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그레이버 국가론 추가[펌글]

적린님의 [그레이버 국가론 추가] 에 관련된 글.

 

적린님의 [그레이버, 국가론에 대한 단상] 에 관련된 글.

 

고소 이와사부로와 그레이버 대담집(원문은 일어인데 번역해 준 사람들이 있음)에서 아주 조금 손봐 일부 긁어 올린다. 올려도 괜찮겠지? ^^; 이 대담집, 정말 재미있다. 개념적으로 흥미로운 것들도 많고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게 많고...

 

더 보기

고소: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단상들』에서 당신은 처음에는 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권력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레이버: 그렇습니다. 그것들은 일반적으로 '추장제'[=일어 원문에는 '수장제首長制']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명칭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어쨌든 중점은 국민국가의 망령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그것을 과거의 역사에 과도하게 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관해 클라스트르는 (그리고 월러스틴 등도) 비판적인 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국가라는 모델을 과거에 투영하고 있지만, 그 때 그것을 '사회'라고 하는 언어, 습관, 제도, 경계가 명료하게 떼어낼 수 있는 고유한 실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태는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통해서 정치/경제기구가 가지는 실제의 형태는 이것과 많이 틀립니다.


우리가 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어떤 의미에서 유토피아적인 이상[=ideal. 일어 원문에는 '망상']인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는 두 가지 요소가 합체된 결과물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적인 이상과 급습적인 약탈기구입니다. 이 둘 사이에는 원리적으로 어떤 관계도 없지만 실제로는 합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인도어계의 국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단지 마음 내키는 대로 상인이나 농민에게 강탈하기 보다는 그들의 부를 제도적으로 빨아올리는 편이 이득이라고 이해한 해적이나 산적에 의해 설립된 것입니다. 거기에서 그들은 불교도든, 힌두교도든, 그 누구라도 인도에서 유랑하는 성자를 데려와 거대한 우주론적 체계를 만들어내게 해서, 그것을 정통화한다는 안전판을 사용한 것입니다. 우주론적 체계란 것은 항상 우주전역이 어떤 전체화의 원리에 의해 조정되어 있다는 절대적/신적인 힘의 망상입니다. 그것은 어떤 국가도 실제로는 끌어 낼 수 없는 힘에 대한 환상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국가의 우주론적 도취는 실제로 지상에 존재하며 경험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지배자가 복잡한 천체적인 장식으로 거대사원을 만들거나 할 때, 그것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있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붕괴합니다. 하여간 그 이유가 무엇이든, 국가는 항상 전능한 권력의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임스 스콧이 『지배와 저항의 기술』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주인과 노예와 같은 두 개의 불평등한 역관계가 존재할 때, 양 쪽 모두 역사를 날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듯한 사태가 진행합니다. 권력을 방위하기 위한 제1선은 모두가 공공의 장에서는 그것을 믿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주인들은 플랜테이션이 진심으로 노예들을 생각하는 부권적인[?? 이건 번역자에게 물어봐야 할 듯] 제도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노예들도 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양쪽 모두 그것을 터무니없는 것이라 비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웃음)


