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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花, 빌어먹을 아버지도 아버지다.

"빌어먹을 아버지도 아버지다."


중국, 전쟁, 스펙타클. 이 세 단어에 들어맞는 두 편의 영화를 지난 연말과 연초에 연달아 보게 되었다. <묵공>과 <황후화>이다.

안타깝게도 <묵공>은 별로 재미가 없었고, <황후화>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묵공>은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 <황후화>는 방금 봤는데도 내용이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다.

엄청난 예산을 투여한 두 영화지만, <묵공>은 예산을 배반하는 방향으로, <황후화>는 예산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묵공은 전쟁의 스펙타클을 전시하는 대신에, 전쟁의 피곤에 쩔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성을 공략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짜증스럽고 분노한 표정의 조나라 병사, 두려움과 긴장에 지친 양성의 백성들과 병사들, 고뇌하는 항엄중과 묵자 혁리의 얼굴... <묵공>은 그러한 얼굴에 대한 묘사를 통해 반전의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아마 그래서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황후화>는 스턴트맨만 20만명을 동원한 '가족 치정극'이다. 치정극은 치정극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돈을 쳐바른 배경과 스펙타클은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화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들인 돈만큼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 치정극은 정치극이기도 하다.ㅡㅡ;; 아버지(대왕)에게 반기를 드는 어머니와 자식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꼭 공산당체제에 불만을 가진 중국인민들같이 보인다. 그들은 무력하다. 모략과 힘 모두에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는 <황후화>에서 이전의 파시즘 프로파간다 영화들과는 다른, 권력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빌어먹을 아버지라도 아버지라는 것. 빌어먹을 정부라도, 빌어먹을 신자유주의라도, 우리는 도통 이길 수 없다는 것. 에잇. 씨발 장예모.

묵공. 동아시아 민중들을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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