한 다른 노래패를 만나면 자기 피붙이를 만난 것처럼 좋아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산재해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생각하면 이것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쌓여 있는 문제점을 나열하기보다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내와야하는데 언제부터 인가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는데 너무나 힘들어하면서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이제 노동문화교육운동과 노동자문화패의 발전경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준비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나의 행복은 그냥 여기서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박미영-노래교사,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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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홍성담전시-캔버스 굿판서 인류의 한풀이

[중앙일보] 화가 홍성담(49)씨를 사람들은 독종이라 부른다. '5월 광주'를 그림으로 증언하겠다며 밤낮없이 판화를 파던 그를 지켜본 후배도, 옛 안전기획부의 고문기술자도 모두 그가 신념 앞에 얼마나 무서운 투사가 되는지를 기억한다. 정작 홍성담씨 자신은 보살행을 살았다고 말한다. "이 땅에 산 죄,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 산 죄, 분단된 금 속에 머무른 죄값을 하려 그림으로 고행했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그림을 '부적'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 화가 홍성담씨는 동북아시아의 문화원형이 낡고 지친 서구 문명을 대신할 새 세기의 빛이라고 믿는다. 그가 세상을 정화하는 굿판을 화폭 위에 펼쳐놓고 인류를 위한 푸닥거리를 그린 '신몽유도원도'는 세상을 끌어안은 여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가화(假花).홍성담'은 한층 깊어진 화가의 생각과 마음을 가늠하게 만드는 개인전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 퀸스미술관 초대로 열었던 '동쪽의 물결-저항과 명상 홍성담'이후 홍씨는 동북아시아 문화의 원형을 더듬는 일에 더 힘을 쏟는 눈치다. 서구의 이성 대신 이제는 동방의 샤머니즘이 인류를 구하리라는 믿음을 그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 제목인 '가화'가 상징하듯 그의 그림은 굿판에서 펄럭이는 종이꽃처럼 우리 민족, 나아가 인류의 한풀이를 이야기한다. 바리데기 공주, 우주나무, 연꽃 등 한민족 설화가 큼직한 캔버스 위에 한 판 푸닥거리처럼 펼쳐진다. 붉은 외투를 두른 파시스트를 정화하는 무녀의 칼, 여신의 자궁에서 쏟아지는 생명의 물줄기, 고구려 벽화에서 날아온 궁사와 동물들, 여자의 얼굴을 찢고 나오는 호랑이 등 '신몽유도원도'는 지난 2000년 문명의 쓰레기로 범벅이 된 세계를 끌어안는다.

홍씨가 잡은 또 하나의 화두는 아바타다. 가상 공간과 아바타 문화에 빗대어 오늘의 한국 상황을 돌아보고 있다. 2002년 전국을 뒤흔든 '붉은 악마'의 숨겨진 욕망을 그려낸 '아바타' 연작은 또하나의 파시즘이 들끓고 있는 우리 현실을 치고 있다. 한밤중 도심을 수놓은 촛불 시위 현장을 불꽃의 모판으로 그려낸 '화종(火鐘)'은 섬뜩하게 아름다운 시민의 마음을 그린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저 작은 불씨들의 모판, 그 모판을 보며 불씨들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라고 평했다. 이제 홍성담씨의 그림이 바로 그 불씨다. 02-720-1524.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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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전시가 끝난다고 해서...오늘 학고재에 간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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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그곳에 피어 있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곳에 피었을 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출발도 한 적 없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해구나.
하지만 모든 일이 워낙 그렇지 않았던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1954~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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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짜 영화에, 꽁짜 OST에, 시집 한권

몇일 내내 우울할 만한 일이 있어서..끙끙거리다가..

아침 일찍 영화 예매를 하기로 했다. 코아 아트홀 회원 카드를 이용해서 전화부터 하기 전에 잠깐 인터넷에 포인트 누적된 것을 봤더니, 으흐흐흐흐 초대권을 받을 만큼 쌓여 있었다.

 

웬떡!! 일단 전화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예매하고...씨네 코아에 가서 초대권 받고, 공짜로 예매한 표 구하고...근처 약속한 장소에서 달껌 언니를 만났다.

