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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5 [전국돌아보기11] 통영에서 마산까지
  2. 2008/05/21 [전국돌아보기10] 사천 곤명에서 통영까지
  3. 2008/05/16 [전국돌아보기09] 순천에서 사천 곤명까지 (1)
  4. 2008/05/12 [전국돌아보기08] 강진에서 순천까지
  5. 2008/05/08 [전국돌아보기07] 해남 땅끝에서 강진읍까지
  6. 2008/05/05 [전국돌아보기06] 영암 독천에서 해남 땅끝까지
  7. 2008/05/02 [전국돌아보기05] 고창 무장에서 영암 독천까지
  8. 2008/04/28 [전국돌아보기04] 부안 줄포에서 고창 무장까지
  9. 2008/04/25 [전국돌아보기03] 서천비인에서 부안까지
  10. 2008/04/21 [전국돌아보기02] 서산 해미에서 서천 비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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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1] 통영에서 마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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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통영에서 고성 동해면까지 (30.5km)

아침부터 농사일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어머님들이 마늘을 뽑고, 다듬고 계시고, 한쪽에선 논물을 대고 로타리를 치고, 모를 심고 계신다.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성으로의 국도를 버리고 많이 돌지만 77번 지방도를 택한다. 한적한 시골길이리라.
뻐꾸기 소리가 이쁘게 흘러나온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온갖 새소리를 듣게 된다. 차로 이동할땐 느끼지 못하는 호사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방정맞은 까치소리부터 중저음의 까미귀소리, 참새, 제비소리는 물론 이름도 모른 온갖 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장 이쁜소리는 물론 뻐꾸기다.
나는 것이 멋있는 놈은 단연 매다. 저 높은 창공에세 바람에 몸을 맡기다 한순간에 먹이를 채러 날아가는 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멧비둘기도 이쁘고 학도 참 이쁘게 난다. 제일 방정맞은 놈들은 꿩 종류다. 장끼, 까투리 이놈들은 사람 소리만 들리면 파닥파닥 소리도 요란하게 날개짓 하며 도망간다. 방정맞기는...
그런데 이놈들 사진끼기는 정마 힘들다. 뚝딱이는 불가능하다. DSLR은 가능한데 꺼내다 보면 없어진다. 설혹 꺼내도 워낙 빨라 촛점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한번 날아가면 절대 근처로 오지 않는다. 젤 만만한건 인간이 주는 먹이에 친숙한 갈메기뿐이다.

 

예상과는 달리 77번 지방도가 최악이다. 레미콘에 덤프트럭에, 승용차까지 차도 많고 갓길도 없다. 분명 레미콘회사가 근처에 있다. 역시다. 고개를 넘으니 레미콘회사다. 지나니 한결 한가하다.
안정면이라는 동네 신흥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나보다. 아마 주변의 중공업 회사를 지원하는 것 같다. 속속 식당과 숙소가 신도시를 이루며 들어서고 있다.
거류면 당동마을 새로 신은 신발에 적응하느라 발등과 발가락에 물집과 딱지가 내려 앉아 통증이 온다. 뜨끈뜨끈하다. 샌들로 갈아신어본다. 뭐 발바닥이야 워낙 단련이되서 상관없을 것 같다. 시원하고 좋다. 이동네도 참 이쁘다. 가두리 양식이 한창이다. 축양한다고 한다.

마산으로 가는 해변도로다. 시원하고 좋다. 그런데 해변도로를 따라 온갖 조선소 하청회사들이 즐비하다. 공사도 한창이다. 덤프들이 오간다. 덤프연대 차량에게 힘껏 손을 흔들어 준다. 자동이다. 덤프도 반겨준다. 그런데 산을 온통 깍아 내나 보다.

해변도로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그게 아니다. 바닷가 해발 5m에서 120m까지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한 길의 반복이다. 장난아니다. 더구나 운무가 끼어 가시거리도 영 좋지 않다. 앞에 있는 섬들도 뿌옇다.
공룡발자국 유적지란다. 열심히 경로를 이탈해 내려갔더니... 10여분을 찾았다. 다행히 굴을 따시는 분들이 있어 물어보니 엥. 바로 앞에 있단다. 지름 50cm 정도의 발자국 5개...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못 찾을 뻔했다. 약간 허무하다.

이 산길에 웬 노동가요? 덤프연대다. 방송차량 10여대가 연이어 지나간다. 쌍수를 휘두르며 환영해 본다. 저쪽도 내 호응에 기분이 엄청 업되나 보다.

정말 열심히 걷는다. 오후 6시 양촌마을이다. 갈길은 8km정도 남았는데 난감하다. 시골동네라서 여관도 없다. 어쩐다. 일단 걸을 수 있을 만큼 걷자.
또 나온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 그렇지만 이미 지쳐버린 나는 경치를 볼 새도 없다. 해넘이가 7시 30분이었느니 무리하면 목적지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고... 아! 눈앞에 모텔이다. 천만다행이다. 무리하지 말자. 10시간을 걸었느니 충분히 무리했다.
어. 무인모텔이다. 2층인데 아래층은 주차시설이고 열린 주차공간으로 들어가 셔터를 내리고 방문앞에서 만원짜리를 넣으면 방문이 열린다. 사람 마주칠 일이 없다. 말 그대로 "러브 모텔'이다.


 

5월 23일 고성 동해면에서 마산시까지 (32.7km)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가시거리가 10m가 채 않된다. 어쩐다. 위험하다. 그래도 가야지. 오늘 청주로 가야 한다. 43살 먹은 노총각이 내일 장가를 간다. 동생이 간다면 그냥 모른 척하겠는데 43살의 노총각이라서... 남은 거리가 28km정도라서 여유가 있다. 천천히 가자.
바다로 부터 날아오는 안개로 인해 바로 앞의 아름다운 길이 하나도 않보인다. 억울하다. 그런데 더 멋지기도 하다. 운무속에 언듯 언듯 드러나는 섬들의 자태는 끝내준다. 100m 정도로 높은 동진대교에서 바라보는 구름속의 마을은 신선의 마을이다.

 

전화가 온다. 내일 어디가냐고? 하루 같이 걸어 주겠다고... 에궁 낼 결혼식땜에 올라 가야 하니 억울하다. 어쩔수 있나?
다시 덤프연대다. 경유값이 너무 올라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걷기를 시작할때 1519원이었던 경유가가 오늘은 휘발유가와 같은 1850원, 불과 한달사이에 330원이 올랐다. 그러니 덤프나 화물차는 죽을 맛 이리라.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면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쾌재를 부르고 있는 놈들은 정유사 밖에 없다. 한번 올라간 기름값은 결코 내리지 않는, 가격 담합의 귀재들... 정부가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

 

다시 2호선 4차선 국도다. 처음이다. 이렇게 차가 많기는... 엄청나게 몰려온다. 굉음이다. 견딜 수가 없다. 첨으로 mp3 플레이어를 꺼내 볼륨을 높인다. 절로 욕이 나온다. 그런데 탈출할 길이 없다. 이길을 5시간 이상은 가야 한다.
터널이 앞에 있다. 어쩌나? 일단 슈퍼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쮸쮸바를 산다. 이놈 근 2주만에 나타났다. 2주동안 슈퍼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포장에 한 글자만 바뀌어서 나타났다. 500 => 700원으로... 않오르는게 없다. 물가잡는다던 대통령 서민들만 잡는다. 에궁... 그런데 그 대통령 누가 뽑았나?  그 손가락들 확...

 

당연하지만 다행이도 터널을 돌아가는 길이 있다. 산하나를 넘어야 하지만 좋다. 한적한 산길 데이트 족으로 넘쳐 난다. 경찰차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정차해 있다. 둘다 졸고있다. 에구 국민의 혈세로 순찰하라했더니 저렇게 자고 있다니...

산을 내려오니 다시 굉음이다. 그 와중에 갓길도 좁은 가드레일에 갇힌 내 눈에 큼지막한 먼지가 들어갔다. 죽을 맛이다. 차의 홍수 속에 눈을 감고 간신히 먼지를 빼내고 다시 걷는다.

마산이다. 해변을 끼고 형성된 마산 역시 이쁘다. 그런데 마산은 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꼭 마창으로 불린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때문에 몇차례 왔었는데...

 

 아침부터 농사일로 바쁘다. 농번기다.

 공룡발자국 이란다. 찾아봐라.

 위에서 보면 이렇단다. 요게 발자국이다. 이러니 못찾지.

 안개 낀 마을 저 멀리 길이 아애 보이지 않는다.

 안개속에 강태공들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바다를 끼고 발달한 마산시.  

 안개속의 장미 넘 이쁘다.

 유류세 인하하라. 덤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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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5 11:07 2008/05/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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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0] 사천 곤명에서 통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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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사천시 곤명면에서 사천읍까지 (20.3km)

아버님 제사와 비로 인해 3일을 쉬었다. 쉬는 동안 A/S 받은 베낭을 찾고 한달만에 밑창이 다 닳아 버린 트레킹화를 창갈이 해 맡겼다. 그리고 남은 절반을 같이 할 신발을 구하러 다녔다. 우선 발 볼이 충분히 넓고 5mm정도 큰, 그리고 가볍고 쿠션이 좋고 통풍도 잘되는, 그러면서 밑창이 단단한... 찾다보니 산악용마라톤화다. 요즘은 비브람 깔창도 나와 있어 훨씬 더 튼튼하다.

 

 

채비를 마치고 다시 진주로 간다. 1시 20분경 진주에 도착, 곤명면으로 가려는데 시내버스가 3시 30분 차란다. 도저히 그 시간이면 불가능하다. 택시기사에게 물어본다. 1만 5천원 정도면 될 거란다. 다행이다. 택시로 간다. 기사 할아버님 생긴거 답지 않게 터프하게 운전하신다. 1만 7천원을 넘어섰다. 제길... 4차선 한가운데 차를 세운다. 내가 돌아갔던 곳이다. 1만 8천원. 도보여행중이라고 그냥 1만 5천원을 주고 내린다. 어차피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기사 아저씨 그냥 간다.

 

진주로 갈 게 아니니 곧장 남하한다. 다시 걷는다. 쉬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따끔거린다. 그런데 속도는 엄청 빨라졌다. 2시간 거리를 1시간 반도 않되어 주파한다. 축동면에 들어서니 이런 비행기 소리가 장난아니다. 40초 간격으로 경비행기가 내 머리위를 떠다닌다. 똑같은 경비행기다. 뭐냐? 사천공항쪽으로 돌아서니 공군 비행단이란다. 어쩐지... 훈련기였다. 그나저나 이동네 사람들 매일 저러고 있으면 시끄러워서 어떻게 사나? 비행기 소리에 새?는 총소리 까지... 장난아니다. 시진 찍으려니 군사시설이란 경고가 장난아니다. 알았다. 그런데 비행기는 시설이 아니니 상관없겠지? 급작스레 사이렌이 울린다. 종소리가 요란하다. 어... 저거 테프콘 3. 진도개 상황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긴 제대한지 12년이 흘렀으니... 좀더 가니 군발이들 소방서와 함께 화생방 훈련중이다. 방독면 저거 장난 아닌데...

 

사천읍에 도착한다. 원래는 삼천포시 사천읍였다는데 지금은 사천시 삼천포읍이 되었단다. 사천에 이런 저런 항공관련, 조선관련 기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사천시로 몰려들었단다. 그러면서 삼천포는 규모가 줄어들다 사천시에 흡수되어 새로운 사천시가 형성되었단다. 동광양과 같다. 그런데 지도엔 삼천포가 나와있지 않다.

 

머리가 길어 깍아야 겠어서 미용실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파마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와 미용실 사장님이 꼬시기 시작한다. 직모 힘들지 않냐고... 자연스럽게 표시않나는 파마가 있다고... 에구 얼마냐니까 3만원이란다. 비싸다니까 2만 5천원 해주겠단다. 그래 한번해보자. 파마는 고2 여름방학때 한번 해 봤다. 엄마하고 선생하고 한판 하고 담날 삭발했다. 몇년만이냐? 남사스레 파마를 해본다. 뭐 어때. 휴가중에 할 것 않할 것 다해 보기로 했는데...

  

5월 20일 (화) 사천읍에서 통영시 도산면까지 (37.4km)

오늘... 어디까지 가지? 고성까지는 약 30km, 통영시까지는 50km. 그런데 통영시까지 와서 한려수도 구경도 못하고 가면 않되지? 통영에서 최소한 가볼수 있는데는 가기 위해 최대한 가다. 출발부터 공사현장이다. 부분부분 아무도 없는 공사도로를 혼자간다. 정말 좋다. 그런데 그런 구간은 얼마 안된다. 대신 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갓길도 제대로 없는 꼬불꼬불 위험 천만한 길을 간다. 애구... 2시간여를 가다보니 4차선 국도로 넓혀진다. 다행이다. 이 길 참 좋다. 갓길도 넓고 차들도 그리 빨리 달리지 않는다. 덤프들은 내가 인사하면 비켜주며 같이 인사한다. 좋다.

 

상리면을 접어드는데 나이드신 농민 한분이 불러세운다. 뭐 빤한 질문이 오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신다. 아들 둘은 부산에서 대기업에 과장이고, 딸은 서울에 시집가 잘 산단다. 아드님 집에 가서 사시라니 절대 않간단다. 내집 놔두고 왜 아들들 신세를 지냐고... 그러더니 갑자기 부인이야기를 하면서 목이 메이신다. 얼마전에 돌아가셨단다. 애구...그러더니 가고 가란다. 엥 지금 12시인데? 죄송하다고 갈길을 간다. 그런데 솔직히... 이 어르신 말씀 절반도 이해를 못했다. 사투리 심하다. 정말. 고성이다.

