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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03건

  1. 2008/09/08 하이닉스 비정규직과 전교조 (1)
  2. 2008/08/31 6개월간의 연수휴가를 마치고
  3. 2008/08/17 주왕의 전설! 주왕산을 가다
  4. 2008/08/06 해적 아빠되다. 하조대에서 통일전망대까지
  5. 2008/06/20 [전국돌아보기17] 속초에서 통일전망대까지 (1)
  6. 2008/06/16 [전국돌아보기16] 동해에서 속초까지
  7. 2008/06/12 [전국돌아보기15] 울진에서 동해까지
  8. 2008/06/09 [전국돌아보기14] 경주에서 울진까지
  9. 2008/06/03 [전국돌아보기13] 부산 송정에서 경주
  10. 2008/05/29 [전국돌아보기12] 마산에서 부산 송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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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비정규직과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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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이 마무리 된지 1년여가 넘어가고 있다. 하이닉스 비정규직 동지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다행히 밝은세상(노사 합의로 하이닉스 내 자판기 등 운영)을 운영하고 있는 동지들은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일부는 생산현장에 파견직, 계약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일부는 보험모집인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일부는 사업을 한다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는 아직까지 백수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그런 하이닉스 동지들 중 40대 중반 가장들은 아이들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이닉스 투쟁 3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초등학교 후반부와 중학교 시절을 엄마, 아빠 없이 홀로 살아가야 했던 아이들이 대부분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들이 소위 문제아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소위 '일진'이 되기도 하고, 몰려다니며 가출을 하고, 폭력까지 휘두른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아빠들은 학교에 불려 다니기 일수란다.

아빠는 늘 투쟁의 현장에 있어야 하고, 그나마 남는 짬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엄마 역시 가족대책위로 뛰어다니고, 아빠의 빈자리 가정경제를 도맡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방치 될 수 밖에 없었고 문제아로의 탈선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서 소외된 아이들. 그 아이들의 당연한 선택은 그런 잘못된 일탈일수 밖에 없었을 거다. 그래서 지금 이 아빠들은 그 문제아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한번 치지도 못한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었다. 담임이 전교조 조합원이었다고 한다. 그런 담임이 아이의 아빠가 하이닉스 비정규 투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따로 불렀다고 한다. ‘너희 아빠는 이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싸우시는 위대한 분이다. 잠시 동안 너희를 돌보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도 견뎌내야 한다’며 아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아이의 학비 등 경제적 도움도 아무도 모르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 아이는 공부를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교조 소속 담임선생님의 보살핌으로 반장을 맡는 등 학교생활을 잘해 나간다고 한다.

물론 문제아 아이들이 계속 문제아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아빠 엄마의 보다 적극적인 대화와 관심속에 돌아올 거라 믿는다.

서울의 부자들은 수백만원 짜리의 학원에, 수천만원짜리 해외연수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다수의 엄마, 아빠은 몇만원짜리 학원을 보내기 위해 고단한 노동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전교조 동지들이 새삼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런 현실속에서 공교육의 강화가, 전교조의 존재가, 참교육의 존재가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전교조 선생님들 파이팅. 

 

전교조 충북지부는 성과급 반납 투쟁을 벌이고 그 돈을 하이닉스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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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14:53 2008/09/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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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의 연수휴가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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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연수휴가가 오늘로 끝이다. 그런 휴가가 있다는 자체에 놀라면서 ‘신의 직장’이라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민주노총이 신의 직장이라...

하기야 6개월의 휴가는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없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 이 엿같은 휴가체계 투쟁으로 바꿔야 한다. 육개월까지는 아니더래도 최소 2주에서 한달정도의 여유있는 휴가가 절실하다. 그럴때 스스로의 노동력을 재정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지금처럼 연월차 있어도 제대로 사용못하고 그놈의 돈 몇푼으로 대처하고, 좀 여유있는 정규직노조의 경우에나 그나마 일주일 하계유급휴가가 있는데 이것도 애들 데리고 강원도 한번갔다오면 휴가철 길막혀서 이틀은 차에서 보내야 하는 휴가도 아니다. 유럽처럼 최소 한달이상의 하계휴가가 보장된 경우 일년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새롭게 자신을 정비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다. 우리노동자들도 반드시 이런 휴가 쟁취해야 한다.


내경우도 역시 그동안 10년이 좀 넘는 시간동안 내 모든 것은 ‘노동자’에 걸어왔다.  1500만원이 넘는 벌금과 수차례의 연행과 1년 6개월의 실형... 우스게 소리로 전과 10범이라며 흘려 보내지만 그만큼의 무게로 내 어깨를 짓누르기도 했다. 이번 연수휴가는 그 10년의 무게를 털고 새로운 나자신을 만들어갈 소중한 시간이었다.


6개월 동안 도보여행과 가고 싶었던 거의 모든 곳도 가고, 삼촌으로 해주지 못했던 조카들과의 여행도 해보고, 정말 다 해봤다. 이곳에 많은 자취를 남기려 했지만 천성이 게을러서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다만 정말 아쉬운 것. 청주지검 공안검사의 말도 안되는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그리도 가보고 싶었던 쿠바와 독일, 캐나다, 안나프르나를 못가본게 한이 된다. 꼭 가보고 싶었었는데... 언제 가보려나.


신성한 노동이 자본가의 아귀같은 이윤추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죽은노동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신성한 노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바로 그 아귀같은 이윤추구를 근절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노동자의 몫으로 온전히 가져올 때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다.


불가능하다고? 아니 절대로 가능하다.

수많은 이들이 그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다. 쿠바가 그러하고 독일이 그러하다. 아니 이미 그 명을 다했다는 소련과 중국 민중들의 가슴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그려지고 있을 수도 있다.

기륭전자, ktx,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의 가슴속에 간직한 세상이 조금씩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너무 조급해 하지말자. 장기적인 관점속에 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삶의 구석에 내몰린 소외된 비정규, 영세 노동자들, 민중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파괴하는 잘못된 습관을 버리자. 우리가 원하는 세상도 건강해야 그 끝을 볼수 있는 거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기자. 이미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면 동지들과 어깨 걸고 여유롭게 당당히 나가자.

운동도 건강해야 할수 있다.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공고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잡초의 근성으로 자본의 벽을 뛰어넘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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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1 19:42 2008/08/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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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의 전설! 주왕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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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주왕의 전설이 배어있다는,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으로 자리한, 주변의 주산지와 함께 아름답기로 유명한 주왕산. 그럼에도 경북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한다는 청송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가보지 못했던 주왕산을 간다.

 

저녁 늦은 시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반드시 한번은 들른다는 주산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진으로 보던 그 아름다운 절경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에구... 재수도 없다.

늦은 시간 주왕산 야영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을 먹는다. 국립공원 관리원들이 퇴근한 이후라서 공짜야영을 한다.

 

일찌감치 아침을 해결하고 주왕산으로 오른다.
산 초입부터 웅장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당당히 선다. 초입 주왕이 은거하며 적장과 대치할 때 대장기를 세웠다는 기암이 대전사의 연꽃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연꽃을 접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대전사에서 마치 산보하듯 걷는 산행길은 탄성의 연속이다.
신라시대 왕위를 양보하고 은거한 이의 식수를 위해 계곡의 물을 길러 올렸다는 급수대, 사람의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시루봉, 1,2,3 폭포, 함께 어우러진 소와 담, 암봉 모두 장관이다. 오늘 눈이 참 호강한다.
불과 4km정도되는 이 산행길은 정말이지 너무 아름답다. 경사도 거의 없고, 아이들과 어머니, 아버님들 역시 무리없이 오를 수 있는 길이다. 꼭 한번 와볼만 하다.

 

산행길이 이제 주왕산으로 방향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산보와 달리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30분 가량 가자 후리매기 고개가 나완다. 후리매기를 지나서 능선을 타다가 곧바로 가파른 산행이 시작된다. 룰루랄라하던 산행이 여기서는 온몸의 땀을 쪽 빼낸다. 그런데도 시원한 능선 바람으로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다. 1시간여의 고행끝에 칼등고개에 오르고 거기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20분도 채 되지 않아 주왕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은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시야가 막혀있다. 실망이다. 그런데 하산길 곳곳에서 주왕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탁트인 전망대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 길 장난이 아니다. 계속 45도의 내리막이다. 거꾸로 산행코스를 잡았으면 '악' 소리 났겠다.


산 중간 중간 등반로를 정비하는 분들의 구슬땀이 곳곳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등산객들의 안전과 산림의 홰손을 막기위해 설치되는 계단은 그 의도와는 달리 눈살을 찌쁘리게 한다.
주왕산의 기암을 보며 내려오는 하산길은 거꾸로 땀을 절절 흘리며 오르는 이들을 바라보는 즐거움까지 더해 날아갈 것 같다.

 

4시간 30분 정도의 산행. 코스 선정은 오늘 코스를 거꾸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갔다. 주왕산까지 급경사를 1시간 반정도 온몸의 찌꺼기를 땀으로 배출하고 능선길 걷다가 피로한 심신을 제3폭포부터 시작된 비경에서 풀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폭포 아래서 운이 좋다면 알탕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거다. 알탕이 어려우면 족탕이라도... 산행의 피로가 확 풀릴 거다.

주왕산. 정말 꼭 가볼만한 산이다. 

 

 물빠진 주산지의 왕버들. 참 별로다.

 연꽃과 대전사, 그리고 기암

 급수대

 시루봉

 제1폭포

 제2폭포

 제3폭포

 주왕산 정상이다. 아마 국립공원 중 제일 낮은 산일 거다.

 곳곳에 일제 강점기의 잔해가 남아있다. 송진을 채취했다는데...

 아름다운 주왕산

 3대 암산으로 꼽힐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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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13:12 2008/08/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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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아빠되다. 하조대에서 통일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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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의 도보행을 마치고 발이 풀리지 않아 푹 쉬었다. 그러면서 차로 내가 지나온 길을 지나봤다. 참 많이도 걸었다. 그런데 차로는 4박 5일만에 완주를 끝냈다. 약간은 허무했다.

 

그러던 중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조카놈들이 내가 지나온 길을 보고 그 길을 걷고 싶다고... 박세호 중학교 1학년, 세준 초등학교 4학년. 참고로 어려운 것 모르고 자라서 많이 힘들거라고...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이놈들에게 해준 것 하나 없어 이번에 세상사는 것 한번 제대로 느껴보자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코스는 고민 고민 끝에 통일전망대에서 역으로 환산해서 잡기로 했다. 처음에는 하루 25km정도를 잡으려 했는데 첨 걷는 애들에게 무리라는 중론으로 인해 20km로 줄여 3박 4일 약 80km의 코스를 잡았다. 이 역시 무리라 했지만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7월 28일 (20.7km) 새벽 3시 김밥하나 먹이고 하조대로 출발한다. 9시 하조대에 도착한다. 다행히 주차비가 무료란다. 4일치의 식량과 텐트, 침낭을 나누어 30L, 40L, 80L 배낭을 매고 씩씩하게 출발한다. 이번에도 내 배낭은 머리위로 불쑥 솟았다.

35도 가까이 되는 뜨거운 날씨에 아스팔트의 지열에 땀은 비오듯 한다. 이놈들 매어준 머리띠는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물을 짜내야 할 정도다. 그런 와중에도 2시간정도 씩씩하게 걷는다. 그러더니 역시 양양공항을 우회하는 도로부터는 슬슬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도저히 이 상태로 쵸코바 하나 먹이고 길을 가는 건 무리다. 마침 막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막국수 한그릇 먹고 나니 힘이 절로 난다.

 

설악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양양 남대천에 이르러서는 죽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바로 앞에 낙산사가 있는데도 그냥 지나치잔다. 허허... 그래 그 고통 안다. 알아. 일단 목표를 완주로 잡고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자.

저녁 6시 오늘의 목적지 물치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정말이지 힘들게 왔다. 텐트를 치고 모기장이 쳐진 방갈로 2만원에 빌려 저녁식사를 한다. 꿀맛같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애들에게 기본적인 도보행의 수칙들을 숙지시킨다. 그리고 고통속에 이룬 성취의 기쁨을 위해 힘들더라도 꼭 완주할 것을 다짐받는다. 근데 이놈의 해수욕장이 바로 길 옆이라서 그런지 밤새 차소리와 취객들의 폭죽소리에 잠을 못이루게 한다.

 

 

둘째날인 29일(25.6km) 새벽 6시에 눈이 절로 뜨인다. 아침해가 뜨는 동해바다이니 벌써 훤하다. 처음먹어보는 냉동건조 비빔밥에 신기해 하며 열심히 먹는다. 오늘도 35도가 넘는 불볕더위란다. 죽었다.

오늘은 돈이 좀 들더라도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 물이 아닌 이온음료로 물통을 가득 채운다. 맘씨좋은 슈퍼아저씨 애들 챙기라며 구운소금을 챙겨주신다. 이놈들 난생처음 소금을 생으로 먹어가며 뜨거운 하루를 시작한다.

