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감각에 대해 돌아보기 ; 옷을 입다가 양복 안감을 보면 떠오르는 원진레이온, 기차를 타고 가다가 민둥머리가 된 논두렁을 보면 떠오르는 그라목손 중독, 모형자동차를 보면 떠오르는 하이텍의 감시카메라, 매일 출퇴근길에 전동차를 보면 떠오르는 공황장애, 경춘선을 타고오면서 들었던 철도노동자의 고충 등. 집에서 강의실까지 오는 길에 보고 느낀 것들을 이용하여 수업 도입부에 비주얼한 접근으로 괜찮을 듯.
직업병에 대한 지식 ; 병의 원인/악화요인으로서 직업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의사. 인턴 시절 내가 보았던 수많은 '직업성' 암 환자들의 의무기록에는 직업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된 바 없었다. 탄광의 카나리아, 말초신경장애와 노말헥산, 불임과 2-BP, 환자를 보았을 때, 직업을 물어보는 센스.
의사란, 의학이란, 의료란, 건강이란, 치료란 무엇인가 ; 자기 직업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 질문만 던져보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나을 듯도 하고.
건강-질병의 연속성 ; 사업장 건강증진사업 추진, 그러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는 고사하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일터' 조차 요원한 현실. 몇가지 사례. 우선순위, 당면과제, 뭐 그런 문제들.
노동보건체계 ; 예방-치료-재활, 산업보건-일반복지의 관계, 산재보험-건강보험의 관계, 전문가의 한계, 노동자 참여의 문제, 법/제도의 변천사, 한마디씩이라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책을 몇가지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
수업을 계기로 관심있는 학생들과의 새로운 끈을 만들어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제한된 시간과 조건에서 큰 욕심은 내지 말아야겠지만, 내가 그러했듯, 누군가 귀기울일 단 한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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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목손 중독이 뭐에요?
흑/ 제초제로 쓰이는 농약의 일종이랍니다. 일전에 제가 올려둔 글을 하나 참조하시면 될 듯... (http://blog.jinbo.net/kong/?pid=80)
귀기울이고 있다. 네 글을 잘 읽고 동감한다.
영광형이 그러시더라. 네가 예수님의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의대 강의인가봐요?
귀기울일 단 한사람을 만나기를 저도 바래요. ^^;;
곰곰이/ 언젠가는 학원강사 노동자들의 노동권/건강권 문제를 다루어봄직도 하지요. ^^ 그리고 두번째 멘트는 더 잘하라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ㅡㅡ;
미류/ 음 용준형이 두시간짜리 강의 해보라고 하셔서. 주제가 '노동보건현장의 이해'인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네. 학교에서 일하느라 학생강의에 익숙한 친구들은 '뭘 그리 고민하냐'고 하지만, 나야 단한번의 기회인데다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 '한 사람' 때문에라도 잘 준비하고 싶은데, 요새 좀 기운이 빠져서 걱정이예요.
어떤 일들이 있는지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어려움들이 아련하게나마 짐작되기도 하네요. 힘내요. 이유야 어쨌든... 토닥토닥 ^^
언제 한번 대학로에 들르시죠~ ^^
kong/ 그렇지 않아도 노동에 대한 건강문제는 고민하고 있다. 별로 수업이 없는 선생님들이야 건강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야리끼리식으로 죽어라 하는 샘들은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도 있다. 검진은 본인들이 열심히 받고 있기는 한데. 돈 벌이가 적지않다보니 죽어라 수업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
수업을 줄이라고 하기도 곤란하고 본인들이 그런 일을 견제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기때문에 과도한 노동이 조장되는 분위기는 문제다. 본인들의 학생이 비율제로 벌이가 되다보니 벌이가 쌓여서 많은 경우는 거의 목숨을 건다. 말려도 보지만 도리어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무척 설득이 힘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