 

2009년에 공룡엑스포를 한단다. 공룡? 여기에 뭐 있나? 발자국정도 아닐까? 하여간 엑스포 많이한다. 그런데 외국애들은 않오고 우리 애들만 오는 엑스포... 엑스포 맞나? 함양 나비엑스포처럼 지역 사람들 도움되는 엑스포라도 되길... 또다시 길이 산을 잘라놨다. 우씨. 옛길을 걸어본다. 현재의 길보다 80m정도 위에 잘려있다. 80m를 줄이려고 산을 무너뜨리다니... 애구 인간들아... 아무도 없는 그길에서 푹 쉬어본다. 다시 현재의 길로 합쳐지려 하는데 진도개처럼 생긴 덩치 큰 놈들 두마리가 나를 쳐다본다. 뭐 쳐다보면 어쩔라구. 근데 이놈들 슬그머니 다가온다. 엥? 모가지 줄이 없다. 옴마. 대체 저리 큰놈들을 놔서 키우면 우짜냐? 스틱을 길게 늘이고 돌을 집어들고 겁을 준다. 다행이다. 이놈들 보기보다 비전투적이다.

 

고성읍이다. 강원도가 아니라 경남에도 있네. 항공고등학교도 있다. 운동장이 인조잔듸로 깔려 보기도 좋다. 4시다. 어쩐다? 일단 내일 최대한 빨리 읍내를 탈출할 수 있도록 읍 외곽쪽으로 가보자. 완전 러브모텔이다. 좀더 가보자. 내일 최대한 걷는 거리를 줄여보자. 통영까지 20km란다. 가보자. 고성읍을 벗어나자 다시 바다다. 와 얼마만이지? 5시 30분. 어쩐다냐? 아직 해는 있다. 그래 도산면까지만 가보자. 그안에는 있겠지. 숙소가... 아마 제일 오래 걸은 것 같다. 무리를 해서 그런건지, 신발이 맞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님 너무 많이 쉬어서 그런건지 발에 물집이 두개씩이나 잡혀있고, 여기 저기 쑤신다. 그냥 칼로 따버린다. 뒤끔치가 따끔거려 보니 양말까지 뒷축이 닳아 없어져 신발과 마찰로 벌겋다. 애구... 1년여 나와 함게 했던 밀레 양말이 오늘로 수명을 다했다.

 

정말 파김치가 다됐다. 6시 30분 도산면이다. 아... 여기서 사량도 지리망산 가는 배가 있단다. 작년에 왔다가 사람에 치여 죽을 뻔한 지리망산... 자느라 몰랐는데 그길을 다시 가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10시간, 약 40km를 걸었다. 통영까지는 12km이니 3시간이면 족하다. 역시 도산면내에는 숙소가 없단다. 통영으로 나간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는데 내 커다란 배낭을 보더니 배낭여행 중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두 아주머니들 하던일도 놓고 내 여행기를 털어놓게 만든다. 연신 부러워 하시며... 다른 분이 와서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정신이 빠져 돼지국밥에 돼지고기는 빼놓고 국물만 내놔 한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평생소원이 배낭여행이라는 두분 덕분에 나는 덤으로 순대가 듬뿍들어간 순대국을 먹을 수가 있었다. 이곳은 옛 충무로 새로 조성된 도시라 주변에는 새로지은 모텔밖에 없다. 가보자. 역시 아주머니 4만원. 혼자고 이틀 묵는다고 6만원 부르니 절대 않된단다. 한달여의 여관생활. 알았다고 옆집가고겠노라 하니 그렇게 하잔다. 마지막 쐐기. 컴퓨터 되는 방요. 한번 무너진 김에 왕창이다. 컴달린 방을 3만원에 잡았다. 봉잡았다.

 

 

5월 21일 고성 도산에서 통영읍까지 (6.8km)

어디부터 갈까? 일단 관광부터 하고 어제 걷지못한 나머지를 걷자.
아침 일찍 관광안내소로 전화를 한다. 한려해상공원 판타지코스를 이용하려 한다고 하니, 매물도 코스 밖에 운행을 않한다고 한다. 어쩔수 없지. 위치를 묻는다. 내 위치가 시외버스터미널이라고 하니 2층으로 오란다. 가보니 아무것도 없다. 다시 전화를 한다. 배를 타는데 왜 거기 가있냐고 한다. 그런 그렇지 시간은 8시 40분, 10시 배라니까 충분하다. 시내버스를 탔다. 배를 타러 간다고 하니 기사 아저씨 친절하게도 알려주신다. 여기서 내려서 조금만가면 된다고... 내렸다. 그리고 물어본다. 엥? 유람선 터미널은 따로 있단다. 에구.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타고 급히간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이 아침에 응원 메시지가 왔다. 농담 한번 했다가 맘을 상하게 했나보다. 미안해서 어쩌지? 이쁜 사진 찍어 만회해야 겠다.
참 맑은 날씨다. 파도도 거의 없다. 선장 왈 이런 날씨 보기는 일년에 서너달밖에 안된다고 운이 좋단다. 단촐한 배다. 한산섬 제승당이란다. 이동네는 모든 것이 이순신 장군에 맞춰져 있다.

문득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라는 김진숙동지의 물음이 생각난다. 물론 탁월한 전투력과 통솔력을 가졌다 손 치더라도 전투의 실질적 승패는 일반 사병들의 용맹에 달려있다. 물론 거북선도 이순신 장군이 아이디어를 냈을지 몰라도 그를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온몸으로 만들고 침몰하고 만들기를 반복한 일반 사병들의 몫이었다. 즉 거북선은 조선의 수병, 일반 민초들이 만들었다.
제승당. 삼도 수군의 본영으로 이순신 장군이 거처하면서 삼도 수군을 지휘하며 무기를 만들고 군량을 비축하던 곳이란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의 그 유명한 시조도 이곳 수루에서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 철쭉이다" 그런데 아니란다. 뭐냐 이거 꽃은 비슷한데 잎새는 아니고...

 

다시 매물도로 간다. 할머니들이 떼로 타신다. 선장이 이런 저런 여행 설명을 한다. 그런데 엔진소리와 스피커의 울림, 결정적으로 선장님의 사투리에 절반도 알아듣지 못한다. 에구 그냥 밖에 나가자. 선장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지만 그냥 무시한다. 셔터만 죽어라 누른다.
매물도...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이루어졌는데 참 이쁘다. 선장양반 베테랑 답게 상세히 보여주기 위해 절묘한 묘기로 동굴을 코앞까지 간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물이 빠져 이어져 있다. 물빠지면 길은 없어진다고 하니 여기도 "신비의 바닷길"이다. 뱃길 참 이쁘다.

매물도를 돌아 터미널로 가는 길. 여기도 나이트 관광유람선이 된다. 뽕짝이 흘러나오고 할머니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역시 우리 할머니들 멋지시다. 10시에 출발한 배가 1시 30분이 넘어 도착했다.
일단 충무김밥을 먹자. 육지에서는 오창휴게소에서 사먹어 봤었는데... 참 맛있다. 특히나 고추가루 아끼지 않고 무친 무우, 오뎅, 오징어가 별미다.

 

다시 도산으로 가자. 30분을 기다렸다. 에구 이놈의 시내버스. 시내를 구석구석 뒤진 버스는 3시가 되어서야 도산삼거리에 내려놓는다. 12km가 남았으니 넉넉잡고 세시간이다. 엥. 그게 아니다. 그 무지막지한 배낭을 계산 못했다. 두시간도 않걸려 통영에 도착한다. 배낭의 무게... 그거 장난 아니었다. 한번도 않쉬었는데 힘들지도 않다. 시속 6km가 넘는 것 같다.

 

어... 남은 시간 뭐 한담? 가까운 관광안내소로가 안내를 받는다. 달아공원에 가보란다. 낙조가 일품이란다. 좋다. 가자. 전망 참 좋다. 멀리 구름인지 대기가스인지 끼어 멀리 남해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사량도도 보인다. 달아공원에 있는 슈퍼가 있다. 이곳 아주머니 참 친절하시다.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을 알려주신다. 통영운하를 보면서 저게 '왜 운하인가'하고 궁금해 했는데, 임진왜란때까지 올라간단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 통영과 미륵도 사이의 수심이 얕아 배가 진행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왜구들을 함정을 파 이곳으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왜구들이 살려고 밤새 바다 바닥을 파서 소수지만 도망을 갈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명칭이 '판대목'이란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워낙 많이 죽어서 '송장곳'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후 배들이 이 곳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단다. 그런데 일제시대 일본놈들이 통영과 미륵도를 이으면서 다리를 놓지 않고 동양최초의 해저터널을 뚫었다고 한다. 지놈들 선조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곳, 선조들의 머리위를 지나다닐수 없어서... 의리는 있네 이놈들.
또 하나. 워낙에 유람선 코스가 거제의 해금강을 거쳐 매물도까지 이어지는 판타지 코스가 있었는데 지자체가 되면서 거제시에서 해금강 코스를 못오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해금강을 보려면 거제도까지 가야한단다. 에구...
구름때문에 환상적인 일몰을 보지 못한다. 슈퍼 아주머니 가게를 닫고 태워주신다. 어쩔수 없지 뭐. 통영운하 한번 찍고 가자.

 

 한달만에 밑창이 다 닳아빠진 내 신발...

 연습중이 공군기

 끈끈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

 제승당 입구. 저게 철쭉이냐 뭐나?

 이순신 장군 영정

 한산도의 아름다운 해변

 오륙도 란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등대섬의 기암괴석. 누가 저돌을 저기다 박아놨나?

 뒤에서 본 등대섬. 꼭 한번 와서 걸어봐야지.

 마늘 뽑기에 한창이다. 마늘 먹고 곰 한번 돼 볼까?

 달이섬의 낙조. 여기까지가 끝이다. 우씨..

 통영운하. 넘 이쁘다. 이놈 한번 찍으려고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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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22:54 2008/05/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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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9] 순천에서 사천 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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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화) 순천에서 광양읍까지  (14.3km)
순천시 크다. 시내 지도가 없어 거리 표지판만따라 가다보니 우씨 헤멘다. 1시간여를 넘게 돌아다녔는데 불과 출발지에서 1km도 못 왔다. 순천시내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순천시내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고 있다. 며칠전 수학여행 도중 택시기사를 버스기사로 임시 배차해 수학여행 참사가 발생했었는데 바로 이곳 순천였다. 걱정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업자들이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만약 그 버스에 자신의 아이들이 탄다면 그 자격도 없는 택시기사를 배차시켰을까? 그런데 아니들의 손에 쥐어진 가방은 배낭이 아닌 외국 여행에나 들고 다니는 여행용가방이다. 세월 참 많이 변했다.


순천시내를 빠져나오자 마자 바로 광양이다. 한려대학 근처에 들어서니 우와 이 동네는 모텔 동네같다. 휘황찬란한 모텔들이 가득하다.
쨍쨍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단 배낭과 오버트로져를 차려 입고 가본다. 읍내라서 인도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간혹 떨어지던 빗방울이 거세진다. 일단 그냥 가본다. 10여분간 거세게 내리더니 주춤한다. 햇볕이 난다. 얼른 가자. 광양시청까지 목표로 가기로 한다. 읍내를 벗어날 즈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단 버스정류장으로 퇴각한다. 10여분만에 다시 비가 그친다. 이놈의 날씨. 해가 쨍쨍이다. 못살겠다.

 

다시 가자. 그런데 문제다. 비를 맞는 것은 좋지만 이미 내린 비로 큰차만 지나가면 흙탕물을 뒤집어 써야 한다. 이러고 계속가야 하나? 정말 최악이다. 사곡면이란다. 다시 비가 내린다. 포기다. 하루종일 이럴 것 같다. 더 이상 간다는 건 무리다. 광양읍으로 후퇴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는지 광양시를 거쳐 포스코 제철공장을 한바퀴 돈다. 엄청 크다. 하기야 광양시가 이 포스코 제철공장 건설로 생긴 신도시란다. 그러다 보니 광양시청 근처는 유흥가로 휩싸여있다. 광양읍 사람들은 그래서 광양시청이 있는 이곳을 동광양이라 부른다.

아. 광양시에 백운산이 있단다. 백운산. 이곳 역시 태백산맥의 중요한 역할을 한 배경이다. 빨치산의 영역였다.

 


5월 14일 광양 사곡에서 하동읍까지 (34.1km)

어제 너무 많이 허비했다. 부지런히 가야한다. 아침 드라마도 못보고 일찍 길을 나선다. 청주로 가지전에 진주까지 가야 한다. 열심히 걷는다. 동광양, 하동 교차로는 남해고속도로까지 어우러져 참 위험하다. 다행히 옥곡으로 빠지니 한산하다. 좋다. 남해는 서해와 달리 산들이 급격히 솟아오른 것 같다. 서해안은 산이 거의 없고 있어도 야산에 불과한데 남해안은 해안선으로부터 벌떡 솟아오른 모양이다. 서해는 섬의 거의 없는 반면 남해는 섬들이 참 이쁘다. 다도해 답다. 그런데 산이 많다는 건... 걷기에 힘이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을이 없어 쉴 정류장이 없다는 말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끊임없다. 물론 기분은 최고다. 삭막한 4차선 햇볕쨍쨍한 국도가 아니라 더욱 좋다. 나무그늘에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은 걷기에 최고다. 그냥 길바닥에 죽치고 쉬어도 좋다.

