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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 만인가...
구약성서의 22번째 책, 솔로몬이 지었다고 알려진 <아가>를 읽었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다.
3년 전과 지금의 나는 성서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먼저 고백하자.
이번에 아가서를 읽을 때 나는 이 책이 무슨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의 관계를 다룬 책"이라느니 하는 교리적 전제를
빼고 읽었다.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가>의 사랑 이야기는 노골적이고 부도덕한 "불륜" 이야기다!!!!
아가서는 처음부터 사랑에 불타는 여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나에게 입맞춰 주세요 숨막힐 듯한 임의 입술로"
"나를 데려가 주세요, 어서요. 임금님 나를 데려가세요. 임의 침실로"(1장 4절)
문제는 그의 "임"이 바로 솔로몬 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미
조강지처와 수많은 첩들이 있는 양반이다.
"왕비가 예순 명이요, 후궁이 여든 명이요, 궁녀도 수없이 많다마는..."(6장 8절)
그러나 그는 이 여인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비둘기, 온전한 아의 사랑은 오직 하나뿐"(6장 9절)
이런 나쁜 놈! 이거 완전 선수네~ 라는 말이 나올 법한 대사다.ㅡㅡ;;
게다가 여인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섹스를 자랑한다.
"드디어 사랑하는 나의 임을 만났다.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고, 나의 어머니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던 바로 그 방을 데리고 갔다."(3장 4절)
"우리가 마음껏 사랑하기까지는 흔들지도 말로 깨우지도 말아 다오."(3장 5절 등...)
이 대사는 수차례 반복된다. 여인은 자신의 사랑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잇몸과 입술을 거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이 포도주를 임에게 드려야지."(7장 9절)
"임이여, 가요. 우리 함께 들로 나가요. 나무 숲 속에서 함께 밤을 보내요.
이른 아침에 포도원으로 함께 가요... 거기서 나의 사랑을 임에게 드리겠어요."(7장 11,12절)
그저 부러울 뿐이다.ㅡㅡ;;;
"아 임께서 어머니 젖을 함께 빨던 나의 오라버니라면, 내가 밖에서 임을 만나 입맞추어도
아무도 나를 천하게 보지 않으련만"(8장 1절)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 사랑의 시샘은 저승처럼 잔혹한 것
사랑은 타오르는 불길, 아무도 못 끄는 거센 불길입니다."(8장 6절)
이 여자를 상처입힌다면 솔로몬 왕은 죽을지도 모르겠다.ㅡㅡ;;
앗.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뭔가 의미심장하고 더욱 문제적인 구절을 만난다.
"솔로몬은 바알하몬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그는 그 포도원을 소작인에게 주었지요.
소작인마다 도조를 은 천 세겔씩 바치게 하였습니다.
나에게도 내가 받은 포도밭이 있습니다. 솔로몬 임금님,
천 세겔은 임금님의 것이고 이백 세겔은 그 밭은 가꾼 이들의 것입니다."(8장 11,12절)
솔로몬..ㅡㅡ; 그는 악덕 부동산 사업자였던 것이다. 소작을 주고서 천 세겔은 세금으로
자기가 홀라당 먹고, 나머지 200세겔만 소작인들에게 준다는 게 아닌가.
다시 1장으로 돌아가보면 솔로몬이 왜 이 여인에게 반했는지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내가 검어서 예쁘단다.
내가 검다고 햇볕에 그을렸다고, 나를 깔보지 말아라.
오빠들 성화에 못 이겨서,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
오빠들의 포도원을 돌보느라고 이렇게 된 것이다."(1장 5,6절)
아하.. 이거이거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소작인 집안, 일하기 싫어하고
허랑방탕한 오빠들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 여인과
자기 밭을 순시나온 지주가 눈이 맞은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솔로몬은 여인을 현지 애인으로 두고서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은 어디에서 양 떼를 치고 있습니까? 양 떼를 치는 임의 동무들을 따라다니며,
임이 있는 곳을 물으며 헤매란 것입니까?"(1장 7절)
다시. 이런 나쁜 놈!
아무튼. 도대체 어떻게 이런 내용이 '성서'에 떡하니 실려 있을 수 있었을까.
역사의 미스테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게 미스테리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미스테리가 있다면----
이런 내용을 성서 '정경'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게다가 일점 일획도 틀림이 없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근본주의자'들이
어떻게 이 아가서의 말씀을 거역하여
혼전순결과, 가족주의같은 성적 보수주의를 그토록 옹호하는가이다.
근본주의자들, 과연 성서를 사랑하긴 하는걸까?
이 글은 농담 반, 진담 반이니 어디 이상하게 인용하지 말 것.^^ㅋㅋㅋㅋㅋㅋ
댓글 목록
cheste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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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재미있는 해석이네요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ㅋㅋ부가 정보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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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상하게 인용하지 말것. ㅋㅋㅋ 이말이 더 욱겨요 ㅋㅋㅋ부가 정보
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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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ㅎㅎㅎ 정말 안 된다구...ㅋㅋchesterya/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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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친구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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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왕창 차려놓고 이렇게 말하죠 '차린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정말 차린게 없나요? 눈앞에 잔뜩 있는데.ㅎㅎㅎ그런데 한번 더 보면, 과연 주인은 차린게 없다는 것을 몰라서 이렇게 말하고 있을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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