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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는 현재사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에 참여한 판사들의 실명 공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사실 판사들의 실명이야 원래 공개되어 있으니 개별사건을 검색하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렇게 한꺼번에 공개하고 이에 대한 담론이 오가야 하는 이유는

집단의 치유를 위해서다.

 

개인도 트라우마가 있으면 신경증이나 외상후 어쩌구~증후군으로 고생하고 몸을 다친다.

집단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너무나 가혹한 시대를 살았고

그리고 그 상처와 트라우마는 봉인된 채로 기억되었다.

그것을 제대로 수면 위에 올려서 마주하질 않았던 거다.

 

이런 트라우마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무한히 힘과 돈을 추구하는 사회가,

힘 없는 이들을 배제하는 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과거를 들추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들추는 것이다.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이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왜 그렇게 옛날 일을 들추고 난리냐.", "이런 거 하느라 경제가 엉망이다."

"그 때 당시에 안 그런 사람이 있었냐.", "여론재판은 안 된다."

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떻게 이렇게 조금이라도 내 의견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을까.ㅜㅜ)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판사들은 그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내리거나, 재판을 거부하고 법복을 벗어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먹고 살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신념에 의해서건, 두려움에 의해서건 내린 판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미래를 잃고, 생계를 잃었다.

그리고 그 때 판결을 내렸던 법관들 중 얼마는 여전히 한국 사법부의

최고위층에 있다.

 

지금 우리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미래를 잃고, 생계를 잃는 문제에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우리는 병들어 있는 것이다.

 

기억하고, 치유해야 한다.

 

과거사 청산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구?

과거사 청산을 안 해서 당신의 삶이 지금처럼 초라하고 엉망인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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