 

연신 헉헉 대는 세준이가 거의 죽을 지경이다. 덜컥 겁이난다. 귀한 자식 데려다 몸상하면 큰일인데, 더욱이 며칠전 도보행을 하던 여대생이 죽었다던데... 1시간 걷고 10분 쉬던 패턴을 30분 걷고 10분 쉬는 것으로 바꾼다. 그래도 장난아니다. 그나마 세호는 형이라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기특한 놈.

 

활력은 엉뚱한데서 나온다. 다 죽어 가던 애들이 속초 초입에서 뱀을 보고는 난리다. 하기야 난생처음 뱀을 그리 가까이서 봤으니 당연하겠지. 다행히 풀뱀이라 위험하지는 않다.

 

뱀에 힘을 받고 속초로 들어선다. 북한 실향민이 모여산다는 아바이 마을을 지나며 특미라는 순대를 먹는다. 아바이순대와 오징어 순대. 참 맛있다. 그런데 세준이가 더위를 먹었나 영 먹는게 시원치 않다. 그래도 어쩌냐 갈길을 가야지. 동네 명물인 갯배를 타고 다시 갈길을 간다. 이놈의 더위는 수그러들지를 않는다. 큰일이다. 더욱이 세준이가 사타구니가 쓸리기 시작했다. 온통 베이비파우더 범벅을 만들어 가며 강행군이다.

 

청간정, 청학정 그 아름다운 정자도 1km정도를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친다. 그래 완주가 목표다. 가자. 힘들긴 힘든가 보다. 거의 초주검이다. 내 종아리는 소금으로 뒤범벅이다. 목표지점에서 약 2km전인 삼포해수욕장에 짐을 푼다. 도저히 갈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세호와 내가 발에 물집이 잡혔다. 바늘로 수술(?)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둘을 텐트에서 재우고 해먹에 몸을 뉘인다. 동해라서 그런지 제법 쌀쌀하다.

 

 

30일 (20.8km) 해수욕장의 느긋함을 깨고 또다시 도보행을 시작한다. 세준이 눈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하늘이 온통 먹구름이다. 누나에게 연락을 해보니 오늘 맑단다. 이거 기상청 영 믿음이 안간다. 그래도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송지호 철새도래지를 지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슬비라서 무리는 안된다. 간성읍을 코앞에 두고 빗줄기가 세어진다. 음.... 일단 좀 기다려 보는데 누그러질 태세가 아니다. 우비를 입고 행군이다. 그런데 빗속을 걷다보면 비맞는 것보다 차들이 지나가면서 뿌려대는 파편이 더 힘들다. 다행히 앞에서 내가 서행을 유도하면 서행해주고, 덤프의 경우 옆차선으로 피해가는 등 배려를 해준다. 그런데 이놈의 시내버스들... 안중에 없다. 그냥 100km 가까운 속도로 쌩쌩 지나친다. 정말 너무한다.

 

간성읍. 맛나게 먹었던 항아리 자짱면집에서 영양보충을 한다.

오늘의 일정은 반암해수욕장이었는데, 비속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는게 영 개운치 않다. 애들과 상의를 해본다. 좀 힘들더라도 거진읍까지 가서 난생처음 여관이라는데서 자보자고 꼬신다. 사실 내가 비를 맞아 찝찝해서 더 강조를 한다. 세호는 해먹에서 자보고 싶어 텐트를 주장했지만 삼촌말에 복종을 한다.

 

좀 무리를 한다고 하지만 애들에게는 많이 힘든가 보다. 세호 녀석이 비몽사몽 차가 오는 것도 못보고 찻길쪽으로 쏠린다. 아찔하다. 좀 따끔할 정도로 혼냈다. 위험천만이니 어쩔수 없다. 마지막 밤. 거진의 목욕탕에서 푹 찜질도 하고 시원한 에어컨 속에 단잠을 청한다. 그런데 에어컨 리모컨 배터리가 다 되어 22도 설정속에 셋이 침대에서 꼭 껴안고 자야 했다.

 

 

 

31일 (12km)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12-14km정도 남아있어 쉬엄 쉬엄간다. 매형과 누나가 통일전망대로 마중을 나오기로 해서 그 시간대도 맞춰가기만 하면 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벌써 길이 막힌다고 2시에 만나기로 했던 것을 늦추기로 한다. 그런데도 이녀석들 행로 바로 옆의 이승만,김일성별장, 해양박물관 들어가자니 차라리 쉰다고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깔끔떨던 녀석들이 이제는 풀썩 풀썩 아무데나 주저 앉는다. 이승만 별장앞에서 해먹을 치고 번갈아가며 쉬기도 하고 강원도 명물 옥수수로 점심을 때우며 느긋한 도보를 한다.

 

그래도 힘들긴 힘든 법. 3-4일째가 가장 힘들다. 통일전망대 신고소를 2km 앞두고 내 장난에 세준이가 골을 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어찌 보았는지 매형의 차가 옆을 지나가자 더욱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앞의 차를 보지 않고 간다. 마지막으로 따끔하게 주의를 주고 마지막 길을 간다. 100m앞 누나와 막내 세민이가 오색테이프로 종점을 알려준다. 이녀석들 어디서 힘이 나는지 뛰어간다. 허허.

 

기특하다. 79.1km. 난생 처음 해본 도보행. 정말이지 중간중간 포기해야 되나 많이 고민했다. 이 녀석들도 포기하고 싶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 힘든 시련을 거치니 마지막 뛰어갈 힘이 나는 거겠지. 아마 많은 것을 느꼈을 거다. 그 느낌들 꼭 기억했으면 한다. 모든 것은 첫걸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 도보행을 하면서 들은 두가지 말들.

“아빠가 참 대단하다. 애들 인내심 키워주려 그 고생을 하다니...” Vs “아빠가 너무한거 아냐? 애들 다 죽이겠네”

어떤게 되었던 아빠가 되었다. 울어야 할지... 그래도 좋다. 완주를 했으니. 그동안 못했던 삼촌 노릇 한방에 만회했다.

 

 

 

전국의 엄마, 아빠들! 애들 애지중지 어려움 없이 키우지 말고 올 여름 도보행 한번 시켜보소. 정말 애들한테는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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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6 13:21 2008/08/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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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7] 속초에서 통일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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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속초에서 고성군 간성읍까지 (23.9km)

아침에 발바닥에 붙인 파스를 떼어내다가 아뿔사 굳은살이 속살까지 같이 떼어져 버렸다. 이거 장난 아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큰일났다. 발로 먹고사는데 오늘 하루 죽음이다.

그래도 간다. 내일부터 장마라더니 온통 먹구름이다. 그 아름다운 설악산이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울산바위가 밑둥부터 잘려져 보이질 않는다. 설악산이 나를 거부한다. 이렇게 눈대중으로 보지말고 제대로 와서 종주하라고 하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꼭 휴가기간 안에 와서 직접 품에 안기지요.

 

청간정이란다. 관동팔경 중 하나라는데 이층짜리 누각이 참 이쁘다.
관동팔경, 그중 남한에는 낙산의 의상대, 간성의 청간정,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이 있단다. 미리 알았으면 챙겨볼 것을... 지나왔으면서 보지 못한 곳이 삼척의 죽서루다. 아깝다. 망루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정말 이쁘다. 맥주 한잔이 간절하다.

청간정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청학정이란 정자가 있다. 규모나 아름다움은 청간정보다 떨어지는데 주변은 참 잘 꾸며져 있다. 민가 인 듯한데 아기자기한 조각들을 집 밖에 전시해 놓고 시들을 전시해 놨다. 청학정에서 바라보는 바위들은 올망졸망한게 이런 저런 형상을 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군대 훈련이 집중되는 시기인가 보다. 하루 종일 군용트럭이 왔다 갔다 하더니 농로로 K-1전차가 지나간다. 이 동네에 기계화여단이 있나보다. 그런데 달랑 한대다. 좀 있더니 엄청난 캐퍼필더 소리가 나면서 장갑차와 자주포전차가 떼로 몰려온다. 그 굉음이란... 그런데 장갑차가 구형 미제장갑이다. 6.25때 쓰다가 놓고 간 것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대단하다.
기계화사단은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가 호세월이다. 왜냐고? 기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전차와 장갑의 무시무시한 기름값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훈련기간을 줄이거나, 심할때는 훈련을 취소하기도 한다. 그럼 병사들은 봉잡은 거다. 94년인가 95년에도 유가가 엄청 올라 훈련 다 취소해서 엄청 편하게 군생활을 한 기억이 난다.
군장비 참 많이 발전했다. 군 전투배낭이 내 배낭처럼 잘 나와있다. 어 fp인커버도 있다. 그러고 보니 병사들 헬멧도 미군처럼 귀까지 내려온다. 세상 참 좋아졌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개처럼 끌려간...

 

먹구름이 몰려온다. 송지호를 주변으로 계속이어진 해수욕장들... 참 이쁘다.
향후 동해 종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보 하나.
종주는 통일전망대에서 거꾸로 내려와라. 그래야 경치 구경하기 좋다. 길 왼편에서 걸으니 바로 옆이 바닷가다. 나처럼 남해에서 올라가면 길 건너가 바닷가라 한계가 있다.

 

화물차다. 어... 화물연대 파업중인데?
아! 현대아산 현대택배 화물차다. 금강산에서 화물을 실어오나 보다. 고성이다.

 

6월 18일 하루 휴식
고성군 고성읍은? 허리 잘린 한반도의 위쪽에 있다. 동네사람들이 위 아래로 나뉘어 평생을 적으로 살아온 동네다. 그 아름다운 금강산과 설악산이 잘려버린 동네가 바로 고성이다.


현재 고성군청은 남한의 간성읍에 있다. 고성읍은 북에 있다. 예전 금강산 해로 관광시 배가 내렸던 장전항이 고성읍이다. 분단의 역사는 이제 종말을 고해야 한다. 남측이나 북측이나 권력을 장악한 이들 모두의 책임이다. 아니 민초들의 몫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비다. 근 삼주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푹 쉬자. 그런데 간성읍. 쉴곳이 없다. 숙소도 최악이다. 공현진 해수욕장으로 물러나 푹 쉰다.

 

6월 19일 간성에서 통일전망대까지 (19km)

두달여의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저녁 그친 비로 아침 일출을 기대하며 또다시 새벽 4시 30분 일어났다. 저멀리 바다는 구름이 걷혀져 있다. 그런데... 아니다. 저 멀리 해무가 끼어 있나보다. 해가 또다시 실패다. 동해 일출하고는 정말 연이 없나보다.

 

간성읍. 아침부터 포소리 요란하다. 정말 깜깍 놀란다. 이놈들 동네 옆에서 포사격을 하면 어쩌냐? 읍내에서 1km도 채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똥포들이 굉음을 울리며 쏘아지고 있다. 좀 멀리가서 하지. 하루 종일 저 소리 들으며 가야할 팔자갔다.

 

남은길이 아쉬워 발걸음 떼기가 싫다. 그런데 하루 쉬었다고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다. 아끼면서 살살가야 하는데...
할아버지 자전거족 10여명 떼로 몰려 간다. 저분들도 통일전망대를 가는가 보다. 서로 환호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환영한다.

 

화진포란다. 이승만 초대대통령, 이기붕 부통령, 김일성 별장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호칭을 붙였으면 다같이 붙여주지 누구는 대통령, 부통령하면서 김일성만 호칭이 없다. 이왕 불러주는 것 김일성주석 별장이라고 해주지. 에구 쫍쌀들...
호수와 갈대, 해당화의 환상적인 조화, 그리고 이어진 넓디 넓은 모래사장과 쪽빛 바다. 그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별장. 동해로 가는 금구도...
정말 아름답다. 내가 본 해수욕장 중 2위다. 예전엔 군부대가 출입을 통제했는데 풀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이쁘다.

남한 마지막 등대인 대진등대, 금강산 콘도가 행로가 거의 다 되어 감을 알려준다.

 

11km를 남겨둔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민통선 안이라서 걸어서는 못간단다. 카풀해서 가란다. 다행히 젊은 커플 차를 얻어타고 간다.
3시 통일전망대다. 저 멀리 채 10km도 안되는 곳에 금강산이 우뚝 서있다. 금강산. 꼭 한번 가 보면 좋다. 민족의 영산이란 표현이 왜 따라 다니는지 알 수 있다. 한정된 등산로지만 가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11km를 걷지 못하고 공짜로 왔다. 이길 꼭 걸어보는 날이 왔으면 한다. 아니 내친김에 백두산까지 걸어서 갈날이 왔으면 한다. 올테지.

 

이제 뭐한다냐? 원 없이 걸었다. 두달여 1445.5km를 걸었다.  아직도 발은 뜨끈 얼얼하다. 뭔가 한 없이 허전하다. 막 기뻐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느낀 점.

