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위한 메모

from 콩이 쓴 글 2006/03/13 01:17

경험과 감각에 대해 돌아보기 ; 옷을 입다가 양복 안감을 보면 떠오르는 원진레이온, 기차를 타고 가다가 민둥머리가 된 논두렁을 보면 떠오르는 그라목손 중독, 모형자동차를 보면 떠오르는 하이텍의 감시카메라, 매일 출퇴근길에 전동차를 보면 떠오르는 공황장애, 경춘선을 타고오면서 들었던 철도노동자의 고충 등. 집에서 강의실까지 오는 길에 보고 느낀 것들을 이용하여 수업 도입부에 비주얼한 접근으로 괜찮을 듯.

 

직업병에 대한 지식 ; 병의 원인/악화요인으로서 직업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의사. 인턴 시절 내가 보았던 수많은 '직업성' 암 환자들의 의무기록에는 직업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된 바 없었다. 탄광의 카나리아, 말초신경장애와 노말헥산, 불임과 2-BP, 환자를 보았을 때, 직업을 물어보는 센스.

 

의사란, 의학이란, 의료란, 건강이란, 치료란 무엇인가 ; 자기 직업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 질문만 던져보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나을 듯도 하고.

 

건강-질병의 연속성 ; 사업장 건강증진사업 추진, 그러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는 고사하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일터' 조차 요원한 현실. 몇가지 사례. 우선순위, 당면과제, 뭐 그런 문제들.

 

노동보건체계 ; 예방-치료-재활, 산업보건-일반복지의 관계, 산재보험-건강보험의 관계, 전문가의 한계, 노동자 참여의 문제, 법/제도의 변천사, 한마디씩이라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책을 몇가지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

 

수업을 계기로 관심있는 학생들과의 새로운 끈을 만들어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제한된 시간과 조건에서 큰 욕심은 내지 말아야겠지만, 내가 그러했듯, 누군가 귀기울일 단 한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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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3 01:17 2006/03/13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