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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 나눔

[천성산 도롱뇽과 환경운동 ]

천성산 습지에 살고 있는 도롱뇽을 원고로 하여 도롱뇽의 친구들인 환경단체 사람들은 천성산을 통과하는 고속전철 터널공사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작년 10월에 제기하였다. 소송 이유는 지난 1994년에 조사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천성산 중턱의 습지에 살고 있는 꼬리치레도롱뇽(주: 꼬리가 몸보다 길어 치렁치렁하게 꾸민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과 30여종의 법정보호 동식물이 누락되었으며, 지질과 지하수에 대한 조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2004년 2월 울산지법에서는 ‘도롱뇽과 그 대변인’을 원고부적격이란 사유로 각하시켰다. 도롱뇽은 소송의 원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롱뇽의 친구들은 부산고법에 항고심을 냈고, 이 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율스님은 6월 30일부터 청와대 앞에 돗자리를 깔고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하였다. 지율스님은 8월 26일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부의 협의 결과를 받아들여 58일 동안의 단식을 중단했다. 합의된 내용은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하되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이를 따르기로 하고, 그 동안에는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도 천성산 터널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가에게 다시 검토하게 하고, 환경단체와 환경부는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문제가 드러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해서 ‘도롱뇽소송 시민행동’ 사무국장인 박병상씨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스님의 단식은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 관행에 대해 무감각하였던 우리들에게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워준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가 자행하는 개발의 영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다음 세대 또는 인간이 아닌 동식물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극단의 실천을 통해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대구-부산 구간 중에서 천성산을 통과하는 13km 터널을 뚫기 위하여 지난 10개월 동안 진입로 공사를 하던 SK건설의 박태준 과장은 “천성산 습지의 물이 새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으로 전문적인 시공법으로 대비하고 있다. 단지 일말의 불확실한 가능성 때문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중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사회간접자본을 위한 어떤 공사도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다른 평가를 하였다.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천성산 터널의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불교계의 표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이 공약은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행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손익계산을 한다면 천성산 터널을 취소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천성산 도룡뇽과 지율스님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사건은 개발과 보존의 충돌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최대한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냉정한 이성의 눈으로 볼 때에 이 사건은 몇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제일 먼저 도롱뇽이 소송의 원고자격이 있는가? 라는 질문은 흥미롭다. 일찍이 미국에서는 영향력 있는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이 미네랄킹 계곡의 개발로 인하여 계곡의 바위와 하천 등 자연물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면서 바위와 하천을 원고로 하여 대신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지만 법원에서는 원고자격을 부인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토끼와 짱둥어를 내세워 환경소송을 제기했지만 원고적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1975년에 미국 테네시州에서 80%가 완성된 텔리코댐이 시어(snail darter)라는 멸종위기의 물고기 때문에 중단된 사례가 있다. 그렇지만 의회에서는 텔리코댐의 완공을 명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1979년에 공사를 완공하였다.

두 번째 질문은 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녹색연합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3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4대강 발원지 등 전국 38곳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을 확인하였으며, 공통적으로 이들 서식지는 개발되지 않고 잘 보존된 활엽수림 주변의 수온이 낮은 계곡이었다. 이 도롱뇽은 천성산을 비롯한 전국 산간지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개발과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중앙일보 2004/8/23).

세 번째 질문은 천성산에 터널이 건설되면 도롱뇽의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질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사업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대한지질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정밀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천성산 습지는 지표수(빗물)가 갇혀서 형성된 것이어서 터널 굴착이 습지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롱뇽 소송시민행동’ 대표단은 이러한 전문학회의 의견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전문가의 재조사를 요청하였다. 앞으로 재조사에 참여할 전문가를 어떻게 선정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전문학회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질문은 터널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여러 대안 중에서 최적안을 선택해야 한다. 천성산 터널의 대안에 대해서 지율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대안을 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천성산을 뚫는다는 말에 이미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대안이라는 것은 결국 천성산 대신 다른 데를 뚫거나 다른 곳을 지나가라는 소리잖아요.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안길 수가 없어요.”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보면 무책임한 발언이다. 그러나 지율스님의 답변은 불교사상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세상 전체를 하나의 꽃으로 본다(世界一花). 그리하여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한몸 됨을 강조하며, 불살생을 최고의 계율로 삼고 있다. 유마거사(維摩居士)의 법문에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불교사상을 천성산에 적용하면 도롱뇽과 희귀동식물이 모두 나와 한 몸인데 도롱뇽이 죽으면 내몸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석된다. 지율스님은 왜 목숨을 걸고 단식을 시작하였는가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처음 천성산 문제를 시작했을 때 산에 굴삭기가 올라오고 철쭉제 등으로 화엄벌이 파괴되는 현장에서 까닭없는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산이 울고 있다고 느꼈고, 살려달라고 하는 애원의 소리를 들었으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만일 고속철도가 들어오고 늪과 늪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로 세세생생 곤충으로 태어나 목말라 하며 살 것이다.”

