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리의 월경, 우리가 관리한다!

  • 등록일
    2005/03/12 12:32
  • 수정일
    2005/03/12 12:32
우리의 월경, 우리가 관리한다!

- 대안월경대운동에 대한 작은 보고서


매닉(피자매연대)

http://bloodsisters.or.kr


    처음 대안월경대와 월경컵(각주1 대안월경대는 면으로 만들어 빨아 쓰는 생리대를 말한다. 월경컵은 질에 삽입하여 월경혈을 받아내는 도구이다. 자세한 이미지와 설명은 피자매연대 홈페이지 bloodsisters.gg.gg를 참조하길...)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캐나다 친구를 통해서였다. 그것을 계기로 대안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것저것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고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면서 2003년 가을쯤에 피자매연대(각주2󰡐피자매󰡑라는 이름은 캐나다의 대안월경대 공동체인 Bloodsisters(bloodsisters.org)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를 꾸려나가게 되었다. 월경페스티발 거리축제 때 탐폰 판촉 부스 앞에서 캐나다 친구와 함께 󰡐탐폰은 독이다!󰡑를 외치기도 하고, 면월경대와 월경컵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목이 쉬도록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 후로 수 차례의 대안월경대 만들기 워크샵이 있었고 현재는 그러한 작업들이 감자뿌리처럼 또 다른 워크샵들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 중에 사람들이 던지는 여러 질문에 이런 저런 궁색한 대답들을 늘어놓으면서 발전시키게 된 몇 가지 주제가 있는데, 한마디로 대안월경대는 무엇에 대한 대안이냐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간단하게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대안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탐폰과 일회용생리대를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탐폰과 일회용생리대는 여성의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1980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36명의 여성이 독성쇼크증후군(Toxic Shock Syndrome, 일명 TSS)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신형 탐폰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탐폰에 들어가 있는 흡수력이 높은 합성섬유가 독성쇼크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도상 구균의 감염을 높인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그 후 미국 FDA는󰡐흡수력이 낮은 탐폰을 이용하라󰡑라고 권고하는데 그침으로써 탐폰의 안전성에 관한 책임을 사용 여성들에게 떠넘겨버린다.

    독성쇼크증후군과 함께 다이옥신 또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대부분의 탐폰에는 레이온이 포함되어 있고 레이온은 나무 펄프로 만들어지는데, 이 나무 펄프를 염소 표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 바로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이자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다이옥신이다. 다이옥신은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증, 불임증, 난소암, 유방암, 면역체계결함, 골반내염증질환 등 각종 여성 생식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그 외에도 탐폰과 일회용생리대에는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 첨가물들이 들어있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많은 여성들이 고질적인 국부 염증, 가려움, 질염 등을 호소하고 있고, 대안월경대로 바꾼 여성들은 그 증세가 많이 완화되었거나 없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탐폰과 일회용생리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거의 탐폰과 생리대회사 자체에 떠넘겨지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객관성 있는 독립연구기관이 전무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각주3󰡒Pulling the Plug on the Tampon Industry", Karen Houppert, Village Voice, February 7, 1995. 이 글은 미국 여성위생산업계와 FDA가 어떻게 탐폰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은폐해왔는지에 대해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각종 탐폰, 생리대 광고를 통해 여성위생산업이 조장하는 여성 억압적 가치의 확대 재생산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http://www.spotsite.org/에 들어가면 이 글을 읽을 수 있다.)

    여성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 이외에도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은 엄청난 생태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 생리대와 탐폰의 주성분인 펄프를 얻기 위한 벌목으로 제3세계 여성들의 삶의 기반인 숲이 황폐화된다. 또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물의 낭비와 오염이 초래된다. 또 인구의 절반이 매달 내놓는 엄청난 양의 생리대 쓰레기는 소각할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매립했을 경우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각종 환경호르몬과 유해물질을 통해 공기, 땅,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회용생리대와 탐폰은 여성의 몸과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일회용생리대가 여성의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일반적 통념과는 다르게, 오히려 여성억압적 가치를 더욱 확산시킨다. 대부분의 일회용생리대 판촉광고는 월경을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이 아니라 여성이 감추고 극복하고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스스로 월경이라는 󰡐열등함󰡑을 극복하고 남성처럼 월경이 없는 듯이 일해야지만 남녀평등의 문제가 해결되고 자유를 쟁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회가 원천적으로 남성중심적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가린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감쪽같이 월경을 처리하는 비용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부과된다. 나날이 비싸지는 생리대에 드는 비용뿐만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데서 오는 비용, 환경에 대한 비용들도 포함된다. 일회용생리대가 강조하는 “깨끗함”과 “안전함”은 표백약품과 초강력 흡수를 위한 각종 첨가물, 땅 속에 버려도 분해되지 않는 화학물질들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대안의 의미를 짚어가다 보면 결국 여성의 몸과 그들의 삶의 근간인 환경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세력의 중심에 여성위생산업, 펄프산업, 다국적기업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세계 민중들의 자급력과 재생력을 박탈하고, 약자에 대한 사회의 보호망들을 제거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산해낸 󰡒잉여󰡓가 자신들의 자본력과 기술력 때문에 이루어진 가치생산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여성, 환경, 이주민, 제3세계를 식민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맥락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대안월경대운동은󰡐웰빙󰡑이라는 상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묻혀버리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대안월경대운동이 자본주의의 상품화에 반대하는 자급적, 재생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맥락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