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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랑 6월] 강제퇴거금지법 두 번째 쟁점포럼, 헌법상 기본권(주거권과 재산권)의 상충과 조화방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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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합의문 조인식 풍경

 

 

 

인권운동사랑방 소식지 사람사랑에 실린 포럼 요약 기사입니다. 

 


 

 

5월 20일(금) 저녁 건국대 법대 세미나실에서 두 번째 쟁점포럼이 열렸습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표를 준비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고민을 하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영국,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행위는 불법

 

첫 번째로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은희 교수님이 영국의 강제퇴거금지법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1924년에 제정된 이 법은 악의적인 임대인에 의해 세입자가 퇴거되는 사건을 계기로 1964년에 현재와 같은 형사 입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임차인을 주거에서 불법적으로 내쫓는 행위, 임차인을 퇴거시킬 목적으로 임차인을 협박하거나 주거에 간섭하거나 환영받지 못할 임차인을 고의로 입주시키거나 계속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이런 행위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부적절한 수단으로 위협하여 통제 차임을 넘는 차임을 받는 행위, 퇴거하지 않는 대신 과도한 차임을 요구하는 행위, 임차인에게 가한 기타의 남용, 차별, 학대 또는 불공정 관행이 법으로 금지됩니다. 이 법은 개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임대차관계에 적용되는 것이지요. 

 

이 내용들은 1977년 강제퇴거금지법에 포함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택점유자를 퇴거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해지통고를 할 때 올바른 방식을 갖추고 적어도 4주간의 기간을 주도록 한답니다. 주택점유자로부터 점유를 불법적으로 박탈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러한 박탈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불법 퇴거죄가 적용된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는 선뜻 상상하기도 어려운 문화인 듯합니다. 하지만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점유의 안정성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므로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이와 같은 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특히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단지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작정 쫓겨나는 상황, 용역깡패들이 하루라도 빨리 내쫓으려고 온갖 협박과 위협을 일삼으며 주민들을 괴롭히는 상황 등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 강제퇴거금지법이 더욱 절실해지는 듯합니다. 강제퇴거금지법을 개발 사업에 한정하지 말고 조금 더 보편적인 범위로 확장하자는 제안들이 있어서 앞으로 차분하게 논의해나갈 예정입니다. 

 

상가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포함한 영업 손실 보상을

 

용산참사에서 직접적으로 문제됐던 것이 바로 상가세입자들에 대한 영업 손실 보상입니다. 참사 이후 법이 개정되어 3개월치 보상이 4개월치 영업 손실 보상으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못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상가의 임대차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금이 여전히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권리금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계속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권리금이 관행상 주고받는 돈이고 상가세입자들에게 오히려 위험 부담을 높이는 돈이라 점진적으로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보상하는 방식이 바람직한 것인지, 실제 권리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 난점이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 발제는 경상대 법학과 김재완 교수님이 권리금과 관련한 국내외 법률 검토를 발표했습니다. 

 

상가임대차에서 관행적으로 수수되고 있는 권리금을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에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상가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권리금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하게 제기되었는데, 권리금의 성격과 범위를 정하는 개념 정립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개념 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요. 영국의 경우에는 재고가치의 감소분, 이주를 위한 판매로 발생한 손실, 새로운 이주 장소에서의 광고비, 사무실 집기 등 새로운 고정자산의 비용 등이 모두 손실보상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영업상 필요한 새로운 건물을 마련하는 데에 들어간 비용과 영업에 적합한 형태로 개조하거나 수리하는 데에 들어간 비용도요. 기본적인 이전비용뿐만 아니라 이주건물의 취득과 관련한 금융비용을 대부해주고나 각종 중개수수료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는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무형적 권리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처, 단골고객, 신용 및 노하우의 대가 등도 중요한데, 일본에서는 휴업이나 영업장 이전 등으로 인하여 단골고객을 상실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손실액을 보상에 포함시키고 있답니다. 또한 영업을 다시 시작한 후 일시적으로 저하된 매출액이 종전과 동일한 매출액으로 되는 데까지의 차액을 보상한다고 합니다. 이런 유형적, 무형적 권리금 외에 투기적 성격을 갖는 권리금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이를 허용하지 않는 법적 규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재정착의 원칙인 듯합니다. 거주나 영업이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유로 퇴거하게 될 때, 살던 만큼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인 보상 항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보입니다. 한국의 영업손실보상은 감정평가사에 의해 총액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협상도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상가와 관련해서도 일반적인 임대차보호가 관건인 점은 주거와 마찬가지인 듯하고요. 영국은 7년 이상, 프랑스는 9년 이상, 독일은 최장 30년까지 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상가가 5년까지의 갱신청구권, 주거는 2년 끝인 현실과 비교하면 한숨만 나오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주거권운동을 만들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계수 교수님이 인격적 재산권으로서 주거권을 해석하자는 발표를 했습니다. 과연 주거권과 재산권이 상충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이지요. 흔히 주거권과 재산권을 대립시키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적 이해 때문입니다. 우리는 재산권을 자본주의적 소유권 관념에 한정해서 바라보는 데 익숙하지만 재산은 하나의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재산권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변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상의 재산권 개념을 민법상의 소유권 개념과 구분해서 보고, 인격적 재산권으로서 주거권을 주장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주거권을 재산권으로 구성하면 세입자들의 주거 생활이 존속되도록 하는 데에 더욱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고, 이것은 소유주의 지위 보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큰 빚을 졌을 때, 적어도 집은 압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보상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이므로 인격적인 삶을 보장하는 정도의 보상이라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짧아서 충분한 토론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대체로는 여전히 주거권 자체를 사회적으로 권리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재산권이라고 주장할 때 주거가 가지는 특수한 성격,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차이가 오히려 희석된다는 우려이지요. 물론 주거권을 법이나 제도로 보장해가는 과정에서 주거권의 의미가 축소될 우려도 있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장소로소 점유의 안정성이나 주거비 부담, 쾌적한 주거환경 등의 문제를 권리의 문제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주거권은 재산권이 아니고 재산권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주거권의 의미를 더욱 잘 드러내고 주거권 실현을 위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전략이 더 적절하냐는 점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하는 문제인 듯합니다. 강제퇴거금지법도 입법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주제겠지요? 세 번째 쟁점포럼은 6월 22일에 공간환경학회와 함께 준비합니다. 쟁점들을 잘 벼리면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운동을 잘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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