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사장으로 전락 시키지 말라

2006/03/23 13:32
“우리를 사장으로 ‘전락’시키지 말라”
특고직 “입법 잘못하면 기존 권리도 후퇴”
 
“우리는 사장 노릇 하기 싫다. 우리는 사장이 아니라 노동자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철도매점 노동자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 대표 8명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났다. 이들은 이 의원을 만나 2시간 가까이 특수고용직의 고충을 설명하고, 노동자성 인정 입법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노동자인데, 회사는 자꾸 우리를 하기도 싫은 ‘사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회사 주장대로 우리가 ‘사장’이라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아 가면 그만인데, 회사는 매달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그만큼 안 해 오면 계약해지를 한다”고 호소했다.

나승안 철도매점노조 위원장은 “30년 전 처음 입사할 때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들어왔는데, 2001년부터 철도의 요구로 용역계약으로 바꿨다”며 “한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우리더러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한성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인 이영화 민간서비스연맹 조직국장은 “이미 일본은 경기보조원노조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재일교포인 한성CC 사장도 우리가 노조를 결성하니까 인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며 노조 인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근엽 익산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은 “12년 전 입사할 때만 해도 당연히 노동자였고, 지금도 노동자인데, 어떻게 하다 우리가 특수고용직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간 일한 퇴직금 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받고 정년까지 일하게 해 달라고 7개월째 투쟁하고 있다”며 “그런데 회사는 노조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도 “레미콘 회사 사장은 회사 안에서는 ‘ㅇㅇㅇ씨’라고 부르면서, 공식석상에만 가면 갑자기 우리더러 ‘사장님’이라고 부른다”며 “만약 입법이 잘못 되면 우리가 투쟁해서 쌓아 온 단체협약 등 권리마저 박탈되고, 노동권이 후퇴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목희 의원은 “입법을 하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는 권리를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정부는 현재 경제관계법으로 특수고용직을 보호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쪽의 이런 시각에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이 의원은 “모든 직종에 일률적으로 노동자성을 부여하기는 힘들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재 상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입법일정과 관련해 이 의원은 “오는 상반기 안에 정부가 안을 내고 정기국회에서 심사하자고 정부에게 제안했다”며 “정부가 그때까지 못 만들거나 공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든다면, 직접 의원발의를 해서라도 추진할 것”이라고 입법 의지를 밝혔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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