 

이젠 왜가리와 학은 구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학과 백로는? 잘 모르겠다. 누구는 학이 백로라는데... 맞나? 하여간 이놈들 논에서 열심히 먹이를 잡아먹는다. 도보여행을 하면 좋은 것이 그런거다. 온갖 이름모를 새를 보게되고 듣게 된다. 울음소리가 참 이쁜 놈부터 소름끼치는 놈 까지 천차만별이다. 오늘은 학, 뻐꾸기, 까마귀등 온갖 놈들을 다보더니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매를 봤다. 근데 정말 빠르다. 잠깐 사이 저멀리 사라진다.

 

또다시 산길이다. 정상에 오르니 아! 섬진강과 강에 둘어싸인 하동읍이 보인다. 뿐만아니다. 저멀이 지리산이 보인다. 민족의 영산.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찬다. 그런데... 50만원의 가슴쓰림이 먼저 다가온다. 윽

섬진강을 건넜는데 세상에 말투가 180도 달라진다. 기가 막히다. 하동읍 온통 재첩국 식당이다. 그런데 오늘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최대한 진주와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 읍내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엄청난 하우스 단지다. 10여채 조촐한 하동산 마을이란다. 정자에서 할아버님이 부르신다. “쉬었다 가지” 그말 한마디에 달려간다. 배낭을 풀어놓으니 양말까지 벗고 올라오란다. “저 하우스 안에 뭐가 자라나요?” 말문이 트인 할아버지. 수박밭이란다. 5-60동은 되는 것 같은데... 10여채가 되는 마을에 10분만 살고 계시단다. 젊은이들은 하나도 없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명박 욕이다. 있는 놈들만 위하는 못된 대통령이라고, 각료가 몽땅 부자들이니 우리같은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알거냐고... 그러면서 노무현은 다행이란다. 서울에 있었으면 욕만 쳐 먹을텐데 시골내려와 환영받고 있다고. 한거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라는 토를 단다.

 

하남마을을 지나는데.... 눈 앞에 나랑 똑같이 배낭을 맨 친구가 보인다. 이 동네 학생인가? 이 친구 쭛빗 쭛빗 내 눈치를 본다. 옆을 지나가니 “저 배낭여행 중이세요?” 이 친구 역시 배낭 여행이란다. 그런데 한수 더뜬다. 무전여행이란다. 여기 저기 걷다가 시간되서 마을을 만나면 이장님을 찾아 마을회관에서 자고, 절이나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다닌단다. 23의 광주친군데 군 제대한지 3주가 되었단다. 2주째 여행중이라니 제대하고 일주일 쉬고 이짓을 하고 있단다. 에구... 이 친구 역시 너무 외롭단다. 오늘은 함께 보내자. 횡천면에서 접고 하동읍으로 나와 밥먹고 쉰다. 참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김치도 먹었다. 전남에서의 2주내내 묵은지만 먹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첨 한두번은 별미로 먹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먹기 힘들었다. 이제 새 김치를 먹었다. 좋다.

 

 

5월 15일 하동 횡천에서 사천시 곤명면까지... (19.9km)

어제 참 많이 걸었다. 그런데도 진주시까지는 무리다. 일단 가는데 까지 가보고 중간에 탈출하자. 역시 혼자 가는 길보다 둘이 가는 길은 참 재밌다. 온통 산길이다. 둘다 참 말 많다. 그런데 주제는... 역시 남자는 군대 이야기다. 요즘 병장월급이 9만8천원이란다. 에구 난 1만 2천원였는데 부터... 시시콜콜한 군대이야기로 금방간다.

 

300m의 고지에서 바라보는 길들은 참 이쁘다. 고개 정상에서 모든 것 털고 푹 쉬는 나는 더 이쁘다. ^^
곤명면에 들어서니 4차선 국도로 벌어진다. 시간은 2시가 넘어서고... 어떻게 할까? 청주로 넘어가야 하는데... 2시 40분에 진주로 가는 차가 있단다. 일단 좀더 가서 다음 정류장에서 타자. 4차선을 올라타서 간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이길이 아닌 것 같다. 새로난 길인 것 같다. 아래로 2차선 지방도가 보이는데 그길이 옛 2번 국도인 것 같다. 그럼 농어촌 버스는 그길로 마을을 돌아 돌아 간다. 어떻게 하지? 느낌에 맞추자. 이쯤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다시 곤명면으로 후퇴한다. 발걸음을 빨리 한다. 잘못하면 차를 놓치고 그러면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다행이다. 버스시간을 맞췄다.

3시 진주터미널에 도착하니 청주가는 차가 4시 10분. 한시간을 기다리려고 다방으로 갔다. 쥬스를 먹고 있는데 검정 승복을 입은 비구니가 들어온다. 그런데 이 비구스님 말 참 많고 호탕하다. 한달반동안을 전국을 누비고 왔다고 한다. 다방아줌마 이 스님이 신수를 잘본다고 한번 보란다. 그랬더니 그 스님 “저렇게 배낭매고 다니는 사람들은 신수가 워낙 좋아 그런거 않봐도 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 찻값은 자기가 내신단다. 꼭 한번 찾아오란다. 지리산 쌍계사 아래 한 사찰에 계신단다. 담에 꼭 한번 들르자.
다시 청주다.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광주 청년

 

 섬진강을 건너면 경상도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다.

 용감한 아주머니. 경운기는 농촌의 만능 머신이다.

 대나무와 구름에 둘어쌓인 아름다운 마을

 하동산 마을의 어마어마한 하우스 단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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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09:09 2008/05/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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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8] 강진에서 순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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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금) 강진에서 장흥 안양면까지 (23.1km)

하루를 푹쉬고 침 까지 맞았더니 씻은 듯 통증이 사라졌다. 역시 인대, 근육에는 침이 최고다. 우리나라 침 만세.

강진... 이틀을 묵었지만 영 별로다. 첫 대면부터 혼자라고 식당에서 쫓겨나더니 어젠 점심 먹으러 들어갔더니 두 내외가 밥 먹으면서 “오늘 장사 안 해” 반말이다. 친절하고는 담쌓은 동네다. 하기야 식당이면 밥만 맛있으면 되지 맘에도 없이 친절해야 하나? 독일에 유학중인 후배가 한 말이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독일사람 들 엄청 불친절하단다. 그런데 그이들 생각이 ‘내가 과분한 맘에도 없는 친절을 접대 받으면 나 역시 맘에도 없는 거짓웃음을 흘려야 하는데 왜 거짓 친절을 해야 하냐’며 한국이나 일본인들의 과잉 친절을 못마땅해 한단다. 그게 맞긴 맞는 것 같은데 거짓친절에 맛들인 나는 영 개운치 않다.

 

오늘도 4차선 국도를 피해 2차선 지방도로다. 양옆으로 산들이 호위를 서주고 그 안쪽으로 평야지대가 따라온다. 오늘도 이쁜 산들과 같이 간다. 논에서는 로타리를 치고 논물 받고 한창 바쁘다. 적당히 구름도 끼고 시원한 날씨다. 그런데 또 거센 맞바람이다. 에구, 오늘도 죽었다.

 

남미륵사. 관광차가 계속 나온다. 나름 큰절인가보다. 그렇지만 들어갔다 가긴엔... 어. 그런데 바로 앞이다. 700m만 들어가면 된단다. 좌불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가보자.

그런데 입구부터 짜증이다. 큰절인 것은 맞고 그 규모에 맞게 온갖 석물이 즐비하다. 입구의 어마어마한 코끼리 두 쌍과 대리석 입구, 지나가자마자 고타마싯다르타의 제자들과 득도한 존자들의 수백의 석상이 반긴다. 대웅전을 지나 불상근처로 가니 어마어마한 파르테논신전이다. 온갖 석물이 즐비하고 초파일을 맞이할 준비 공사가 한창이다. 정말 내가 가본 산사중 이렇게 석물 많은 데는 첨본다. 부처님도 동양최대의 좌불상이란다. 36m... 공주의 성곡사라는 절이 있는데 거기는 온통 커다란 금부처 상으로 도배를 하더니...

짜증이 난 이유는 그 모든 석물 아래 기증자와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일 가득하다. 결국 나와 내가족 잘 되게 해 달라 부처님께 뇌물을 바친 거다.

 

내가 도닦으러 갔을때 스님 한분 때문에 불교 집회엔 꼭 나갔다. 불법을 전하시는데 욕한번 잘하신다. 설법 내내 욕이다. “진짜 큰 도둑놈들은 다 밖에서 호통 치며 잘 사는데 이곳엔 좀도둑놈들만 득실득실 하구나” 하시며 “니놈들 여기와서 하루라도 빨리나가게 해달라고 부처님한테 빌려면 나오지도 마. 부처님은 그런 것 안 들어줘. 부처님은 개인의 사적인 일에 신경 쓰실 겨를이 없어” 엥? “우리나라 중들과 목사들, 절과 교회 다 사이비야. 내 아들 놈 꼭 좋은 대학 보내달라고, 꼭 1등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시주 헌금 받아 챙기는... 그럼 중이나 목사는 어떻게 해야 되? 부처와 하나님한테 협박해야 할 거 아냐? 누구는 얼마 시주하고 헌금했으니 1등 시켜 주고, 서울대 가게해주고, 누구는 얼마 했으니 20등 정도에 대충 지방대 정도 가게해달라고... 우리나라 모든 종교가 개인의 기복만을 바라는 사이비 종교로 채워져있어. 이게 부처님과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짓거리야” 하시며 “현세 민생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빌고 올바르게 행동해. 그게 부처와 예수가 했던 일이고, 만들고자 하는 극락, 하늘나라야” 하시던....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종교 반성해야 한다.

 

이번 초파일은 5월 12일이다. 엥... 아마 내가 생일이란 개념을 갖은 이후 첨이다. 음력생일과 양력생일이 맞기는 첨이다. 음력 4월 9일, 양력 5월 13일. 허허 그 기막힌 날 난 또 혼자 어딘가를 걷고 있겠지. 뭐 어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장흥이다. 고성읍으로 직접가기엔 너무 삭막하다. 한참 돌더라도 들를곳은 들러보자. 그런데... 율포 해수욕장까진 무리다. 일단 안양면까지 가자. 열심히 걷는다. 윽 어제 쉬면서 발이 지저분해서 덜렁덜렁한 굳은살을 떼어버렸더니 다시 오른쪽 새끼 발가락이 밟힌다. 괜히 사서고생이다. 굳은살 건드리지 말자. 절대로...

 

오후 3시 도착하고 보니 여관, 여인숙 아무것도 없다. 전남지역은 면단위에서 다 이렇다. 어쩔 수 없다. 장흥읍내로 탈출이다. 이젠 꼭 읍만 가자.

 

여기서 장흥 Tip. 정동진이 왜 정동진인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동쪽에 있어서 정동진이란다. 그럼 정북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지역인 평안북도 자성군에 있는 중강진, 그리고 정남쪽은 바로 이곳 장항 땅끝의 정남진이다. 그런데 그 정남진 바로 옆 섬이름이 가슴앓이 섬이란다. 장흥 이 동네 참 이쁘다. 여타의 도시와 달리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섬세한 관리의 모습이 눈에 띈다.

 

 

5월 10일 (토) 장흥 안양면에서 보성읍까지 (27.4km)

원위치 하고 보성으로 출발이다. 구름이 잔뜩낀 거리에 맞바람까지 거세다. 오버트로져까지 껴입고 간다. 그런데 출발부터 따라온다. “개 삽니다. 염소 삽니다. 개 염소 삽니다. 이 마을에 개 차가 왔습니다” 엥... 내가 마을을 지나치면 그 마을로 들어갔다간 한바퀴 돌고, 내가 열심히 걸어 다른 마을에 도착하면 또다시 그제야 그 마을까지 따라와 “개 삽니다”를 외친다. 오전 내내 같이 다닌다. 다행히 개들이 꼬리를 내리고 짖지를 않는다.

 

길이 이상하다. 지도와 맞질 않는다. 아... 올 3월에 완성된 도로란다. 어쩐지. 그런데 터널이다. 이번 여행 첫 터널이다. 지난번 해남에서 지날 길이 있었는데 우회했었다. 어쩌나 그냥 통과한다. 다행히 짧다. 그런데 터널안 소리가 장난 아니다. 더욱이 바닥을 과속하지 못하도록 홈을 파놔서 더하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우측에 바다가 다가온다. 비릿한 바다 내음과 아카시아 내음의 하모니는 정말 환상이다. 바로 앞 펼쳐진 섬들, 섬이 아니라 바다건너 고흥군이란다. 무식하긴...

 

율포 해수욕장이다. 딱 3년 전 요맘때 2005년 5월 1일 주유소 습격사건(모르는 분은 .www.cbnodong.org 소식란과 자유게시판을 검색해 보삼)을 한판 벌이고 잠시 숨죽일 때 온 적이 있다. 함께 숨죽이던 형님하고 친구 놈하고... 술 한 잔하고 민박집을 찾는데 주말이라고 방이 없어서 교회에서 자야 했다. 그런데 그 교회 야한 비디오가 나와서 새벽 2시까지 사내 셋이 그 비디오 보다 잠들었는데, 새벽 4시부터 새벽기도 한다고 떠들어대서 몽땅 뜬눈으로 밤을 지샜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 교회는 그대로다. 그런데 못 보던 건물들이 즐비하다. 보성이란 이미지에 맞게 보성녹차해수사우나탕에 수영장까지 생겼다. 그때 아침을 먹었던 식당 역시 리모델링으로 깨끗해 졌다. 바지락 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보성 녹차 밭으로 간다. 여기도 도로가 한층 넓어졌다. 그때만해도 위태위태했었는데 한결 여유롭다. 하나밖에 없었던 전망대 겸 녹차 판매장이 어느덧 4개로 늘어났다. 돈이 되며 뭐든 한다.