그러므로 권력구축의 제1선은 아무도 믿고 있지 않는 게임에 모두를 참가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좀처럼 넘어서기 힘든 불가시(不可視)의 선입니다. 그리고 권력에 도전할 때, 우선 우리는 모두가 무대 뒤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무대 앞에서 말해보고 그것이 처벌 받게 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무엇을 하면 안 될까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스콧이 '공식기록official transcript' 이라고 부르는, 역사기록에 쓰여있는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믿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실제로 효력이 있는 권력의 외연(外延)이란, 그 초기에는 대략 왕의 신체로부터 사방 100야드 정도 아니었을까요. 또는 왕이 바라볼 수 있는 범위정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왕은 언덕 위에 있을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국가의 현전은 동일하지 않으며, 또한 예측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산발적(sporadic)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언제 국가가 모습을 드러낼지 확실히는 알지 못합니다. 국가개입에는 어딘가 엉터리같은 구석이 있습니다. 눈먼 거인이 닥치는 대로 휘두르며 달려드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 엉터리와 비일관성이 위협의 방법으로서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직접행동을 뉴욕에서 하는 경우와 유럽의 도시에서 하는 경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뉴욕에서는 철저하게 통제해 왔습니다. 워싱턴도 그에 가깝게 통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뉴욕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뉴욕에서는 일정한 수의 사람이 집합하면 즉시 경찰대가 나타나 법을 강요합니다. 파리나 밀라노에서는 약간 틀립니다. 제노바 직후의 밀라노에서는 경찰대가 어느 시점에 한꺼번에 사라져 버려 데모대 마음 내키는 대로 하게 했습니다. 나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봤습니다. 어떤 때 경찰은 숨어 있다가 소수의 그룹을 공격하거나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은 산발적입니다. 남반구의 독재 국가들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국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돌연히 대학살이 일어납니다. 세계제국의 진앙인 뉴욕은 국가가 항상 통제에 예민해, 일순간도 거리를 내주지 않는 드문 장소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국가는 본성적으로 산발적인 것입니다. 우주론적 차원에서 국가는 절대성을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통제의 차원에서 [절대적 체계를] 재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의 결론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국가를 본질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유토피아적인 계획이라 하든, 혹은 많은 권력제도는 국가가 아니지만 그것들을 정의하는 말이 아직 없다고 하든.... 특히 국가가 이전과 같은 전체주의적인 논리(혹은 고전적인 '주권'이라는 의미)로 향하지 않는 오늘, 이것을 생각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물론 '주권'이나 '왕권'은 국가 훨씬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인류학에서는 국가기구가 없는 곳에서(다시 말해 왕의 의지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관료기구가 없는 곳에서) 왕이 복잡한 우주론적인 의례에 둘러싸여 있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단 남부의 실룩Shiluk이 그 한 예입니다. 그들은 나일강변에 살고 있는 양을 치는 사람들로 그들의 남쪽에 사는 인류학에서 평등주의적인 사회의 고전적인 예로 여겨지는 누어Nuer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 차이는 실룩에는 왕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실룩의 왕은 거의 누구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은 부인과 친척 등 부양가족을 거느리고 있다는 차이 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 사람들을 배치할 수 있고, 싫어하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분쟁이 있을 때 결정을 내리는 강제력으로서 나타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을 지상에 비를 내려 농업을 가능케 하는 하늘과 땅의 합체의 열쇠로 모셔 세우는 터무니없이 복잡한 의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농사는 그의 의례적인 행위에 맞춰 실행됩니다. 여기에는 국가의 강탈적인 측면과 우주론적인 측면 둘 다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국가가 아닙니다. 실제 국가에서는 이미 충분히 확립된 어느 쪽의 요소가 다른 쪽을 제치고 지배적으로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신성왕권'에서 왕은 몸이 땅에 닿거나, 태양을 바라보거나, 궁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든지, (바콩고의 경우 등) 취임 후에는 거세되는 것과 같은 상당히 복잡한 의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믿기 어려운 규약은 우주론적인 측면이 다른 것을 억누르고 있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벌써 그와 같은 지적이 있듯이 )그것들은 왕권에 대한 대중의 저항이 성공한 결과라고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러한 의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실제적인 '주권권력' 혹은 '국가다운 권력'이 붕괴하는 때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실룩의 왕권과 같이 '국가가 되려고 하는 권력'이 이미 의례의 과잉에 의해 왕권의 기초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 '주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주권자'와의 관계는 그다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의 '통치'의 힘이란 것은 매우 복잡한 것으로 무한한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국가라는 정통성 주장의 이면에 무수한 형태로 그림자처럼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주권sovereignty'이 없는 '통치sovereign'가 있거나 국가기구가 없는 '통치권력'이 있거나 합니다. 우리가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 요소는 실제로 반드시 대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류학의 이점중의 하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정치적인 것'의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이미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권력을 무효화하는 것을 시도해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국가권력을 아주 복잡하고 내용 없는 의례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우주론적인 권력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장대해져서 강탈적인 행동을 취하는 기초를 꺾어 버린 것입니다.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저항의 형식은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뒤의 "전투규약"에 관련된 논의도 참 재미있다. 이건 나중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가능성들[펌글]

