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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1> 미음이 무겁다

 

열차가 바라나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경임에도 주위는 어느새 환하게 밝아 있다. 이곳 날씨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기차 안은 이미 한낮의 더위를 방불케 한다. 역시나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철로와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는 역사를 벗어나니 이번에는 릭샤들이 떼로 몰려든다. 경험 있는 일행들이 흥정을 하고 오토릭샤 두 대에 나눠 타고 여행자들이 묵는다는 고돌리아로 향한다. 릭샤를 내리자 뭐 당연한 수순처럼 가격이 원래 흥정했던 것에서 두 배로 오른다. 재밌는 건 일행의 반응인데 거의 못 들은 척 혹은 농담도 잘하네 하는 반응을 보이며 그냥 약속했던 돈만 건넨다. 그럼 또 그것만 받고 두 말은 없다. 나중에도 꽤 여러 번 이런 일을 겪게 되는데 일단 좀 더 달라고 해보는 게 거의 습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좀만 더 줄래 뭐 아니면 말고..하는 식인 것이다.


친구가 이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이전엔 인도인 가족이 운영하던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둘째 아들이 여행 왔던 한국 여자와 결혼을 해 거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처럼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숙소를 찾아 들어가는 골목길은 여기저기에 개와 소가 널부러져 있고 온통 오물과 쓰레기투성이다. 그 쓰레기 위로 날아다니는 파리 떼며 진동하는 지린내로 숨을 쉬기도 쉽지 않다. 익히 들었던 이야기이긴 하나 직접 보니 한숨이 나온다. 밖에서 본 숙소들 상태도 말이 아니어서 여기에 어떻게 묵나 싶었는데 그나마 이 게스트하우스는 얼마 전부터 공사를 시작해 실내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막막해진다. 가장 인도답다는 바라나시에 오긴 왔는데 대체 덥고 더럽다는 첫 인상 외에는 아무 감흥이 없다. 아니 도무지 이 도시가 좋아질 것 같지가 않다. 하긴 뭐 꼭 좋아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도시라는데 그 이유나 알았으면 좋겠다 싶다. 그저 편견없이 며칠을 지내보기로 한다.


골목길의 소, 이상하게 사진으로 보면 그래도 조금은 깨끗해 보인다


골목길의 개, 낮에는 널부러져 있던 개들이 밤이 되면 늑대^^로 변한다.


도착한 첫날 저녁 사람들을 따라 강가로 나가 본다. 힌두교도들의 성지, 갠지스강. 살아 이곳에 몸을 씻으면 모든 죄업이 사라지고 죽어 이곳에 뿌려지면 윤회의 업이 끊긴다고 하여 모든 힌두교도들이라면 한 번쯤은 오고 싶어 한다는 곳이다. 강을 따라 돌계단-가트라고 부른다-이 이어져 있고 그 주변으로는 사원이며 게스트하우스들이 늘어서 있는데 각 구획마다 가트의 이름이 붙어 있다. 대부분은 목욕 가트이지만 그 중 두 군데는 화장 가트이다. 화장터라야 그저 노천에 장작을 쌓아 놓고 시신을 태우는 것이 고작이다. 그 장작이 다 탈 때까지 때우다 미처 태우지 못한 시신은 그저 강가에 흘러 보낸다고 한다. 해질녁에 배를 타고 먼저 강 건너로 가 본다. 강 건너에는 부정한 땅이라고 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데 그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사공이 손짓하는 곳을 보니 강기슭에 시신 한 구가 보인다.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사두, 어린아이, 임산부, 코브라에 불린 사람 등등-이나 돈이 없어 화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냥 강에 버려지는데 그중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물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멀리서 보긴 했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옥상에서 본 바라나시 전경


보트에서 바라본 가트


배를 타고 강 하류 쪽 화장가트 가려 하는 걸 친구가 말린다. 멀리서 나마 시신을 보고 난 내 표정이 영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일행 중엔 그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져 친구에게 괜한 짜증을 부린다. 배안의 분위기는 싸해지고 친구도 맘이 상했는지 말이 없다. 강 건너에서는 하루 한번씩 강의 신에게 드린다는 제사 의식인 뿌자가 한창이고 그 옆으로는 밤낮없이 화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끊임없이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그저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고, 기도를 드리고 자신의 소원을 담아 디아라고 하는 꽃불을 띄워 보낸다. 결국 다시 강을 건너와 뿌자 의식을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온다. 그저 다른 도시들처럼 느끼는 대로 보면 될 것을 인도에 아니 바라나시에 괜한 의미를 부여하려 해서인지 오히려 맘만 무겁고 보이는 것들이 전부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 괜시리 우울한 마음이 들어 이곳에서 보낼 일이 아득해진다. 어차피 친구가 사진을 찍었던 곳이고 다시 찍고 싶어 하는 곳이라 한동안은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쩌랴.. 그저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강 건너편은 마치 사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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