 

또 웬떡!! 이벤트 중이라 1,2회 관람자에게 OST를 나눠주고 있었다.(현재 진행중인 이벤트임..씨네코아 극장 홈페이지 참조하시길) 조물락, 조물락..헤헤

영화는 생각보다 그림 같지는 않았지만 만족하게 보았고, 스칼렛 요한슨..매력적이다.

청계천 다리가 있던 공사장을 바라보며 사발만큼 큰 잔에 담긴 쓴 커피를 한잔 마셨다.

 

우울한 기분은 그래도 많이 사라졌는데..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에서 나희덕 선상님의 새시집을 샀다. 기분 좋아졌다.

근데..알라딘 검색해보니까..이거 완전 베스트셀러급 시집이더군..우울지수 약간 상승..

시집이 인기가 많은 책종류였나? 갸웃갸웃..아니면 광고 덕분인가? 갸웃갸웃..

뭐...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시인의 말 밖에 안읽어서..시인의 말만 옮깁니다.

 

시인의 말

 

'도덕적인 갑각류'라는 말이

뢴트겐 광선처럼 나를 뚫고 지나갔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던,

살의 일부가 되어버린 갑각의 관념들이여,

이제 나를 놓아다오.

 

    2004년 여름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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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각 메뉴별로 보기를 누르면..

왜..리스트가 안뜨지...이 컴퓨터가 이상한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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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원더풀 라이프]행복했던 단 한 장면의 추억을 선택하세요!

만약 한평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 장면만을 간직해야 한다면 어떤 장면을 선택할까? 선택이나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빨리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굴곡이 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저 그렇게 순탄한 삶, 특징이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정말 선택하기 힘들 게 분명하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 냄새, 느낌, 시작, 후각 등으로 조합되어 뇌속에 남아있게 되는데..어떤 것은 한가지의 감각만으로도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모든 감각이 총 동원되어 세밀하게 남아있다. 행복했던 단 한가지의 기억을 충실하게 재현해 주며 죽은 이들을 영원으로 시간으로 보내는 중간계의 사람들. 정작 그들은 하나의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영혼들이다. 그속에서 시오리는 모치즈키를 말없이 짝사랑하고, 1930년대 사람인 모치즈키는 자신이 죽기전 약혼자의 남편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녀가 가지고 간 추억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했던가에 대한 강력한 궁금증과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를 몰래 사모했던 시오리는 모치즈키 약혼녀의 추억을 같이 추적하고, 결국 그가 추억을 선택하게끔 도와주지만 중간계를 떠나면서 그 모든 일을 잊어버릴 그의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결국 그의 오랜 삶의 기억 속에서 단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떠나게 된다.(그게 뭔지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비디오 껍데기를 보면서는 따뜻한 로맨틱 코메디인가 보다 했지만 모치즈키와 시오리의 묘한 감정의 교차라던가..저세상에 두고온 약혼자에 대한 사랑을 놓고 벌이는 삼각관계도 전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사람의 추억, 사람의 마음을 다른 측면에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성관계가 최고라는 사람, 아이를 낳는 순간, 비행하며 하늘에 떠있던 그 시간, 고향의 털털거리는 버스안,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던 호텔방, 오빠가 사준 드레스와 신발을 신고 춤추던 어린시절, 벚나무 아래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면 앉아있던 날, 아내와 지난 시간을 얘기하던 낙엽지던 오후의 벤취....20살 젊은 백수는 왜 과거야야 하느냐, 미래의 꿈같은 건 안되냐고 되물으며 여긴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며 중간계 관리자에게 툴툴 거리며 따지기도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을 감독은 특별한 개입없이 자연스럽게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다. 영혼들을 배웅하는 기악대, 큰북, 작은북, 아코디언의 소리들이 우중충한 하늘에 맴맴 돈다. 나는 어떤 추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저 중간계에 남아 버리지 않을까? ▩ 편집,각본,감독 : 코레에다 히로카즈 ▩ 촬영: 야마자키 유타카, 스키타 마사요시 ▩ 프로듀서: 사토 시호, 시게노부 유타카 ▩ 조명 : 사토 유즈르 ▩ 출연 : 아라타(모치즈키 역), 오다 에리카(시오리 역)/나이토 타카시(와타나베 역) 테라지마 스스무(스기에 역) (1998년 낭트영화제 그랑프리/ 토리노영화제 최우수 각본상/산세바스찬영화제 FIPRESCI상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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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WAR


2003년 2월15일은 반전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날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갔어요.

