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지부신문/칼럼]
현대자동차 노사는 2009년 1월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노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세부내용을 논의 중이다. 특히 올해 임단협에서는 내년 10월부터 전주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범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교대제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교대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필요를 위해 밤낮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일부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 사업장의 교대제는 사업주의 이윤을 늘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득이 없고, 노동자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교대제를 개선하는 일은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간과 임금, 노동강도를 총체적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따라서 교대제 개편에 대한 노동자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한치의 물러섬 없이 지켜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6년 전주공장 사례를 생각해보자. 버스 수출 물량이 증가하자 회사는 주야 맞교대를 도입하자고 나섰다. 생산해야 할 물량이 늘면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시적인 임금 상승으로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눈가림해오던 자본의 습성 그대로였다. 이는 물량이 줄면 그에 따라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여,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오던 못된 버릇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물량 증가에 걸맞는 설비 투자와 인원 확충을 요구하여 생산량 증가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를 막는다는 노동자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확인하고 지켜낼 수 있도록 폭넓은 현장 토론과 실천을 조직하는 과정을 밟았어야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총고용 보장’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설정하였고, 교대제 도입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던 2006년 내내 현장을 조직하기 보다는 노사공동위원회의 협상 테이블에서 머뭇거렸다. 그 결과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심야노동 절대 불가, 완전 월급제 쟁취를 통한 주간연속 2교대제’라는 안은 전면 백지화되고, 주야 맞교대를 수용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노동자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니만큼, 고용안정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사람도, 그 사실을 부정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은 주야 맞교대를 수용하면서 합의안에 덧붙인 ‘고용보장 확약서’나 ‘물량보장 확약서’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에 혈안이 된 자본에게 확약서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 그 누구도 이 확약서를 믿지 못한다. 2000년도에 ‘완전고용 합의서’를 체결해 두었지만, 그 합의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고용’ 앞에서 숱하게 자신의 필요와 요구를 포기하고 투쟁을 유보해오지 않았던가.
교대제 도입은 단순한 근무 형태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노동유연화 문제다. 이제라도 ‘고용안정’을 써 넣은 종이 한 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양보하라는 자본의 덫에 걸리지 않고 제대로 대응해보자. 현장의 실천과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협상도 무기력할 뿐이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노동유연화의 이빨과 발톱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싸움을 준비하자.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의 필요를 기준으로 삼고, 노동자들이 그 기준에 따라 현장을 돌아보고 자신의 필요를 말하고 요구하며 투쟁하는 장을 만드는 ‘기본’을, 어렵더라도 소중히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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