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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헬스의 정당사회학

미헬스의 [정당사회학] | 독서노트 2005/02/14 02:06
http://blog.naver.com/ganndalf/140010254326

어제 먹은 술때문에 오늘 하루를 통채로 잡아먹는 가 싶었는데 겨우 저녁때 눈을 뜨고 그동안 잡고 있던 미헬스의 [정당사회학]을 읽어내려갔다. 설연휴 기간에 읽겠다고 다짐하던 차였는데 그런대로 목표는 이룬 셈이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짧은 글로 옮겨보려고 하는데 머리속만 복잡하고 잘 잡히지는 않는다. 어제먹은 술 탓이기도 할터이다.

 

1.

 

독일사민당이라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민주정당안에서 어떻게 비민주주의적 경향성과 과두제가 등장하는 가에 대하여 미헬스는 매우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주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민주적 정당이 어떻게 비민주적인 정당으로 바뀌어가는가에 대한 미헬스의 질문은 책이 쓰여진지 백여년 가까지 지났지만 여전히 빛을 발한다. 질문은 낡은 것일지 몰라도 답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미헬스는 자신의 발견과 이론을 하나의 법칙으로 정립했다. 정당을 포함한 노동조합 혹은 그 이외의 모든 조직형태에서 과두제의 등장과 성립은 하나의 철칙이다. 베버에게 있어 관료제가 근대가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철창(iron cage)였다면 미헬스에게 있어 과두제가 바로 그것이다. 관료제는 과두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2.

 

미헬스의 지적에서 흥미를 더하는 것은 과두제를 단순히 지도자와 지도부의 권력욕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과두제를 근대적 질서의 하나로 바라보는 것에서 나온다. 동시에 이것은 대중의 무관심과 방관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은 대중의 선택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즉, 대중은 과두제를 지탱하고 선택한다.

 

3.

 

운동과 조직의 전문화는 필연적으로 운동에 엘리트적 요소를 강하게 요구한다. 지식인의 비중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지식'이 '운동'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내 생각엔 운동의 대안이 중요하게 자리매김되면 될수록 운동의 엘리트성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나는 사실 90년대 이후 한국의 운동문화와 운동사회는 다분히 <엘리트적 요소>가 강하게 자라온 사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중과의 결합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동에 있어서 대중의 몫과 비중이 점점 상실되어왔다고 보여지는 측면이 존재한다. 대중을 위한 운동일수는 있지만 대중을 경유하지 않는 운동이 존재한다.

 

4.

 

조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필요가 조직을 정당화 합리화시키지는 않는다. 미헬스가 말하는 법칙이라는 것을 우리가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면 조직내에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의 과두제적 요구가 아닌 다른 요구들로부터 오는 다른 법칙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법칙들이 결합되면서 정당의 조직질서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일게다. 무엇이 과두제를 막을 수 있을까. 무엇이 실제적인 대중의 지배를 이룩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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