덕분에 한창 배우고 있는 사진 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찍은 사진 중에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들어서 올려 봅니다.
'Stop the war' 보다 'No war'가 훨씬 강렬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멈추는 것보다 없애야 하는 것이 옳으니까요.

그날 집회에서 존레논의 'Imagin'이 흘러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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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사랑의 기원, 피빛으로 시작되었네

"지구가 평평하던 때 불 구름이 떠다니고 하늘까지 솟은 산과 더 놓은 사이 있고 사람들은 나무통처럼 지구를 굴러다니며 두쌍의 팔, 두쌍의 다리와 큰 머리 양쪽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양쪽 세상도 다 볼수 있고 읽으면서 말할수 있었고 사랑이란 단어조차 몰랐어 그건 바로 사랑의 시작을 몰랐을때 사랑의 시작 사랑의 시작 사랑의 기원

그때는 성(性)이 3개가 있었지. 서로 등을 마주대고 태양의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남자 같이 생긴 성(性) 생김새와 허리둘레가 같은 지구의 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굴러다니는 두 여자 같이 생긴 성(性). 그리고 달의 아이라 불리어진 스푼에 삐죽 꽂힌 포크 같은 반은 태양이고 반은 지구인 반은 딸이고 반은 아들인 그런 성(性). (...중략...)"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태고적 세 개의 성(性) - 남성/남성, 여성/여성, 남성/여성을 노래로 옮겨 인류의 기원, 지금의 두다리로 서있는 외로운 인간에 대한 기원, 신과 같은 절대권력에 대한 비유를 말하고 있는 ‘Origin Of Love’이다.

헤드윅은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영화다. 벨벳골드마인과도 연관시켜 얘기를 많이 하는 것처럼 글램록이라고 하는 음악적인 장르와 연관이 있다. 주인공의 심리상태,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화려하고 번쩍거리고 시끌시끌하면서도 그뒤의 공허함과 눈물을...

남성과 여성을 갈라놓고 두 성과의 결합만이 사랑이라고 한다. 더나아가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만들어진 일부일처제의 가족형태. 자본주의 이전의 장남계승을 비롯한 가부장적인 구조를 그대로 계승한 그런 가족이 가장 모범적이고 일반적이며, 무엇보다 ‘정.상.적’이라고 한다. 누가? 신이 그랬다고 했기 때문에 믿어야 한다고 교회다닐때 그랬다. 출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동성애는 죄악이며 혼전 섹스도 간음이라고 가르쳤다.

‘하나님은 우리를 대신해서 죽었데’라는 한셀(여자가 되기 전의 헤드윅)의 말에 어머니는 ‘히틀러도 그렇게 말했어. 절대권력은 없을 수록 좋아.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되거든.’ 냉소적으로 대꾸한다. 이말이 정답일 듯.

영화는 동성애를 옹호해서 동성애자들의 심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아예 성별을 떠나버린다. 여자건 남자건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다니는 외로운 존재인 인간이 성별과 상관없이 피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둠어 안겠다는데 무슨 니가 남자냐, 여자냐가 왜 필요하다는 것인가.

뭐 이런 얘기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도 좋고, 남자가 남자를 만나도 좋고, 여자가 여자를 만나도 좋다. 신들에 의해 조각나 버린 우리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서! 용기있게!

어느해 친구 자취방에 우연히 들렀다가 속옷바람으로 잠들어 있는 두친구를 보고 예의 느낌이 달라서 잠깐 당황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잡담을 늘어놓았던 그 여름의 어느날.

이성애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친구들은 역시 목하열애중이었고, 학생회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수군거렸다.