사람 구경 할 것 아니고 해수욕장 가고 싶으면 경포대 같은 곳 가지말고 해변을 따라 가다가 맘에 드는 곳에서 정착해라. 동해는 너무 좋은 곳이 널려있다.

 

나처럼 혼자 장기간은 아니더라도 같이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 구간을 정해서 걸어봐라. 차타고 가면서 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 너무나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꼭 한번 해봐라. 2박 3일 정도 좋은 코스 잡아서...


그리고...

모든 길은 첫걸음부터 시작된다.
오늘 최선을 다해라.
오늘은 내가 살아갈 남은 인생의 첫날이고, 어제 죽은 이가 가장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하루 하루 후회없이 살아라.

   

속초 영랑호에서 바라본 설악산. 온통 구름에 잘려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

 청학정이다. 두달을 나와 함께 한 배낭도 한컷

 청학정 옆의 가도. 흔들바위가 위태 위태 하다.

 청학정 옆 바위. 숨은 그림 찾기 고래 손 코끼리머리속불상

 비 갠 후 공현진 바닷가의 일몰

 공현진에서의 일출. 해 아래 해무가 잔뜩 끼어 있다.

 바위 섬 위 갈매기가 날개를 말리고 있다.

 훈련중인 자주포 전차

 훈련중인 고물 장갑차

 똥포가 하루 종일 귀를 괴롭힌다.

 한국군의 자랑이라는 k-1전차

 해당화와 어우러진 화진포호수

 화진포의성. 김일성 주석 별장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 해수욕장.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남쪽땅 마지막 등대. 대진 등대

 민족의 영상 금강산. 좌측으로 육로가 뚫려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부처님과 성모 마리아

 주인을 잘못 만나 두달여 죽을 고생을 한 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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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10:54 2008/06/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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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6] 동해에서 속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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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동해에서 정동진까지 (29.9km)
열심히 길을 가자. 묵호항이다. 회나 한접시 먹으려 해도 아침이라 회파는 집이 없을 것 같다. 그냥 간다.
망상해수욕장을 지나자 마자 강릉시란다. 벌써 강릉이다.


옥계로 접어든다. 길거리 노상의 참외장수 아저씨가 내 차림새를 보더니 참외하나 먹고가란다. 어쩐지 인심이 좋더라니 충남 당진사람이란다. 무역회사 다니다 사업도 하고 인도에서 살다가 강릉에 2년전 정착을 했단다. MTB를 전문으로 하는데 몇년전 자전거로 전국을 돌았단다. 어쩐지 뚜벅이에게 너무 친절하시다 했더니 경험자였다. 푹 쉬고 공짜 참외까지 얻어먹는다.

옥계면으로 들어선다. 지친다. 면 초입의 식당에 들어가 주고 싶으신 것 달라했더니 오늘 오징어회덮밥이 맛있단다. 배낭을 보더니 알아서 곱배기로 주신다. 열심히 먹고 김치를 부탁했더니 꽉꽉 눌러서 주신다. 감사합니다.
옥계 해수욕장. 두번 와봤다. 그런데 비만 맞고 해수욕도 제대로 못했었다. 역시나 답답한 철조망이 길을 막아선다. 짜증이다. 공사때문에 물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 놓는데 시원해서 좋긴 한데 물보라 때문에 죽을 맛이다.

 

자전거족이 스쳐 지나간다. 50대 중반? 굉장히 정중하게 인사를 해오신다. 뒷면에 '암환자 가족에게 희망을'이란 몸벽보를 하셨다. 아마 저러고 부산까지 내려가시는 것 같다. 자신이? 아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고통을 고행으로 극복하시는 것 같다. 괜히 숙연해 진다. 부디 암이란 몹쓸병 이겨 내시길...

금진항을 지난다. 수로부의 설화가 담긴 곳이란다. 신라 성덕왕때 강릉태수로 가던 순정공과 그의 부인 수로이 이길을 가다가 높이가 천길이나 되는 절벽위의 철쭉꽃들을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엄두를 못내는데 한 노인이 길을 지나다 그 꽃을 꺽어 바치며 불렀다는 그 길이다. 미쳤다.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자기 목숨을 내놓다니...
자주빛 바위 끝에,
잡으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날 아니 부끄리시면,
꽃을 꺾어 받자오리이다.
금진에서 상곡간이 바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헌화로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쁘다. 가볼만 하다. 그 가운데 좀 민망한 합궁골도 있다. 남녀가 여기에서 같이 빌면 백년해로 한단다. 그길 가족끼리 차로 와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 참 좋을것 같다. 지금은 낚시꾼 천국이다. 온통 바위낚시에 여념이 없다.

 

헌화로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산길이다. 산위는 온통 감자밭이다. 강원도다. 감자꽃이 참 이쁘게 피었다. 농부들에게 인사하고 간다.
목적지가 눈앞이다. 저멀리 칠팔십 미터의 분지위 뱃고동소리와 갈매기 소리로 시끌하다. 엥 정동진은 항구가 아닌데... 썬크루즈인지 뭔지 하는 리조텔에서 내는 소음이다. 앞두 구분은 좀 하지.
정동진이다. 두번을 와봤었다. 물론 남자들끼리... 두번 다 일출을 못봤는데... 내일은 꼭 봐야겠다. 그런데 불황은 불황인가 보다. 세상에 약간 안쪽이지만 모텔이 2만원이다. 금요일에 말이다.


6월 14일 정동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5km)

일출을 보려고 4시 30분 일어났다. 급히 모자와 카메라만 챙겨서 해변으로 나간다. 좋은 위치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그런데... 온통 구름이다. 제길 그래도 조금이라도 해가 보일라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그런데 꽝이다. 오늘도 정동진의 일출과 인연이 안 닿나 보다.
정동진. 드라마 하나때문에 일약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룬 동네. 시가지가 크루즈호가 생긴 이후 역에서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사가 않된다고 난리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모텔로 인해 과잉경쟁으로 피가 마른다고 한다. 이만 떠난다.

 

그런데 강원도 홍길동과 어떤 연관이 있나? 시내버스 타는 곳이 온통 홍길동 심벌이다. 홍길동 처럼 신분제도 철폐와 부패비리 척결, 율도국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가 나선건가? 의미도 모른체 얄팍한 상술로 상품화 하는 강원도... 싫다.
통일공원이란다. 그런데 통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남한의 우람한 전함이 몇년전 떠내려온 조그만 북한의 잠수함을 압도하듯 대치하고 있다. 결국 남한의 우수한 군사력으로, 경제력으로 흡수통일 하겠다는 바람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통일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바닷길 참 이쁘다. 언제 부터인지 산길이 없어지고 나즈막한 해안도로다. 그런데 역시 예의 그 철조망때문 다 버렸다. 빨리 통일이 되서 이 철조망 좀 치워버렸으면 좋겠다.

 

안인진 다시 내륙이다. 오늘도 날씨가 꾸물 꾸물하다. 한바탕 비라도 내릴 것 같다.
엥? 한글에 이런 표현이 가능한가? 모전리 '뙡'마을. 마을 이름 한번 희안하다. 그런데 써지긴 한다. 컴퓨터에서...

강릉이다. 살았다. 충주는 사과가 가로수더니 강릉은 가로수가 온통 감나무다. 강원도 날씨에 잘 맞나?

오죽헌으로 간다. 볼건 보고 가야지. 앞부분 부터 난리다. 세계최초 모자 화폐인물의 탄생지라고... 이율곡과 신사임당의 집인데 오천원권과 새로나올 오만원권의 모델이 됐다고 명소로서 모셔진다. 신사임당이 신권의 모델로 선정될 때 여성계에서 엄청 반대했단다. 이유는 수퍼우먼이니까. 차라리 황진이가 낫질 않았을까? 정말 검은 대나무가 있다.
볼거리가 몰려온다. 강릉의 자랑인 관노 가면극이 펼쳐진다. 그런데 내용은 뭐 양반과 상놈들의 화합이라나 뭐라나. 조금 보다 나간다.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진다.
농로길로 경포대로 향한다. 초당 순두부가 바로 강릉인가보다. 400년된 집,100년된지 원조 순부두집들이 즐비하다.

 

경포대. 날이 더워지니까 손님이 몰린다고 한다. 그런데 좀 너무하다. 모텔비가 10만원이란다. 강릉시내로 후퇴한다. 2만원짜리 여관방을 잡는다. 비가 본격적으로 온다.

 

 

6월 15일 강릉에서 양양군 하조대까지 (35.1km)

다시 경포대로 온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리다니 모래사장과 완만한 해변이 역시 동해 최고의 해수욕장이다. 사천항까지 자전거도가 잘 나있다. 경포로 놀러오면 해수욕만 하지말고 자전거 빌려서 사천항까지 왔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머리위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저온현상까지 겹쳐 춥다. 한시간 정도 걸으니 다행히 먹구름이 서쪽으로 밀려난다. 다행이다.
길거리에 풀빵집이다. 왠지 먹고 싶다. 아침도 초코바로 때웠다. 풀빵 9개 2000원이라더니 내 이야기 듣더니 20개도 넘게 준다. 정말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어디든 맘씨 좋은 분들이 너무 많다. 살만한 세상이다.

 

일요일 12시 주문진항... 장난아니다. 버글거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온통 상가가 어디서 왔는지 관광객들로 꽉찼다. 상가들... 뭐 고향집 애용을 노려서인지 다 간판이 조치원집, 청주집 등이다. 좀 심한 데는 공주대전부여집이란다. 바로 옆 항구에서는 방금잡은 듯 한 꽁치인지 고등어인지를 즉석에서 사고 판다. 그래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다.
방파제와 철조망에 가려져 해안도로 없어진다. 대신 양양해변 자전거도로 참 잘해놨다. 주문진에서 남애항까지 철조망만 없음 두세번째로 아름다운 길일 거다. 정말 철조망만 없으면... 대신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가족단위로 와서 야영을 하거나 주문진 등 인근에 숙소잡고 당일치기로 와보기엔 좋을 듯 싶다.


남애항. 늦은 점심을 먹는다. 물회를 시켰는데 오징어 해상 멍개가 들어있는 물회다. 이 회도 참 시원하고 맛있다. 물회는 정말이지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4시 30분 너무 피곤하다. 2주 동안 하루도 안쉬고 강행군 했다. 인구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모텔이 4개가 있는데 무조건 4만원이란다. 절대 한푼도 못깍아 준단다. 그럼 안잔다. 나와서 내친김에 하조대까지 가자.
잔교리에서 만난 한 아저씨씨가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하조대 가서 황소식당에서 밥먹고 모텔 소개받으면 쌀 것이란다. 감사합니다.
38선 휴게소다. 우와 정말 많이 왔구나. 여기... 몇년전에 왔다가 금방 산 휴대폰 빠뜨렸던곳이다. 아픈 기억이다.


마지막 진이 다 빠진다. 하조대까지 죽어라 간다. 엘마콘도텔. 요즘 추세다. 모텔을 콘도식으로 개조하는 숙박시설. 보통 5만원에서 7만원 달란다. 소개받고 가니 3만원이란다. 전망좋은 5층에서 끝내준다. 하조대 해수욕장. 모래사장도 넓고 참 좋다. 추천 2순위다.

 

 

6월 16일 하조대에서 속초시까지 (32.8km)

일출을 찍을 욕심에 다시 4시 30분 기상이다. 나와 보니 바닷가에 구름 한점 없다. 부지런히 하조대로 올라간다. 인상부터 써진다. 온통 철조망이다. 꼭 내가 죄지은 놈같다. 제길... 하조대에 오르니 다 맑은데 해뜨는 지점만 구름 투성이다. 5시 2분 해가 뜨긴 떴나보다. 일출하고는 운이 않되나보다. 투덜거리며 내려온다. 정말 이쁜 해변 철조망 쳐놓고 군발리 휴양소란다. 민간인은 절대 못들어가는...
오늘 갈 길 지도를 챙긴다. 20여장이 넘는 지도가 달랑 한장남았다. 마지막 장이다. 오늘로 딱 두달째다. 뭐 며칠은 이런 저런 이유로 빼먹었지만... 남은 거리를 계산해보니 3일이면 끝이다. 왠지 서운하다.


원래는 이어서 금강산을 가려했다. 그런데... 여기도 외국(?)이라고 미리 여행사를 통해야 한단다. 신원조회까지 한단다. 나는? 또 퇴짜겠지. 제길. 설악산은 곧 장마가 온단다. 일단 장마전에 이번 행로나 끝내자.