적린님의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가능성들 : 직접행동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참가 안내] 에 관련된 글.

 

관련글 목록

소개: 데이비드 그레이버를 소개합니다 :: 올 여름에는 그레이버랑 세미나를 하자

전문 번역: 승리의 충격 :: 역순의 혁명 :: 잠정적 자율지대: 마다가스카르의 유령-국가

일부 번역: 국가론에 대한 단상들 :: 고소 사부와의 대담 중 국가에 대한 부분

국역서: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알라딘 링크임)

 

영어 원문

새로운 아나키스트들 (뉴 레프트 리뷰 - 맑스주의와 아나키즘의 비교)

이타주의자들의 군대 (글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본인한테 언뜻 들은 내용. 군에 자원입대 하는 사람들은 활동가와 똑같은 이유에서 그렇게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왜 우경화되나?)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자본주의는 노예제의 한 형태?)

이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다른 글들의 링크 및 인터뷰 링크가 올라와 있음.

 

 

 ■ 제3회 연구공간 <수유+너머> 국제워크샾,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가능성들 : 직접행동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오는 7월 13일 월요일부터 17일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 데이비드 그레이버 선생님과 함께 하는 국제 워크샾이 열립니다. 반지구화 운동, 반전운동, 생태운동의 현장을 누비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아나키즘의 정치학을 고민해 오신 선생님과 더불어 ‘빡세게’ 공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직접민주주의의 정치적 가능성과 아나키즘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공부하고자 하시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 선생님.


그는 아나키스트입니다. 그리고 인류학을 좋아합니다.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이 학문은 ‘정치’에 대한 낯설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견하도록 우리를 돕기 때문입니다. 저항의 형식은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합니다. 제3회 국제워크샵은 인류학과 함께, 그리고 유쾌한 그레이버 선생님과 함께 우리 시대의 운동과 사유의 능력에 대해 질문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선생님께서는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2009), Possibilities: Essays on Hierarchy, Rebellion, and Desire (AK Press ; September 1, 2007, 수유+너머 번역중), Fragments of an Anarchist Anthropology (Prickly Paradigm Press; April 1, 2004), Direct Action: An Ethnography(AK Press, 근간) 등을 쓰셨고, 2009년에는 '부채(Debt)'에 관한 책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일정


공개강연 | 7월 13일 월요일 오후 7시_ <인류학과 그 가능성들 : 가치와 사회> (공간플러스)
집중세미나(1) | 7월 14일 화요일 오후 7시_ <국가와 그 외부> (강의실1)
집중세미나(2) | 7월 15일 수요일 오후 7시_ <권위와 행동> (강의실 1)
집중세미나(3) | 7월 16일 목요일 오후 7시_ <운동과 조직> (강의실 1)
집중세미나(4) | 7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_ <선물과 공동체>(강의실 1)

 

■수강안내


월요일의 공개강연은 무료입니다. 집중세미나에 참가하시려면 회비를 입금하고 신청해 주세요.

수강회비 : 8만원
입금계좌 : 국민은행 363 002 0403 0007(예금주 : 안명희)
문의 : 정정훈 (010-3942-0748)

* 덧글 문의도 가능~ ^^

* 웹자보를 클릭하시면 참가 신청 게시판으로 이동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드디어 과학사 스터디 시작!^.~

다음 주 토요일, 즉 7월 4일부터 과학사 스터디를 시작합니다.