 

고개를 넘어서니 장난 아니다. 사람이, 차가... 연휴다. 커다란 배낭을 맨 나에게 물어본다. 어디가 전망이 좋으냐? 연휴인데 어디로 가면 좋으냐? 도보여행만이 알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을 알려주고, 율포와 경치 좋은 길을 알려준다. 마치 여행전문가가 된 것 처럼...

 

새로 뚫고 있는 4차선 국도를 따라 보성읍으로 입성이다. 역시 조용하다. 도시는 장흥보다 별로다. 내일이 보성 녹차 마라톤대회라고 허름한 장급 여관이 4만원이란다. 우씨...

 

 

5월 11일 (일) 보성에서 구례까지 (31.7km)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고 시내가 마라토러너들과 길안내 전경들로 득실거린다. 다행히 내 코스와 중복이 안 된단다.

읍을 벗어나자마자 “Oh My God" 처음으로 만나는 6차선 국도다. 죽음이다. 정말 쌩쌩 소리가 장난 아니다. 귀가 멍멍하다. 연휴라고 차도 엄청 많다. 산악회 차들도 엄청 온다. 경남에서 까지 날아온다. ”보성 일림산“ 철쭉이 유명하다던데... 그런데 꼴을 보니 앞사람 엉덩이만 보다 내려오겠다. 내가 본 관광버스만 20대가 넘는다.

 

도저히 못 참겠다. 4km를 우회한다. 정말 맑다 못해 시린 파란하늘을 벗하고 이쁜 산길로 흐느적거리면 걷는다.

엥... 왠 놈이 나를 보더니 잽싸게 방향을 바꿔 도망간다. 이번엔 초록색이다. 이놈이 화사인 것 같다. 초록색이다. 이놈이 놀랬을까? 아님 내가 더 놀랬을까? 당근 후자다. 내내 뒷덜미가 썰렁하다. 그러곤 죽은 놈을 세 마리나 더 봤다. 이 동네 뱀이 참 많은 것 같다.

 

산길을 내려오니 커다란 저수지다. 지도엔 나와 있질 않다. 망할 지도. 예당리라는데 동네 참 크다. 큰 교회가 두 개나 있고, 모텔도 있다. 모텔 이름이 ‘진보’모텔이다.

 

동생한테 전화가 온다. ‘미역국 먹었냐?’ 고... 초파일 다음날인 내 생일을 전날로 착각했단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기억해 주는 사람도 드물지. 또 전화다. 아파트 동생놈인데 장가도 안 간 형님한테 딸내미 돌잔치 꼭오란다. 다행히 17일 이란다. 16일 아버님 기일이라 가야 했는데 겸사겸사 꼭 간다고 한다. 또 전화다. 이번엔 아파트 형님이다. “벌교가서 주먹자랑 하지 마” 내가 언제 주먹 쓴일 있나? 우씨 하여간 걱정도 팔자다.

 

조성리를 지나니 다시 4차선 국도다. 그런데 산사태가 나서 갓길이 없는 게 아니라 남은 길이 1.5선이다. 우짜나. 그 와중에 차들은 씽씽이다. 어쩔 수 없다. 산사태 난 한가운데로 돌진이다. 바위가 무너져 내려 위험하다.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행히 일요일이라서 공사가 중단 되어서 통과한다.

 

벌교다. 온통 수산시장과 식당 뿐이다. 주먹 자랑할 곳도 없다.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 꼬막”정식을 먹는다. 정말 풍성하다.

태백산맥. 2번을 읽었다. 두 번다 도 닦을 때 읽었다. 사실 분량이 장난 아니라서 그 곳 아니면 읽기가 힘들다. 민족의 아픔? 아니다. 가진 자들의 무모할 정도의 욕심과 오만이 불러온 아픔이다. 양반 상놈의 신분제도속에서 뼈 빠지게 일해도 양반 놈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야 했던 이 땅의 민초들, 일본 놈들이 오더니 일본 놈에 빌붙은 양반과 일본 놈들 두 놈이 두 배로 뺏어간다. 해방되었다고 친일파 척결되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는가 싶더니 미국 놈들을 배경으로 친일파 놈들과 손을 잡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또다시 두 배로 착취를 당해야 했던 우리 민족... 그 아픔을 너무나 잘 보여준 실화같은 소설이다. 이런 걸 중고등학생들 역사 부교과서로 써야 하는데...

 

기억에 이곳 벌교가 그 한복판 이었던 것 같다. 염상진, 하대치 등... 태백산맥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도처에서 싸우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친 이명박 정권에 맞서 촛불을 들고, 비정규직의 설움을 날리고자 피눈물 나는 투쟁으로...

 

 

5월 12일(월) 벌교에서 순천시까지... (24.4km)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비가 온단다. 맘이 급해졌다. 벌교 ‘담에 태백산맥 들고 다시 한 번 와보자’ 하는 다짐을 하며 떠난다. 오늘은 태백산맥에서 잡혀온 빨치산들을 잡아 가두었던, 빨치산의 첫 출발인 여순반란사건의 고장 순천시다.

비가 온다는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다. 읍내를 돌아 고개하나를 넘자마자 순천이란다. 역시 농로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가는데 에구 길이 없다. 어쩌나? Back. 이거 진짜 싫다. 싫어도 어쩌나 길이 없는데....

 

어쩔 수 없이 4차선 도로로 나온다. 에구 레미콘 회사가 보인다. 큰일났다. 레미콘회사가 있으면 레미콘차와 덤프, 시멘트 BCT차 등 대형차량들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연휴 막바지라고 차들이 정말 장난 아니다.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맞다. 아... 일부 덤프들. 차량 번호판을 엉뚱한데로 옮겨놓았다. 저러면 카메라 찍힐 일은 없겠네.

용두리로 탈출한다. 바로 옆 도로인데 정말 한산하다. 그런데 마을엔 아무도 없다. 연휴는 도시인들의 특권이다. 농민들은 논 밭에서 초파일이 뭔지도 모른 체 일에 몰두하고 계신다. 식당 역시 홀 손님은 신경도 안 쓴다.. 밥에 반찬, 국에, 가스렌지까지 한 짐씩 수십 개를 보자기로 싸서 들로 날아간다. 농번기답다.

 

별량면을 나오니 역시 농로가 없다. 어쩐다. 순천만 쪽으로 돌기에는 한참을 돌아야 하는데... 머리 위로 어느새 구름이 가득하다. 먹구름은 아니라서 다행인데... 어쩐다. 8km정도 남았다. 두시간... 시내 들어가서 까지 합치면 2시간 반 정도... 돌면 4시간... 그냥 가자. 어쩔 수 없다. 죽어라 기를 쓰고 간다. 일부러 스틱을 잡고 휙휙 휘두르며 갓길로 바짝 붙어서 내가 차들을 위협하며 간다.

청암대학교를 지나면서 멀리 순천시가 보인다. 아파트가 쭉쭉 들어서 있다. 다시 죽어라 간다. 정말 가기 싫은 길이다. 어... 순천시내다. 오늘 걸은 길은 24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 피로도는 가장 많은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을 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순천시 참 크다. 아... 현대 하이스코. 하이닉스 비정규직과 같은 시기 투쟁했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바람 장난 아니다

 

 동양최대의 좌불상 남미륵사. 석물공장을 연상시킨다.

 철쭉꽃인가?

 할미꽃이다. 요즘 보기 참 힘들다.

 아카시아와 바닷물의 환상적인 향기의 하모니

 고성에 가면 밭에 모두 이놈을 심어놨는데... 뭐지? 아는 사람?

 보성 녹차밭. 이쁘다.

 차량 번호판을 엉뚱한데로 옮겨놓은 일부 덤프들

 이길을 질러 왔다. 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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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18:40 2008/05/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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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7] 해남 땅끝에서 강진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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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화) 땅끝마을에서 해남 북일면 신월리까지 (31.3km)

어제 느긋하게 쉬고 진도홍주란 걸 먹었다. 술 좋아하는 내가 지역 토속주를 놓구 갈수 있나? 일명 앉은뱅이주라고 한다는데... 얼마나 독할까? 40도란다. 30ml짜라 사서 먹어본다. 우와 장난아니다. 이거 양주다. 반병 먹으니 알딸딸 하다. 한병 다먹고 눈뜨니 새벽이다. 정말 좋은 술이다. 이런 술이 왜 전국구화 되지 않나 모르겠다. 남의 나라 양주 먹느니 차라리 홍주가 훨 낫다. 이거 판로 개척에 좀더 지자체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일출을 찍어야 하나든 일념에 일어는 났는데... 나가기가 싫다. 전망좋은 위치라 그냥 방안에서 창문 열어놓고 찍는다. 얍삽한 용지기.

 

가자. 정말 지명처럼, 내 블로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길"을 간다. 우측으로 해변도로와 다도해가 눈앞을 현혹한다. 해수욕장도 참 이쁘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서 그런지 을씨년 스럽다. 차도 별로 없다. 이쁜 해변도로가 끝나고 북쪽으로 방향을 트니 달마산 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마산 - 두륜산 -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백두대간으로 이어질 거다. 어쩌면 여기가 진정한 백두대간의 시작인 셈이다.

담벼력이 온통 낙서 투성이다. '00야 사랑해'부터 '00 국토 순례 시작', '대위 00 30년 후 대장으로'에 이어 '비정규직 철폐' 까지... 자신의 바람을 득득 긁어놨다. 써놓은 것 보니 참 국토순례 많이도 하나보다. 그러고 보니 동네 개들도 짖지를 않는다. 그냥 쳐다본다. '어 저놈 또 지랄하고 있네' 하며... 점심을 드시러 가시는 할머니들도 모두 '땅끝에서 오남. 어디까지 갈건데... 학생 수고해" 하신다. 또 학생이란다. ^^

 

온통 마늘 밭이다. 확인됐다. 바다바람이 마늘 성장에 좋다는 사실. 달마산이 숨을 죽일 즈음 두륜산이 다시 내달린다. 정말 이쁜 산이다. 바위가 정말 이쁘다. 암벽하는 사람들 환장하겠다.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것같은 바위도 눈에 띈다. 정말 이쁘다. 눈이 호강한다.

잠시 정류장에 양말까지 벗어 놓고 쉰다. 내가 뱀보다 더 싫어하는 놈. 송충이가 나를 향해 질주해 온다. 이놈 갈색 털이 수북하고 살도 통통하다. 씨겁해서 스틱으로 쳐낸다. 아스팔트로 내몰린 송충이...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벌써 목이 가렵기 시작한다.

 

두륜산 한 자락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산속을 걷고 있는 나 너무 좋다. 그런데 오른쪽 엄지 뼈가 아파 발가락을 오무리고 걷다가 갑자기 종아리 앞쪽 근육이 뜨끔하다. 그러더니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지도를 잃어버려 정확한 거리 측정도 않되는데 걱정이다. 죽어라 간다. 다행히 오전에 부지런히 걸어놔서 5시에 목적이인 신월리에 도착한다. 아마 오늘 제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대략 34Km 정도... 넘 무리했다. 그런데 여인숙, 여관, 아무것도 없다. 천상 해남읍으로 철수해야 하는데 차시간이 6시란다. 제길 1시간을 기다린다.

 

 

5월 7일 (수) 해남 북일면 신월에서 강진읍까지 (24.1km)

아침 일찍 출발지로 간다. 북일면 사무소가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와... 두륜산이 작은 산이 아니었다. 정말 이쁜 산이다. 촌놈처럼 차안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종주하는데 8시간이 걸릴단다. 담에 꼭 와서 종주 한번 해봐야지.

 

한시간을 걸었나? 강진군이란다. 내내 왼쪽에는 두륜산 능선과 오른쪽으로는 지평선 너머 완도를 끼고 참 이쁜길을 걷고 있다. 남해의 산들 높지는 않아도 참 이쁘다. 기암괴석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어... 뒷볼일이 생겼다. 좀만 참자. 도보여행 중 가장 좋은 화장실은? 풀숲? 아니다. 뱀과 송충이 땜시 좀 걱정이다. 그럼? 바로 주유소다. 주유소야 심심치 않게 있으니 주인한테 인사한번 하고 들어가서 볼일 보면 된다. 오늘도 시원하게 볼일보고 좀더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전진한다.

 

버스정류장에 잠시 멈춘다. 한 아주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또 학생이란다. ^^ 내 나이를 밝히니 믿지 않으신다. 민증을 깔수도 없고... 그런데 이길 참 많이들 도보여행 다닌다고 한다. 자기 아들은 부평사는데 산에 미쳐서 내 배낭 같은 걸 지고 다닌단다. 그러다 암벽타다 두 손이 부러졌다고 한숨이다. 그런데 지금도 산에 다닌단다. 그것도 결혼해서 와이프하고 같이... 에구 부러워라.

 

왠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앰프소리가 난다. 들어보니 전교생이 체육대회 연습중인 것 같다. 신전초등학교란다. 엥... 전교생이 3-40여명이다. 선생님들도 전부인 것 같은데 5명이다. 4학년은 굴렁쇠 굴리기를, 나머지 학년은 응원을 연습중이다. 정말 조촐하다. 이 애기들(전라도에선 다 이렇게 부른다)도 이동네애들이 아니란다. 신전면 곳곳에 퍼져있어 통학차가 한바퀴 돌아 데리고 온단다.

