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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드디어 이스탄불이다

드디어 밤차를 타고 아침 무렵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터키에 들어온 지 이주일 가까이 됐건만 왠지 이제야 터키라는 곳에 발을 들인 것 같다. 터미널에서 트램을 타고-트램이 뭐냐고 물으신 필리씨를 떠올리며, 전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종의 지상철이지요- 여행자 거리인 술탄아흐멧 지역을 찾아간다. 트램에서 내리니 언젠가 사진에서 본 푸른 지붕의 모스크가 아침 햇살 속에 서 있다.  내가 이스탄불에 오긴 온 모양이다. 대략 방향을 잡아 한국인 숙소를 찾아간다. 터키만 해도 한국인 여행자가 넘치고 넘쳐 굳이 안 접해도 되는 여러 정보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뭐 이곳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긴 하나 제대로 된 이스탄불 정보가 워낙 없는 탓에 그냥 이곳을 목적지로 정한다.

 

숙소는 말로 듣던 것 보다 깨끗하다. 뭐 이 정도면 쾌적하네.. 우리가 그새 너무 더러운 데로만 다녔나? 하는 걸 보면 친구도 비슷한 느낌인 모양이다. 성수기 한때는 사람들도 붐볐을 이곳도 이제 막 여름방학이 지나서인지 여행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여행자들도 이미 터키를 다 돌고 이삼일 내에 출국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출국하는 여행자에게서 가이드북을 하나 얻는다. 지중해라는 책인데 좀 허접하긴 해도 터키 이외에도 그리스,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심지어 레바논, 이스라엘까지 들어 있는 책이니 일일이 론리를 구입할 수도 없어 어쩌나 싶었던 나머지 중동 지역이 대략 해결이 된 셈이다. 그 외에도 떠나는 여행자들은 어머 일년이 넘으셨어요? 하면서 벼라별 물건들을 다 주고 간다. 쓰다남은 샴푸니 치약은 물론이고 고추장이며 먹다 남은 영양제까지 나온다. 그 중에는 겹치는 물건도 있지만 일단 받아둔다. 내게 필요하지 않으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면된다. 여튼 단기 출국여행자가 많은 도시-방콕이나 델리 같은데-에서는 느닷없는 물건들이 많이 생긴다.

 

이스탄불의 상징 불루모스크 여기는 무료라 들어갔고


이스탄불의 또다른 상징 아야소피아 여기는 유료라 안들어갔다.

 

이스탄불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아니 이스탄불의 볼거리를 거의 한곳에 모여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구시가의 블루모스크니 아야소피아, 몇 개의 궁전들을 거의 다닥다닥 붙어 있다시피 하고 신시가지의 중심지인 탁심 광장도 구시가지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니 그저 숙소를 중심에 두고 걸어서 움직이면 된다. 그나마 모든 관광지를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입장료가 만만치 않은데다 학생 할인도 잘 안되니 취사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뭐 우리의 초절약여행자의 경우 입장료가 있는 곳은 거의 아무데도 안 들어가신다^^- 전문가가 아닌 바에는 이삼일이면 거의 둘러볼 수 있다. 나 역시 하루에 한두군데씩 다닌 게 전부인데도 사나흘이 지나고 나니 더 이상 할일이 없다. 그나마 여행자들이 많이 간다는 그랜드 바자르니 이집션 바자르 같은 데는 이제 더 이상 흥미도 없다. 숙소가 편하면 숙소에서 빈둥거리며 그저 주변이나 산책하며 며칠 보내도 좋으련만 도미토리는 또 이게 쉽지가 않다. 

 


강 너머 보이는 게 갈라타 타워.. 여기도 유료라 안 들어갔다


흥미가 없다면서도 갔다. 이집션 바자르의 향신료들

 

결국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른다는 보스포러스해협-요새 대한항공 광고가 이거라면서?, 여튼 광고에 나온 곳은 다 가보는구만^^-에서 배까지 타고 나니 우습게도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사이 초절약여행자 친구는 먼저 셀축으로 떠나고 몇 명의 여행자들의 얼굴이 바뀐다. 슬슬 떠나도 될 것 같은데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보는 한국TV-KBS월드가 나온다-보는 재미로 며칠을 더 보낸다. 그러다가 결국 그리스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로 가는 국제 버스가 있긴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20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갈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표를 끊고 아테네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아시아와 유럽을 나눈다는 보스포러스 해협 이쪽이 유럽인지 아시안지 모르겠다


고등어케밥가게. 여튼 생선은 밥하고 먹어야 한다니.. 빵에 생선 싸먹는 건 비추!!!

 

내가 그리스에 굳이 가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일차적으론 그놈의 여기까지 와서..가 제일 큰 원인일 것이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물가가 아무리 비싸도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값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지 뭐 하는 핑계까지 대고 말이다. 하지만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가장 주요한 원인은 아무래도 아직 버리지 못한 환상과 허영이 더 큰 게 아닌가 싶다. 그 광고에 나오는 달력 같은 섬들에 대한 환상과 신화 속의 그리스 신전을 보고 직접 왔다는 허영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본다. 에이.. 환상이면 어떻고 허영이면 어떠라.. 사실 거의 모든 여행이란 게 많은 부분 환상과 허영에 기초하고 있는 거 아니냔 말이다.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있다는 거에 대해 오히려 감사할 일이지.. 하며 생각을 고쳐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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