까마귀가 조그만 새에 쫗겨 다닌다. 그 커다란 놈 두놈이 한놈의 조그만 새한테 쩔쩔매며 도망다니다 결국 저 멀리 산속으로 추락한다. 제비처럼 생겼는데... 제비는 아니고 뭔 새냐?
양양 공항을 지나니 바로 좌측에 설악산이 보인다. 설악산 능선을 한눈에 보다니 정말 경치 좋다. 그 아름다운 설악산을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는 바다를 두고 간다. 난 행복한 뚜벅이다. 정말 좋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아무도 없는 자전거도로 뒤로 걷는다. 가끔 이렇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낙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별로다. 초입의 폐허를 그냥 방치 해두고 있다. 그런 것 부터 빨리 정리좀 하지.
투덜거리며 낙산사로 오른다. 화마로 생긴 상처를 복구하는 중이다. 상당히 많이 복구가 된 것 같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복구하는 도중 부처님의 진산사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몇몇 사찰에서 모시고 계시는 진산사리. 적멸보궁이라고 하던가? 아까운 점 하나. 배가 고파 점심을 먹고 올랐는데 낙산사에서 공짜 국수를 준단다. 11시 30분에서 13시 30분까지... 애구 아까워라.

 

속초가는 길. 화물차, 덤프차, 레미콘차 한대도 없다. 가끔 유조차차나 1톤차, 훈련중인 군용트럭만 지나간다. 엄청난 유류비의 증가로 화물연대와 건설기계가 파업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정치 한다는 놈들은 새다. 미리 경고를 하고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해도 모른 척하다가 꼭 일이 터지면 긴급대책이니 뭐니 하며 난리다. 그러다 않되면 불법 운운하며 탄압으로만 일관하려 한다. 그런데 이번만은 그렇게 순순히 끝날 파업이 아닐 거다. 광우병으로 폭발한 민심은 이제 심각한 실물경제의 압박으로 전국민의 저항에 반드시 맞닥뜨릴 거다. 그렇게 되기전에 제발 제대로 된 정치를 해라. 牛耳-讀經


아깝다. 설악동 해맞이 공원에서 바로 어제 일요일 누드촬영대회가 있었단다. 2만원만 내면 되었다는데... 하루만 빨리 왔어도...

속초다. 시내로 들어가려면 청초호를 돌아가야 하는데... 주민들에게 물으니 않돌아가도 된단다. 배를 타면 된단다. 발로만 걸어왔는데... 체 10미터도 않되는 냇가를 사람이 끄는 배로 지나간다. "가을동화"에 나왔단다.

 

 합궁골이란다. 이유는 사진을 잘 봐라. 앞의 바위와 뒤쪽의 계곡을... 

 정동진의 야경

 통일을 기원하는 공원이란다. 북진통일!

 관노 가면극. 몰랐는데 엄청 유명한 거란다. 무식이 죄다.

 오죽헌. 옛 오천원짜리 지폐의 배경이다.

 주문진항. 사람사는 모습이다.

 파도가 참 멋있게 친다.

 하조대에서의 일출. 구름이 너무 얄밉다.

 한 참 떠오르니 제 모습이 약간 보인다.

 이 새벽에 해안가를 순찰하는 헬리콥터. U H - 1 H

 내려오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본 일출

 아침부터 훈련이다. 얘들 오늘 얼마나 걸을까? 200리는 걷겠지. 저 뒤의 배낭 고참들은 다 빼고 박스로 폼만 잡는다.

 낙산사의 해수관음상.

 저 해당화 4월말 고창을 지날때는 다 졌었다. 우리나라 참 넓다. 낙산은 지금 한창이다.

 새로 만든 낙산사 종

 뗏배란다. 사람이 직접 끌어서 건넌다.

 정동진으로 가는 길목의 감자밭.

 나팔꽃이 해변가에 참 이쁘게 피어있다.

 이쁜 꽃과 아름다운 해변, 누가 저 철조망 좀 걷어주소.

 저 멀리 설악산의 우람한 능선이 구름과 어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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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21:32 2008/06/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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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5] 울진에서 동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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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울진에서 삼척 원덕면 호산리까지 (25.6km)

'강원흥업' 버스가 보인다. 정말 강원도에 가까이 왔나보다.
울진을 벗어나자. 살랑 살랑 바람도 불어주고 시작은 좋았는데 쉴때가 되었는데 쉴곳이 없다. 에구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봉평해수욕장이다. 바로 옆에 울진봉평신라비가 있다. 신라시대인 524년 세운 비라는데 실라가 이지역을 점령한 이후 이지역 주민들이 계속 봉기를 해 그 봉기를 진압한 이후 율령 등을 새겨놓은 비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되었단다. 국보라는데 보존에 영 성의가 없다. 남대문이 괜히 불탔나? 좀 성의있게 보존하자.

 

오늘따라 속도도 않나오고 힘은 곱으로 든다. 바람도 한점없다. 어제까지 따라왔던 이쁜 바다도 없어졌다. 바로 오른쪽 1km만 나가면 되는데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어거지로 간다. 쉴만한 곳도 없다.


잠시 후 울진 원자력 홍보관이란다. 미국 대사 말이 맞다. 한국민은 무식해서 좀 배워야 한다. 원자력이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모르니 친절하게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만든거다. 그래 좀 있느면 무식한 한국민을 위해 '광우병 미국소 홍보관'이 생길 거다. 정부가 열심히 가르치고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배워서 싸고 맛있는 광우병 소를 즐겁게 먹을 때가 올까? 오늘 중요한 날이다. 국민들에게 기대를 해보자. 발만 쉬고 그냥 간다.

 

화물차에서 스티로폴 박스가 떨어진다. 다행히 그 뒤에 경찰차다. 비상등을 켜고 스티로폴 박스를 줍더니 갓길 너머로 버린다. 뭐하는 거나? 카메라를 꺼내니 운전석에 있던 경찰이 뭐라 하고 다시 버린 박스를 찾아서 차 뒷자석에 넣는다. 으그... 뚜껑 차 밑창에 깔려 있다고 알려주고 길을 나선다. 내가 없었으면 뭐... 길거리에 플라스틱 박스 하나 더 나둥굴었겠지?

 

4시 30분. 드디어 강원도다. 강원도 삼척. 아찔하다. 눈앞으로 펼쳐진 망망대해가 아니라 망망대산에 슬쩍 겁이난다.
아! 강원도 땅 좋은게 있다. 보통 다른 시도는 새 길을 뚫을때 기존의 길을 확장하는 형식으로 한다. 그런데 강원도는 기존의 길을 놔두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새길을 뚫는다. 그러면 나같은 뚜벅이나 자전거족은 최상의 길을 갈수 있다. 차들이 80%이상 자동차 전용도로로 가니 한적한 길을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자전거족이 참 많다.

허덕허덕 원덕면 호산리로 들어간다. 다행히 바로 앞에 모텔이 있다. 도저히 않되겠다. 몸보신 좀 하자. 삼겹살 2인분 시키고 밥까지 다 먹었다.


반바지를 입었다. 그랬더니 '아 내가 강원도를 걷구 있구나'를 알았다. 왜냐? 내 종아리가 익었다. 다른데는 다 아무일 없는데 종아리만... 북쪽을 향해 걸으니 햇빛이 뒤통수만 따라와서 그렇다.


6월 11일 삼척 호산에서 근덕면까지 (32.6km)

아침 뉴스에 6.10 항쟁 촛불집회가 메인이다. 청주에서만 5000명이 모였다니 전국적으로 100만 이상이 모인 것 맞다. 그럼에도 정권은 귀를 막고 있다. 그 종말이 어떻게 가는지 역사가 알려준다. 기본대로 가자.


원덕읍 정말 한적하다. 읍이 아니라 면정도 되는 것 같다. 영동지방은 저온현상이란다. 영서지방과 6-8도정도 낮다고 한다. 정말 바람 장난아니게 불고 저온현상으로 인해 춥다. 떨며 열심히 간다.

다시 4차선 확장공사다. 공사로 인해 위태위태한 길을 간다. 강원도 길 참 힘들다. 바로 옆이 바다인데 바닷길을 가다가 곧바로 2-300m의 산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을 하다보면 기진맥진이다. 강원도는 강원도다.

 

전설의 고향 해신당이란다. 그래 가보자. 원 길에서 벗어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나? 이거 민망해서... 18세 미만 관람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꼭 이런델 가려면 이상하게 할머니들 틈에 끼인다. 지난 제주도 성테마파크때도 그렇다. 할머니들 틈에서 참 민망했는데, 오늘 역시 할머니들 단체 관광 한가운데 끼었다. 죽갔다. 해신당은 옛날 한 처녀가 바닷가에서 죽었는데 그 후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날 한 어부가 술먹고 그 처녀가 죽은 바닷가에 소변을 봤더니 그 어부만 만선이 되었단다. 그래서 온 동네에 남근을 세우고 처녀의 한을 풀어주었더니 온동네가 만선이었다고 한다.
민망스런 남근이 온갖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가볼만 하다. 꼭 가봐라.


그런데 딱 지난번과 같이 배낭이 또 파손되었다. 에구... 어쩐다냐? 일단 묶어서 임시방편으로 가자. 어쩔수 없다.

다시 도전이다. 쫄쫄 굶다 늦은시각 3시 물회를 시켜본다. 아! 이게 물회구나. 시뻘건 육수와 함께 나온 물회는 정말 속이 후련하게 해 준다. 그런데... 위장이 많이 커졌다. 물회에 밥한공기를 꿀꺽한다. 큰일이다.
장호항. 한국의 나폴리란다. 나폴리를 가보진 못했지만 정말 아름답다. 입이 쩍 벌어진다.
다시 이쁜 바닷길이 시작되었다. 노부부가 쉬고있는 내게 다가온다. 옥수수와 캔커피를 주며 격려를 해준다. 고맙다. 힘내서 가야지. 그런데 초곡리란 동네에 도착하니 황영조 기념관이란다. 나도 황영조 좋아한다. 나도 마라톤 좋아하니까. 그런데 산 사람을 기념관을 세운다는게 영 맘에 내키지 않는다. 재수없는 이야기지만 혹 황선수가 그 명성 가지고 사기라도 쳐보자. 그럼 그 이후 기념관 없앨 건가? 나중에 기념관을 세운다면 절대 찬성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반대다. 그래서 그냥 지나친다.

 

해안 철조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쁜 길에 흉물스럽다. 노무현 정권때 많이 없앴다더니 아닌가보다.
또다시 박박 긴다. 가야할 길은 눈앞인것 같은데... 자동차 전용도로와 우회도로. 않좋은 건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이놈의 전용도로에 맞춰져 있어 혼란이 있다. 그래서 죽는다. 분명 4km남았었는데 8km도 더 걸었다.


6시 30분 근덕면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여관이나 민박 아무것도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삼척으로 가야 한다.

 

 

6월 12일 삼척 근덕에서 동해시까지 (29.3km)

구름한점 없는 파란하늘이다. 바람도 없다. 저온현상도 없다. 죽었다. 정말 끔찍한 길을 간다.
버스를 타고 다시 근덕으로 간다. 맹방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구경 한번 해볼까? 여름을 대비해 열심히 공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또 철조망이다. 제길 해수욕장까지 철조망이라니... 제발좀 걷어치워라.


삼척으로 들어가는 길목... 우회도로가 너무 아름답다. 파란하늘에 인간이 만든 그 어마어마한 길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은 정말 짱이다.

삼척의 첫 대면. 시멘트 공장이 바로 앞이다. 시멘트를 실은 덤프가 1톤 트럭의 무자비한 난폭운전에 뒤따라 가며 크랙션을 울려댄다. 차가 서고 딱 마주친 운전기사들... 분명 차는 차이가 큰데 마주친 운전기사들의 싸움은 똑같다. 목청만 높이다 만다. 그러려면 왜 싸우나?

삼청항 입구다. 밥이나 먹자. 곰치국 전문 동하식당이란다. 같이 일하는 후배가 곰치국이 해장에 최고라고 해서 가본다. 7000원이다. 에구 쫌 세다. 그래도 시킨다. 내 행색을 본 주인이 말을 건다. 어디까지 가냐고? 고성 통일전망대. 어디에서 왔냐고? 태안부터 해남 땅끝을 거쳐 부산으로 해서 올라왔다고... 밥먹던 사람들이 다들 한소릴 한다. 그러더니 밥값을 내준다. 시인이란 분이 시를 써준다. 주인 아주머니는 곱배기로 내준다. 미리 그 맛을 들었기에 먹긴 먹는데 흐물흐물 곰치국... 으그.
힘은 난다. 이렇게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으니...

 

아름다운 삶

정심 정사 정행

사랑스런 눈빛

다정스러운 말

예절바란 행동

그리하여 맑고 밝은 모습으로

나는

나를

창 조 한 다.

 

삼척의 새천년 해안도로... 이쁘다. 그런데 영덕보다는 덜하다.
삼척 시민 3만3천명이 함께 했다는 소망탑을 거치니...  철조망과 이상한 장막이 해안을 다 가려 놨다. 열받아서 욕을 하는 찰라 장막이 걷히고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바다가 눈앞에 나타난다.  너무 아름답다. 바로 앞에 노상카페에서 생맥주도 판단다. 한잔하다. 점심값도 굳었는데... 이런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뭘해먹고 사나? 민박집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작은바다 민박집의 가격이 요즘은 3-4만원, 성수기에는 10만원이란다. 제길...