 

두륜산이 끝나는가 싶더니 덕룡산이란다. 이름이 노해마을이다. 노동해방을 위해 싸우는 동지들이 모였나? 아 첨으로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다. 그동안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에 물을 대고 하는 건 봤는데 모내기 하는 건 오늘 첨 본다. 벌써 모내기라. 좀 빠른 것 아닌지? 어... 여기서 카메라 배터리가 나갔다. 에궁... 배터리 여유분은 배낭 제일 밑에 있는데... 귀찮다. 오늘은 사진 여기서 끝.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카시아다. 꽃이 벌써 폈다. 어렸을때 앞산으로 아카시아 따러 많이도 다녔는데... 막 달린 아카시아를 가시를 피해 ?어 먹는 그 달콤함이란... 그런데 이놈들이 과수농가에게는 지독한 말썽쟁이다. 잘 죽지도 않고 뿌리가 워낙 깊어 타 과수들의 성장을 방해한단다. 그래서 이놈들 죽이려면 밑동을 친 다음 '근사미'란 아주 독한 제초제를, 그것도 원액을 붓으로 찍어 발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완전히 죽는다. 그래도 번식력이 강해 굳굳하게 살아간다.

 

이쁜 석벽을 통과한다. 강진의 소금강이란다. 이쁜긴 이쁜데 소금강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다.

도암면을 돌아 국도 2호선에 들어선다. 아... 도로 확장공사를 하느라 난리가 아니다. 그래 제일 오래된 국도 2호선인데 아직까지 2차선 이라면 좀 그렇지. 그런데 빨리좀 끝내라. 좀 호젓하게 가고 싶다. 차량량이 장난아니다. 조심 조심 간다. 그런데 이놈의 도로공사 산천을 다 파헤친다. 산이 가다가 주저 앉는다. 애구...

 

어제 뜨끔한 종아리 앞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죽을 듯이 간다. 발바닥이 나으니 이젠... 그나마 어제 많이 걸어놔서 오늘은 22km밖에 않된다. 어거지로 간다. 간신히 도착한 강진.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다. 분명히 백반 된다고 되어 있는데... 에구 "우린 1인분은 안해요" 하더니 나가란다. 이 괘씸한 아줌마. 정말 넘 한다. 강진군청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다. "남문식당" 절대 가지 말자.

 

 

5월 8일 (목) 휴식

아침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뭐 그리 큰 카네이션 바구니를 보냈냐구 하시며 고맙단다. 그러곤 끊으신다. 우리 엄마 전화 한번 시원하게 하신다. 딱 본인 말씀만 하신다. 하기야 아들 잘 못 둬 맘 고생 많으신데... 지금 이러는 거 알면 뭐라 하실까 걱정이다.

종아리 앞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도저히 못걸을 것 같다. 하기야 지난 화요일부터 내리 9일을 걸었으니 좀 쉬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오늘은 푹 쉬고 침이라도 맞자. 앞쪽 인대가 늘어났다고 부황뜨고 피빼고 침맞고 한결 낮다. 쉴때 더 쉬자.

 

 아무도 없는 산길. 내가 주인이다.

 해남의 명물이다. 10월에서 3월 사이 일출이 이 가운데로 떠오른단다. 에구... 요즘은 않떠오른단다.

 땅끝에서 만나는 일출. 이쁘다.

 남해 다도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달마산 능선이 눈앞을 현혹시킨다.

 저 멀리 8개의 봉우리가 달려가는 두륜산 정상이 보인다.

 두륜산의 기암괴석. 마치 신선이 돌탑을 쌓아놓은 것 같다.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신전초등학교 애기들... 조촐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자전거족들... 혼자는 너무 위험하다. 둘 이상이면 자전거 여행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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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8 15:25 2008/05/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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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6] 영암 독천에서 해남 땅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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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토) 영암 독천리에서 해남읍까지 (28.8km)

아침부터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있냐고 묻는다. 영암이라니까 왜 거기인지 묻지도 않고 자기는 어제 서울 갔다왔다고 한다. '광우병 미국소 수입 반대' 촛불시위 갔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넌 뭐하냐고 지랄이다. 우씨...

미국소 수입... 미친짓이지 뭐. 그런데 들어오면 안먹으면 된단다. 그래? 그런데 말이다. 소꼬리, 갈비로 만드는 모든 육수가 들어간 것들 다 못먹는다. 믿을 수가 없으니 수입고기는 물론 곰탕이니 갈비탕이니 까지 몽땅 다 못먹는다. 나 곰탕이면 환장하는데 큰일이다. 그렇지. 명바기나 그 똘마니들은 정말 한우만 쳐 드실테니 걱정 않을 것이고, 교통사고 보다 확율이 낮은 미국소 광우병 확율게임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보면 되지. 확율이 얼마나 나올까 나도 궁금하네.

 

택시기사에 물어 길을 찾는다. 간다. 오늘도 역시 2차선 지방도다. 아침 참 상쾌하게 간다. 날씨 끝내준다. 그런데 오늘도 30도 안팎이란다. 큰일이다. 벌써 허리와 발목 등엔 땀띠가 발생하고 있는데...

열심히 가고 있는데 개새끼가 짖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이놈 덩치도 큰놈인데 세상에 줄이 없다. 큰일이다. 잽싸게 배낭을 풀고 스틱을 꺼낸다. 그리고 고글도 벗고 맨눈으로 째려본다. 이놈 주춤 주춤한다. 스틱 꽉 쥐고 째려보면서 지난다. 이놈 10여미터를 쫓아오면서 짖는다. 스틱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제 뉴스가 떠오른다. 광주전남 뉴스인데 밭농사 나갔던 농민들이 뱀에 물리는 사고가 연속이란다. 벌써 살아 움직이는 놈 2마리, 깔려 죽은 놈 3마리를 봤다. 그냥 스틱 집고 가자. 뱀퇴치용으로... 절대 개새끼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늘도 덤프들이 장난아니게 많다. 터득한 비법. 약 20m 전방에서 시야에 들어오면 슬쩍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럼 이분들 같이 호응해서 손흔들어 주며 널찍이 물러나 지나간다. 흐흐...

지방도를 벗어나 농로로 들어간다. 약 1-2km 돌아가지만 좋다. 세시간 정도 가는데 차가 10대도 안지나간다. 어제 좀 무리를 해서 삼호가 아닌 독천까지 8km정도를 앞질러 놨으니 시간은 널널하다. 았싸 뒤로도 걷고 게걸음으로 옆으로도 걷고, 그러다 3-4km 정도 가면 이 농로길은 정자를 하나씩 만들어 놓았다. 푹 쉰다. 양말까지 벗고... 좋다. 그런데 오늘은 운대가 않맞는다. 2개 면소재지를 지나치는데 농번기라서 그런지 모두 닫혀있다.

쭈쭈바 한번 못사먹는다. 그런데 너무 덥다. 물 1L가 어느새 떨어졌다. 죽을 지경이다. 덥기도 덥고 지친다.

이럴때가 제일 죽음이다. 첫날부터 매일 같이 그래왔다. 오전에는 속도가 팍팍 붙는다. 점심 때우고 2시만 넘어서면 '내가 왜 이지랄을 하고 있나?' '에이 보는 놈들도 없는데...' 미치겠다. 그런 갈등은 도보여행을 해본 사람만 안다. 산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왜? 산은 올라갔으면 내발로 내려와야 하니까. 그런데 도보 여행은 그게 아니다. 바로 옆으로 나를 날러줄 차가 생생 다닌다. 시내버스부터 나같은 경우 단련된 종아리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차를 세워줄테니까... ^^
그러면 일단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려 본다. 차가 빨리와줘야 하는데 재수가 없어서 잘 않온다. 그럼 10분 쉬다가 '에이 그래도 존심이 있지. 그냥 가자' 다시 맘을 먹고 간다.

 

오늘같은 경우는 더 하다. 물은 떨어졌지 눈앞의 슈퍼는 두군데나 다 닫았지. 세시간을 그냥 걸어봐라. 미친다. 옥천면이란다.다행히 여기는 문을 열었다. 유혹을 뿌리치고 포카리 스웨트 1.5L 한병에 쭈쭈바 하나 먹고 힘낸다. 그래 가자. 얼마 안남았다. 그런데 옛 지방도가 산을 넘어야 한다. 약 4km 1시간 거리인데... 미치겠다.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산책길로는 최고로 이쁜길인데 몸이 지치니 도저히 꽝이다. 어거지로 간다. 언덕을 넘으니 바로 앞에 드디어 해남읍이다. 근데 발은 나가질 않는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플랑카드가 쓰여있다.

 

"연등축제"란다. 5시에... 씻지도 못하고 피로에 죽을 맛인 발한테 미안하지만 사진기 들고 나선다. 애구...

 

 

5월 4일 (일) 해남읍에서 해남군 송지면 금강리까지 (24.5km)

아침에 친구놈에게 전화가 왔다. 위문온단다. ^^
부지런히 걷자. 위문도 온다고 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때 비가 약간 온다고 한다. 어거지로 4차선 국도를 탄다. 줄기차게 가는데 너무 시끄럽다. 도저히 못참겠다.

 

2차선 국도로 내려와 화산면쪽으로 향한다. 한적하니 좋다. 좀 돌더라도 이런 길이 좋다. 적당히 구름낀 날씨에 바람까지 산들산들 불어주는 정말 걷기 좋은 날이다. 그런데... 지도를 다시보니 이런 국도가 이어지는 길이 농로다. 찾아오기 영 힘들 것 같다. 에이 화산면에서 현산면쪽으로 다시 4차선 국도를 타러가자. 30분을 괜히 허비 했다. 2차선으로 줄어든다.
그러더니 완도로 빠지는 초호 3거리부터는 최악이다. 갓길은 거의 없는데 차는 연휴라고 장난이 아니게 많다. 관광버스는 정말 싫다. 위태위태한 길을 가고 있다.

 

만리포에서 내려오는 동안 읍 소재지에는 꼭 있는게 있다. 창고 대방출 K2 salaman 일명 짝퉁 '케이투' 판매 광고다. 징그럽게도 태안에서 부터 이곳 해남까지 따라온다. 규제가 안되나?

 

마을이름이 금강리 란다. 초입에 두부부가 신농민상을 받았다고 축하 플랑카드가 펼쳐져 있다. 에이... 요즘같이 미국소 수입개방에 FTA까지 몰려오는데 신농민상은 무슨...

그런데 날이 한층 어두워진다. 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뭐 비올것 대비해놨으니 걱정은 크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어? 일기예보에는 잠깐 내리다 만다 했는데... 일단 피신이다. 다행히 농협 창고 옆에 정자가 있다. 긴급히 피신했다.

곧바로 알아 맞추기라도 한 듯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초호 3거리를 지났다고 한다. 엥~~ 다왔네. 그래도 걸어서 1시간 인데... 10분도 안되서 후배하고 같이 왔다.

어쩔거냔다. 음... 이 비를 맞으며 가는 것은 그런데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처럼 차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는 무리 일 것 같다. 차 시야가 불안해서 안되겠다. 탈출이다.

 

진도 바닷길 축제 한다고 가보잔다. 어디나 있는 뻔한 먹거리 장터. 그런데 비가 장난이 아니다. 숙소를 정하려는데 엥 모든 숙소가 꽉찼단다. 우씨 어차피 비가 와서 전야제도 못볼텐데 다시 완도 장보고 축제로 가보잔다. 그래 가자. 내발로 가나? 차가 가지. 여기도 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간신히 구한 방은 3명이 자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았지만 어쩔수 없다. 방잡고 삼합을 먹었다. '소고기+전복+키조개' 정말 끝내준다.

 

 

5월 5일 (월) 해남 금강리에서 땅끝까지 (20.4km)

새벽같이 일어나 같이 아침을 먹고 올려보냈다. 다시 금강리다. 오늘은 정말 널널하다. 어제 약 10km를 남겨뒀으니 어쩔수 없이 땅끝에서 멈춰야 한다. 약 4-5시간 거리인데 다음 목적지는 5-6시간 더 가야 한다. 무리다. 정말 널널하게 가자. 잽싸게 또다시 번호도 없는 2차선 지방도로 내려선다.

아 여기서 도로 Tip. 국도와 지방도 등 왠만큼 큰 도로는 모두 도로의 고유번호가 있다. 1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이르는 국도로 물론 판문점에서 끊긴다. 2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부산광역시 중구에 이르는 국도, 3번 국도는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에서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에 이르는 국도, 4번 국도는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에서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에 이르는 국도다. 즉 종단은 홀수로, 횡단은 짝수로 도로의 번호를 매긴다. 유심히 살펴봐라.

 

바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히 등뒤에서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자니 너무 좋다. 비가 개인 하늘은 맑다못해 시릴정도다. 보리밭이 파도처럼 너울 댄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어 제비다. 강남갔던 놈들이 돌아왔나보다. 올들어 첨보는 제비다. 이놈들 사진 한번 찍으려니 불가능하다. 너무 빠르다.

송지면. 다시 큰길로 나왔다. 오늘은 그래도 갓길이 좀 있다. 다행이다.

