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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브존> 트라브존은 항구다.. 그저그런

트라브존은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이다. 일단 한동안 못 본 바다나 보자는 생각으로 트라브존으로 향한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흑해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들뜨기까지 한다. 도우베아짓에서는 트라브존까지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중간 도시인 엘주름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버스.. 엘주름 터미널까지 들어가지 않고 엘주름 외곽에 슬쩍 우리를 떨궈 주고 가려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터키는 회사별로 버스가 운행되는 시스템이라 경쟁이 심해 버스비가 깍이기도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는 욕심에 실제로 버스가 그 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손님을 태운 뒤 그 도시 외곽에 떨궈 주고 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시내에서 묵든 아님 차를 갈아타야 하든간에 다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 시내로 들어가야 하니 이용자의 경우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된다.

 

에구.. 내려서 터미널까지 가야 하나 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옆의 동행이 내리지 말라고 눈짓이다. 오잉 그러면? 했더니 이 친구 기사인지 안내군인지를 잡고 차근차근 따지고 있다. 우리는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곳은 터미널이 아니다.. 상대 아저씨 처음에는 이곳에서 택시 타라더니 그럴 수 없다고 버티자 이번에는 버스를 타라며 타는 위치와 번호까지 가르쳐 준다. 그럼 이만 버스를 타야 하나..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기니 동행 왈, 버스비는 니네가 내시란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한데 쟤들이 그렇게 까지 해주겠어 하는 생각에 그냥 가려고 했던 나는 속으로는 조금 황당해진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서 몇분간 실랑이가 계속되다가 결국 상대아저씨가 버스기사와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결국 버스를 그냥 타고 가는 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우와.. 새삼스레 동행을 존경의 눈으로 쳐다본다. 이 인간 만만치 않군..음!!!

 

사실 이 친구가 초절약 여행자라는 사실은 파키스탄에서 이미 눈치를 채긴 했지만 실체를 보니 살짝 긴장이 된다. 나야 워낙 물건이든 숙박비든 잘 못 깍는데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그나마도 귀찮아 어지간하면 좋아좋아하고 다니는 편인데 이 일을 어쩌나..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나보고 깍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옆에만 있으면 되는데 덕 좀 보겠다 싶기도 한다. 게다가 여기는 내가 다닌 나라들 중 가장 물가가 비싼 터키가 아닌가 말이다. -조금만 깍아도 금액이 만만치 않다^^- 덕분에 트라브존에 있는 여행자 숙소란 숙소는 거의 다돌고 어느 허름한 호텔 5층에 있는-당근 걸어 올라가야 한다ㅠㅠ- 방을 잡는다. 아.. 물론 이곳이 트라브존에서 가장 싸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모숙소에 비하면 거의 반값이다. 앞방 옆방에 돈벌러 온 러시아 언니들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싼맛에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수멜라 수도원, 가파른 절벽에 깍아지른 듯 서 있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온통공사중이다.


수도원 내의 벽화, 대부분 훼손되긴 했지만 일부는 그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

 

워낙 바지런히 움직이는 그 친구를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아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트라브존 주변을 다니다가 인근에 있는 수멜라 수도원은 함께 가기로 한다. 뭐 당연히 대중 교통수단은 없고 여행사에서 왕복 교통편을 우리 돈으로 만원쯤에 제공하는 상품이 있다. 어차피 대중 교통편도 없는데 저거나 타고 갈까요? 했더니 너무 비싸단다. 뭐 비싸기는 하지.. 그러면서 인근 마을까지 돌무쉬를 타고 가서 히치를 하잖다. 그러죠 뭐.. 결국 돌무쉬를 타고 인근 마을까지 가서 히치를 시도한다. 생각보다는 차가 잘 선다. 결국 두 번에 걸쳐 차를 갈아타고 다시 수멜라 수도원까지 간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히치다. 이번에는 운이 좋다. 두 번째 얻어 탄 차의 부부가 점심이나 같이 먹고 가잖다. 결국 이 부부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그 부인은 내게 모스크갈 때 쓰라며 쓰고 있던 스카프까지 벗어 준다. 이 사람들은 대체 낯선 외국인들에게 왜 이리 친절한 것일까.. 혹시 터키에서 뭔가 불쾌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잊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멜라 수도원을 제외하고는 트라브존에서는 시내 주변만 돌아다닌다. 사실 바다를 보겠다고 그것도 흑해를 보겠다고 온 곳이긴 하지만 이곳은 그저 항구 도시다. 물론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항구로 가로막혀 있고 그나마 항구가 아닌 곳도 온통 방파제로 가로 막혀 있다. 인천 연안부두를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바다 근처라 그런지 갑자기 높아진 습도탓에 더위도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결국 흑해는 아마스라에나 가서 다시 봐야 될 것 같다. 담은 어디로 가나 한참을 고민하다 아마시아로 떠난다. 바로 샤프란볼루까지 가기엔 길이 너무 멀어 그저 골목이 이쁘다는 말만 듣고 가이드북에도 없는 도시를 행선지로 정한 것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인데 다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아마시아로 가는 밤차를 탄다. 


트라브존 시내에서 바라본 바다.. 항구가 보인다


온통 방파제로 막힌 바다에서도 해는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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