시간은 늦은 2시부터 6시 정도까지 하고요,

그 이후엔 저녁 겸 간단하게 뒷풀이를 합니다요^^.

 

스터디 방식은요,

조금씩 조금씩 부분 부분 진도를 나가면서,

모든 사람이 다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아마도 진도는 처음에 더디 나갈 것 같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면 좀 빠르게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예비모임 때 모인 분들이 의욕이 넘쳐나서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철학 부분만 제가 발제를 하고,

그 이후부터는 희망하는 사람 위주로 발제할 내용을 아주 조금씩 해서

발제를 해 오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스터디 시간이 토요일 오후로 잡혀 있는데,

7월 11일에 다시 스터디 시간을 조정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계속 토요일 오후로 할지, 아니면 평일에 하게 될지를 말입니다.

 

예비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스터디 같이 하실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덧글 달아주셔요.

그리고 덧글에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 주셔요.

스터디 자료 보내 드릴 테니까요.^^

 

아, 참!

스터디 장소는 건국대학교 제2학생회관 220호 생활도서관입니다.^^

 

그리고 지금 스터디하실 분들은 저 빼고 13명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만민법 이상일 뿐인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곰탱이님의 [거꾸로 된 세상(학생 글) ] 에 관련된 글.

 


똑같은 학생 글을 또 하나 올려 봅니다.^^

제목은 <만민법 이상일 뿐인가? 현실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

 

<만민법 이상일 뿐인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는 수많은 민족과 그들의 언어, 관습, 풍습 등을 포용해야만 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이 이방인들을 '로마'라는 이름 아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점을 찾아야만 했다.

법의 자질구레한 조문보다는 법의 기본 정신을 중시하는 형평법의 원리를 채택한 만민법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신과 이성 앞에서 모든 인간의 영혼은 평등하다는 자연법 사상에 기초한 만민법은 가히 혁명이라

부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소수의 철학자들 사이에서만 나타났고 대부분의 로마인들에게는 별 귀감을

주지 못했다.

만민법은 이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로마 시민들은 로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 즉 로마에서 살고 있는 노예, 외국인, 야만인에게도

시민권이 부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들보다 '비천한 이들'이 자신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특권을 나눠야 한다는 것에 큰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마의 기득권층들 때문에 만민법은 실질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자유, 평등이라는 가치는 인간의 역망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로마 제국으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민법의 진정한 실현은 가능한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거대한 로마 제국과도 비슷하다.

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도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만민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민법의 실현은 과거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경제적 차이, 인종적 차이에 의해 우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지고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만민법의 진정한 실현이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국가 유토피아와 다름 없다.

만민법의 실현이 이상에 가까운 일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만민법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로마가 내부의 통합에 실패해 무너졌듯이 우리도 서로 다름을 강조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진실로 평등해지는 날이 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 문화에서 오는 이질감을 거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하고 서로 다름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할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지구촌 윤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몇몇의 철학자들에게만 귀감을 주었던 만민법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합리적이고 올바른 법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

지구촌 시대의 만민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만민법 실현에

한발짝 나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여름방학 과학사 스터디 예비모임^^...

여름방학 과학사 스터디 예비 모임을

6월 26일(금요일) 늦은 7시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스터디 하기로 하신 분 또는 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은

위의 저 시간에 맞춰서

건국대학교 제2학생회관 220호 생활 도서관으로 오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마도 7월 4일 뒤풀이 때에는 과학사 공부를 먼저 한 경희대 학생들과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뒷풀이만 좋으신 분들도 환영합니다.^^

 

그럼 6월 26일에 뵙겠습니다.^^

 

곰탱이 드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자유와 방종의 차이(메모)

 

자유와 방종의 차이는

결국 (자본의) 법률(실정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결국 자유란 (자본에 의한) 법이라는 <타자>에 의해 규정된 무엇이고,

이때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규정>되었다는 것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따라야 할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자유>는 <자유>가 될 수 없고,

그리하여 자유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방종이라는 것도 없게 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거꾸로 된 세상(학생 글)

오늘은 같이 공부하는 학생의 글을 한 편 싣고자 합니다.