'전망이 좋은 길'이란다. 쉬었다 가자. 양말까지 벗고 푹쉬고 출발, 30분정도를 걷다가 지도를 보려는데, 아뿔사 지도를 쉬었던 곳에 놓고 왔다. 빽을 해야 하나? 에이 불가능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가자. 좀 갑갑하지만 길 옆의 표지를 보고 가자. 송호 해수욕장이다. 다 왔단다. 2km만 가면 된단다. 빡센 언덕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바로 땅끝마을이다. 1시다. 그대로 초코바 하나 먹고 땅끝 탑을 보러간다. 사람들 참 많다. 여기가 최남단이란다. 뭐 섬으로 보면 제주도 밑 마라도, 이어도가 있지만 육지로서는 최고 남단이라니... 대견하다. 걷기 시작한지 약 17일 만이다. 뭐 앞으로가 더 힘들까? 가보면 알겠지. 일찍 숙소를 잡고 쉰다. 이제는 근력도 붙고 했으니 계속 간다. 쉼없이...

 

요기가 땅끝이란다. 국토 최 남 단

 해남 초의 축제와 연등행렬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내 발

  보리밭이 물결친다.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길도

 땅끝 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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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17:32 2008/05/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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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5] 고창 무장에서 영암 독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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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화) 고창 무장에서 영광읍까지 (25.3km)

청주에서 배낭을 A/S 맡기고 예전에 쓰던 배낭으로 교체해서 내려왔다. 그런데 차이가 너무난다. 이거 도통 몸에 맡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거 매고 작년 여름 지리산을 뛰어다녔는데... 간사한게 인간이라고 좋은 것 써보니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다.
배낭... 등산장비는 하여간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한다. 당일치기 산행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겨울산행이나 장기 산행은 장비가 30%이상은 차지 하는 것 같다.

 

출발지인 무장읍이다. 무장읍성은 해미읍성과 비교해서 정말이지 너무 성의가 없다. 달랑 읍성정문과 10여미터 담장 그리고 건물 한채가 전부다. 그런데 어제까지 여기서 동학형명 기념 문화제가 있었단다. 아깝다. 배낭만 아녔어도...

오늘의 목표는 전남 영광이다. 11시 30분 드디어 전라남도다. 여기도 조류AI 때문에 난리다. 방역을 하고 있던 공무원이 불러세운다. 커피라도 한잔하고 쉬었다 가란다. 구수한 전라도 말투에 인정이 푹 베어있다. 영광군 공무원이란다. 며칠전 나주에서 조류AI가 발생해서 전남 최전선에서 사수중이란다. 군인들 4명이 지원을 나와 함께 임무를 하고 있단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약물이 분무되어 날아온다. 하루종일 이러고 있어야 하다니 고생이다.

 

어~~ 라이오에서 도종환 선생의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일대기(?)를 훓어내려간다. 전교조를 하게된 동기와 소회... 그러면서 시인 도종환의 담쟁이가 낭송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 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그래 넘지 못할 벽은 없다. 희망을 꿈꾸는 자들이 함께 어깨걸고 뛰어 넘으면 현실이 된다. 화이팅!

 

12시 30분 법성포구에 도착했다. 조용하다. 동네가 온통 굴비판매점이다. 온통 굴비집이다. 우와.
맘먹고 굴비 정식을 시킨다. 아주머니가 1인분은 않된단다. 2인분 시킨다. 진짜 풍성하다. 굴비구이 두마리, 조기탕에는 알이 통통밴 조기 3마리, 여기에 굴무침에 꼬막, 꽃게 양념장까지 죽여준다. 배터지게 다 먹었다.
이 행복 여행의 진짜 별미다.

 

영광으로 갈까? 아님 해변도로로 돌아갈까. 해변도로로 돌아가자. 이정표가 없다. 지도가 두장이 합쳐지는 부분이라 독도가 않된다. 물어 물어 가보자. 3-4km 만 가면 바다인데 속리산 화양계곡에 와있는 것 같다. 산도 적당히 200-300m 전도로 참 이쁘다.
아무리 가도 목적지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거리계산 상 바닷가로 돌리기엔 무리다. 영광읍 방향으로 틀었다.괜히 한시간 이상을 돌아왔다. 에구...

그런데 전라도는 산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묘지가 밭한가운데 있다. 인삼밭에도 고추밭 복분자밭 한가운데도 있다. 뿐만아니라 쌔빨간 꽃으로 치장도 해놓고 있다. 가까운데 있어 돌보기에는 참 좋겠다.

영광읍이다. 우와 크다. 내가 본 읍중 제일 큰 것 같다. 근데 여기 군수 보권선가 하나보다. 또 뭘 헤쳐먹었나? 근데 예비후보 세명이 다 통합민주당이다. 이놈의 지역주의...

 

 

4월 30일 (수) 영광읍에서 함평읍까지 (28.1km)

오늘 아침도 '흔들리지마'를 보고 길을 나선다. 8시 45분 외곽으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이크 차량통행이 많은 2차선 국도다. 갓길도 체 30cm도 않된다. 운전자들... 나도 그랬겠지만 보행자 생각 전혀 않한다.바짝 붙어서 쌩쌩 지나간다. 특히 버스와 덤프 트럭(덤프연대 붙인 차들은 안그런다)들. 지나가려면 그냥 가지 그 큰 크랙션을 울려대며 위협적으로 지나간다. 9시 40분 영광군 순흥리를 지나간 금호고속 2대 반성해라.

 

독산이란 마을이다. 온통 유채꽃이다. 참 이쁘다. 축제기간이란다. 다행이 평일이라 나 밖에 없다. 그런데 유채꽃... 지고 나면 뭐하나? 동동구리모 만드나? 뭐에 쓰는지 모르겠다.
어. 어제 방제하던 그 영광군 공무원이다. "여적까지 여그밖에 못왔소?"하며 닥달을 한다. "소가 아파서 다니러 왔다"며 50cc 텍트를 몰고 다시 방역하러 간다. 그래도 반가왔다.

 

도보여행의 Tip. 4차선 국도 위험하다. 왠만하면 옆을 살펴라. 구길이 있던 아님 농로가 있다. 좀 돌더라도 그걸 타고 가는게 안전하다. 그런데 가끔은 없다. 그럼 그냥 위험해도 조심조심 가면 된다. 동네 슈퍼에서 소위 "쮸쮸바"를 사서 물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저 농로로 가도 영광 나오죠?" 할아버지 왈 "아따 그냥 큰길로 가부러" 역정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젠 발이 자동이다. 알아서 간다. 물론 발목, 발바닥 아프다. 그런데도 지가 알아서 간다. 이력이 붙었나보다.
함평 나비 축제한다는데...  몇시까지 하지? 아주머니가 9시까지 한단다. 부지런히 걷자. 5시 모텔을 피해 허름한 '장'자 붙은 여관을 고른다. 목욕탕하고 같이 하는 여관인데, 너무 뜨겁다. 창을 몽땅 열어놓는다.
나비 엑스포장을 가니... 6시 폐장이란다. 이궁... 그 아줌마 다시 돌아가 따질까?

 

 

5월 1일 (목) 함평에서 무안 청계까지 (22.4km)

노동절이다. 노동절날 이렇게 놀아본게 근 십몇년 만인것 같다. 도 닦을 때도 혼자 안에서 노동가 부르며 노동절을 기념했는데 오늘은 그냥 논다. 몇몇이 항의 전화와 문자를 보내온다. 노동절인데 어디있냐고? 죄송함다.

 

그냥 목포로 갈까? 그래도 억지로라도 와보는 나비엑스포인데... 그래 구경은 하고가자. 근데 너무 비싸다. 만오천원이다. 근데 돈이 않아까왔다. 정말 이쁘다. 그리고 잘해놨다. 가족단위로 오면 참 좋겠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좀 빨리 오는게 좋을 듯... 온갖 나비와 곤충이 눈을 현혹시킨다. 나비 날아다니는 것 찍으려 아주 고생고생한다. 이놈들 너무 빠르다. 촛점도 맞추기 어렵다. 애구...

 

초고속으로 4시간 관람을 2시간으로 마친다. 길을 가야 하니까. 11시 출발이다. 오늘도 4차선 국도를 피해간다. 동네 어르신한테 물어보니 상세히 알려주신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간다. 정말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좋다.


오후 1시 길을 가는데 새소리가 장난 아니다. 뭔 놈들이라냐? 학인지 왜가리인지 한마리가 머리위를 날아간다. 어... 왼쪽 호수 한가운데 섬에 이놈들 천지다. 와 얼른 마을 정자에 배낭을 풀고 카메라를 꺼낸다. 왠걸... 장관은 그 섬이 아니라 내가 그냥 지나온 야산이다. 온통 하얗다. 우와~~ 상동학마을이란다. 이 것 역시 도보여행이 준 선물이다. 큰길로 갔으면 꿈에도 못봤을 장관이다.

 

2시 반. 무안읍이다. 6시에 음성에서 삼호중공업 다니다가 이곳 목포로 이전한 형과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좀 멀지만 빡세게 가보자. 무미건조하지만 4차선 국도를 그냥 걷는다. 죽어라 걷는데 지쳤나보다. 속도가 안나온다. 애구... 5시 청계면이다. 안되겠다. 점프하자.

 

버스를 타고 목포로 날아간다. 친구놈은 산재로 나와있단다. 병원으로 갔다. 오랜만이라고 그 비싼 참치회를 사준다. 그러면서 한 걱정이다. 조합원들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위원장 선거에선 현대자동차 처럼 노예의 길을 촉진하는 '우리사주'를 쟁취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한다. 현장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그런데도 조합원들은 재테크라른 것에 매달려있다고 한다. 한때 가장 잘나가던 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의 현 주소다. 아니 대기업 정규직의 현주소가 맞을 것 이다. 큰일이다.

 

 

5월 2일 무안 청계에서 영암 독천까지 (31.1km)

놀러가는 차 엄청 많다. 황금연휴라고 장난이 아니다. 친구놈이 집에서 아침까지 먹여주고 원점 회귀 시켜준다. 자동차로 딱 10분이다. 목포 대학교 까지... 그런데 걸으면 족히 2시간 거리다. 우씨...

 

오늘은 4차선 국도 걷기 싫다. 우회하자. 일로읍으로 우회하여 청호리에서 영산강을 넘어갈 수 있다고 지도에 나와있다. 일로로 우회한다. 차들도 많지 않다. 좋다. 12시 일로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저... 청호에서 영산강 건너는 다리 있지요?" 엥... 없단다. 목포로 가야 한단다. 또 다시 지도한테  테러 당했다. 2시간을 정말 죽고싶은 심정에 걷는다. 미치겠다. 어쩔 수 있나 머리가 안되니 몸이 고생해야지. 다시 목포다. 우씨.

 

1시 문제의 그 영산강 다리다. 엄청 길다. 다리만 30분을 걸었다.
가는데 이상한 나무가 있다. 뭔 나문데 50cm정도 남기고 몽땅 잘랐다. 뭐야? 무화과란다. 특산품이란다. 무화과 이름은 들어봤는데 보진 못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시골동네 가면 제일 큰 건물은? 다들 '교회'라고 할 거다. 그런데 아니다. 요즘은 교회보다 '모텔'이 더 크고 높다. 제일 잘보인다. 이건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한번 유심히 보면 알수 있다. 아. 이용자들은 모텔은 젊은 층이 교회는 노년층이 대부분이란다. 왜그런지는 잘 생각해 보도록...

그럼 모텔하고 파크(장)하고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 모텔은 요즘 지은 것으로 고급 스럽다. 요금도 면 단위는 3만원, 읍 이상은 4만원, 특실은 5만원 한다. 특실은 뭐가 다른지 모른다. 주말은 만원 더 붙는다. 여긴 일단 깨끗하고 평면 TV가 있다. 드라이기도 있고 로션도 나름 고급이고 바디샴프도 있다. 파크(장)은 말그대로 여관이다. 좀 찝찝한 그런... 요금은 2만 5천원이다. TV도 꾸리하고, 드라기기는 없는데가 더 많다. 로션은 초록색 스킨과 흰로션. 그래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파크(장)을 찾는다.

 

그리고 아줌마들... 오늘 황사도 없는데 효과도 없는 황사마스크 쓰고 계신다. 운전하시면서도 쓰고 계신다. 제발 벗읍시다.

 

 팅팅 부어 터진 내 발바닥. 새끼는 완전 걸레다.

 무장읍성

 굴비정식. 혼자 다 먹었다.

 고추 버팀목을 박고 계신다. 이거 장난아닌데...

 유채 밭. 이쁘다.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이쁜 나비 박제.

 황금박쥐 조형물. 금만 162kg이 들었다고 한다. 2005년 싯가로 2천 7백만원 였다니 지금은...

 이놈들 찍기 장난이 아니다.

 백로냐? 학이냐? 왜가리냐? 우아하다.

 떼로 몰려사는 상동 학동네

 왼쪽의 교회와 오른쪽의 모텔이 마을을 가운데 두고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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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20:55 2008/05/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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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4] 부안 줄포에서 고창 무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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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토) 부안 줄포에서 고창 선운사까지 (24.8km)

잠을 거의 못잤다. 줄포면에서 젤 그럴 듯한 여관에서 잤는데.... 바로 옆이 창고였던 것 같다. 지붕이 양철로 된... 10시에 잠들었다가 11시 반쯤 난리통에 깼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옆 양철지붕에선 정말 끝내 준다. 빗소리는 탬버린 저리가라고, 바람에 양철지붕이 날아갈 듯 난리다. 잠시 잦아지더니 웬걸 3시 넘어서 다시 불어온다. 잠자는 걸 포기해야 했다. 미치겠다. 잠이 보약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오늘의 목표는 선운사. 그 유명한 복분자의 고장. 관광지에 주말이라... 영 개운치 않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10‘c 안팎이다. 체감온도는 강풍에 더 떨어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맞바람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이른 아침 두분의 부부가 고추밭에 비닐을 씌우고 계신다.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인삼밭과 마늘밭이 지천이다.