 

덜 아름다운 삼척해수욕장을 넘어가니 수로부인이 잡혀갔던데란다. 바다 용왕이 잡아갔다가 마을사람들이 부인을 않내놓으면 거북이 머리를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해서 용이 데려다 줬다는 삼국사기의 전설. 내 키만한 인공조각이 있는데 이게 돌아간다. 연인끼지 돌려서 수로부인이 앞에 나타나면 백년회로 한단다. 나 혼자 돌렸는데 수로부인이 나타난다. 혼자 백년회로 하라고?

추암가는길 끊겼다. 이게 뭔일이나? 동네 할머니께 물으니 철길로 가야 한단다. 엥? 도로는 되돌아가야 한단다. 그래서 머뭇거리는데 "80 먹은 나도 동네길처럼 가는데 젊은사람이... 쯧쯧" 그래 간다. 뛰어간다. 우횟길도 없는 철길 열심히 뛰어간다. 1-200m뛰니 추암이다. 다행이다.


공단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아 여기부터 동해시란다. 한국동서발전주식회사. 발전소구나. 한시간을 걸어가서 공단을 빠져나온다. 곧바로 동해항이다. 동해안은 주로 시멘트 운송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어져 해군부대가 있다. 얼른가자. 좀 쉬자.

숙소를 잡는다. 침대가 두개인, 인터넷도 되는 모텔을 3만원에. 엊그제 호산에서 바보처럼 T셔츠와 반바지를 놓고 왔다. 쇼핑도 해보자. 동해시. 삼척보다 큰 것 같다.

 

 

 국보다. 울진봉평신라비. 

 외로운 소나무. 나 같다.

 해신당의 처녀를 죽은 섬에 모셨다.

 해신당의 남근 모형들. 미성년자 관람불가.

 

 

 

 삼척 3만 3천명의 소망탑

 유람선 한번 타보자. 

 이런 바닷길 너무 아름답다.

 조각상이 힘찬 노동을 형상화한다. 

 금계국과 철조망,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 너무 안 어울린다.

 시원한 맥주 한자.

 저 어마어마한 석구 한번 돌려봐라.

 해녀들의 수확물. 많기도 많다.

 인간이 세운 대단한 건축물들

 추암 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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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22:40 2008/06/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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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4] 경주에서 울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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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 백두대간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전문가에 물어보기로 했다. 청주 밀레점 사장님에게 장기 산행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양반 왈 "첨 열흘 동안은 온몸이 죽을 것 같을 거다. 지나면 익숙해져 고통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20일이 지나면 내 가고 싶은데로 갈수 있다"고... 그말을 믿었다.


그런데... 내가 걷다보니 정말이지 보름동안은 죽을 거 같았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발바닥이 불이 나서다. 뜨끈뜨끈 열나고, 온 발바닥이 물집 천지가 된다. 새끼발가락은 짓눌려 제일 힘들었다. 보름동안 물집에 바느질하랴, 굳은살 도려내랴, 발 바닥 꺼풀을 대여섯번을 벗겨냈다. 정말 그 고통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럼 지금은? 누군 신선놀음이라 하는데... 글쎄. 발바닥은 돌덩이다. 굳은살이 전체적으로 다 잡혔다. 절대 굳은살 떼 내지 않는다. 왜냐? 떼어내면 이틀정도는 또다시 고통속에 헤멘다.


그럼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발바박과 발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스트레칭 해주어야 움직인다. 첫걸음은 죽음이다. 10분정도 걷다보면 워밍업이 되어 몸이 익숙해 진다. 이 상태가 2-3시까지는 간다. 그이후는 아주 골고루다. 뼈와 근육이 고통을 배가시키는데 이놈들 돌아가면서 아프다. 엄지발가락 뼈가 아프다가 뒷꿈치 신경이 곤두서다, 가운데 근육이 당겨 끔찍하다, 발목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도 하다. 매일 저녁 발바닥과 발목에 파스를 부치고 잔다.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왜 이 짓을 하는지? 첨엔 백두대간과 해외여행을 가지 못함에 대한 보상심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넘 좋은 것들이 많다. 걷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느껴지고,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내가 나를 이기고 있다는 것. 그 고통을 정말 매일매일 힘겹게 이겨내고 있다는 것. 그속에서 내가 김용직인것을 느낀다는 것. 내가 원하는 세상도 이런 끔찍한 고통없이는 올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6월 4일 경주에서 포항시내까지 (32km)

분명히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 않온다. 젠장 비 핑계로 좀 더 쉴려고 했더니...
가야지 어쩌나. 오늘 예보는 오후부터 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 믿어보자. 비 내릴 것에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한다.

일단 시내를 빠져나가야 한다. 한적한 강변도로로 빠져 나온다. 숙소가 관광지가 밀집한 남동부 이다 보니 시내는 거의 보지 못하고 간다. 내내 외곽도로를 따라 간다. 형산강을 따라 새로난 길을 따라 간다. 용강이란다. 현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다. 친구놈이 이 회사에 있는데... 문자 한번 날려본다. 잘지내냐고... 근데 문자 씹혔다. 나쁜 놈. 바쁜가?


길이 끊겼다. 이런... 마침 운동 나오신 분이 계셔서 묻는다. 이길 갈수 있냐고? 차는 못 가지만 사람은 갈 수 있단다. 그러면서 내 차림을 보고 천북으로 빠져 가란다. 그쪽이 차도 없고 한적하니 걷기 좋다고. 참 좋은 양반이다. 사람만 갈수 있는 길을 간다. 공사 중인 길을 가는 것 참 좋다. 아무도 없는 길을 간다.ㅎㅎ
천북. 요 조그만 동네에 보신탕집이 왜이리 많나? 보신탕. 그래 보신 좀 하고 가자. 5000원 이란다. 8000원 받고 고기를 많이 넣어 주던지 너무한다. 고기는 거의 없다. 걸죽한 국물에 만족한다.

 

또다시 갓길없는 위험한 길이다. 역시나 오늘도 레미콘 차량이 2-3분에 한대씩 지나간다. 풀섶으로 숨기를 반복하며 간다. 차가 없다고 했는데...
화산리. 경주시에서 인정한 한우마을이란다. 그런데 영 별로다. 10여채가 한우 구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정읍의 산외마을과는 천지차이다. 산외마을에서 정말 첨으로 한우고기를 배터지도록 먹고 남겼다. 정말 끔찍히 행복한 경험였다. 그런데 여긴 아니다.
어! 화산에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라면 숭산에 있어야 하는데... 좀 그렇다. 부처님을 모시는 절이름이 뭔들 상관있겠나 그렇지만 소림사는...

 

이미 농촌은 모내기를 다 끝내고 좀 한가해 진것 같다. 편해진 농촌모습에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발이 아파 쉬는데 고등학생 여자 아이들 둘이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젠장!

4차선 아시안 고속도로(?)를 피해, 터널을 피해 외곽길로 빠진다. 참 이쁜길이다. 더욱이 인도와 자전거 길이따로 있다. 어 아직도 유채꽃이 남아있다. 포항이다. 철의 도시 포항. 즐비한 화물차들이 엄청난 두께의 철판들을 실어나른다. 10cm가까이 되는 철판도 있다. 화물차의 폭조차 넘어선 어마어마 한 철판이다. 저기에 깔리면? 끔찍하다.

 

포항까지 8km. 도로표지판에 있는 거리표지는 내가 걸어본 바로는 짐작이지만 시청, 읍사무소, 면사무소까지의 거리 인것 같다. 이미 포항으로 들어왔는데 8km라니... 숙소를 찾아야지. 숙소는 터미널 근처가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다. 5시 다행히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이 근처란다. 표지판에 호미곳 30km가 쓰여있다. 애석하게도 도저히 못간다. 후진을 할수 없는데... 30km면 이틀을 소비해야 한다.

이런... 도보여행을 하다보니 모든게 나에게 맞춰져 있다. 4km면 한시간, 30km면 하루 종일. 그런데... 차로는 불과 30분 거리다. 맞다. 정신차리자. 언제 포항이라는 도시에 오겠나? 그래 가보자. 도보는 여기 터미널을 기점으로 찍어 놓고 호미곳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해 갔다오자. 시내버스를 탄다. 직접가는 차가 없어 구룡포까지 가서 갈아탄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정도야 뭐... 그런데 호미곳에 도착하니 폭우로 변한다. 기사 아저씨 왈 "여가 호미곳인데 내릴라요?" 젠장 엄두가 안난다. 호미곳까지 가서 빈손으로 돌아온다.

정말 억울하다. 그 예의 호미곳 손도 못보고 철수한다. 정말 장대비가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여관까지 불과 1-2분인데 흠뻑 젖었다.


6월 5일 포항에서 칠포항까지 (19.6km)

분명히 출발할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출발하고 딱 5분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여관에 좀더 누워있는건데... 어쩌나 일단 배낭 레인커버를 씌우고 나도 우의를 꺼내 입는다. 남들 다 우산쓰고 가는데 나만 청승이다. 그래도 시내라서 좀 괜찮다. 횡단보도를 걸으니 차에서 튀는 물은 없다. 가는데 까지 가본다. 죽도시장을 지난다. 물회를 먹어야 하는데 10시밖에 않되서 그냥 지나친다. 유람선 선착장이다. 에구 오늘 비만 안왔어도 울릉도 가는 건데...

 

급히 전화가 온다. 홈페이지가 말을 않듣는다고... 에구 나와 있는 나한테 어쩌라구. 비가 거세진다. 일단 피난가자. PC방으로 피난가서 홈페이지 건도 손보고... 시간을 좀 번다. 비가 좀 그쳤다. 다시 간다. 제길 포항 1대학쯤 가는데 또 비가 온다. 이놈의 비 지랄이다. 피할 데도 없다. 그냥 간다. 다시 갠다. 제발 이제 그만....

배가 고프다. 그래 물회 한번 먹어보자. 약간은 허름한 식당이다. 물회를 시켰다. 첨 먹어본다. 엥? 회덮밥이자너? 그래도 맛있다. 아! 물회가 이런거구나. 그냥 회덮밥하지 물회라고 해서 헷갈리게...
그런데 아니란다. 잘못 먹었단다. 육수에 회가 말아져서 나오는 거란다. 에구...

 

영일만이란다. 그래 노래에도 나오니 한번 가보자.
정말 가슴이 떨려 죽을 것 같았다. 비가 그친 영일만은 동해바다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무 하나 없는 수평선에 거센 파도는 정말이지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동해가 이런 모습도 보이는구나.
그런데 곧바로 현대중공업 공장이다. 포항에도 공장을... 이곳엔 과연 정규직이 몇 %나 될까? 짐작컨데 이런 곳의 경우 30%도 채 넘지 않을 것이다.

 

포항... 서서히 해병대 군인들이 보인다. 병장 두놈이 이등병 한놈 데리고 놀구 있다. 에구... 예나 지금이나.
아. 어제 예의 그 해병대 출신이 전화를 했다. 새벽 4시에 술한잔 걸쳤다며...  포항이라니까 죽도가서 물회먹고 중앙대(?)가서 회포풀라고? 뭐나 이거. 하여간 해병대는 공수나 타 군인과는 달리 이곳 포항에서 유일하게 신병교육을 받는단다. 그래서 단합이 잘 된단다. 무조건 신병교육대 기수다.

 

어거지로 간다. 오늘의 목표 칠포 해수욕장. 엥... 여관이 없다. 죽었다. 항구까지 가보자. 다행히 항구에 여관이 있다. 앞집에 물회집이 있다. 다시 물회를 시킨다. 점심때와 똑같은 회덮밥이다. 물으니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단다. 이동네는 이렇게 한단다. 그럼 먹을 수 밖에... 근데 맛있다.


6월 6일 칠포항에서 영덕 강구항까지 (32.4km)

새벽 5시 30분. 차임벨이 울린다. 꿈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장입니다. 오늘은 6월 6일 현충일입니다. 생업에 바쁘시더라도 꼭 국기는 조기로 게양하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우와 미치겠다. 계속 방송한다. 그러더니 다시 잠들라 하는데 6시 "마늘 사세요. 마늘. 올해 수확한 싱싱한 마늘이 왔습니다" 마늘차가 10여분을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그래 다 일하는데 놀러(?) 나온 내가 잘못이다.