같이 공부하는 주제는 <인권>이고요,

교재는 [인권](최현 지음, 책세상, 2008)입니다.

수업 시간에 같이 공부했던 내용과 관련한 내용을 에세이 형태로

공책에 정리한 것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학생 글은 재미 있고 신선해서 욕심 같아선 여기에 다 싣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이 학생이 허락한다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도 이 글 쓴 학생에게 허락을 이미 받았습니다.)

아마도 근대 실정법에서 정해진 시민권과 관련한 에세이라 여겨집니다.

근대 실정법 초기에 시민권은 부르주아 성인 남성(자본가 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고,

노동자 계급, 여성, 외국인 등은 아직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상황을 비꼬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 있는 글이 될 것입니다.

제목은 <거꾸로 된 세상>입니다.

 

========================================================================

 

대학생 시절 열혈 법학도였던 기자 A는 법 제정 60년을 기념하여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 취재차 참석하게 되었다. 그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나라에 법이 나타나면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 받는 살 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법은 자유와 평등과 같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인간의 권리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법을 사랑했으며,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강박 증세를 보일 정도였다. 그렇기에 오늘 정부가 마련한 축하 자리에 그는 꼭 가야 했다. 자신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 없는 지원을 해 준 법에 감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행사장에 도착한 기자 A는 운이 좋게도 그가 존경하는 고매하고 고결한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거리에 마련된 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는 가슴이 떨려왔다. 법과 가장 가까운 인간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그에게는 축복이었다. 그러나 그의 만족감과 행복은 오래가지 못 했다. 장관의 주변에 두 남자가 앉아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관의 오른 쪽에 앉은 대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 이번에 새로 제정될 양도세 법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양도세는 낮추어야 합니다.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문제야 재산세나 증여세에도 있지만 양도세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죠. 지금처럼 높은 양도세는 우리가 쌓은 재산을 조금씩 갉아 먹을 뿐입니다. 노동부 장관도 같은 생각을 하고 게신답니다.

 

- 이보세요. 양도세를 완화한다고 하면, 언론에서는 재벌들을 위한 법 제정이라 비난할 게 분명합니다.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장관의 왼쪽에 앉아 있던 머리카락이 희끗한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대머리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 우리가 일반 국민들의 경제 생활을 방해합니까? 그들도 충분히 재산을 모을 수 있는 제도와 기회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지켜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자유와 평등!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데 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작년에 제정된 증여세 인하 법안도 무사히 통과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갈 텐데요.

 

기자 A는 혼란스러워졌다. 법무부 장관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그가 존경해 온 법무부 장관이 그들의 말에 그 어떤 불쾌한 기색도 없이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법이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인간의 권리는 법을 지키기 위해 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 왔던 것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그는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행사장을 벗어나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기자 A의 눈에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하늘에 다리를 두고 걸었다. 나무들고 거꾸로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다음에 계속?)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과학사 같이 공부 하실 부~운!^^ 여기 붙어라^^.

여름방학 중에 <과학사>를 같이 공부하실 분을 구합니다.^^

모 대학에서 <과학기술문명사>를 같이 공부했는데,

공부하니까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재미 있으려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재미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 같아서

같이 재미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안을 드립니다.^^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이냐 하면요.

우선 과학사를 고대부터 근대까지 훑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냥 훑는 것이 아니고,

각 시대의 과학이 어떤 철학 사상 또는 이념과 결합하여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훑고자 합니다.

 

 

같이 공부할 내용을 제가 일단 이야기를 하는데요,

제가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할 예정입니다.