어디보자. 국도는 너무 돌아간다. 내친김에 농로로 질러 가보자. 새벽에 내린 비로 질퍽질퍽 장난이 아니다. 신발이 두배가 됐다. 그덕에 정말 많이 점프했다. 무포란 동네에 이르니 희안한 비석이다. 동학군 진군로를 표시하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동학혁명 축제를 한다고 한다. 동학?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서구 자본주의 혁명의 천부인권 사상과 같은 맥락. 아니 고것 보다 좀더 나가 만민평등, 공동생산, 공동 분배의 혁명사상 아니던가?

 

며칠전 끝난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재미있게 본적있다.

서얼제도를 타파하고, 나아가 신분제를 넘어설 수 있는 왕을 홍길동과 민중의 힘으로 세운다는... 그러나 그 왕은 끝내 양반의 편으로 돌아서 홍길동과 민중의 뒤통수를 치는... 딱 김대중 노무현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홍길동은 죽었나요?”라는 질문에 도사는 “홍길동은 어느시대나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며 끝을 맺는다.

동학, 망이망소이의 난 등 수 많았던 천민들의 난, 서구의 스파르타쿠스의 노예반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 까지.... 그리고 현재도 수많은 홍길동이 같은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농로를 걷다보내 동이면 이란다. 여기부터 첨보는 작물이 줄줄이 심어져 있다. 어 뭐지? 버스를 기다리는 두 노부부에게 물어본다. 복분자나무란다. 아! 고창이다.

머리위로 솟은 내 배낭을 보며 매일 마주치는 질문. 뭐하는 중이냐? 어디까지 가냐? 나이는? 결혼은? 그 나이에 여자나 구하지 왜 그러구 다니냐고?

“더 나이 먹으면, 장가가면 도저히 이짓 못하니까 지금한다” 이게 답이다.

 

또 뱀이다. 혹 도보 여행할 사람 있으면 시골길은 갓길 수풀 주의깊게 보면서 가라. 재수 없으면 뱀에 물리는 수가 있다. 며칠전 본 뱀이 쇠살무사란다. 이름있는 독사란다. 물리면 그날로 객사한단다.

송현면을 지나는데 담벼락이 온통 꽃이다. 어... 자동차였으면 그냥 지나갈 길이다. 국화꽃과 자상한 아주머니들이, 어 지붕에도... 온통 그림이다. 누군지 참 잘 그렸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가 써있다. 이동네가 서정주 집이 있는 곳인가 보다.

좀더 걸으니 미당시문학관이 눈에 들어온다. 미당 서정주.

친일파로 돌아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일제의 총알받이로, 가미가제로 내몬 이가 서정주다. 그런데 그런 이를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기가 막히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고 유학다니고 하면서 해방이후에도 기득권층에 머물러있고,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천대받고 일제에 탄압받으며 못먹고 못배우고, 해방이후에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천민으로 내몰렸다. 이게 우리나라의 역사다.

 

선운면이다. 다리를 건너는데 이거 강바닥이 온통 뻘밭이다. 신기하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귀찮다. 엥. 여기가 풍천장어의 고장이란다. 좋은 뻘에서 자란 풍천장어. 복분자주와 한첨으로 오늘의 피로를 푼다. 정말이지 신선도 안부럽다. 그런데 걱정이다. 둘중 하나만 먹어도 요강의 나프탈렌이 쓰리쿠션으로 돈다는데.... 두가지를 모두 먹었으니 오늘 저녁 변기가 걱정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민박집이 꽉 찼다. 주말이라서 그렇단다. 호텔이 있는데 그 가격이 장난아니다. 에구 고창으로 후퇴하고 낼 다시 오자.

 


4월 27일(일) 선운산에서 무장까지 (24.4km)

어제 고창에 올땐 정확히 26분이 걸렸다. 그런데 오늘은 12분 걸렸다. 이 버스기사 아저씨 정말 무섭게 몬다. 사차선 도로는 140km까지 쏜다. 이차선 도로도 80-100km다. 괜히 앞자리 앉았다. 바짝 쫄아서 왔다.

오늘은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안그러면 뺑돌아 네다섯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또다시 눈앞에 입산통제 플랑카드가 보인다. 이런 제길. 우짜냐? 그냥 초입에서 돌아가? 아님 그냥 Go? 일단 왔으니 선운사는 구경하고 보자.

 

선운사. 솔직히 실망이다. 백제때 3000여명이 수도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별로다. 그리 크지도 않고... 사람들이 뭘 보고 있다. 뭔데? 송악? 저게 뭔데? 엥 내륙에 있는 송악 나무중 젤 크단다. 둘레가 80cm고 높이가 15m란다. 아. 가운데 있는 줄기 같은게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크긴 크다.

일요일이라고 산행을 즐기러 온사람들 정말 많다. 사람들 틈에서 일단 가보자. 완만한 산책로다. 마애불과 천마봉 삼거리. 본격적 산행이다. 314m의 동네산으로 봤는데.... 오를 수록 그게 아니다.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천마봉에 오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호남 내금강이란말이 과하지 않다. 마치 도명산을 온 것 같다. 정말 이쁘다. 코스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니 눈요기하는 산으로는 정말 좋을 것 같다. 일단 허용된 탐방로는 여기까지다.

내려오는 팀이있다. 슬쩍 물어본다. 위에 산림감시원 있냐고? 없단다. ㅎㅎ

어디서 오늘 길이냐고? 해리에서 올라 온거란다. 어. 내가 갈길이다. 다시한번 묻는다. 산림감시원 없냐고? 정말 없단다. 해리길은? 청룡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돌면 된단다. 정말 감사합니다. 50만원의 악몽에 꼬리가 살살 내려가지만 없다니 간다. 낙조대를 넘으니 사람들이 없다. 혼자 간다. 이길 맞겠지? 한팀이 올라온다. 다시 물어본다. 산림감시원 없죠? 해리가는길 맞죠? 이런 소심한 인간.... 이후 두팀 정도가 올라왔다. 확실히 50만원 먹을 일은 없다는 확증이 드는 순간 발길이 훨훨 난다. 청룡산 정산. 정말 이쁜산이다. 담에 꼭 한번 종주해봐야 겠다.

 

해리로 내려오는 길... 금방이다. 어. 발이 하나도 안아프다. 산길이 이래서 좋다. 해리에서 무장가는 길. 발이 다시 아파온다. 우씨... 다시 산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무장으로 향하는데 이게 웬 난리냐? 쉬었다가 배낭을 다시 매는데 어깨끈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고리가 뚝하면서 부러졌다. 어... 이거 심각한 부상이다. 일단은 다른 고리에 어거지로 묶어서 매본다. 그럭저럭 된 것 같다? 아니다. 제길 동여맨 부위가 달라 고리 한쪽이 계속 갈비를 찔러댄다. 아프다. 어쩌지? 이제 1/5 왔는데... 철수다. 청주로 돌아가 A/S 맡기로 다른 배낭으로 바꿔오자. 무장에 도착하니 동학혁명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시간 낭비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청주로 가자. 내일 다시 도착할 수 있게...

 

 동학농민군이 진군했던 그 길

 고창은 텃밭처럼 복분자를 기르고 있다.

 동네가 온통 꽃밭이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양이 참 많다. 3명이면 2인분만 시켜도 될 것 같다. 

 사계절 푸른 덩굴식물로 드룹나무과에 속한다. 가운데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선운산의 기암괴석들

 참 이쁘다. 선운산 도솔산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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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8 11:32 2008/04/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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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3] 서천비인에서 부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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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화) 쉬는 날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이다. 푹...
그런데 7시 알람에 깨서 도통 다시 잠을 못이룬다. 또 이 여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7시부터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통을 붙잡고 계신다. 목청 참 크시다. 에이 자는 건 포기다. 여행 시작하고 첨으로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 맛있다.

음... 뭐 할까? 지도를 보니 내일 코스에서 장항을 빼놔야 할 것 같다. 그래 장항 한번 가보자. 장항선의 주인공을...

 

시내버스를 타고 장항에 갔다.
음... 장항의 첫모습. 삭막하다. 터미널이 폐허다. 터미널 앞 대명 호텔이 고층으로 서있다. 그런데 이곳도 폐허다.
시내로 들어가 본다. 정말 조용하다. 왜이러지? 다방을 들어가기는 그렇고 한방찻집이 보인다. 들어가 보자. 솔잎차 한잔 하려했는데... 없단다. 뭔 효소차를 먹으란다.
주인 아주머니 말발이 터졌다.
"일제시대 광주하고 장항이 같이 읍으로 승계되었다. 그런데 장항에 돈있는 놈들 땅값만 높이려 개발에 발목을 잡아 이꼴이 되었다. 장항읍민이 3만명에서 1만 3천명으로 줄었다. 장항선의 장항역사도 없어졌다" 한마디로 장항의 몰락이다. 희망이 없다고 하신다.

 

찜질방 없냐고 물으니 금강하구둑으로 가보란다. 찜방에서 몸좀 풀자. 어... 11시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아. 왠 아가씨 한명이 있다. 슬쩍 '식사하셨어요?'하고 물으니 왠걸 여기도 말발이 터졌다. "뭐하는 중이냐? 어떻게 혼자 도보여행을 하느냐? 결혼은 했느냐? 이거 왜하나?" 등등... 애구 잘못 말 부쳤다.
그러더니 이젠 자기 얘기다. 34살인데 애들이 고등학생이란다. 엥? 그러더니 요즘 애들한테 성교육 확실히 시킨다고 한다. 뭔말여? 고등학교때 자기 남편하고 성교육이 부족해 일찍 결혼을 했단다. 그렇게 애들 둘 낳고 30에 이혼했다가 힘들어 다시 재결합해 산다고 한다. 그러더니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결혼하란다. 뭐여. 그러곤 밥해야 한다고 집에 갔다. 황당 씨츄에이션...
군산에 사는 친구놈에 낼 군산에 도착한다 전화화니, 낼은 출장이라고 오늘 넘어오란다. 그래 먹구 죽자.

 


4월 23일(수) 서천 비인면에서 군산 대야면까지 (33.9km)

술이 않깬다. 그래도 가야 한다. 아침도 못먹고 군산 터미널로 향한다. 비인까지 회귀다. 차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부치자. 그런데 기사아저씨... 참 부산하다. 운전에 집중을 못한다. 장갑을 꼈다 벗었다, 썬글라스를 썼다 벗었다. 그러면서 냉각수가 이상하네 타이어에서 소리가 나네 투덜댄다. 그리고 이놈의 GPS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도 없는데 속도를 줄이란다. 소리도 참 크다. 애구...

쓰린속을 달래려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 왈 "신관도 좋네. 이리 바쁜 농사철에 놀러나 다니고. 상팔자네" 윽 밥이 않넘어간다.

 

출발부터 오르막이다. 이놈의 갓길 아애 없다. 어... 그런데 이길. 와본 길이다. 작년 친구들 모임이 춘장대에서 있었는데... 차로 지나간 길이라서 첨엔 몰랐는데 중원삼거리를 지나며 느낌이 확실하다. 차로 그것도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가다보니 와본길도 첨인것 같다. 이런...

 

서천 초입. 장례식장 참 크다. 요증 돈되는 일은 저거 밖에 없다.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최고의 돈벌이다. 누구나 죽으니까.
드디어 서천이다. 그제 하루를 보냈으니 외곽도로로 신속히 돌진이다. 금강하구둑이다. 참 대단하다. 이걸 다 막았으니. 이 덕에 전라도 쪽은 농업용수로 참 짭잘하단다. 길을 놓고 좌측으로는 금강, 우측으로는 서해바다다. 길 한가운데 드디어 전라도다. 속도가 꽤 발라졌다. 하루 쉬었다고...

 

어제 군산시내에 있었으니 직접 외곽도로로 목표지점인 대야면 최단거리를 간다. 어... 이상하다. 남동방향인데 북동방향이다. 지도가 나뉘는 곳에서 독도에 실수를 했나보다. 에구 두시간을 돌았다.

기진맥진 대야면에 도착했다. 1인분은 안된다해서 백반으로 때운다. 근데 아주머니 내 사정을 듣더니 손도 크시지 반찬하라고 한보따리 김치와 밑반찬을 싸주신다. 감사합니다.

 

 

4월 24일(목) 군산 대야면에서 부안읍 (34.2km)

엊저녁 비가 왔다. 날씨가 쌀쌀하다 못해 춥다. 코가 맹맹하다. 어제도 잠을 설치더니 감기인가? 이지역 조류독감이 난리라던데 혹 조류독감? 방제작업하던 군발이도 걸렸다던데 걱정이다.
방풍우의까지 단단히 입고 출발한다.

또다시 뱀이다. 다행이다. 이놈은 깔려죽어있다. 그렇지만 어쨓든 애도 틀림없이 살았을때는 이 위에 서성거렸던 거다. 또다시
갓길이 싫어진다.
갓길에는 뱀뿐이 아니다. 도심근처는 개, 고양이, 외곽으로는 쥐, 너구리, 족재비, 뱀, 심지어는 까치와 참새까지... 아무 죄없이 인간의 차에 치어 죽어간 동물들 참 많다. 잠시 묵념.

