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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경계의 안과 밖

중국에서의 마지막 관광지가 될 스린을 다녀온다. 이곳이 쿤밍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관광지일 텐데 버스로 한두 시간 가량 가면 있는 곳이다. 숙소에서 70원짜리 투어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말도 안 통하는 웨스턴들 하고 섞여서 가기도 싫고, 정해진 시간에 돌아와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냥 로컬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동부터미널에서 8시 30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조금 서둘러 유스호스텔을 나선다. 물론 오늘도 일등으로 방을 나서는 사람이 된다^^ 그래도 제법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버스인데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죄들 투어로 다녀오는 모양이다. 터미널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10분쯤 달리니 석회암 기둥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가짜학생증을 이용하여 학생표를 끊고 입장한다. 뭐 여기도 입장료가 너무 비싼 관계로 (성인80원/학생55원)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기로 한다. 스린은 석림 뭐 영어로는 스톤 포레스트라는데 석회암의 돌기둥들이 무수히 서 있는 곳이다. 바다 화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봐서는 한때는 바다였을 거라는데 그 한때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고 잘 상상도 안 되지만 그저 물밑에 저런 바위들이 있었겠거니 하면 그도 그럴 듯해 뵌다. 여행 오기 전 주워들은 정보에 따라 관광지로 조성된 곳을 지나 무작정 걷는다. 공원 입구에 그리 많던 관광객들은 하나도 없이 사라지고 어느덧 혼자다. 그리고 앞뒤로는 무수한 돌기둥들뿐이다.



스린. 무수한 석회석 돌덩어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래도 지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니 가다보면 어디로든 연결이 되겠지 싶어 길을 따라 마냥 걷는다. 석회암 바위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도무지 되돌아 나갈 수도, 더 가기도 부담스러운 지점까지 그저 길은 한길로 이어진다. 조성된 관광지는 한참 벗어난 것 같고 한적한 길을 따라 걷던 재미는 약간의 불안감으로 변한다. 도대체 되돌아가기 전에는 이 석회석 돌덩어리를 벗어날 방법이 안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돌덩어리 사이로 길을 조성해 놔서 어떤 곳은 빠져 나가기도 힘들만큼 좁거나, 가파른 계단을 사정없이 내려가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그렇게 그저 한적하게 혼자 있고 싶다가도 막상 아무도 안보이니 겁이 더럭 난다. 늘 그런 것 같다. 경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막상 벗어났을 때의 두려움은 항상 공존하고 그 때문에 제대로 경계 안에서는 바깥을, 밖에서는 안을 꿈꾸는 것 이 아닐까?

 


 


얘들이 생각보다 붙어있어선지 스린 속으로 들어가면 바로 방향감각이 상실된다. 


결국 그 지역 소수민족이 산다는 마을 언저리까지 갔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그래봤자 입장료 받는 넓은 테두리 안쪽일 텐데 제법 먼데까지 온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리곤 온 길을 되짚어 나온다. -그길 밖에 없더구만- 조성된 관광지와 그 밖의 경계선 근채의 풀밭에 앉아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서 한참을 쉰다.  적당히 가깝고 적당한 먼 자리.. 그쯤이 가장 편안한 지점이 된다. 뭐 경계가 안 보일 때 까지 멀리 나가는 건 이제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뭐 그게 나라면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지 그게 나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닫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리곤 스린을 빠져 나온다.


 


이 돌들 사이에서도 벼며 옥수수가 자란다. 멀리 민가도 보이고..


내일이면 베트남으로 간다. 원래 일정이 불분명했던 중국이었지만 이럭저럭 계획대로 끝낸 셈이 된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나라였다. 문제는 한달이 넘어가면서부터 뭘 봐도 그러려니 싶다는 건데 이 병은 나라를 바꾸면 치유가 되는 건지 점점 심해지는 건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심정적으로 사람을 많이 괴롭히는 나라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허나 어쩌랴 길은 가야하고.. 헉 이건 아니다. 뭐 어차피 갈 길 이라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심정으로 간다. 바가지 까짓 꺼 너무 심하지 않은 선에선 써 준다, 거짓말 뻔히 보이는 농담 정도로 받아 준다, 뭐 이런 맘이긴 하지만 내가 베트남을 떠날 무렵에 생각보다 좋은 나라였다고 아니 그리 나쁘지 않은 나라였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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