제가 일단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저처럼 이야기를 먼저 하시고 싶은 분이 생기면

그 분께 먼저 이야기를 하시도록 할 거예요.^^

 

 

그리고 교재는 먼저 제가 모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메일로 보내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또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서양고대 철학에 관한 파일도 같이 보내 드릴게요.

그 파일 내용으로 부족하시리라 생각해서요,

 

그 파일에서 참고한 책 목록을 알려 드릴게요.

1) 『과학사신론』, 김영식·임경순 공저, 다산출판사, 2008.

2) 『철학의 철학사적 이해』, 이병수·우기동 지음, 돌베개, 1991.

 

 

공부하는 시간은 매주 토요일 늦은 2시로 하고요,

장소는 일단 건국대학교 제2학생회관 220호 생활도서관으로 할 것입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같이 공부하실 분이 많아지면

강의실을 빌려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로 하고자 합니다.^^

 

총 8회 정도 공부할 에정입니다.^^

 

그리고 예비 모임 날짜를 6월 26일 늦은 6시 30분으로 하고요

예비모임 장소는 건국대학교 제2학생회관 220호 생활도서관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재미를 느끼셨으면 합니다.^^

 

같이 공부하실 분은 덧글 달아 주시고요, 이메일 주소 알려 주셔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유재산제에 관한 단상

사유 재산제와 관련하여 학생 공책에 한마디 쓰다가

나중에 까먹을 것 같아서 메모해 둘 겸 해서 적는다...

 

=======

 

사유재산제는 하나의 물건을 평생 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만일 누군가가 평생 소유하면서 하나의 물건을 사용한다면,

이미 그것은 사유재산제가 아니다.^^

 

사유재산제는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처분, 양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양도 처분한 것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소유를 했다고 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소유물을 잘 관리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팔아서 이득을 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되도록이면 투자(관리, 유지하는 비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건 또는 아니건 간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예로 든 '내 책상'은 팔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깨끗하게 하려 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사적 소유제는 팔 목적으로, 

그리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팔 목적'이 아닌, 정말로 나에게 유용해서 소유하는 것을 '점유'라고 한다.

아나키스트는 이 '점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 

 

나중에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냥...

1. 아침에 일어났더니 온통 노무현 씨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판을 치고 있었다.

     잠을 좀 덜 꺁 상태에서 얼핏 드는 생각이 밝히지 못할 그 무엇이 두려워서

    벼랑에서 뛰어 내렸을까 정도...

    결국 그는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죽었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작자들은 박차연 수사를 중단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돌아가신 양반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이 화악...

 

2. 그러다가 학교에 나왔다.

   생활도서관에 왔더니 야구공이 있더라...

   그래서 간만에 투수 흉내를 내서(옛날 동네 야구할 때 투수를 했었다^^)

   공 던지는 흉내를 두어 번 냈더니

   지금 갈비뼈 있는 데에 담이 결린다...

   주무르고 해서 약간은 풀었는데도 여전히 결린다...

   뭐하러 공던지는 흉내는 내가지고서리... ㅉㅉ...

   네가 무슨 프로야구 투수냐...

   온갖 폼은 다 잡더만...

   아이들은 모두 여의도 갔는지 아무도 없다...

   나두 거기 가야 하는데...

   아이들 공책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얼렁 아이들 공책 첨삭해야지...

  

3. 다음 학기부턴 무엇인가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겠다.

    나두 별로 공책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첨삭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그냥 필기 첨삭은 내가 들이는 공보다도 그리 큰 효과가 없는 듯하다...

    공책 내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다음 학기부터는 대면 첨삭 같은 것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얼굴을 맞대고 일대일로 공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도 좀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대면 첨삭할 수 있는 공간이 내게는 없다...

   공간 구하기가 참 어렵다...

   이 방법을 포함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다...

   학생 하나 하나와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한마디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수업 방식을 고민해 봐야겠다...

   산오리 님 말씀처럼 정년(?)이 되기 전에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