개발과 보존은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흔히들 표현하지만 천성산에서처럼 구체적으로 문제가 될 때에 어떻게 하는 것이 조화로운 것인지 해답이 쉽지 않다. 한탄강댐이나 동강댐처럼 건설이 시작되기 전 계획단계에서 개발과 보존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 터널이나 경부고속전철 천성산 터널처럼 계획이 확정되고 공사가 진행된 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공사지연에 따르는 사회적인 비용이 너무 크다고 본다.

환경부에서는 그동안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 전략환경평가의 개념을 사전환경성검토제도로 흡수하여, 개발사업의 상위 행정계획의 수립단계에서부터 주민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2004년 7월 26일 입법예고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개발계획의 입안시에 작성하는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였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이 시행되는 도중에 중단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율스님의 58일 단식기간 동안 우리나라 최대의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어떠한 성명서도 내지 않았다. 천성산의 터널에 대해서 찬성 또는 반대의 양자택일적인 선택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러하듯이 조건부 찬성 또는 조건부 반대 등 여러가지 형태의 중도적인 입장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끝내 침묵을 지킨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양시양비론의 애매함을 떨치고 필자의 견해를 밝힌다면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은 명분이 약하다”고 본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에는 3개의 터널이 뚫려 있다. 기존의 고속도로와 철도가 통과하는 수많은 터널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럽의 명산 몽블랑에도 2개의 터널이 관통하고 있다. 도로나 철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예전처럼 꼬불꼬불 산허리로 길을 내는 것보다는 터널이 훨씬 환경보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첫 번째 계율이 불살생이라지만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반국민들은 쌀밥과 소고기를 먹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천성산 터널도 최선은 아니지만 환경운동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차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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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답변>


[지속 가능한 개발, 생명과 환경, 그리고 인간 ]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비난과 비방이 아닌 논리적인 글을 읽으니 다소 입장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즐겁네요.

꼬리치레도롱뇽은 멸종 위기에 처했는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중앙일보의 글을 들어 '전국 38곳'에서 발견되며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음을 말씀하시면서, 대한지질학회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하셨습니다. '습지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지질학회의 보고서를 전문가의 보고서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러나 한국 희귀 및 위기동식물도감에는 꼬리치레도롱뇽이 분명히 그 대상이 되고 있으며, 또한 원래 서식지에서 개체수가 발견되는 않는 지역이 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한지질학회의 의견이 전문가의 의견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회와 생태계 분야는 다른 분야라는 사실입니다. 생태계 분야의 전문가들의 견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더구나 사업 주체인 철도공단의 위탁을 받은 지질학회가 공정한 평가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안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고속철이 고속철이 되고 있지 못함은 이미 개통된 구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이해가 걸리면서 여기 저기 중간 정착역이 만들어졌고, 처음 주장했던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대구-부산 간이 예정대로 관통 된다고 하여도 실제 짧아지는 시간은 10-20분 정도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10-20분은 위해서 그 많은 자본과 자연을 훼손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이 부분은 이미 지적하셨듯 철학의 문제(불교 사상을 포함하여 그것을 넘어선 가치관의 모든 영역)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현 정부와 밀착해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의 성명서가 없었기에 시민 사회 단체의 지지도 못 받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천성산 대책위에는 환경련이 아니더라도 수 많은 시민사회단체게 함께 하고 있음도 언급하셨다면 균형을 이루는 주장이 될 수 있었들 하는데 아쉽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저의 견해를 밝힌다면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은 생명과 환경에 대한, 세계적 합의인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테제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당위와 명분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개발은 개발독재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이기적 개발이기에 광범위하고 논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당장 천성산이 뚫릴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이를 계기로 해서 환경과 생명에 대한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철학적 사고, 가치관이, 생명에 대한 깊은 감수성이 생겨난다면 또는 살아난다면 이는 충분한 가치와 목숨을 걸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부끄러운 것은 지율 스님에게만 이 책임을 지우고 있는 듯한 저의 불성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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