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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조용한 이틀을 보내다.

하롱베이로 떠나는 날 아침 숙소 로비에서 한국여행자를 만난다. 아침에 훼에서 올라 온 친구다. 한달 반가량 인도차이나를 여행 중인데 훼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려다가 베트남에서 하롱베이를 안 갈 수 없다 해서 하노이까지 올라오는 길이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한마디 한다. 하루만 일찍오지.. (내가 얼마나 술친구가 필요했는지 아냐?) 물론 괄호안은 그냥 생각만 했다^^


빅그룹은 배와 숙소가 열악하다는데 막상 배를 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최소한 베트남에선 통하지 않는 것 간다. 가장 싼 걸 선택하는 게 남는 장사인 것 같다. 돈을 더 내든 아니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뭐 한 백불씩 더 내면 물론 확실히 서비스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배에서 전날 보았던 한국인 가족을 다시 만난다. 하롱베이 투어는 그냥 배타고 갔다가 깟바라는 섬에서 하루자고 돌아오는 투어다. 스몰그룹의 경우 중간에 수영도 하고 카약킹도 한다는데 애초부터 그건 별 관심이 없었으니 대략 만족이다. 다행히 날씨가 흐려 갑판위에서 누워가도 크게 부담이 없다. 하롱베이 가는 4시간 동안 그저 앉아서 바다위에 떠 있는 석회암 봉우리를 바라보거나 누워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잠시 자거나 하며 한가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비로소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을 듣는다. 이번엔 김광석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꿈에 보았던 길/그 길에 서 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휘파람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래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 생각하니 조금 뒤 있을 일산반상회도 조금 덜 가고 싶어진다^^ 저녁 무렵 배가 깟바섬에 닿는다. 마치 월미도를 연상케 하는 이 섬은 정말 거대한 관광지다. 일설에는 보트피플로 나갔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건물을 세우고 장사를 시작했다는데 식당이며 술집분위기가 아무래도 베트남 같지가 않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한국인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덕분에 게도 한 마리 얻어먹고 바에서 맥주도 한잔 한다. 일가족은 하루를 이 섬에서 더 묵기로 했단다. 나야 예약해 둔 기차표도 기차표지만 한 가족 사이에 끼어 수영할 일 있나.. 그저 예정대로 하노이로 돌아와 훼로 가는 밤기차를 탄다.

 


대략 이렇게 널부러진다. 일가족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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