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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하나가 아닌 길들

  • 등록일
    2006/06/19 22:00
  • 수정일
    2006/06/19 22:00

검은사슴님의 [불심검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에 관련된 글.

원정삼거리에서 막혀 친구의 말대로 야산을 타 넘다 걸렸다.

전경 예닐곱이서 친구 하나와 나를 둘러싸고 막고 있으면서

점점 어두어질수록 우릴 들어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다.

말싸움과 실랑이를 하다가도,

우리는 다소 유유자적하게 길가에 앉아서 껌도 씹고,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비록 식량은 없으나, 우리를 따듯하게 해줄 침낭이 있으니

하루 이 길위에서 전경들에 둘러싸여 밤이라도 새면 어떠하리...라는 태도로...

(사실 마음 속에서는 실패를 되뇌이며 언제 빠져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음)

 

아쉽게도 우리 힘이 아니라, 주민분이 차로 우리를 데리러 와서 대추리를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길 위에서의 40분은 잊지 못할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기억될 것같다.

 

이번 대추리 범국민대회에서 느낀 것은,

꼭 "이 길"이 다가 아니라는 것.

그날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바로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길을 잘 몰라 헤메다가 주민분의 탑차 짐칸에 실려온 친구,

대회 당일날, 도두리 근처 논길을 헤메다 역시 마을분의 트랙터가 이들을 발견하고

데리고 와준 덕분에 들어온 친구,

우리처럼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들어온 케이스.

비록 경찰에 연행되긴 했지만 안성천을 따라 고무보트를 타고 들어온 기발한 13인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

황새울의 길은 "이 길"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을...

무수히 연결된 논길의 네트워크를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때로는 징을 치고, 때로는 탬버린을 두드리며 들어온다.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서 버려진 그릇 등의 집기를 주워 두드리며 공연을 했다.

각자 자신이 찾아낸 악기로 연주하며 리듬을 맞추는 행위도

'이 길' 하나만이 아니라는 비폭력 상상력이 빚어낸 멋진 직접행동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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