한아이는 세간의 그런 얘기 따위 관심이 없었고, 한아이는 몹시도 내면이 여린아이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그중 전자의 그아이와 얘기를 하다가 이해한다는 말로 부족한 것같다는 내 얘기에 잠깐 충격을 받은 듯. 그 사람은 그냥 그런 것이다라고 봐야할 것 같아서 너도 더 당당해지라고 했다. 누구도 그런 얘기해주지 않는다며 우는 그 얼굴.

물론 그 사랑안에서도 반목이 있고 서로 상처주고 누군가가 더 잘못하기도 하지만, 같은 성을 사랑한다는 사실 때문에 음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내가 꼭 남자만 사랑할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났는데 성이 여자라서 안될 수 있을까? 남자보다 더 잘 해나갈 수 있을텐데. 내 육체의 생김새에 신경쓰지 않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여자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든 순간, 이것은 정말 나의 취향 문제이구나! 하..그 이후에 사랑하고픈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 한번도 성적 취향에 대한 다른 깨달음 없이 여전히 이성애자로 있지만 한순간 뒤엎어질 수 있는 동전의 양면일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도 실패한 그 어떤 선택도 막혀버린 불우한 친구다. 기운내시길. 어떤 성공도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지만, 사랑받고 버림받았지만 여전히 사랑할 줄 아는 그녀. 다시 만난 그가 넌 그 자리에 머물라고, 그게 너의 역할이라고 안녕이라고 했지만. 정말 사랑할 줄 아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그모든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 이 헤드윅이라는 영화. 더위를 가져가고 머릿속에 가슴에 눈물을 흘릴 여유를 주었다. 벨벳골드마인과는 전혀 다르게 더 화들짝 소란스럽고 즐겁고, 유머스러하게, 그렇지만 더 가슴을 때리면서.

 

 

 

ORIGIN LOVE

 

 

지구가 평평하던 때 불 구름이 떠다니고
하늘까지 솟은 산과 더 놓은 사이 있고
사람들은 나무통처럼 지구를 굴러다니며,
두쌍의 팔, 두쌍의 다리와 큰 머리
양쪽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양쪽 세상도 다 볼수 있고 읽으면서 말할수 있었고
사랑이란 단어조차 몰랐어 그것이 사랑의 기원
 
 그땐 3개의 성이 있었지
하나는 두 남자의 등이 붙은 해의 아이들과
두 여자아이의 등이 붙어 하나로 된 땅의 아이들과
포크와 스푼이 붙은 것 같은 달의 아이들이 있었지
한쪽은 해 한쪽은 달 한쪽은 아들 한쪽은 딸
그건 바로..사랑의 시작을 몰랐을 때
사랑의 시작,  사랑의 시작, 사랑의 기원
 
신들은 우리의 힘과 반항을 두려워 하기 시작했지
천둥의 신은 말했어
"내 망치로 그들을 모두 죽이리라"
"내가 거인족을 죽였듯이.."
그때 제우스신이 말했지
"내 번개 가위로 혼내 주리!"
고래의 다리를 자르고 공룡을 도마뱀으로 만들었듯!!"
그리고 번갯불을 꺼내 크게 웃으며
"가운데를 자르리!" "딱 반으로..." 라고 했지
 
곧 먹구름이 모여 거대한 불이 되었고....
천둥 번개가 하늘에서 내리쳤지!
번뜩이는 칼날처럼 육체의 한가운데를 갈라 버렸어
해의 아이들 달의 아이들 땅의 아이들, 차례로..
어떤 인도의 신은 배둘레를 꿰메 배꼽을
만들어 우리 죄를 상기 시켰고
오시리스와 나일의 신들은 거대한 폭풍으로
허리케인을 만들어 우리를 흩어지게 했어
바람, 비, 홍수 파도의 조수로 우리를 쓸어 내리고
또다시 반항하면 또다시 반을 갈라버린다고 했지
그럼 한발로 뛰고 한눈으로 볼거라며..
 