 

조류 독감이 심하긴 심한가보다. 곳곳에서 방역이다. 그런데 차야 문닫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방제약 튀기면 뛰어야지 별수 있나?
한 농장은 텅 비어 있다. 개들만 난리다. 심각하긴 심각한가보다.

어... 그러고 보니 산들이 사라졌다. 사방이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이다. 김제평야다. 멋지다. 보리밭이다. 끝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보리 키우나? 언제 수확하지?

 

요즘은 길을 걸으며 주요소 기름값을 유심히 본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군산 외곽 휘발유 1619원, 경유 1,519원인데, 만경읍 초입 세상에 휘발유 1,739원, 경유 1,659원. 불과 3-4km 사이에 이런 가격이 있다. 둘다 SK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그냥 걸어라.

대야읍이다. 오늘은 자짱면이 정말 먹고싶다.  자장면 정말 맛이다.

그런데 김제시 정말 너무한다. 지금 까지 내려오면서 시내버스 정류장 이렇게 형편없는데는 첨이다. 그냥 달랑 간판 하나 서있다. 비바람 피할공간도 앉을 공간도 없다. 시장님 서민들 생각좀 해 주소.

 

오늘은 속도가 많이 붙어 좀 무리를 한다. 죽산에서 멈춰야 하는데 3시라서 내처 부안까지 달린다.
역시... 부안을 4-5km 놔주고 발바닥에서 불이난다. 근데 몽땅 농가라 멈출 수가 없다. 5시 30분 부안으로 들어갔다. 어... 엄지와 검지 사이 모두 물집이 잡혀있다. 또다시 바느질이다. 오늘 젤로 많이 걸었다. 30km 정도...

오버하지 말자.


4월 25일(금) 부안읍에서 부안군 제일 밑 줄포면까지 (19.2km)

어제 무리를 했다고 몸이 뻐근하다. 발은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다. 왼쪽의 물집은 바느질에도 불구하고 탱탱 성나있다. 큰일이다.
미역국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줌마 다 됐다. 아침드라마를 꼭 봐야 출발한다. 뻔한 스토리가 눈에 보이는데도 꼭 봐야 한다. 우씨... 오늘은 고창 선운사 앞마당까지다. 제법 먼거리다.

그런데 출발부터 왼쪽 물집이 벌써 욱신거린다. 가면서 상태를 보자.

가는 내내 오른편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내려다 보고 있다. 참 이쁘다. 옥녀봉.  아! 그러고 보니 다시 산이 나타났다. 금북정맥인가? 변산은 작년에만 세번을 왔다갔다. 그래서 패스다.

발상태도 장난이 아닌데 바람 장난이 아니다. 전북 뉴스에는 초속 4-5m 란다. 뒤에서 불어주면 안되나? 꼭 앞에서 분다. 정말 앞에서 미는것 같다. 첨부터 끝까지다.

이른 아침에 나오셨는지 농민분들 대여섯이 참을 드시고 계신다. 고추를 심기위해 비닐을 씌우는 중인 것 같다. 좀 죄송하다. 얼른 지나간다. 모두들 일나간 마을은 개들의 천국이다. 한놈이 짖어대면 곧 온동네 개들이 난리다. 담담히 지나간다. 제발 개목걸이와 사슬이 튼튼하기를 바라면서...

아! 비둘기. 들에사는 비둘기 본적있나? 첨엔 까투리 새낀줄 알았다. 그런데 농민분이 멧비둘기란다. 엥? 저렇게 날씬해? 매일 도시의 피둥피둥 쌀쪄서 기우뚱대던 비둘기만 보다가 날씬한 멧비둘기를 보니 너무 멋지다. 사진 한방? 절대 못찍는다. 너무 빨라 촛점을 잡을 수가 없다.

 

주산면을 지나면서 고통이 점점더 심해진다. 특히나 고통때문에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이번엔 앞무릎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간다. 속도가 기어간다. 2시 겨우 줄포면에 도착한다. 어쪄나?

무리하지 말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 곰소나 갔다오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곰소 젖갈시장. 특히 육자매집 토하젖. 요거 하나면 반찬 필요없다. 늦은 점심먹고 숙소 잡아놓고 버스를 타고 토하젖을 사러 간다.

 

아! "학생은 그 큰 가방 매고 뭐하는 중여?" 곰소갔더니 아주머니가 묻는다. 신세 좋은 대학생 배낭여행 중이냐고 물으신다. ㅎㅎ 학생이란다.

 

 뒤쪽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보이다.

 아름다운 유채 밭과 허물어져가는 산이 대조적이다.

 금강 하구둑. 이제 전라도다.

 끊없는 김제 평야. 보리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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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5 19:38 2008/04/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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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2] 서산 해미에서 서천 비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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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금) 해미 - 홍성 (28.2km)

 

 

너무 무리를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역시 건조 김치국으로 아침을 마치고 해미읍을 구경한다. 바로 해미읍성이 있다. 자그마한 읍소재지에 복구된 성곽은 성의가 돋보이며 아직도 복구중이다.

해미읍성은 태종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한참 내륙인데 여기에 쌓을 정도면 왜구의 분탕질이 장난니 아니었던 것 같다. 성곽의 주춧돌이 청주, 충주, 상주, 제천, 공주 등 전국에서 깍아왔다고 한다. 애구 그거 가져올라고 석공들 얼마나 고생했을고... 그렇게 만든 성이 천주교 박해의 일등 공신였다고 한다. 1000여명이 회화 나무에 철사줄에 매달려 죽거나 생매장을 당했다고 한다.


다시 전진이다. 오늘은 발 상태를 봐서 덕산을 거쳐 홍성까지 약 20km다.

상태가 나아진 것 같다(?) 아니다. 두시간쯤 걸으니 다시 새끼 발가락 부위가 장난이 아니다. 12시 한서대라는 곳을 지난다. 이런 대학도 있나? 슬쩍 물어본다. 여기에서 홍성가는 버스 있냐고? 다행이 없단다. 얄팍한 마음을 버리고 새로난 4차선 대로를 벗어나 구길로 들어선다. 정말 이쁘다. 벚꽃에, 진달래에, 개나리에, 막 돗아나는 연두색의 새싹들에, 꾿꾿히 겨울을 이겨낸 진초록의 침엽수까지... 정말 그림이다. 정말....

그것도 잠시 고개를 죽은듯 걷는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냥 죽어라 걷는다. 정말 아무것도 못보고 홍성까지 죽어라 왔다.


여기도 역시 고기는 1인분을 안 판다고 한다. 어쩔수 없이 2인분을 시켜 배터지게 먹는다.


4월 19일(토) 홍성 - 광천 (13.2km)

이틀간 무리를 했다. 몸 한쪽에서는 오늘을 제발 쉬자고 난리가 아니다. 나도 쉬고 싶다. 그런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성배다. 위문을 온다고 한다. 윽... 어쩔수 없다. 걸어야지.


일단 건조식량 좀 챙겨다 달라고, 그리고 중등산화 포기다. 트래킹화와 샌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거리를 계산하고 보령까지는 무리다. 오늘은 짧게 광천까지 12km만 가자.

느즈막히 출발한다. 이놈의 지도 오늘도 오리무중이다 싶었는데 다행히 폴리텍 대학이 보인다. 됐다. 내 위치 확인.


오늘은 성배를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4차선 국도를 강행군한다. 국도를 걸으면 쉴때 시내버스승강장이 최고다. 의자에 떡하니 배낭 놓고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있으면 그 10분은 정말 꿀맛이다. 물론 다시걷기 시작할 때는 그 첫걸음은 지옥이다.


11시 40분 건너편에서 빵빵 댄다. 성배다. 너무 반갑다. 혼자걷기 시작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광청에 차를 대고 택시를 타고 날라온다. 택시비는 딱 7000원 들었다고 한다. 10분도 않걸렸단다. 그런데.... 2시간도 더 남았다. 우씨.


농노를 따라 걷는다. 뭐 그리 할말이 많다고 쫑알쫑알... 애구 사내놈들이.

금방 두시간을 걸었다. 숙소 잡고 오랜만에(?) 차를 탄다. 남당리항에서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었다. 정말 맛있다. 먹어봐라. 근데 너무비싸다. 1kg에 40000원이란다.

유명하다는 광천토굴도 구경하고 돼지갈비 먹으면서 젓갈달래서 먹구. 살것 같다.

고맙다. 친구놈 고생한다고 위문도 와주고...

꼭 완주해야지.


4월 20일(일) 광천 - 보령 (21.4km)

새벽에 성배가 청주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몸이 찌뿌등 하다. 그래도 가야지.

발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가나? 고통이 한층 수그러 들었다. 이건 좀 걸어봐야지 알겠지?

오늘은 보령까지 20km가 좀 않된다. 당분간은 몸을 익히기 위해 무리는 않기로 했다.


어제 봤던 젓갈집은 아무것도 아녔다. 국도변을 진짜 토굴을 갖춘 ‘광천토굴’집이 즐비하다. 들어가 볼까? 에이 아침부터 장사하시는 분들 김새게 구경만 하고 나오는게 부담이다. 그냥 가자.

내내 왼쪽에 ‘서해안 최고봉’이라는 ‘오서산’을 끼고 간다. 790m란다. 이정도면 꽤 높은 산이다. 해안가에서는... 갈대가 일품이라는데 올 가을 꼭 와봐야지.


오늘도 4차선을 벗어나 2차선 국도로 접어든다. 어... 뭔가가 나에게 덤빈다.

엄마야. 뱀이다. 일단 잽싸게 튄다. 5m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서는 카메라를 꺼낸다. 이놈 뭔놈이지? 사진보고 알려주라. 독사가 맞나보다.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10-20cm를 튀면서 대가리를 뻗는다. 혀도 낼름 거리고.... 어 꼬리를 흔든다. 방울뱀인가?

쪽팔리지만 놀란 댓가로 돌 몇 개를 던지며 화풀이를 한다.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근데 저놈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 길가에서 저러고 있지?


그 뒤로는 정말이지 갓길 풀섭에 발도 못들여 놓고 간다. 스틱까지 꺼내든다. 에구.... 어제까지만 해도 아스팔트 열기있다고 일부러 풀섭에서 걸었는데...겁쟁이 용지기

근데 어쩔수 없다. 오늘은 발목없는 트래킹화에다가 반바지 차림이다. 그리고 이런 길에서 혼자가다 물리면 누가 구해주나? 한동안 나무 막대기에도 놀랜다.


어... 고인돌이란다. 근데 고인돌이면 엄청난 역사유적인데 왜 이리 방치된거지? 가치가 없나? 나야 뭐 학자도 아니니 사진 한방 박고, 옆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가림막으로는 딱이다.

드디어 보령이다. 예전에는 대천이라 했지?

“오! 수정” 식당... 벌써 군침이 돈다. 보령시내에서 대천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면 철길 건너기전 오른쪽에 수정식당(041-936-2341)이라고 허름한 식당이 나온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먹어보면 안다. 올 초에 혼자 이거 먹으러 두시간을 달려 먹고 간 적도 있다. 바로 “빈뎅이 조림”이다. 쌈에 밥을 담고 빈뎅이 조림을 국물과 함께 올리고, 양념한 마늘을 통째로 한알 올리고 입이 터져라 집어 넣으면...

얼른 빈뎅이 먹으러 가야지.


4월 21일 (월) 보령 - 비인 (30.9km)

오늘까지 걷고 하루 쉬자. 목표는 서천군 비인면 약 20km이다.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다.

바닷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많이 가본 길이라 생략하고 국도로 관통한다.

윽... 보령시내를 지나자 마자 4차선이 2차선으로 바뀌었다. 우회로도 없는 2차선 국도다. 이런 길 정말 위험하다. 보령 - 서천 교통량은 많은데 2차선이라니... 조심해서 가자.


아니나 다를까 옥서면의 포도농장을 구경하고 가는데... 불과 30cm도 않되게 BCT (시멘트 운송 차량) 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앞만보고 가는데 시내버스를 추월한다고 난 안중에도 없이 지나친 거다. 뒤에서 욕만 죽어라 해댄다. 이 씹XX, 깨XX... 애구 열받아. 이거 백미러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좀 더 가니 풍파에 형체가 거의 없는 미륵상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잽싸게 갖고 있는 포카리스웨트 따라 놓고 빈다. “보살님 제발 사고 없이 이번 여행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오후 1시 용천읍에 도착했다. 여긴 온 동네가 석물공장이다. 석가여래부터, 호랑이, 독수리에 없는게 없다. 요즘은 주된 돈벌이가 납골당인가보다. 진짜 멋진 납골당이 참 많다. 그래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 납골당이면 되지. 땅덩이 얼마나 된다고 온통 묘지 천지냐? 하기야 우리세대 지나면 묘지 쓰라고 해도 후손들이 않 쓸거다.

그나저나 이리 석물이 많으면... 역시나 산들이 반토막이 나있다. 애구... 불쌍한 한국의 허리 잘린 산하들....


주산면을 돌아 비인면까지 가는 길... 저수지 참 많다. 오늘만 3-4개는 본것 같다. 참 이쁜데... 몸이 피곤해 카메라를 꺼낼 수 없다. 애구....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비인면.... 면소재지 답게 여관도 없다. 윽.... 내일까지 쉬어야 하는데 어쩌나? 서천까지 버스타고 나가서 쉬고 모래 아침에 다시 오자. 그리고 걸으면 되지. 뭐 어때 내 맘인데...

 

 홍성 한복판에 위치한 조양문

 남당리 항에서 갈매기와 한 컷

 

 누가 요놈 이름 좀 알려주소

고인돌 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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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20:32 2008/04/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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