 

다시 걷는다. 오늘은 대게의 고장 영덕 강구항이다. 대게를 먹을 욕심에 발걸음도 가볍다. 잠시 가니 사방기념관이란다. 뭐나? 박정희 때 만든거라는데... 박정희식 녹화사업인가? 하여간 그 큰산에 인형들로 해서 숲을 만드는 과정을 형상화 해놨다. 뭔 필요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 오늘부터 연휴다. 큰일났다. 연휴면 죽음이다. 숙소 가격부터 도로 붐비는 것까지... 올해는 유난히 연휴가 많은 것 같다. 우씨.
바닷가를 따라 팬션과 횟집이 줄을 잇고 있다. 평일이면 텅텅 비었을 이곳이 오늘은 그런데로 사람냄새가 난다. 사이사이 송림사이로 가족들이 나와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잠시 쉬며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왠 노인이 슬그머니 앉는다. 내 모양을 보더니 묻는다. "나도 저 스쿠터 타고 전국일주 할라 하는데... 한 100만원 정도면 되나? 잠은 농촌 할애비 들 틈에서 자구" 에구 할아버지 용감도 하셔라. 그런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 할 수도 있고... 스쿠터니 하루에 2-300km도 갈 수도 있고 그럼 한 일주일이면 되고... 그렇지 않고 여기 저기 정말 구석 구석 돌려면 최소 한달은 걸리는데 그럼 절대 부족하고... 70세 이시란다. 워낙에는 밀양사람인데 91년 장마에 월포에 갇혀 그냥 눌러 앉았다고 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약초도 재배해 보고, 약장수도 해보고, 물질도 해보고 이제는 할 게 없으시단다. 스쿠터는 위험하다고 하니 "더 살아 봤자 얼마나 산다고..." 여한이 없으시단다. 건강히 꼭 전국일주 하세요. "젊었을때 잘 놀고, 잘 싸고 다녀" 엥?

 

경보화석박물관이란다. 뭔 휴게소도 아니고. 한번 들어가 볼라했더니 4000원이란다. 개인이 운영한다는데 나오는 사람이 '에구 돈 아까와' 해서 그냥 음료수만 먹고 나왔다. 그런데 그게 아녔나 보다. 내가 무심코 앉았던 의자 조차도 1억년된 규화목이란다. 담엔 꼭 한번 들러 봐야지.


三思 해상공원. 인근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원인데 참 잘해놨다. 경상북도라는 행정구역이 만들어 진지 100년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경북대종은 에밀레종을 본떠 만든 것 같다. 좀 창의적으로 놀지. 사람들이... 공원에서 보이는 강구항은 한폭의 그림이다.

대한민국 대게의 총 집결지. 강구항. 들어서면서 부터 온통 대게다. 일단 지친몸을 이끌고 민박부터 찾는다. 오늘은 연휴 장난아니다. 모텔은 7-8만원이다. 조그만 민박과 식당을 같이 하는 집이다. 다행이다. 민박을 2만 5천원에 하잖다. 식사는 물론 대게. 그런데 영덕 대게는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5월 31일 부로 대게 잡이가 종료되었단다. 그래서 더욱 비싸 단다. 일단 자식놈 이러구 있는데... 엄마 생각이 나고, 조카놈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 영덕대게는 가족에게, 나는 러시아 대게로... 1만5천원짜리 하나를 시켰더니 아주머니 이거 가지고는 부족한데 하신다. 됐다고 씻고 내려오니 웬걸 두마리를 내놓으신다. 이런 감사할데가...

 

 

6월 7일 강구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 (30.9km)

아침 일찍 택배를 부르려니 연휴라 않된단다. 아주머니를 믿고 예약을 한다. 8만원 이라는 영덕대게를 깍고 깍고 힘들게 절충을 했다. 이놈들 구별하는 법. 우선 공인 영덕대게는 일정 크기 이상이 되어야 한다. 머리가 손바닥닥을 다 핀 것 보다 크다. 대나무 '대'자의 대게이다보니 다리도 갈색에 쭉빵이다. 다 귀찮으면 오른쪽 집게 손가락을 보면 된다. 초록색으로 영덕대게라는 인증플라스틱이 붙어있다.

길을 잘못들었다. 강구항 쪽으로 빠졌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국도변으로 빠져 버렸다. 다행히 멀지 않아 제길을 찾았지만 그덕에 2km정도를, 그것도 산길로 돌았다. 그러나 화옹지마라고 눈앞에 신선도가 펼쳐졌다. 산속에서 바라보는 바다. 아니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구분이 않된다. 그림이다.


잠시 쉬고 있는데 뒤에서 간단한 배낭에 등산복차림의 중년 남성 셋이 털털거리며 올라온다. 어 뚜벅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자신들은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간단다. 구간을 끊어 가고 있단다. 오늘은 강구에서 축산까지 간다고... 그런데 성질급한 일행 한분 때문에 말도 못나누고 헤어져 버렸다. 축산이면 20km 정도? 에구 그거 갈라구 그리 바삐 서두르시나? 난 거기서 10km를 더 가야 하는데...

영덕 해맞이 공원이다. 세명의 일행은 그 언덕에서 추월해 버렸다. 그 아저씨가 얄미워서 기를 팍 죽여버렸다. 그런데 정말 감탄사다. 이럴수가... 이런 해변이? 눈이 확뜨인다.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다. 이게 동해의 새로운 모습이구나. 정말 경치가 죽여주는 길이다. 강구항에서 20번 지방도 꼭 타봐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최고다. 그런데 뚜벅이는 죽음이다. 오르락 내리락을 쉬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힌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뱀이다. 재빨리 도망가는 바람에 머리를 못봤다. 뭐 율무기겠지 하며 안심을 해본다. 그런데 바로 앞에 도로 한가운데 비참하게 짖이겨져 있다. 길 옆으로 치워 주려 해도 차가 워낙 쌩쌩달려 포기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놈인가 보다. 숲에나 있지 왜 아스팔트로 기어나와서는...

 

신돌석장군. 구한말 평민출신의 항일 유격대장. 양반들의 괄시와 비열한 술수로 항일운동에서도 계급 사회를 뼈져리게 느끼고,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다 뜻을 못이룬 그이가 이곳 영덕 출신이란다. 올해가 돌아가신지 100주년이란다. 그런데 그 유적지 이정표를 못찾겠다. 돌아가셔서도 괄시를 받는구나 하니 짜증이 제대로 난다. 그러다 보니 정말 파죽이 되는 것 같다. 어거지로 몸을 끌고 간다. 대진항. 숙소가 없다. 대진해수욕장. 최악의 민박집을 잡는다. 아껴야 산다.

 

 

6월 8일 대진해수욕장에서 울진 기성면까지 (30.5km)

대진해수욕장은 고래불해수욕장과 붙어있다. 내 아침 걸음으로 1시간. 약 6km정도되는 백사장이 이어져 있다. 자칭 해양수산부 지정 최고로 아름다운 해수욕장 이란다. 글쌔 최대인지는 모르지만 최고는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숙소 같은 게 거의 전무하다. 당일치기로 근처에서 왔다가기는 딱 이겠다.

 

병곡을 지나면서는 4차선 확장공사로 길이 장난이 아니다. 울진까지 이럴 것 같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니 빨리 가야 한다.
변변한 쉴곳도 없다. 에구 전망좋은 바닷가에 설치된 원두막에 다다른다. 신발을 벗고 여장을 푸니 전라도 사투리 푸짐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늘을 찾아 온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엉덩이를 미시는데 잠시 사이 내 공간은 없어지고 할머니들의 천지가 되었다. 인절미 먹으며 쉬었다가라는데... 이거 쉴 수가 있다. 인절미 한첨 집어 먹고 쉬지도 못하고 간다. 에구.

 

후포면이란다. 꽤 큰 면소재지다. 평해 단오제란다. 온동네가 축제로 텅비어 있다. 건너 다리밑에선 단오제에 맞게 그네에 윶놀이가 한창인가 보다. 그냥 지나 친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학생처럼 보이는 자전거 족 2명이 나를 보더니 엄청 기뻐한다. 그러면서 태안부터 왔다니까 "어! 더 짱이다." 이러면서 지나 간다. 그럼 앞에도 '덜 짱'인 뚜벅이족이 있다는 말인데? 누굴까?


길이 쭉 뻗은 도로인데... 앞에서 오는 차들이 쌍라이트를 켠다. 나한테 인사라도 하는 건가? 아... 저 멀리 '날지 못하는 새'가 숨어있다. 아직도 이런 좋은 운전습관이 남아 있다니... 초보운전자들 건너 차선에서 오는 차들, 특히 화물차가 라이트를 반짝이면 머지 않은 곳에 '앙선 침범' 또는 '과속'을 단속하는 경찰이 있다는 말이니 급히 제동을 하길... 이런 좋은 습관은 쭉 이어져야 한다.
요즘 앞유리에 썬팅을 한 차들이 부쩍 늘었다. 첨 뚜벅이를 할때 하루에 한두대 꼴로 보이던 차들이 요즘은 20여대가 넘는다. 특히 연휴때는 심심치 않게 본다. 야간운전에 시야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핸드폰 하다가, 안전벨트를 않맸다가 걸리진 않겠다. 나도 해야 겠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때 맞춰 모텔이 나타난다. '그림같은 집'인데 엥 흥정도 하기전에 2만원 이란다. 이런 싱거울 수가... 막 농사를 짓고 들어 오시나 보다.


6월 9일 기성에서 울진읍까지 (29.7km)

비갠후 맑고 시원한 길을 간다. 요즘 비 참 많이 온다. 내일 모래도 내린다는데 가는 길에 방해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음날 아침은 너무나 상쾌하다.
울진은 대게잡이가 영덕에 버금가지만 명성을 빼앗겨 그 명성을 찾아오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는 가 보다. 여기 저기 울진 대게가 원조라는 표시를 많이들 내고 있다. 뭐 어디가 원조면 어떤가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비 갠후 상쾌한 기분이 한결 더 업되었다.
기성면 망양휴게소에 들었다. 국수집과 편의점을 같이 하는 아주머니 내 행색을 보더니 의자를 내주며 앉으란다. 그러면서 얼음물부터 마시란다. 이런 감사할 데가... 그러더니 내 물통도 얼음물로 채우라더니... 잠시 건너편으로 간다. 국수그릇 가득 각얼음을 떠오신다. 내 물통을 비우고 얼음을 가득채우고 시원한 물을 꽉꽉 눌러 주신다. 이런 감사할 데가...
세상은 퍽퍽하지만은 않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도움 어찌 갚아야 할꼬? 다시 상쾌하게 길을 떠난다.

 

덕신을 지나며 얼른 지방도로 갈아탄다. 820번 지방도. 표지판엔 817번으로 되어 있는데... 이 도로 꼭 한번 가봐라. 여름에 텐트 한동 둘러 매고, 아니면 그냥 연인끼리 민박집으로...
포카리 스웨트 광고던가? 그 바다는 저리 가라. 눈앞에 펼쳐진 쪽빛 바다는 눈이 시리다. 굳이 해수욕장이란 푯말이 필요없다. 뭐라 표현 할 수 가 없다. 직접 보는 수 밖에... 수심도 그리 깊지 않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튜브 하나 매고 뛰어들고 싶다.
올 여름 꼭 애인하고 한번 와봐야 겠다. 텐트 하나 메고...

 

애국가에 나온다는 촛대바위를 지나 거북바위까지 이쁜 바다에 흉물스런 철조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지금 시대에 이런 철조망이라니... 어서 좀 걷어 치워라.
관동팔경 중 가장 경치가 아름답다는 망양정이다.  그런데 가는 길에 까마귀들이 난리다. 왜그런가 했더니 산길에 새끼 한마리가 떨어져 있다. 내가 올려 줄수도 없고, 일단은 재빨리 지나 망양정에 올라 구경을 한다. 그리곤 내려와 동네분들에게 말씀드린다. 119를 부르네, 누구누구가 나무를 잘타네 이야기 꽃이 핀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영덕으로 직접들어갈까? 성류굴을 보구 갈까? 울진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성류굴을 지나칠 순 없다. 4-5km정도 무리를 하는 건데 어차피 오늘 그리 많은 거리를 걷지 않았으니 가자. 삼국시대부터 수도승들의 도량으로 임진왜란 등 전란시에는 피난처로... 그 안에는 다섯개의 호수가 있는데 물고기가 산다고 한다. 사람하나 간신히 들어가는 입구에 이어진 50만개의 종류석, 석순, 석주로 이어지는 그 엄청난 동굴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쉬운 것은 이런 저런 표지판을 내건게 영 눈에 거슬른다. 힘들지만 온 보람은 있다.

 

 비온 뒤 새로운 모습의 동해. 영일만 

 칠포항의 야경

 화석 박물관. 1억년이 넘는 화석이란다.

 삼사공원에서 바라본 강구항. 국내 최대의 대게항이다.

 우리도 모르는 뚜벅이들이 전국을 헤메이고 있다.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본 동해안. 당장 뛰어 들고 싶다.

 영덕 해맞이 공원. 게 다리가 등대를 휘감고 있다.

 울진 초입에서 바라본 동해안

 저게 동해안이다. 바닥이 다 들여다 보인다. 울진 들어가는 820번 도로 꼭 가봐라.

 거북바위란다. 정말 거북이다.

 망양정 가는 길에 떨어진 까마귀 새끼. 저놈 때문에 망양정 가는길이 부모들의 훼방으로 어렵다.

