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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반도 사태, 언론이 악화시킨다

“남측 대부분의 언론, 한반도 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전시 언론’과 같은 모습”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입력 2013-04-13 07:41:12l수정 2013-04-13 08:24:42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이승빈 기자

 
세계화 시대, SNS시대에 대중매체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날 지구촌의 외교도 대중매체의 보도를 통해 즉각 이뤄진다. 예를 들어 갈등관계에 있는 나라간의 외교전은 언론을 통해 이뤄진다. 과거 외교관 등에 의해 이뤄지던 국가간 소통이 언론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언론의 그런 역할은 현재 진행형인 한반도 사태를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북이나 미국, 중국 등 관련 또는 주변국간의 상호 대응은 언론을 매개로 이뤄진다. 각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상대국의 의사 등을 파악하고 대응한다. 언론이 국가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반대로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남측과 미국의 언론 보도로는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키 힘들다. 북측의 언행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다. 남측과 미국 언론은 북한을 공격하는 무기의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니 이들 언론에 나타나는 북측은 언제나 일그러지고 흉한 모습이다. 평화협정은 인류 역사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했지만 한미 언론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대해 ‘평화공세’로 낙인찍은 지 오래다.

최근 한반도 사태에 대한 보도에서 남측의 이른바 진보 신문이라는 매체도 한반도 위기사태의 책임은 북한이며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폐쇄 등의 도발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 언론은 북측의 지난해 위성발사에 이은 핵실험이 최근 사태의 출발점이라면서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들 언론은 현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 사태의 뿌리가 가깝게는 북측의 위성발사와 멀리는 평화협정에 닿아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지, 외면하는지 모를 태도를 보인다.

한미 언론은 위성 발사가 국제법상 자주권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중국, 유엔 등 국제사회가 비판하는 일을 왜 했느냐는 논리를 전개한다. 위성발사가 시작된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위성 발사로 국제적 제재를 받은 나라는 북측이 유일하고 왜 그런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경우 오늘날 북측이 행한 모든 행동은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우주 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제 발전과 직결된 것으로 그것의 진출을 억제하는 것은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같다. 남측 언론은 중국도 비판하는 북측의 위성발사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 없이 동일한 태도를 지니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중국의 경우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까지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북측의 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 것의 의미를 한미 언론도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보도 태도를 취할지 궁금하다.

낙하산 사장 논란 빚은 공영방송·종합편성채널, 냉전시제도언론과 유사한 논조로...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이승빈 기자



북측의 핵실험의 경우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의 핵폭탄 강대국들이 핵 선점의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누리면서 다른 나라의 핵 보유를 반대하는 불합리한 특권을 고집하는 것도 강력 비판을 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도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고 195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을 전제한 군사 전략, 훈련 등을 추진하면서 북측을 위협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북측이 1990년대 중반 핵무기 개발을 시도해왔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남측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측만 핵무장을 해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점을 남측 언론이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면 북측의 핵실험은 비판받아 마땅한 도발 행위로 규정되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 해체 이후 제3세계권에서 제기된 미제국주의 비판과 저항을 제거하는 국제 깡패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오늘날 테러와의 전쟁을 구실로 민간인 대량 살상, 인권탄압 등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이 행하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중국, 북한 등의 인권 문제만을 부각시키면서 공격의 구실로 삼고 있다.

최근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는 지난 4월 3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한반도의 '그 겨울'은 해피 엔딩일까>에서 북한의 최근 공세는 '수세적 호전성'의 성격이지만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나 남측이 먼저 이런저런 공세적 호전성을 보일 때 북측이 거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북측의 위성발사, 핵실험과 유엔 대북 제재, 키리졸브 훈련, 북측의 정전협정 백지화, 핵 선테 타격 선언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측 언론은 거의 완벽하게 남측 체제 수호 및 미국의 한반도 정책 추진의 전위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낙하산 사장 논란을 빚은 일부 공영방송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의 보도 경향은 냉전시대의 제도언론과 유사한 논조의 보도 논평을 양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해 남측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북한이 거액의 달러를 챙겨가는 ‘달러 박스’라는 식으로 지칭하면서 그 돈이 북한의 핵실험 등의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한반도 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언론은 북측이 돈을 챙기는 개성공단은 남겨둔 채 위기를 조성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댔고 북측은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들고 나왔다.

개성공단은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남측 보수 세력이 거의 언급치 않는 사항이 개성 공단이 지닌 군사적 측면이다. 개성공단은 북측의 군사 기지를 철거하고 공단을 지은 것이라는 점에서 북측 입장에서는 일단 유사시 남측 군이 진입할 수 있는 군사적 취약지구다. 이런 중차대한 점에 대해 보수 세력이 침묵하는 것은 개성공단을 심리전 차원에서 농락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남측 대부분의 언론, 한반도 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전시 언론’과 같은 모습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

시민단체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민족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이승빈 기자



남측 대부분의 언론은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국면에서 ‘전시 언론’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군사적 대응과 보복만 유일한 대안이라는 보도와 논평을 쏟아낸다. 한반도 위기의 핵심이 무엇이며 그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치 않는다. 한미와 북측이 주장하고 공표하는 ‘말과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 ‘도발과 대응’이라는 식의 보도만을 할 뿐이다.

남측 언론은 사상의 자유를 억제하는 국가보안법에 순치되어 있으며 또한 국가보안법에 세뇌된 언론 시장에 영합하는 언론행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언론의 안보 상업주의는 국가보안법으로 통일된 시장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남측 언론에 사상의 자유가 허용된다면, 북측의 위성발사의 경우 우주개발의 자주권을 모든 국가가 행사할 수 있다는 국제법적 당위성과 유엔 안보리 결정의 충돌 문제가 다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측의 정전협정 백지화 및 전시상황 선언에 함축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필요성 등에 대한 보도 논평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전협정은 그 조항에 협정 발효 후 3개월 이내에 평화체제로의 전환 노력을 명기하고 있으나 60년째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북측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요구하면서 지금까지 6번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 중국, 유엔 등은 반대 견해를 밝혀왔다. 특히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면서 동북아에서의 무력 증강을 꾀해 왔는데 이는 북한을 구실삼아 실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남측 언론은 지구촌이 긴장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남측 정부의 완벽한 군사적 동맹군인 반면 북측은 완벽한 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의 보도를 쏟아낸다. 미국의 잇따른 첨단 무기 한반도 훈련 참가 상황을 미국의 시각에서 보도하는데 열중한다. 미국의 북측에 대한 무력시위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이다.

북측이 2013년 들어 취하고 있는 군사적 언행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남측 언론이 만약 국가보안법에서 자유롭고 새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껍질만 남은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치 않고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 정착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특히 정전협정 서명주체인 중국과 유엔에 대해서도 활발히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언론은 지난 수십 년 간 정전협정 관련해서 중국과 유엔에 문제제기를 전혀 하지 않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고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전혀 의식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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