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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 등록일
    2009/03/03 10:42
  • 수정일
    2009/03/03 10:42

토요일, 용산이다, 미디어법이다 도심에서 한창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시간,

난 집에 콩 들어박혀서 나나를 봤어.

예전에 한번 5권 정도까지 읽은 적은 있어.

다시 읽으니까 새로 읽는 느낌.

딱히 꿈도 없고 중심도 없고, 늘 '나쁜' 남자들과의 관계에 휘둘리는 나나와

고아나 다름없이 버려져 외로움과 소외의 상처로 인해

강해져서 세상에 우뚝서야하는 강박에 늘 사로잡힌 나나

읽으면서 나는 어느 나나와 더 닮았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우선은 고마츠 나나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솔직함, 그것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꾸밈없음이

나에게는 없기 때문에 더 괌심을 끈다.  (왜 나는 내 몸 가는대로 사랑할 수는 없을까?)

강아지처럼 밥을 주는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순수한 건지 타락인 건지,

본인도 계속 저울질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엉덩이를 가볍게 놀리는 여자'가 되거나 되고 싶지 않나?

펑크 나나도 멋지고 때로는 공감하는 캐릭이지만,

나에겐 고마츠 나나가 더 연구 대상이고 더 재밌는 캐릭이다.

 

엉덩이를 가볍게 놀리면서 순수한 여성이란 많은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었지, 사실.

엄청나게 많은 영화와 소설이 이런 여성에 바쳐져 있지 않아?

때론 그냥 그대로 남성들의 판타지인 것도 있고 (거의 대부분)

때론 판타지로 출발하지만 결국은 판타지를 해체하고 반성하고 다시

물음으로 돌아오는 것도 있지 (가끔)

그리고 판타지에 대한 거부와 상처가 위악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고 (많아)

 

나나는 이것과는 좀 다른 판타지인것 같아.

나쁜 남자들에게 휘둘리는 여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나의 감상을 말하기는 부족한 것 같아.

오히려 정형화 되지 않은 관계의 복잡 다단함.

어떤 공식없이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와 눈이 맞을 수 있다는 활짝 열린 광장에서의 만남?

물론 개인들은 괴로워하고 상처받고 아파하지만

그걸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저러기도 하고 이러기도 하는 거지 하며

여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어느 특정한 캐릭터에 사로잡히지 않음?

 

순정의 공식에서 살짝 비껴갔기 때문인지,

예전처럼 주인공과 주변사람의 관계와 감정에 연연하지 않으며 읽게 되는

담담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어쨌든 나한테 그랬다.  물론 아직 10권을 더 읽어야 하지만 ㅋㅋ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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