 관동팔경중 으뜸이라는 망양정에서 바라본 동해안

 다 안다. 울진의 성류굴. 한번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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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22:04 2008/06/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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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3] 부산 송정에서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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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부산 송정에서 울산 간절곳 까지 (29.7km)

잘 정돈된 길이다. 양쪽으로 벗꽃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가운데로 야자수 나무가 중앙분리대를 이루고 있다. 지자체에서 신경 꽤나 썼나보다. 그 길 양 옆으로 음식점이 즐비한데 전부 곰장어집이다. 곰장어? 장어의 일종? 꼼장어의 다른 말? 하여간 민물장어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짚불구이란다. 이거 봤다. 지푸라기에 불을 놓고 그위에 쇠철망을 놓고 산 붕장어를 그대로 굽는... 인간이 너무 잔인하다. 차라리 죽여서 굽던지... 자신을 불위에 들들 구워버린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할 거다. 그런데 한다. 그게 인간이다. 묘한 쾌감을 느끼며...

 

해동 용궁사란 절이있다. 어제 확인해 본 바로는 꽤나 볼만한 절이라고 한다. 뭐 시간에 ?기는 것도 아니니 가보자. 정말 이쁜 절이다. 해수관음을 모신절이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빨리 뜨는 절이란다. 아... 정말 이쁘다. 바닷가에 들어앉은 용궁사는 정말 용왕이 와서 살아도 될 것 같다. 눈요기 참 잘했다. 시간 되면 꼭 한번 들러볼만한 절이다.

 

동해는 서해, 남해와 또다른 맛이있다. 끝없는 수평선과 함께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맘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걷기에도 절로 흥이난다. 대변항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길에 핀 들국화와 어우러진 해안가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항을 빠져 나오자 마자 기장읍이다. 그동안 부산에서 그리 찾아도 없던 밀면집이다. 밀면을 시키고 쪽팔이지 않으려고 며칠전 부산을 갔다온 누나에게 전화를 한다. 우찌 먹어야 하냐고? 냉면하고 똑같이 먹으면 된단다. 냉면처럼 겨자넣고 식초를 치고 먹는다. 엥? 이 동네 사람이 그러더라. 첨 먹는 충청도 사람은 별로 일거라고. 정말이다. 에구 냉면 먹을 걸...

 

기장에서 붕장어 축제가 오늘부터 3일간 있단다. 그래서 인지 가는 길에 자전거 족이 심심치 않게 마주친다. 솔직히 부럽다. 내 하룻길 저이들은 2-3시간이면 갈 거 아니가? 붕장어 축제 현장에서 고민한다. 에이 축제가 다 거기서 거기지. 사람많은 것 질색이다. 그냥 지나쳐 가자. 그런데 바로 앞에서 길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싸움이 났다. 접촉사고 인 것 같은데 근데 젊은 사람 (50대)이 너무한다. 60을 넘긴 할아버지 한테 욕지거리가 심하다. 이거 한번 나서봐? 그전에 덤프가 그 차 바로 옆에서서 우렁찬 크랙션을 울린다. 찍소리도 못하고 차를 타고 줄행랑이다. 덤프 화이팅!

동해는 미역 수확이 한창이다. 길거리 옆 공터는 미역으로 가득차고 비릿한 미역 냄새가 진동한다. 미역국 참 좋아하는데 혼자사니 해먹을 일이 없다. 요즘 아침에 냉동건조 미역국을 먹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엄마가 미역에 쇠고기 넣고 달달 끓인 미역국이 먹고 싶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다. 크다. 양날의 칼. 인간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지만 어느 한 순간 수백만의 인간을 한줌 잿더미로 만들 위험한 무기. 또한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중에 하나다. 지구 온난화. 장난이 아니다. 이미 전세계 기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8%를 차지하는 미국이 전세계 연료의 25%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석유자원을 전취하기 위해 전쟁도 마다 않는다. 핵도 마찬가지다. 수백개를 가진 놈이 한두개를 보유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이놈의 원자력 발전소 증축을 하나보다. 얼마나 큰지 도로가 다 바뀌어 독도를 할 수 없다. 워낙 4-5시 이시간쯤 되면 몸이 맛이가 더욱 힘들다.

 

드디어 간절곳이다. 그런데... 난감하다. 온통 포장마차 비슷한 카페뿐이고 여관이나 이런게 없다. 일단 슈퍼에서 음료수를 먹으며 물어보니 친절히 민박집을 소개해 주신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2만5천원이란다. 횡재다.

간절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뜬단다. 포항 호미곳보다 빠르단다. 호미곳이 더 동쪽인데... 이유는 모른다. 하여간 그래서 유명하단다. 이곳 등대가 제일 멀리 나가기도 한다고 한다. 이름이 간절곳인 이유는 이곳에서 한가지를 간절히 바라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간절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청나게 큰 우체통이 있다. 자신의 소원을 적어 그 상대에게 보내라나 뭐라나. 그런데 그 안에 비치되어 있다던 엽서는 하나도 없다. 전시행정이다. 우씨. 이곳에서 난 뭘 빌었을까? 비밀이다.


5월 31일 울산 간절곳에서 울산 북구까지 (31.5km)

어제 분명 아주머니가 5시 30분이 일출시간이라 했다. 시계를 5시에 맞춰놓고 9시 잠들었다. 11시에 깬 잠이 1시, 3시 깬다. 선잠을 잔다. 그러더니 4시 30분 닭들의 요란한 울음에 눈을 떴다. 에구 밖에 어슴프레 훤하다. 그냥 카메라만 들고 뛴다. 그 새벽 달리기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해 뜬건가요?" 다행이다. 아직 안 떴단다. 어제 보아둔 위치에서 해를 기다린다. 그런데 수평선 멀리 운무가 끼어 있다. 가을 겨울철 아니면 제대로된 일출을 볼수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기다린다.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다. 운무 뒤로 해는 떳을 것이다. 그 운무를 헤치고 해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를 본 놈이다. 이쁘다. 5시 17분이다.

 

다시 잠깐 눈을 부쳤다가 길을 나선다. 온산공단이다. 온산? 전라도에 있는거 아닌가?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와보기는 처음이다. 울산과 바로 붙어서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단다. 빠른 길을 찾다보니 그 공단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매연과 공장의 공해로 목이 턱턱 막힌다. 에구 이 공기를 매일 맡으며 일하는 노동자도 있는데... 그래도 새벽 잠을 설쳐서 인지 앞으로 나가기가 천근만근이다. 잠이 보약이라더니... 그 와중에 그늘 하나 없는 공단대로를 두시간 넘게 걷는다.

12시 10분. 슈퍼가 나타났다. 예의 그 쮸쮸바를 입에 물고 살았다를 외친다. 울산경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가도 가도 공단만 보이지 시내는 보이지 않는다. 이거 울산 맞나? 급작스레 태화강이 눈앞에 보인다. 현대자동차가 보인다. 아! 죽어라 외곽으로만 돌았나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숙소할 만한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끌고 북구청에 도착했다. 아무리 여관을 찾아봐도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는 여관이 없단다. 애구.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빽한다. 울산역이다. 모텔이 빵빵하게 서있다. 오늘은 토요일. 방잡기 지랄이다. 몇군데를 들어가니 5만원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고 한다. 하기야 토요일인데... 그러다 젊은 사장이 하는 여관을 들어갔다. 사정을 말하니 4만원만 달란다. 우겨서 3만 5천원에 깍고 들어간다.

 

대충 씻고 전국적으로 열릴 촛불집회로 가기로 한다. 롯데백화점 앞인데 엥 바로 숙소에서 1KM도 안 떨어졌다. 처음엔 1000여명 조촐히 모여있더니 어느새 2000여명이 넘어 자리가 비좁을 정도다. 광우병 촛불집회 첨 와봤는데, 고등학생 참 많다. 그리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참 많다. 고3이라는 한 학생은 자유발언에서 '내 꿈이 경찰인데 뒤에 있는 경찰을 보며 꿈을 접고 싶다'며 경찰을 까기도 하고...
사회자가 '이명박'을 외치면 참가자들은 '쥐새끼'를 외친다. 학생들...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하지 않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동의없이, 아니 자신들의 의사를 짓밟아가는 모습에 '대통령님' 대신 '쥐새끼'라 부르는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소나기에 옷젖는다고 국민의 정서는 20%대의 지지율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한방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정부의 잘못을 확실히 뜯어고칠 한방. 우리 노동자들이 준비해야 한다.


6월 1일 울산 북구에서 경주 양남 문무대왕릉까지 (31km)

터널을 우회해 가며 다시 동해로 나간다. 일요일 오전 답게 운동족들이 터널 윗길을 오간다. 이런길이 참 좋다. 이쁘기도 하거니와 차들이 단축 터널로 빠져나가 한적하다. 그러다 보니 등산 하는 사람들, 마라톤 하는 사람들, 자전거 족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런 길에서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인사하며 지나간다. 좋다. 그래도 고지가 300M 가 넘는다.

이름이 좀 난감하다. 정자항이란다. 이상한 생각 말기를... 이 동네에 亭子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란다. 그런데 이동네 몽돌해안으로 유명하단다. 몽돌? 해안으로 나가보니 우와 이런게 몽돌해안이구나. 바다 파도에 닳고 닳아 모난곳 하나 없는 이쁜 자갈들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이 돌 가져 가면 안된다고 하는데 스리 슬쩍 해본다. 뭐 어차피 법은 어기라고 있는 거니까?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본다. 현재 발상태는 최악이다. 온 발바닥이 전부 아프다. 그 발로 햇볕으로 달구워진 몽돌위를 걸으니 죽음이다. 100M도 못가 온몸에서 진땀이 난다. 한결 낫다. 발지압 제대로 했다.

 

오후 3시 몸은 축 쳐졌다. 진짜 피곤하다. 어제 피로가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일출본다고 잠설쳐, 북구청까지 강행군 했지, 촛불집회 간다고 늦게 잤지. 그냥 포기하고 싶다. 그래도 문무대왕릉까지만 가자. 지도상으로 한시간 반 정도면 되겠다.

 

다시 나간다. 월성원자력 발전소다. 어 지도에 월성은 없는데? 그런데 여기 장난이 아니다. 여기도 공사가 한창이다. 첨엔 그저 죽어라 죽어라 올라가는 산길이라서 몰랐다. 정말 막판에 제대로 걸렸다. 산길을 오르자니 자연 발걸음은 더디어 진다. 애구 죽갔다. 평소의 절반도 안되는 속도다. 오늘 산 참 많이 오른다. 300M짜리를 두번을 오르내린다. 특히 이산은 정말 힘들다. 그런데 다 내려 와 가다 보니 공사현장이 "방폐장 건설현장"이었다. 부안이 생각난다. 전 주민이 범법자가 되어가면서, 주민수보다 더 많은 전경들이 상주해서 밀어부치려던, 그러나 전주민의 일치 단결로 막아냈던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이곳에 건설 되고 있다. 아... 맞다. 부안이후 경주에서 돈 몇푼에 유치했던 기억이 가물 가물 하다. 당장의 돈 몇푼에 아이들의 미래를 팔아먹은 그곳이다.

 

6시 간신히 왔다. 해저 문무대왕릉. 삼국을 통일하고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죽어서 화장을 하고 이곳 섬 사이에 뿌려졌다고 한다. 장하다고 해야 할 지? 그렇지만 그 기가 세서 그런지 무당 참 많다. 온통 해변엔 굿하는 사람들과 고기잡는 사람들로 벅적인다.
아! 밥먹으러 들어갔다가 사진 한컷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햇다. 정말 저런 사진 한번 찍어 볼 수 있을까? 찍는 사람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번 감상해봐라. 몰래 그 사진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6월 2일 문무대왕릉에서 경주 불국사까지 (28.2km)

팬션이라고 5만원 달라는 것 3만원에 깍아서 잤더니 불을 안넣어줬다. 새벽 추위에 덜덜 떨며 잠을 설쳤다. 일어나서 따지려니 주인집이 어딘지 모르겠다. 실컷 욕만하고 나왔다. 문무대왕릉 동네의 청기와 팬션, 1층은 팬션과 노래방이고, 2층은 고기집과 통닭집. 절대 오지 마라.

문무대왕릉을 나서자마자 감은사지가 들어온다. '사'와 '사지'는 뭐가 다를까? 당연히 '사'는 절이고, '사지'는 절터만 남아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절터에 덩그러니 삼층석탑 두기만 남아있다. 그나마 한기는 수리중이다. 문무대왕을 기리기위해 지어진 절이라고 한다.

정말 너무한 길이다. 갓깃은 단 10CM도 없다. 길도 보통 길 보다 좁다. 화물차는 꽉찬다. 이 길을 가야 한다. 다른 차선에서 차가 안오면 다행이지만 다른 차선에서 차가 오면 풀섶을 헤집고 피해있어야 한다. 짜증난다.