"나를 부정하면 파멸하리라"
 
지난번 내가 당신을 보았을 때
우리는 둘로 갈라진 채였어.
당신이 날 보았을 때 나도 당신을 보았지.
당신이 너무나 낯이 익더군.
그러나 내가 어찌 알아차릴 수 있겠어.
당신 얼굴에 피가 묻혀있고 내 눈에도 피가 있는데.
그렇지만 난 당신 표정으로 알 수 있었어.
당신 영혼에 자리잡은 영혼이
나의 고통과 같은 것이란 것을.
우리를 하나로 잘라 버린. 우리의 심장을
관통한 그 고통이란 것을.
우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그래서 우린 서로 포옹을 했지.
서로의 등을 떼밀면서. 우린 사랑을 했지.
오래 전 춥고 어두운 밤이었어.
제우스의 엄청난 손에 의해,
우리가 외로운 두 다리의 피조물이 되어버렸는지
참 슬픈 이야기야. 사랑의 시초의 이야기지.
그것이 사랑의 시초야
.

 

(영화관을 세번 찾아갔다..이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그리고 나서 쓴 것인데..오래된 글이지..흐흐..노래듣기가 안된다..그 게시판 없어져서..음악파일도 사라졌나 보다..흑흑..어디서 애니메이션 찾아봐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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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일주일간 다큐를 보자!!

1천원짜리 필름2.0을 보다가..EBS가 미쳤다!!!!!
환호성을 질렀다~~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1주일간 하루 18시간동안 다큐멘터리를 튼다는 것이다.
제목하여..
2004 제 1회 EBS 국제다큐멘타리 페스티발..
믿기지 않는다..
이 한주일간...나는 식음을 전폐하고..급한 회의를 제외하고는 꼼짝도 않고...텔레비젼만 봐야겠다..
아직 프로그램 내용을 훑어본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얼마나 알찬 것인지 모르겠지만..
또...EBS내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이..기쁠 나름이다..
교육방송 들어가봤다더니..페스티발 사이트 찾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들어가 보시길..
http://www.ebsdoc.co.kr/2004/kor/index.html

 

 

 

                     

 

참고로 나의 선정작

 

[30일]
- 뒤돌아보지 마라(*)
- 그 오두막엔 여든 네살의 청년이 산다
- ABC아프리카
- 텍사스-카불(*)

[31일]
- 그녀 이름은 베트남(*)
- 버마 민주화 투쟁의 등불:아웅산 수치(*)
- 시간의 수레바퀴
- 울란바토르의 가출소년들

[1일]
- 마지막 수업(*)
- 아, 소록도
- 베트남의 혼:호치민(*)
- 앙코르의 사람들
- 도요하시의 민들레
- 자살특공대의 진실
- 네팔의 마지막 마오이스트

[2일]
- 브루클린 다리
-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

[3일]
- 러시아 신문사 살인사건
- 분단선의 사람들
- 신비로운 바다여행
- 인도의 폭소클럽
- 원래 여자는 태양이었다:신여성의 Frist song(*)

[4일]
- 넘버 17
- 아나의 아이들(*)
- 쑹메이링 : 영광과 오욕의 106년
- 무위당 장일순의 따뜻한 혁명
- 즐거운 나의 집

[5일]
- 칼릭감독의 실버스크린
- 모닝선(*)
- 명동, 부활의 날개짓을 하다



♪ EBS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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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주변은 너무 시끄럽다. 매미와 새와 벌레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있다.

기계음 처럼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라 익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서울에 갈일이 태산 같다.

이 평온함은 너무나 일시적이고..곧 나에게서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이제 돌아보며 사람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에 답을 해본다.

 

"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너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

 

내 인생의 목적은 한가로이 책을 뒤적이며 잡담을 쓰고, 음악을 듣고, 또 내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또,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는 것...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은 글쎄...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참으로 바쁘게 뛰어야만 한다는 아이러니 앞에서 요즘은 좀 곤혹스럽다. 옆의 신좌파의 상상력의 문구처럼 되기 위해 회피하지 않고 살겠다는 것이 최대한 말할 수 있는 계획이라고 엉거주춤 봉합해본다..

 

여기 너무 좋다...이 모든 것이 지속되는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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