그 와중에 덤프와 레미콘차가 많다 싶었더니 논 한가운데서 자갈과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 그리고 레미콘 회사가 있다. 에구...
레미콘 기사가 급히 차를 세우고 가르쳐 준다. 이길 위험하니 뚝방길로 가라고... 정말 편안히 한적한 뚝방길을 걷는다. 고맙다.

 

오늘 희안하다. 점심에 짜장면이 먹고 싶어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을 먹고있는데, 한 중년 분이 내 배낭을 보더니 어디 큰 산 갔다오냐고 묻는다. 도보여행 중이라고 했더니 자신도 산 좋아하는데 하면서 내 여행기에 솔깃해 한다. 그러더니 그냥 가란다. 자기가 짜장면값 대신 내준다고... 맘만 받겠다고 사양하니 잠시 기다리다더니 ㅋ호텔 무료 사우나권을 준다. 내가 불국사까지 간다고 하니 불국사 바로 앞에 있는 호텔 사우나권을 준거다. 고마울데가... 다시 걷는데 차가 생생 달리는 길에서 급정거를 한다. 그러더니 비상깜박이를 켜고 나를 기다린다. 가보니 웬 중년이 경주까지 태워다 준단다. 감사하다고 도보여행이라해고 막무가내다. 오늘 따라 사람이 아름답다.

 

경주. 세번 와본것 같다. 중, 고등학교때 수학여행때. 워낙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차만 타고 다녀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종친회에서... 2박3일 종친회 끌려와선 왕릉에 절만하다 간 기억이 난다. 그런 내가 석굴암을 가니... 뭐 야산 동굴에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점심먹은게 소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르막이다. 끝이 없다. 정말 죽여준다. 지도를 보니 토함산이 745M다. 자세히보니 석굴암은 정상 바로 밑에 있다. 우와 나 죽네. 헥헥 대며 올라간다. 내 옆을 관광버스들이 연이어 지나간다. 4시 석굴암과 불국사 갈림길이다. 엥... 석굴암까지 약 4KM, 갈림길에서 불국사 약 4KM. 죽었다. 내리막이라 해도 석굴암 갔다가 다시 갈림길 나와 불국사 가면... 7시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간다.

석굴암이다. 주차장 관리원에게 어차피 구경하고 나올테니 배낭좀 맡아 달라 했더니 자기는 그런 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뻗댄다. 우와 미치겠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그것도 관광지에. ㅆㅂ ㅆㅂ 거리며 올라가 매점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니 싫은 표정하나 없이 받아 주신다. 이런 감사한 거...
4000원을 내고 들어간다. 그런데... 정말 실망이다. 보존을 위해 유리로 막아놨다. 그러려면 공주 무령왕능처럼 진짜는 통제하고 모조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어가 직접 볼수 있게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열받는다.
매점에 오니 아주머니가 길을 알려주신다.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통하는 등산로가 있다고 한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정말 있다. 8km를 돌아가야 했는데 불과 3.2km짜리 등산로가... 휘파람 불며 30분만에 내려왔다. 덕분에 불국사 구경까지 무리없이 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불국사 관람하고 ㅋ호텔 사우나에서 푹 지지고... 피로가 좀 풀린다.

 

6월 3일 불국사에서 경주 시내까지 (16km)

일기예보에는 비가 그칠 거라고 나오는데... 그걸 믿고 발길을 나섰는데 종일 이슬비가 내린다. 일단 경주 관광을 하면서 상황을 좀 보자 하는 맘으로 걷는다. 불국사에서 시내까지 장난 아니게 멀다. 세시간여를 가니 시내에 근접한 것 같다. 왕릉들이 보이고 문화제 표지판이 보인다. 계속 비는 부슬거리고 내린다.

일단 경주에 왔으니 박물관 부터 가보자. 어 무료다. 배낭 보관소도 있다. 이동하면 그자리를 인식해서 해설해 주는 소형라디오 같은 것도 있다. 이정도는 되어야지. 바로 앞 감은사지로 간다. 문무왕 시절 지었다는 왕의 별궁 비슷한 걸로 연회를 베푼곳이란다. 이쁘긴 이쁘다.

 

다음은... 역시 바로 앞의 月城이다. 천년 신라의 왕성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터와 얼음 저장고인 석빙고만 남아있다고 한다. 바로 옆으로 왕들의 고분이 모인 대릉원이고, 그 옆이 첨성대다. 대릉원에는 그 넓고 높은 왕릉 잔디를 깍기위해 10여명이 모여 계신다. 왕릉 안의 사람들 살아서나 죽어서나 호강이다.

 

여기서 한가지. 내가 경주김씨라고 한다. 그럼 그 옛날 신라시대에 이 동네 살았으면 저 왕릉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호강하며 살고 있었을까? 글쎄... 조선 초 양반의 비율은 채 10%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왜란과 호란을 거치며 30% 중반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난을 피해 도망가기 바빴던 양반들이 족보챙길 여력이 없었고, 그들이 떠난 집을 상민들이 차지 하고, 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는 조선 말기 철종때는 70%가 넘었다고 한다. 족보를 사고 팔고 뭐 이러면서 양반의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즉 현재의 성은 그 의미를 상실한 거다. 누가 아나? 내 성이 진짜 경주김 인지?

 

비가 계속 내린다. 마지막 코스 분황사다. 달랑 탑 하나랑 조그마한 법당 하나. 오늘은 좀 푹 발을 쉬게하자. 그동안 많이 무리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빨리 해가 뜨는 해수관음을 모시는 해동용궁사

 간절곳의 우체통. 정말 크다.

 간절곳의 등대.45km 까지 간단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소는 저렇게 풀을 뜯어 먹고 자란 한우가 최고다.

 울산에 모인 2000여명의 시민들이 '미친소를 청와대로' 보내고 있다.

 동해에서 젤 오래되었다는 화강암 주상절리 

 몽돌 해수욕장. 발 맛사지에 최고다.

 왜구로 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신이 된 문무대왕릉이다.

 훔친 문무대왕릉의 일출사진. 작가가 누군지 몰라 밝히지 못한다. 정말 잘찍었다.

 유리 벽속에 갇힌 석굴암

 말이 필요없다. 불국사

 왕족들의 놀이터 안압지. 이거 지으려고 민초들 얼마나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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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02 2008/06/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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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2] 마산에서 부산 송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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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마산에서 진해까지 (17.7km)

 

결혼식 뒷풀이가 너무 심했나보다. 부지런히 배낭을 다시 챙기고 길을 나선다.
2시 30분. 다시 마산이다. 이번에도 도심을 빠져나가는데 헤메고 있다. 에구. 순전히 도로표지판 만을 보고 가니 이럴 수 밖에 없다. 날씨가 너무 덥다. 도심이라 더하다. 땀이 비오듯 한다. 바람도 없다.

공단을 지난다. 수출자유구역 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노동자들의 제반 권리를 짓밟고 이룩한 세계 10위의 대한민국. 과연 이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행복할까? 국민 1%가 전체 사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빈부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쇠고기를 비롯 농산물이 자유무역이란 명목하에 수입되어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경제위기를 무기로 노동자들의 복지와 임금을 삭감하고, 의료 교육 등 공공의 영역 역시 사적 영역으로 돌려 온통 부자들만의 나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길이 눈에 익다. 아... 두산중공업 호루라기의 사나이 '배달호'. 두산그룹 박용성이 헐값에 국가로부터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동자들의 저항을 수배와 구속, 해고와 뒤이은 악질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로 짓밟았다. 이어 노조가 와해수준까지 가자 자신의 한몸을 던져 '노동자도 인간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선언했던...
그 배달호는 지금도 계속 이어져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있다.
이땅은 아직도 노동자의 인간 선언을 불온시 하며 온갖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에구 이번 여행기간에는 이런 '복잡한 것 잊고 여행을 즐기라'는 조언자의 잔소리가 이어질 것 뻔하네. 그래도 어쩔수 없다.

대교를 넘으니 창원이다. 마산부터 부산까지 도시가 죽 이어지나 보다. 도심을 벗어나니 바람도 불고 나무그늘도 있어 시원해서 좋다.
터널이다. 우회로가? 너무 많이 돌아간다. 어차피 계속 만날 터널 한번 돌파해 보자. 죽기야 하겠나? 800m란다. 길기도 하다. 정말 굉음 속을 걷는다. 터널 안에서 공명현상때문에 정말 귀가 얼얼하다. 다시는 터널 들어가나 보자.
터널을 나오자 마자 진해시다. 온통 벗꽃나무다. 산책도로 조성도 참 이쁘게 해놨다. 한창 피면 장난이 아니겠다. 축제 기간에는 해군기지도 개방한다는데 지금은 꼭꼭 잠겨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5월 27일 진해에서 부산 사하까지 (30.4km)

내일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온단다. 부산까지는 가서 상황을 봐야 하는데.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빠른 길을 택해 2번 국도를 가는데... 언덕에서 바라본 지방도가 너무 이쁘다. 그래 돌아가도 이쁜 길로 가자. 진해항을 한눈에 볼수 있는 위치에 교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교회를 슬그머니 올라 3층에서 사진한방을 찍는다. 이쁜 항구인데 운무에 가려 아쉽다.
오늘 가는 길도 온통 벗꽃이다. 해안도로가 벗꽃과 자전거도로로 이어져 정말 끝내준다. 이길을 자전거로 가면 정말 좋겠다. 몇몇 팀이 이길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에구 부러워라.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니 STX조선소다. 조선소야 워낙 다 크지. STX 통일중공업의 새로운 이름일거다.
목포의 삼호중공업, 이곳의 STX조선, 거제의 대우조선, 울산의 현대중공업. 굴지의 조선소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란다. 왜? 기술력 뭐 이런 것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 때문이란다. 신경영전략이란 명목하에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적정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고, 다단계 하청을 폭발적으로 늘려가며 정규직의 절반도 않되는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 생산 단가의 절감(?)이 조선업종의 성공의 비결이다. 배한척 나가는데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대한민국 조선왕국의 현주소다.

 

다시 2번국도로 올라온다. 2번국도 며칠이면 이 도로와도 안녕이다. 2번국도와 함께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부산이다. 이 2번 국도를 타야하는데 도로 표지판에서 없어졌다. 어? 내가 잘못탔나? 4차선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도로 좌측을 가고있는 뚜벅이는 불가능하다. 차도는 1m가 넘는 가드레일을 우찌 넘나? 10m정도의 직벽 수준의 갓길을 내려간다. 풀을 잡으며 내려가니 팔뚝이 온통 생채기다.
엥 10여분을 가니 북동이 아니라 남동이다. 이런... 아까 그 길이 맞았나 보다. 제길 많이 돌기는 하지만 어차피 만나는 길이다. 그냥 가자. 덕분에 부산공단과 르노삼성공장 구경도 했다.

다시만난 2번국도 반갑다. 낙동강이다. 하구원 둑에서 바라보는 부산....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영 맘에 않든다. 을숙도란다. 철새도래지라는데 때가 때인지라 철새는 구경도 못한다.


5월 29일 부산 사하에서 송정까지 (32.9km)

비 참 많이 왔다. 부산은 어제 하루 종일 왔다. 덕분에 시내버스 타고 부산 시내 구경하고, 부산지하철도 타보고, 영화도 구경해 본다. '인디아나 존스' 정말 꽝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답게 개판인 영화다. 설정도 반공주의와 인류가 모신 신이 우주인이라는... 액션빼면 내용은 절망이다. 보지 마라. 절대로...

 

좀 가다보니 한진 타워가 보이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작부터 터널이다. 도심은 도로표지판만을 보고가니 터널을 피할 수가 없다. 에구 오늘 하루만 세개의 터널을 넘었다. 정말 미칠 것 같다. 도심이 계속 이어진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사람들 피하랴 신호등 지키랴.
부산 참 크다. 공사도 많이한다. 뭔 도심 한가운데 공사가 이리 많나? 아파트가 45층 짜리란다. 이건 규제가 않되나? 45층. 나처럼 고소공포증 있는 놈은 줘도 못산다.

 

광한리다. 어제 비로 쌀쌀한데도 사람들이 꽤 있다. 해운대 2km란다. 바로 옆이다. 해운대의 명성에 맞게 사람들 참 많다. 평일 오후 3시에 왠 사람들이 이리 많나? 그런데 그 한가운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둘이 좀 과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이놈들 교복이나 갈아입고 하던지, 그 한가운데서... 엥? 그 옆에선 50대의 몸매가 참 봐주기 힘든 서양 여인네가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고 있다. 에구 민망해라.

 

오늘 기장까지 가려 했는데 속도가 뚝 떨어져 어쩔수 없이 송정해수욕장에서 멈춘다.

 

 진해항. 유람선 타고 세계 일주 한번 해볼까? 배살돈은 있는데 고유가 시대 기름값이 없어서 포기다.

 낙동강 하구둑. 넓다. 부산 갈매기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 유명한 광안대교.

 역시 해운대다. 멋지다.

 파도치는 송정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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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9 19:39 2008/05/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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